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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 Day] Know Yourself!

Onepark 2022. 9. 13. 00:10

G : 9월 Book's Day는 추석 연휴가 끝난 다음날이네요. 이번 추석은 잘 쇠셨습니까? 연휴 기간 중에 읽은 책을 소개해주실 참인가요?

P : 추석 때 가족 친척들을 많이 만나면서 인간관계의 갈등을 느끼셨던 분이 많을 듯 싶어요. 여러 행사를 치르면서 주부들은 명절증후군을 피할 수 없었겠지요. 그런데 이런 갈등을 차원을 달리해서 보면 피하고 도망칠 게 아니라 껴안고 해결해야 하는 인생의 과제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G : 성경책 말고 그렇게 차원을 달리해서 볼 수 있게 하는 무슨 책이 있나요?

P :  네, 음양오행설에 기초한 중국과 한국, 일본의 명리서(命理書)입니다. 오늘은 이것을 현대적으로 풀이한 고미숙, 《나의 운명 사용설명서 - 사주명리학과 안티 오이디푸스》, 인문학, 사주명리를 만나다 (북드라망, 2014.11.)라는 책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G : 이 책은 사주팔자를 가지고 점을 치는 그렇고 그런 책이 아닌가요?

P : 오해가 없어야 할 것은 휴대폰도 사용설명서를 읽어야 그 기능을 제대로 이용할 수 있는 것처럼 이 책은 자신의 운명을 알면 삶에서 헛고생을 안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안티 오이디푸스'라는 부제에서 짐작이 가듯 인간관계의 갈등요소를 어떻게 풀 것인지 대안을 제시하고 있어요. 저자는 독서 공동체를 통해 말하기와 글쓰기를 지도한 인문학자 답게 다른 전문가의 말을 인용하여 전통적인 음양오행설을 철학적이면서도 과학적으로 해설하고 있어요. 한번 들어보세요.

 

[음양오행의 우주관]

팽창을 하며 물질과 에너지가 흩어지는 과정이 양(陽)의 과정이며, 물질과 에너지를 모으는 과정이 음(陰)의 과정이다.
여기 팽창의 과정에서 처음에 한 방향으로 뚫고 나오는 힘이 木이며, 목을 통해 한 방향으로 뚫고 나온 힘이 사방팔방으로 무질서하게 흩어지는 과정이 火이다.
또한 수축의 과정에서 한없이 흩어져 더 이상 흩어질 수 없는 상태까지 분열된 화를 거두어 수렴시키는 고정이 金이며, 금을 통해 수렴되면서 외부만 굳어진 것을 그 속까지 단단하게 응고시켜 한 점으로 통일시키는 과정이 水이다.
팽창하는 목과 화, 수축하는 금과 수는 제각기 자기의 운동 상태를 고수하려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이런 목 화 금 수를 부드럽게 달래 주며 중재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土이다.
 허훈, 《마음은 몸으로 말한다》(이담, 2010, 55-56), 74-75쪽.

 

G : '목 화 토 금 수'라면 자연을 구성하는 다섯 가지 주요 물질 또는 요소(5元素), 행성과 요일의 이름 정도로 생각했는데 심오한 뜻이 담겨 있군요.

P : 우리의 몸도 자연의 일부이므로 내가 타고 난 음양오행의 기운을 잘만 활용하면 큰 고생 없이 분수에 맞게 잘 살 수 있을 것입니다.  때로는 다음과 같은 통찰력을 바탕으로 시류의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며 살 수 있지요.

 

[현대사회의 명리학적 특색]

현대사회는 지식정보화 사회로 전 방면에 걸쳐 여성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여성 안에 있는 양기가 밖으로 발현되고 있는 것이다. 그에 비례하여 남성들은 점차 여성화되어 간다. 남성 안에 있는 음기가 작용하는 까닭이다. 헌데 그렇게 되면 안정된 가정을 꾸리기란 점점 더 어려워진다. 아니 아려워진다기보다 남녀 모두 결혼과 가족을 둘러싼 욕망들이 희박해져간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결국 음양오행론적으로 볼 때 가족의 해체는 필연적이다. 79쪽.

