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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209

[지금은] 우리 모두 도덕재무장을 할 때!

내 나이 또래의 사람들이 대부분 그러하듯이 고등학교 동창들을 자주 만난다. 아무래도 사춘기 시절을 같이 보냈고, 무엇보다 우리는 같이 예배를 보며 성경공부를 하였기에 유대가 좀더 각별한 것 같다. 공식 행사 때나 비로소 부부동반으로 모이는 대학동기들과는 달리, 사적으로도 부부가 함께 만나는 경우가 많다. 대학 전공이나 직업이 다양했던 만큼 모여서 나누는 화제도 아주 다양하다. 얼마 전 오프라인(식사 모임)과 온라인(화상회의)을 통해 고교 동창들 여럿이 만날 기회가 있었다. Zoom을 이용한 화상회의는 강신후 서울대 명예교수의 사회로 예배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10월 3일 첫 모임에서는 미국에 유학을 가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후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다시 신학을 공부하고 목회자가 된 최루톤 목사(남산..

People 2022.10.03

[Time] 9월에 부치는 편지

9월도 벌써 하순이다. 새해를 맞을 때 그리도 창창하던 1년이 (또는 크리스마스가) 이제 석 달밖에 남지 않았다. 두 차례 가을 태풍을 걱정하다보니 9월이 다 지나갔다고들 말한다. 하는 일 없어도 연금이 입금되는 하순이 반갑긴 해도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피하거나 자제했던 행사가 많아 당장 돈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며칠 전엔 꿈 속에서 아무 준비 없이 학교 강의를 해야 한다는 말에 화들짝 놀라 깬 적도 있었다. 지금도 서재의 컴퓨터 앞에 앉으면 한없이 자유로운 입장이다. 동서고금을 넘나들며 세계 어느 곳이든 갈 수 있다. 그러나 별로 의미 없는 일을 하며 귀중한 시간을 보낸다면 그것은 허송세월(虛送歲月)하는 것이다. 비록 '집콕'하며 대부분 간접경험으로 보낸 9월이었지만 나는 얼마나 의미있는 일을 했는지..

People 2022.09.23

[Book's Day] Know Yourself!

G : 9월 Book's Day는 추석 연휴가 끝난 다음날이네요. 이번 추석은 잘 쇠셨습니까? 연휴 기간 중에 읽은 책을 소개해주실 참인가요? P : 추석 때 가족 친척들을 많이 만나면서 인간관계의 갈등을 느끼셨던 분이 많을 듯 싶어요. 여러 행사를 치르면서 주부들은 명절증후군을 피할 수 없었겠지요. 그런데 이런 갈등을 차원을 달리해서 보면 피하고 도망칠 게 아니라 껴안고 해결해야 하는 인생의 과제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G : 성경책 말고 그렇게 차원을 달리해서 볼 수 있게 하는 무슨 책이 있나요? P : 네, 음양오행설에 기초한 중국과 한국, 일본의 명리서(命理書)입니다. 오늘은 이것을 현대적으로 풀이한 고미숙, 《나의 운명 사용설명서 - 사주명리학과 안티 오이디푸스》, 인문학, 사주명리를 만나다 (북..

People 2022.09.13

[Book's Day] 일본을 구한 조선 도공의 후예

G : 입추가 지났어도 비도 많이 오고 아직 덥네요. 오늘 들려주실 책 이야기는 피서용인가요, 아니면 가을맞이용인가요? P : 며칠 후면 광복절이므로 오늘은 아주 특이한 인물에 관한 이야기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잡지책에서 읽은 기사입니다. G : 지난번 파리 특파원 이야기도 흥미로웠습니다. 신문기사도 뒷이야기를 보태고 출처를 밝히면 저술이 될 수 있는거죠. 누구에 관한 이야기인지 궁금합니다. P : 도고 시게노리(東鄕茂德/Tōgō Shigenori, 1882-1950)라고 태평양전쟁 때 일본 외상을 지낸 사람입니다. 독일대사, 소련대사를 거쳐 태평양전쟁 개전(진주만 공격)과 패전 당시 두 차례 외상을 역임하였고, A급 전범(戰犯)으로 20년 금고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던 중 병사했어요. 일본에 원폭이 투하되..

People 2022.08.13

[시인] 오규원의 "비가 와도 젖은 자는"

장마철엔 거의 매일 비가 온다. 장마 전선이 한반도를 오르내리면서 많은 비를 뿌리기 때문이다. 금년처럼 봄가뭄이 심한 경우에는 장마의 시작을 고대하는 형편이었다. 엊그제 창 밖에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오규원의 "비가 와도 … " 시를 읽을 기회가 있었다. 오규원(吳圭原, 본명 吳圭沃, 1941~2007) 시인은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 교수를 지내면서 수많은 문인을 길러냈다.[1] 창작 이론서 은 시를 쓰려는 사람이 반드시 읽어야 하는, 지금도 속간되고 있는 시작(詩作) 교과서다. 습작단계에서 빠질 수 있는 잘못된 습성을 바로 잡아주면서, 마치 백과사전 같은 시의 수많은 표현기법을 알려준다. 비가 와도 젖은 자는 / 순례 1 - 오규원 A Wet Man on a Rainy Day - Pilgrimage ..

