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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209

[기록] 젊었을 적 삶의 흔적

서재에 놓여 있던 상자의 내용물을 정리하다가 오랫 동안 소재를 몰랐던 옛날 기록물을 찾았다. 퇴직하면서 학교 연구실에 있던 오래 된 자료더미를 상자에 넣어 집으로 옮겼는데 그것이 어느 상자에 들어있는지 몰라 풀어헤치지 못한 채로 두었었다. 그것이 무엇이길래 그처럼 애타게 찾고 있었는가! 교수 시절 학생들에게 나의 경험담을 소개하면서 사회에 진출하면 시키는 일만 하지 말고 능동적으로 자기가 아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곤 했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일곱 가지 법칙 첫 번째도 "Proactive하라"는 것 아닌가! 1977년 말 전 직장(한국산업은행)의 국제금융 파트에서 일할 때 첫 임무는 사무실 밖에서 24시간 돌아가는 로이터와 AP-DJ 텔렉스의 두루말이 종이를 제때 갈아끼우고 주요..

People 2024.03.12

[시론] AI시대의 법학도의 자세

[주] 다음은 경희대학교 법학연구소의 Global Business Law Review 제17권 1호(2024.02.28)에 기고한 글을 여기에 옮겨 실은 것이다. 신임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사법부 최대 현안 과제로 떠오른 재판 지연 해소를 위해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을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법원 내에 설치된 차세대 전자소송 추진단에서는 AI가 재판을 맡은 판사에게 유사 사건의 판결문을 분석해 쟁점과 결론을 알려주는 기법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판결문 전면 공개는 개인정보 보호 문제로 개인 당사자의 실명을 공개할 수 없더라도 뭔가 해결방안은 곧 나올 듯 싶다. 일찍이 법원 판례의 디지털 데이터베이스(DB) 구축에 앞장섰던 우리나라의 법관들[1]이기에 ..

People 2024.02.29

[Book's Day] 보르헤스의 단편소설집《픽션들》

G : 요즘 친구분들 하고 독서 클럽을 결성하셨다고 들었어요. P : 네, 코로나 거리두기가 풀리면서 몇몇 고교 동창들하고 매달 모임(DG23 Forum)을 갖고 있습니다. 책을 읽고 토론을 하는 것만이 아니고 각자의 관심사를 주제로 발표하고 참석자들이 서로 토론을 하는 식이예요. 참석자의 과반이 대학교수를 하였기에 아무래도 지적인 주제를 많이 다루고 있습니다. 이를 테면 수학 교수를 한 친구는 "가장 작은 무한(Minimum Infinity)"이라는 주제를 발표했어요. 그때 10의 100승이 '구골'(googol), 우리가 알고 있는 가장 큰 수 '무량대수'(無量大數)는 10의 68승이라는 것도 처음 알았어요. 무한집합 이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게로르그 칸토어(Georg Cantor 1845-1918..

People 2024.01.13

[Time] The Older, the Better

세월이 흐를수록 향기를 더하는 것은 좋은 술과 고상한 인격이 남겨놓은 작품이라고 했던가! 후자의 사례로 제일 먼저 꼽을 수 있는 것은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歲寒圖)라 할 수 있다. 작가는 비록 제주도에서 귀양살이를 하고 있어도 존경 받는 스승의 품격을 이 그림에 여과 없이 보여주었다. 또 다른 사례는 개인적이긴 하지만 나보다 12년 선배인 매형 김민홍 교수라 생각한다. 일찍이 국영기업체에서 근무하다 누님과 사귀고 결혼을 하셨는데, 우리나라 컴퓨터 도입 초창기부터 컴퓨터 엔지니어로서 활약하셨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주경야독으로 데이터베이스 박사(+국가공인 정보처리사)가 되어 경기대학교에서 후학을 가르치다 2006년에 정년퇴직하셨다. 어찌보면 내가 은행에서 근무하다가 미국 로스쿨로 학술연수 다녀온 후 박사학위..

People 2023.11.23

[Book's Day] 스웨덴 왕이 된 프랑스 전쟁영웅

G : 매월 13일 B [=13, Book's] Day가 빨리도 돌아오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무슨 책을 소개해주실 건가요? P : 오늘은 제가 읽었던 책이 아니라 앞으로 읽어볼 책을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그 계기는 얼마 전 예금보험공사 차현진 이사가 쓴 글 "운명을 바꾼 선행"에서 비롯되었어요. 스웨덴 칼 14세 요한(Charles XIV John, r.1818~1844) 국왕이 된 프랑스의 전쟁영웅 장-밥티스트 베르나도트 (Jean-Baptiste Jules Bernadotte,1763-1844)의 이야기입니다. 과연 불굴의 의지로 이룬 인생역전인가, 아니면 연속된 행운의 소산인가 흥미로웠거든요. G : 스웨덴 하면 세계적인 가구 인테리어 기업 IKEA, 식품포장재 기업 Tetra Pak, 존경받는..