 

[사람의 인생이란 대운을 잘 만나야 하는] 점에서 고스톱의 원리와 비슷하다. 광(光)이 많다고 패가 잘 풀리지 않는다. 오히려 광이 많으면 괴롭다. 판을 포기할 수도 버릴 수도 없게 하는 게 광이다. 광이 좋은 건 광을 팔 때뿐이다. 판에 끼지 못하는 대가로 개평을 뜯는 것, 뭔가 의미심장하지 않은가. 그런가 하면 최고의 패는 피다. 껍데기라 부담이 없고 게다가 뭐든 될 수 있다. 피로 가득한 패는 그냥 치기만 해도 쌍피를 불러오거나 아니면 뭔가 다른 알맹이들을 물고 들어온다. 그러다 보면 전혀 뜻하지 않게 멋진 작품을 만들 수도 있다. 한 마디로 다양한 변용이 가능하다. 요컨대 패가 좋다는 건 패가 잘 풀리는 데 있는 것이지 무엇을 가지고 있느냐는 부차적인 사항이다.  97쪽.

 

G : 사람의 생일생시가 그 사람의 운명을 좌우한다면 한 날 한 시에 태어난 사람은 똑같은 삶을 살게 될까요? 일란성 쌍동이도 각기 다른 삶을 사는 경우가 많잖아요?

P : 비근한 예로 금년 2월 18일 서울시내 산부인과의 제왕절개 예약이 꽉 찼었고, 그날 많은 아이들이 태어났다는 말을 들었어요. 그 날이 60갑자로 임인년 임인월 임인일에 해당하여 새벽 3시~5시 사이의 인시에 태어난 사람은 이른바 호랑이가 4마리가 들어가는 사인검(四寅劍)을 갖게 됩니다. 그렇다면 이 사람들은 모두 비슷한 영웅적인 삶을 살게 될까요?

 

G : 중고등학교 동창회를 보면 어느 특정 기수에서 뛰어난 동문들이 많이 배출된 것을 봅니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그렇게 되긴 어렵지 않겠어요?

P : 맞습니다. 사람은 어느 시대에 어떤 가정에서 자랐고 어느 스승을 만나 공부를 했는지에 따라 삶이 달라지지요. 생일생시가 아무리 재복(財福)이 많더라도 이것을 살릴 수 없는 환경에서는 오히려 화(禍)로 작용하여 있는 재산마저 뺏기게 됩니다. 그리스 신화의 오이디푸스가 좋은 사례입니다. 아버지를 해칠 수 있는 운명을 타고 났다면 내다 버릴 게 아니라 악한 기운을 설(洩)하고 이를 선하게 활용하도록 하는 교육을 시켰어야 합니다. 

 

G : 좀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세요.

P : 사주명리학에서는 위와 같은 인적 네트워크를 육친(六親)이라고 하는데 그 사람이 태어난 날의 일간(日干)을 기준으로 정해지는 십신(十神)에 따라 다음과 같은 경향을 나타냅니다. 경험 많은 역술가는 그 구성과 배치를 보고 인간관계의 친소와 길흉을 판단하게 되지요.

 

* 친아버지인 줄 모르고 왕을 죽이고 스핑크스를 처치한 영웅이 되어 왕비와 결혼한 오이디푸스

[십신의 의미]

- 비겁(比劫) : 형제, 동료, 라이벌, 남편의 여자

- 식상(食傷) : 여자에게는 자식, 남성에게는 처가식구들, 할머니. 사람의 활동에 의해 생산되는 것의 총칭

- 재성(財星) : 아버지(의 경제력), 남성에게는 부인 혹은 애인

- 관성(官星) : 여성에게는 남편이나 애인(나를 극하는 존재이면서 사회적 지위나 조건을 규정하기 때문), 남성에게는 자식(왜냐하면 자식 이기는 부모는 없다?). 그러므로 자식이 성인이 되면 집을 떠나야 한다.

- 인성 (印星) : 남녀 모두에게 어머니(생명의 원천). 152-153쪽.

 

G : 더욱 알쏭달쏭합니다 그려.