People 2022.07.14

[Book's Day] 하루키의 또 다른 세계

G : 7월 Book's Day에는 휴가 시즌에 맞는 책을 소개해주실 건가요? P : 네, 휴가 중에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을 떠올리다가 한 작가의 책을 많이 읽기도 했고 그의 작품 성향을 정리해볼 필요가 있겠다 싶어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을 골랐습니다. 아주 오래 전 작가 활동 초기에 발표되었던 소설이지만 작가의 특성을 잘 보여주는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1992)이라는 책입니다. G :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원제: 노르웨이의 숲)은 저도 읽었습니다. 하루키는 일본과 우리나라에서 아주 인기가 많은 작가 아닌가요? 노벨 문학상 후보로도 오르내린다고 들었습니다. P : 그렇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 1949~ )는 《상실의 시대》, 《해변의 카프카》, 《1Q84》, 《기사단장 죽이기》 ..

People 2022.07.13

[번역] 코로나 블루와 라비던스의 위로

코로나 팬데믹이 이젠 겨울독감 같은 수준의 엔데믹(endemic disease)으로 바뀌었다. 그래도 여전히 코로나 확진자는 거의 매일 만 명 이상 나오고, 코로나 블루 같은 후유증을 호소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런 가운데 TV 뉴스를 보면 여기저기서 빚에 쪼들려, 병고(病苦) 로, 실연 당해서, 직장내 괴롭힘을 못 이기고 세상을 버리는 사람이 속출하고 있다. 뉴스에 안 나와서 그렇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은 보도 내용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청소년과 노인의 자살률이 OECD 회원국 중 제일 높다고 하니 말이다. 사실 사람이 우울증에 빠지는 이유는 백 가지도 넘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빠져나오는 길은 프로작 같은 항우울제 약을 복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결국은 단 한 가지 - 희망을 갖고 ..

People 2022.07.05

[Book's Day] 파리 특파원들의 저술

G : 6월 Book's Day에는 누구의 무슨 책을 말씀해주실 건가요? P : 캠퍼스에 오래 몸을 담았던 탓에 6월 하면 긴 여름방학이 시작되므로 해외 어디로 나갈까 궁리하곤 했습니다. 지금은 날마다 방학이고 휴가이지만, 코로나 팬데믹이 끝나면 유럽의 어느 도시에 가서 며칠을 보낼까 상상해보곤 한답니다. G : 저도 어렸을 적에 기차 지나가는 소리만 듣고도 멀리 떠나는 꿈을 꾸었던 기억이 납니다. P : 지금은 각국이 코로나로 닫았던 관광객 출입문호를 정상화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세계화' 바람이 불면서, 또 젊은이들은 스펙을 쌓기 위해 배낭 메고 해외로 여행 떠나는 게 보편화되었죠. 국민들의 해외여행을 자유화한 1988년 이전까지만 해도 해외로 나가는 사람은 유학생, 외교관이나 상사 주재원, 언론..

People 2022.06.13

[심리] 이제야 알았네 (20/20 Hindsight)

P : 선생님,[2] 그동안 안녕하셨어요? 코로나 핑계 대고 오랫동안 찾아뵙지 못했네요. T : 난 크게 걱정 안해요. 코로나바이러스가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지만 백신과 마스크, 치료제 덕분에 어느 정도 통제 가능하다고 봅니다. 그 사이에 뭘하고 지냈어요? P : 네, 학교에 있을 때부터 운영하던 온라인 법률백과사전(KoreanLII)을 업데이트하는 일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코로나로 '집콕' 생활을 하면서부터는 1주일에 한 편 이상 Daum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있고요. 쓸거리를 만들기 위해 뭔가 의미있는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리고 학교 홈페이지에 방치되어 있던 100편 가까운 옛날 영화평을 찾기 쉽고 읽기 편한 Tistory에 옮겨놓고 새로운 영화, 공연, 전시회 이야기를 계속 추가하고 있..

People 2022.06.04

[늦봄] 붉은 작약을 다르게 보기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고 야외활동이 부활하여 새롭게 맞은 5월도 마지막날*이 되었다. 지방 곳곳에서는 출입자를 일부 제한하는 곳도 있지만 봄축제가 속속 열리고 있다고 한다. 마침 TV뉴스에서는 덕유산의 철쭉이 만개하기 시작하여 등산객들을 기쁘게 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며칠 전 진안에서 감 농사를 짓는 유양수 친구가 자기집 정원 한쪽에 붉은 작약이 탐스럽게 피었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모란이나 작약은 잎 모양은 사뭇 다르지만 꽃의 생김새가 서로 비슷한데 불과 며칠 동안만 화려하게 꽃이 피었다가 풍성하던 꽃잎이 져버리기에 보는이를 슬프게 한다. 절로 김영랑의 "[내년에 다시] 모란이 피기까지는" 싯구절이 입에서 터져 나온다. 하지만 요즘은 모란꽃이 진 다음 얼마 안 있어 형형색색의 장미꽃이 만발하기에 모란꽃..

People 2022.0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