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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코로나 블루와 라비던스의 위로

Onepark 2022. 7. 5. 11:40

코로나 팬데믹이 이젠 겨울독감 같은 수준의 엔데믹(endemic disease)으로 바뀌었다.

그래도 여전히 코로나 확진자는 거의 매일 만 명 이상 나오고, 코로나 블루 같은 후유증을 호소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런 가운데 TV 뉴스를 보면 여기저기서 빚에 쪼들려, 병고(病苦) 로, 실연 당해서, 직장내 괴롭힘을 못 이기고 세상을 버리는 사람이 속출하고 있다. 뉴스에 안 나와서 그렇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은 보도 내용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청소년과 노인의 자살률이 OECD 회원국 중 제일 높다고 하니 말이다.

 

사실 사람이 우울증에 빠지는 이유는 백 가지도 넘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빠져나오는 길은 프로작 같은 항우울제 약을 복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결국은 단 한 가지 - 희망을 갖고 삶의 의욕을 되찾는 일이다.

FM 방송을 듣던 중 어느 청취자가 방 안에 쳐박혀 지내는 가족을 위해 신청한 "라비던스의 고맙습니다"를 듣게 되었다.

그가 방에서 나와 좀더 강해진 멘털로 이 세상을 밝게 살아가기를 염원한다는 격려의 말과 함께 전하는 4인조 크로스오버 보컬 라비던스[1]의 메시지는 "고맙다"와 "사랑한다"는 말이었다.

 

* 남성 4인조 라비던스의 첫 디지털 싱글 앨범 표지 (2020.11.)

 

지금까지 그리 해왔던 것처럼 노래 가사를 찾아보고 혹시 영어로 번역된 것이 없는지 조사했다.

포르테 디 콰트로의 "좋은 날" 같은 노래는 예상과는 달리 영어 버전을 찾을 수가 없어 내가 직접 번역을 한 바 있다.

다행히 존노의 글로벌 써포터즈가 영역해 놓은 것이 있었다. 그것도 心心相印 블로그에는 라비던스 멤버들[1]이 손글씨로 써놓은 게 펼쳐져 있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거의 갇혀 지내다시피 하는 온 국민을 위로하는 가사 내용도 감동적이었지만, 영어로 옮겨진 가사 역시 흠잡을 데 없이 잘 된 번역이어서[2] 쉼표와 마침표만 붙여[3] 아래 옮겨 적어놓았다.

 

 

고맙습니다  - 작사 강우경, 작곡 유해순, 노래 라비던스

Thank You  sung by RabidAnce

 

사는 게 힘이 들었소 사연도 나름 많았소

창밖으로 불어오는 외풍도 심했던 날들

Life was tough, things were tangled up.
Hard days, outside the window, drafts kept gusting up.

어느 날 새벽이었소 다 포기할까 해봤소

하루만 더 버텨보자 당신을 보며 견뎠소

One early morning, on the edge of giving up,
I said I’d hold out one more day, saw you and made it through.

그렇게 살다가 보니 기대어 살다가 보니

어느덧 비구름 지고 햇살이 좋은 날이오

I lived like that, I leaned on you.
And before I knew,
the rain clouds cleared and the sun beamed through.

나에게 당신만이 소중한 사람

당신이 있어 나는 살았소

버티며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오는구려

고맙다는 말 전하오

You’re my everything,
kept me here this long.
Powering through to this bright day, 
Thank you, is what I want to say.

마음이 무너져갈 때

괜찮아 말해준 사람

이번 세상 나를 위한 축복은 당신이었소

The one who, when my spirit broke, told me
things would be all right.
You’re the blessing this world sent me

그렇게 살다가 보니 기대어 살다가 보니

어느덧 비구름 지고 햇살이 좋은 날이오

 

And before I knew,
the rain clouds cleared and the sun beamed through.
I lived like that, I leaned on you.
And before I knew,
the rain clouds cleared and the sun beamed through.

나에게 당신만이 소중한 사람

당신이 있어 나는 살았소

버티며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오는구려

고맙다는 말 전하오

You’re my everything,
kept me here this long.
Powering through to this bright day,
Thank you, is what I want to say.

나에게 당신만이 소중한 내 사람

당신과 함께 살아가겠소

버티며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오는 구려

사랑하오.. 사랑하오.. 사랑하오.. 사랑하오..

사랑한단 말 전하오

My precious love, my everything,
With you, I’ll keep living on.
Powering through to more bright days,
I love you, I love you, I love you, I love you,
I love you, is what I want to say.

Translated into English by John Noh's Global Supporters

 

* 유희열, 라디오 천국 CD 재킷

 

라비던스의 노래는 연인의 사랑과 격려에 의지하여 삶의 의욕을 찾았고 그에 감사한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나의 청춘 시절에는 Paul Mauriat가 "Love is Blue"(사랑은 우울한 것)를 연주하여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다. 또 심야방송에서 영국의 프로그레시브 록 그룹 ELO (Electric Light Orchestra)가 "I saw you in midnight blue", "I'm feeling midnight blue"라고 절규하며 "Midnight Blue"를 부를 때면 나 역시 '한밤의 외로움증'을 느끼곤 했었다. 그때는 아무리 노력해도 가시적인 성과가 보이지 않던 20대였다.