P : 그럼 역사상의 유명한 인물을 예로 들어 말씀드리지요. 로마의 디도(Titus, 39-81 r.79-81) 장군 하면 예루살렘을 함락시키고 제2차 유대 전쟁을 이끈 로마의 장군으로서 아버지 베스파니아누스 황제를 이어 로마 황제가 되었습니다. 네로 황제의 왕궁 터에 콜로세움을 지어 로마 시민들에게 볼거리와 즐거움(이를 '빵과 서커스'라 일컬었음)을 안겨준 무소불위의 권세를 가진 사람이었어요.

그가 유대왕 아그립바의 누이인 버니게 공주와 약혼을 하고 개선장군으로서 왕비로 맞을 작정이었으나 '제2의 클레오파트라'를 맞을 수 없다는 원로원과 로마 시민들의 반대에 부딪혔습니다. 운명론적으로도 티투스의 팔자에서 재성이 관성에 의해 심하게 손상되어 있고 대운(大運) 역시 이롭지 않았기에 결혼은 성사되지 않았던 거죠. 그 전에 로마의 1급 신부감을 맞았던 두 번의 결혼[1] 역시 파국에 이르렀던 것입니다. 실제로 역사를 보면 그의 결혼생활은 모차르트가 "디도 왕의 자비(La clemenza di Tito)"에서 묘사했듯이 왕비의 불륜을 눈감아 주는 등 웃음거리가 되었고, 서기 81년 재위 2년만에 열병에 걸려 죽고 말았습니다.

 

G : 황제도 어찌 할 수 없는 운명이라 하겠으나, 예루살렘 성전을 무자비하게 파괴한 죄에 대한 천벌(天罰)이었다고 생각되는데요.

P : 마찬가지로 우리 사회의 지도층 인사들이 비서 같은 주변의 여성을 잘못 대하여 온갖 망신을 당하고 감방에 가거나 심지어 목숨을 끊은 사례에서도 그와 같이 설명할 수 있어요. 주변의 여자를 뜻하는 재성이 넘칠 때 관성이 의미하는 공적인 사회관계로 풀어내지 않고 자신과잉(自信過剩)이 되어 돈이나 물리력을 쓰려들면 반드시 사고가 납니다.[2] 요즘 세태(世態)에 관한 고미숙 씨의 관찰과 분석을 들어 봅시다. 

 

[섹시 무드 사회의 생존법]

오늘날 대중문화는 온통 섹시 컨셉이다. 우리 시대의 미적 척도에 섹시 미(美) 말고 다른 무엇이 있는가? 섹시하다는 건 무슨 뜻일까? 상대를 성적으로 느낀다면서도 청춘의 욕망은 괄호 속에 넣어버린다. 여성들은 여전히 순결을 지켜야 하고 사랑을 받아야 하는 존재에 불과하다. . .

명리학적으로 말하면 남녀관계는 인성으로 이어지게 되어 있다. 하지만 거꾸로 재성으로 후퇴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에로스가 화폐처럼 수량화되어 더 많이, 더 오래 받는 것이 목표가 된다. 남성들 또한 마찬가지다. 자식을 낳는 것도 원천은 에로스이다. 하지만 현대 남성들은 생식력이 극도로 위축되었고, 사회적 관계나 리더십 등 타자들의 삶에 개입하는 힘이 현저하게 떨어졌다. 그래서 결국 관성에 해당하는 (다시 말해 관성으로 흘러가야 할) 모든 힘을 재성으로 환원해 버린다.

그러므로 가장 먼저 성에 대한 리얼하고도 유쾌한 탐구가 필요하다. 욕망을 억압하지도 않으면서 자기배려의 기술을 터득해야 할 때다. 여성이든 남성이든 에로스가 능동적으로 살아 움직이면 그 힘은 자연스럽게 타자들 및 사회적 네트워크에 대한 열정으로 이어지게 되어 있다. 재성을 관성으로 터주기 위해서는 첫째, 직장이나 작업장은 격전지가 아니라 공동체적 관계를 맺는 곳으로 바꿔야 한다. 둘째, 여성들은 이제 짝짓기 기준에서 남성의 경제력을 우선시하지 말고 지혜나 유머, 우정과 양생 같은 색다른 기준을 적용하도록 한다. 왜냐하면 명리학적으로 남성에겐 재물과 여성이 한 통속인데, 돈을 잘 버는 남자는 절대 한 여자로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남녀관계에 있어서 가장 좋은 방법은 연애가 시작될 때부터 관성의 또 다른 잠재력, 곧 집합적 활동의 장을 대폭 넓히는 것이다. 사랑에 올인하면 상대가 좋아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금방 식상해지기 때문이다. 친구와 동료, 선후배 등 많은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으면 그것보다 더 이성을 사로잡는 매력은 없다. 항상 새롭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연애와 인맥, 결혼과 조직활동, 두 영역을 넘나들다가 생기는 좌충우돌은 좀 겪어도 괜찮다. 호르몬을 더 왕성하게 분비시켜 줄 테니 말이다.