People 2023.11.13

[Book's Day] The BEATLES 비틀즈 평전

G : 고등학교 동창들하고 춘천 여행 잘 다녀오셨습니까? P : 고등학교 졸업 50주년 행사로 계획했던 것인데 코로나 팬데믹으로 52주년인 금년에 실시했습니다. 기획자가 공자님 말씀을 인용해 '종심소욕(從心所欲) 낭만여행'이라는 이름을 붙여 청명한 가을날씨에 친구들과 정말로 유쾌한 소풍을 다녀왔어요. G : 오늘은 무슨 책을 소개해주실 건가요? P : 네, 지난 달처럼 신간서적이 아니라 오랫동안 제 서가에 꽂혀 있었던 책입니다. 2003년 베텔스만에서 번역 출간한 《비틀즈(The BEATLES)》(지은이 헌터 데이비스, 옮긴이 이형주, 감수 정석원)입니다. 거의 500쪽에 달하는 하드바운드로 제본된 책이어서 장식용으로 그만이었죠. G : 비틀즈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영국의 밴드이고 그들의 활동상황이나..

People 2023.10.13

[Book's Day] 남이 읽어주는 책 이야기

나이가 들면서 노안이 점점 심해지니 돋보기를 쓰고 책을 읽기보다는 다른 사람이 읽어주는 것을 듣는 편이 더 좋아졌다. YouTube에서도 사연을 영상이 아니라 말로 들려주는 채널을 선호하게 되었다. 얼마 전 아내로부터 책을 한 권 건네 받았다. 《요즘 저는 아버지께 책을 읽어 드립니다》라는 두란노 2023 신간서적으로 몇 가지 기시감(旣視感, deja vu)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우선 케이트 윈슬렛 주연의 영화 (2009)가 생각났다. 남 주인공이 10대 시절에 매력적인 외모의 30대 여자가 책을 읽어주는 것을 좋아해 긴밀한 관계를 맺으며 책을 읽어주곤 했는데 그녀에겐 엄청난 비밀이 감춰져 있었다는 스토리였다. 내가 받은 책의 저자는 부친이 낙상 사고로 경추 3,4번이 골절되어 전신마비 상태이며 모든..

People 2023.09.13

[국민청원] 사공이 많아 배가 산으로 가다

2023년 여름은 여러 모로 기록적이었다. 5월부터 '여름 같은 봄'이라더니 기록적인 폭염과 열대야, 한반도를 남북으로 관통한 태풍 등 신기록이 풍성했다. 다행한 일이라면 원전을 풀가동하여 기록적인 전력사용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정전(blackout) 사태가 일어나지 않았고, 그나마 4대강 사업을 벌인 덕에 4대강 유역에서는 홍수가 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이젠 지구 온난화(warming)가 아니라 지구 열화(熱化, boiling)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 금년 여름이 가장 시원한 여름이 될 것이라는 말에는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기후재난은 우리집에서 먼저 시작되고 있었다. 아파트 시스템 에어컨이 고장나 버린 것이다. 안방의 에어컨이 리모컨에 일체 반응을 하지 않더니 몇 시간 후에는 한번 켜진..

People 2023.08.25

[Book's Day] 美 독립을 도운 라파예트와 조선인을 사랑한 비숍 여사

G : 폭염과 무더위에 안녕하셨어요? 8월은 휴가철이라 쉬어도 되는데 오늘은 무슨 책을 들고 오셨나요? 피서지에서 읽기 좋은 책을 소개해 주실 건가요? P : 오늘은 불어로 되어 있는 조그만 소책자 《Lafayette et l'Hermione》[1]입니다. 지난 4월 프랑스 일주 여행을 할 때 어느 고속도로 휴게소 토산품 코너에서 우연찮게 발견한 책인데 평소에 관심이 있는 인물이기에 바로 집어들었지요. 오늘 이 책을 소개하는 이유는 두 가지 입니다. 첫째는 자기가 모르는 외국어로 된 책일지라도 관심있는 주제라면 휴대폰 앱을 이용하여 얼마든지 읽어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안드로이드 폰에 기본 어플로 설치되어 있는 구글 렌즈의 번역 기능을 이용하여 읽고 싶은 페이지를 사진으로 찍어서 '번역'을 탭하면 어느 ..

People 2023.08.13

[인생] 삶이란 방황과 선택의 연속?

강원도에 피서를 갔다가 며칠 전 내 삶을 한 번 뒤돌아보는 계기가 있었다. 전국이 폭염에 시달리고 있을 때 시원한 온천욕을 하고 싶었다. 마침 아내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다음날 아침 일찍 오색온천으로 갔다. 양양 주전골 그린야드 호텔의 탄산온천수는 철분과 탄산을 많이 함유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섭씨 26~29도의 냉천수(冷泉水)에 몸을 담그고 있으면 얼마 후 내 몸이 근질근질해지고 작은 기포가 올라오는 것을 볼 수 있다. 아무 생각 없이 벽면의 점성술 12궁도를 바라보며 20분 이상 멍 때리고 앉아 있으면 몸과 마음이 개운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렇기에 강원도에 가면 반드시 찾게 된다. 이날도 온천욕을 마친 후 주전골 산채전문 음식점에서 점심까지 잘 먹은 후 평창 숙소로 향했다. 주전골..

People 2023.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