 

얼마전 유희열의 "라디오 천국"이라는 곡을 듣게 되었다. 이 곡은 서울음대 작곡과를 나온 유희열 씨가 모 방송국 심야방송 DJ를 할 때 시그널 뮤직으로 쓰기 위해 스스로 만든 곡이었다. "이 음악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벅차고 설레어 내일의 희망을 품게 한다", "가슴이 뛰고 행복하고 때로는 그리워서 눈물이 난다", "힘들었던 시절 이 곡을 들으며 많은 위로를 받았다"는 청취자들의 댓글이 많이 달려 있는 것을 보았다.

자정, 그러니까 새 날이 시작하는 시간대의 방송이어서 DJ도 신청곡과 사연을 들려주며 위로와 격려를 아끼지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이 곡은 Pat Metheny Group의 "Last Train Home"에서 악상을 얻고 오마주한 곡이기에 누구나 그리워하는 고향, 천국을 모티프로 하고 있다.

 

* 고향으로 가는 열차와 자동차 행렬. Source: Pat Matheny, Last Train Home M/V

 

그렇다! 무슨 원인이 됐든 의욕이 떨어지고 자존감을 잃게 되었을 땐 거기서 멈추자.

자기가 가장 좋아하거나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 가족, 고향을 떠올려 보자.

그리고 그들과 재회할 때까지만이라도 죽을 힘을 다해 열심히 살겠다고 다짐해 보자.

그렇다면 우울증에서 어렵지 않게 헤쳐나올 수 있을 것이다.

 

아무 조건 없이
그대 안아줄 무엇이 있는가

그게 있는 한 그대는
쓰러지지 않을 거외다

Do you have something important
to embrace you with no condition?

As far as you hold the important thing,
you won’t collapse any more.

 

* 고향의 산천과 하늘은 늘 그립고 돌아가고 싶은 곳이다. 사진: 유양수.

 

⇒ 우리의 아름다운 시와 노랫말을 영어로 옮긴 것을 더 많이 보려면 이곳을 클릭하세요.

 

Note

1] 2020년 JTBC 팬텀싱어3 준우승팀인 라비던스는 아래 사진 왼쪽부터 황건하(뮤지컬 가수), 존노(테너), 고영열(소리꾼), 김바울(베이스, 리더) 등 이색적인 배경을 가진 4인으로 구성되었다. 팀명 라비던스(RabidAnce)는 '미친, 광적인'이란 뜻의 rabid와 '안내'라는 뜻의 guidance를 합친 것으로 美친 음악과 광적인 음악으로 안내하겠다는 포부를 담고 있다. 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크로스오버의 길을 개척하는 이들의 정체성을 표방하는 듯하다.

 

* 왼쪽부터 황건하, 존노, 고영열, 김바울. 출처: 나무위키

 

2] BTS, Black Pink 등 K팝 아이돌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게 되자 K팝 팬덤은 좋아하는 가수들의 노래ㆍ방송 뿐 아니라 소셜미디어로 실시간 공유되는 이들의 행동거지 속 한글까지 전부 배우고 싶어한다. 초기에는 이들의 노래가사를 영어 등 각국의 언어로 번역하는 데 그쳤으나 팬덤이 확장되면서 '최애', '부캐', '덕질' 등 팬클럽 활동을 위한 한글 은어까지 각국의 언어로 공유하고 있다. Oppa, Unnie, Choeae 등 자주 쓰이는 팬 용어는 한국어 발음대로 영어 철자를 적는 돌민정음(아이돌+훈민정음)으로 쓰이기에 이르렀다.

이에 하이브, YG, SM 등 K팝 기획사들은 교육부와 협력하여 외국인을 위한 한글 교육 콘텐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아이돌의 K팝이 해외에 한글을 전파하는 데 선봉장이 되고 있는 것이다. 조선일보, "K팝 스타 한글교재 인기", 2022.4.4.

이러한 추세에 부응하여 아이돌 이외의 유명 가수들이 부른 노래와 한국의 시들도 관심 있는 외국인들의 눈에 띄게 할 필요가 있다. 제대로 번역된 한국의 시가(詩歌)는 국제적인 문화교류에 기여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19세기 영국이 중동 지방에 진출할 때 피츠제럴드가 영어로 번역ㆍ소개한 페르시아의 위대한 수학자이자 시인인 오마르 하이암의 4행시(Rubaiyat)가 유럽 문단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 보면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3] 시를 발표할 때에는 'Poetic license'라 하여 문법과 맞춤법에 얽매이지 않아도 된다. 그래서 우리 시를 보면 구둣점을 아예 무시하는 무점파(無點派)와 원칙대로 붙이는 유점파로 나뉜다. 반면 영시와 같은 외국시를 보면 착실하게 구둣점을 붙이고 있으며, 심지어는 행(line)에 따라 들여쓰기를 하는 것도 있다.

마지막에 소개한 국ㆍ영문 하이쿠 자작시에 관해서는 이곳을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