이와 같이 에로스를 공동체적 유대나 활동으로 연동해야 하는 것은 그 과정에서 터득되는 지적 능력이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공동체적 관계와 활동은 그 자체로 배움터이다. 지성이 얼마나 강렬한 파토스를 내뿜는지를 모른다면 그건 참 슬픈 일이다. 여성들도 시대적 기운을 받아서 ‘지성과 에로스’의 능동적 주체가 되어야 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세대간 격차를 좁히는 데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혈연을 넘어 사회적으로 노년과 청년이 만날 수 있는 활발한 네트워킹이 이루어져야 한다. 재물과 관련하여 말하자면, 자식에게 유산을 물려주려 하기보다 혈연을 넘어 다른 청년들에게 돈이 흘러갈 수 있는 다양한 채널을 만들어야 한다. 노후에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우정과 배움이다. 따라서 노후대책은 이 두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것은 경제와 도덕의 차원을 넘어 고독과 소외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실존적 전략에 해당한다.

재성과다와 관성고립의 팔자를 넘어서는 비결 또한 여기에 있다. 넘치는 재성은 관성으로 흘러가야 하고, 고립된 관성은 자신을 충만하게 채워야 한다. 요컨대 돈은 사람을 만나야 하고, 또 사람과 사람은 서로 연결되어야 한다. 돈과 공동체의 행복한 만남은 그때 비로소 가능해질 것이다.  222-229쪽에서 발췌.

 

* 젊은 남녀에게 결혼운에 대해 설명하는 타로 점술사. Otolia Kraszewska (1859~1945)

G : 대가족제도가 해체된 요즘 젊은 남녀들이 결혼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가 자녀양육 문제 때문만은 아니군요. 만인의 관심사인 돈 버는 일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P : 명리학에서는 자연의 순리(順理)를 따르라고 말합니다. 무조건 돈을 추구한다고 돈이 생기는 게 아니며, 자기가 갖고 있는 자산, 이를테면 말/글솜씨와 끼, 주위의 인정을 받는 생산적인 능력을 활용한다면 돈은 저절로 생긴다(이를 '食神生財'라 함)고 합니다. 자식을 잘 키워도 새로운 세계와 접하는 등 큰 재산이 되지 않나요?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부모를 생각해 보세요.

 

[순리대로 부자되는 법]

식상이라는 상생의 운동을 거친 다음 재성이라는 유형의 자산이 구축된다. 하지만 금융자본은 식상의 단계를 생략한 채 곧장 재성으로 건너뛴다. 증권이든 부동산이든 거액의 돈이 오가는 현장에는 노동과 생산이 없다. 현물시장이 어떤지 아무도 모르고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냥 숫자놀음을 할 뿐이다.

본디 일간(日干)은 재성을 제압할 수 있다. 하지만 재성이 점점 비대해지면 오히려 일간을 뒤흔들게 된다. 금융자본주의는 모두에게 재다신약(財多身弱)의 리듬을 따르도록 강요하는 체제이다. 그런 팔자가 아닌 사람들도 재성이 극대화되어 이런 팔자로 살게 된다는 것이다. 식상을 쓰지 못하니 제대로 먹지도 못한다. 월가나 여의도 증권맨들이 햄버거, 샌드위치로 끼니를 때우는 모습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억대 연봉인데 의식주의 수준에선 노숙자나 다를 바 없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많이 가지고 있으면 뭣하는가? 그걸 누릴 시간도, 체력도 없는데~.

또 재성에 집중하니 관성이 꽉 막혔다. 관성은 단지 출세와 승진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리더십과 인복(人福)도 거기에 해당한다. 관성의 기운을 터득하려면 가장 먼저 사람을 좋아해야 한다. 사람들과 같이 일과 활동을 조직하고 구성하는 것을 즐겨야 한다. 그러면 돈은 저절로 이 관계와 활동 속으로 흘러들어가게 될 것이고, 그 과정에서 당연히 각양각색의 좌충우돌을 겪게 된다. 이걸 절대 피해서는 안 된다. 어떻게든 맞서고 헤쳐 나가다 보면 그 이전과는 전혀 다른 시공간이 펼쳐진다. 이것이 재성과 관성이 통하는(財生官) 길이다.

이 길을 열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재성은 일복이기도 하다. 출세는 하는데 인복은 점점 희박해지고 그러면 거의 모든 일을 자신이 직접 해야 직성이 풀린다. 결국 연봉은 올라가지만 몸과 마음은 한없이 피로해지는 운세가 바로 이런 것이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가장 먼저 몸이 무너진다. 재다신약의 특징 가운데 하나가 재물이 들어오면 건강을 잃는 것이다. 이런 것이 돈과 운명이 펼치는 한판승부이다.   207-208쪽.

 

평생 재물을 일구었지만 그로부터 아무것도 배우는 바가 없다면 얼마나 불행일까! 지혜와 유머, 우애와 효성 등은 실질적으로 나를 살아 움직이게 해주는 상생의 기운이다. 배움을 뜻하는 인성이 막히면 나를 충전할 백그라운드가 없게 된다. 부자들이 행복할 수 없는 이치가 여기에 있다.

그럼 이러한 악순환의 사슬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명리학적으로는 아주 간단하다. 먼저 곧바로 재성으로 가지 말고 식상의 단계를 거치는 훈련을 해야 한다. 쉽게 말하면 워밍업을 충분히 한 다음에 '돈벌이' 재성을 일구라는 것이다. 먹고 떠들고 말과 글로 표현하고  끼를 발휘하고 …… 이런 즐거움을 충분히 누리면서 돈을 벌라는 뜻이다. 그런 사람은 쉽사리 돈의 노예가 되지 않는다. 그 다음엔 재상을 관성으로 터주어야 한다. 재물은 무수한 인연들의 집합체이기 때문에 그대로 가두어두면 위험하다. 그러니 사회적 관계 안으로 흘러가게 해야 한다. 단순한 기부보다는 증여를 통해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결해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삶의 새로운 형식을 창조하는 것이 관성의 핵심인 까닭이다. 관성이 충만해지면 인성의 문은 저절로 열리게 되어 있다. 타자를 만나고 새로운 활동이 구성되면 인성, 곧 배움의 열정은 자연스럽게 솟구치는 법이다.  209-210쪽.

 

G : 네, 어떤 큰 그림이 그려지는 것 같습니다. 그 밖에 참고할 만한 사례가 또 있을까요?

P : 이상과 같은 이야기나 해설은 YouTube에 들어가 보면 무수히 많습니다. 그 중에서 자기의 관심사에 부합하는 주제를 골라 들으시면 되지요. 그 중에서도 음악평론가 강헌 씨의 변신은 놀랍습니다. 그가 43세에 대동맥 파열로 사경을 헤맨 후 25년 전에 친구 아버지가 자기에게 예언처럼 해주셨던 말씀이 생각났답니다. 그 말씀을 주의깊게 듣고 대비했더라면 간단히 입원치료로 끝날 일을 장례식 준비를 하기에까지 이르렀다고요.

Know Yourself! '네 자신을 알라'는 말처럼 자기의 命과 運을 아는 사람[3]은 결코 무리하지 않을 뿐더러 나가고 물러설 때를 헤아려 지혜롭게 처신할 것입니다.

 

Note

1] 티투스는 군 출신 신흥귀족의 자제로서 약관의 나이에 군사호민관(military tribune)이 되어 아버지 베스파시아누스와 함께 브리타니아, 게르마니아 등지에서 복무했다. 64년 로마로 돌아와 귀족 가문의 테르트라와 결혼했으나 곧 사별하고, 그 이듬해 프루니라와 재혼했다. 그러나 처가는 제위 후계자 그룹에 속해 네로와 경합을 벌이던 유력한 집안이었는데 결혼하던 해인 65년 네로의 암살음모 사건(Pisonian conspiracy)에 연루되었고, 그는 의사에 반해 아내와 이혼해야만 했다. 67년 아버지를 따라 유대전쟁을 평정하기 위해 팔레스타인에 부임하였으며 68년 네로 황제의 사후 불안정한 정국에서 아버지 베스파니아누스가 집권하는 데 일조하였다. 70년 2년간의 치열한 공성전 끝에 예루살렘을 함락시키고 71년 로마에 개선했다. 그때 약혼녀로 동반했던 유대공주 버니게는 성경 사도행전에서 바울의 재판과 관련해 잠깐 등장(25:13, 23)하기도 했다. 티투스는 재위기간 중 베스비오 화산 폭발(79년), 로마 화재(80년) 등 다사다난했으나 콜로세움 완공 후 100일간의 축제를 벌이는 등 민심을 달래기에 온힘을 쏟았다. 티투스가 의문의 죽음을 한 후에는 그의 동생 도미티아누스가 제위를 계승했다. 

 

2] 서울대 경영대 P교수는 경영학계의 태두로 불리며 유수 대학교의 총장 물망에도 올랐다. 그런데 정년을 불과 몇 해 앞두고 2015년 6월 성희롱 사건으로 서울대 교수직에서 파면되었다. 평소 그의 언행에 불만을 품은 여학생들이 그의 성희롱 내용이 포함된 사석에서의 발언을 녹취하여 방송사에 제보하는 바람에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사람들의 욕망이 치솟는데(財星 과다) 이를 조직 내 인적관계의 형성(官星으로 억제)을 통해 서로 배우고 가르쳐 주는 것(印星 증진)이 바람직함에도 현실은 財星으로 환원하기 일쑤여서 돈으로 입막음을 시도하는 스캔들을 양산하고 있다. 현대 문명의 섹스 코드가 돈벌이에 이용되다 보니 줏대 없는 남자들은 그 다음 단계로 발전시키지 못하고 여기에 매몰되어 버리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P교수가 술자리의 걸쭉한 입담으로만 풀지 말고, 현대의 기업·기관 등 조직체들이 안고 있는 성차별, 양성갈등의 문제를 세미나를 통해 학문적으로 접근하였어야 했다. 그리했더라면 P교수는 더욱 존경 받는 대학자가 되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3] 항상 어두운 낯빛을 한 법조인이 있었다. 우연찮게 그의 사연을 들어보니 참으로 딱했다.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며 하숙을 했다. 사법시험에도 비교적 일찍 합격했다. 홀어머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옛날 하숙집 딸하고 결혼하자 고부간의 전쟁이 시작됐다. 이건 시도 때도 없는 전쟁이었다. 또 전투의 당사자인 고부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그 주된 희생자가 되어 숨이 옥죄어 옴을 느꼈다. 살벌한 전투현장에서 삶의 진액이 소진되어 헉헉거렸다 ‘나는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 하는 의문은 가슴에 덩어리를 지우며 눌러앉았다.

그는 시험공부할 때도, 결혼할 때도 한 번도 사주 점을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적어도 자기 운명의 추세(위에서 말한 '내 운명의 사용설명서')는 알아둘 필요가 있다고 말해 주었다. 그래서 마침내 사주팔자 풀이를 듣게 되었다. 놀랍게도 자신과 모친 그리고 처의 사주팔자 속에 고부간의 전쟁은 필연적인 것으로 나와 있었다. 그는 한 깨달음을 얻었다. 아! 이것이 운명이라면 조용히 받아들이고 살 길을 찾아보자. 그후부터 그의 마음에는 평화가 찾아들었다. 고부간의 전쟁은 계속되었어도 그가 이 전쟁에서 터지는 폭탄에 피 흘리는 일은 더 이상 없게 되었다. 신평, "사주팔자 이야기", 대한변협신문, 2012.10.02.

'밤나무 검사'로 알려진 송종의 전 법제처장의 증언은 더욱 경이롭다. 평생 점을 본 적이 없었던 그가 홍콩에서 우연찮게 상수역 점(象數易占)을 보고 놀랐던 일화는 송종의, 《밤나무 검사의 글 자취》(Book.pdf), 2021, pp.19~26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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