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도 벌써 하순이다. 새해를 맞을 때 그리도 창창하던 1년이 (또는 크리스마스가) 이제 석 달밖에 남지 않았다.
두 차례 가을 태풍을 걱정하다보니 9월이 다 지나갔다고들 말한다.
하는 일 없어도 연금이 입금되는 하순이 반갑긴 해도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피하거나 자제했던 행사가 많아 당장 돈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며칠 전엔 꿈 속에서 아무 준비 없이 학교 강의를 해야 한다는 말에 화들짝 놀라 깬 적도 있었다.
지금도 서재의 컴퓨터 앞에 앉으면 한없이 자유로운 입장이다. 동서고금을 넘나들며 세계 어느 곳이든 갈 수 있다. 그러나 별로 의미 없는 일을 하며 귀중한 시간을 보낸다면 그것은 허송세월(虛送歲月)하는 것이다.
비록 '집콕'하며 대부분 간접경험으로 보낸 9월이었지만 나는 얼마나 의미있는 일을 했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1980년대 중반 네덜란드 정부의 펠로우십을 받고 암스테르담 대학교 대학원에서 유학을 한 적이 있다. 그때 하멜 표류기(Hamel's Journal and a Description of the Kingdom of Korea, 1653-1666)를 읽고 그것이 그가 화란 동인도회사(VOC) 소속 직원으로서 조선에 억류되어 있던 기간의 밀린 임금을 청구하기 위해 적은 활동 보고서임을 알았다.
나도 은퇴 후에 책을 손에서 놓지 않고 여기저기 메모나 스크랩해둔 것을 뒤적거리며 누구에겐가 유익한 정보와 자료가 될 수 있는 블로그 기사를 주 1회 이상 올리고 있다.
그래서 결실의 계절을 맞아 내가 과연 제대로 하고 있는지 스스로 점검해 보기로 한 것이다.
카톡방, SNS 공유 기사
태풍 힌남노가 지나간 후 롯데 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서울 풍경은 평소 스모그에 가려져 있던 것과는 달리 서울 주변의 산과 지형이 아주 똑똑히 보였다.
다만, 아쉽게도 추석날 밤 보름달은 구름에 가려 보일 듯 말 듯 하였다.
이 무렵 서울을 찾은 외국 여성이 경복궁 투어를 하면서 한복을 입은 자태가 이렇게 고을 수가 없었다.
우연히 틱톡에서 발견한 어느 여성의 해맑은 미소를 보고 나도 모르게 표정이 밝아졌다.
진안에 살며 농촌생활의 애환을 전해주는 친구는 마이산의 코스모스 풍경 사진을 예쁘게 찍어 동창들에게 공개했다.
랜선 여행 및 공연 체험
파리에 간 여행가가 '파리의 하늘밑' (쥴리엣 그레코의 "Sous le ciel de Paris" 노래 같은) 사진을 보내주어 나도 꿈속에서라도 가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몽블랑 샤모니는 전에 한 번 가봤는데 케이블카를 타고 촛대 같이 생긴 에귀 뒤 미디 전망대에 또 올라가고 싶었다.
볼로냐의 시내와 전원 풍경은 언제 보아도 눈이 시원했다.
9월 13일에는 KBS 1FM의 보이는 라디오(YouTube)를 통해 첼리스트 임희영의 연주와 그의 개인 악보를 볼 수 있었다.
음악 케이블 ORFEO에서는 코로나 팬데믹을 극복하고 열린 잘츠부르크 음악제에서 노장 바이올리니스트 토마스 체트마이어(1961~ )가 바흐의 파르티타 2번을 눈을 감고 연주하는 장면은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영화 및 음악감상
평일 오후 OBS에서는 <전기현의 씨네뮤직> 특집을 재방송으로 보여주는데 거의 빠짐없이 시청하고 있다.
미국 헐리웃에 진출한 잘 생긴 테너 가수 마리오란자는 영화에도 출연하여 "Be My Love" 같은 노래를 부른다. 그의 노래는 힘차고 흥겨웠으나, 그가 미국에서 헐리웃 연예기획사에 너무 혹사 당한 결과 건강을 해치고 말았다.
반면 영화 <Brooklyn>에서는 아일랜드 처자가 미국에 이주하여 정착하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려놓았다.
그리고 Netflix에서 장기이식에 관한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 <2 Hearts>(2020)를 보고나서 오래 전에 소화기관을 통째로 이식받았던 은서 케이스가 생각나 KoreanLII에 Organ transplantation에 관한 항목을 새로 만들어 올렸다.
Audio 복고시대
요즘은 많은 언론사에서 활자로 보기 어려운 독자를 위해 오디오 서비스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
KBS 1FM "김미숙의 가정음악'의 한 코너인 '문장의 풍경'는 곱씹어 볼 만한 좋은 구절을 읽어 주곤 하여 나도 애청자가 되었다.
- 9. 1. 한수산의 《겨울나그네》
- 9.13. 코엘료의 《연금술사》
- 9.19.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
- 9.22.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
- 9.23. 《네루다의 우편배달부》에 나오는 메타포
개인적인 노력
좋은 시나 마음에 드는 노랫가사를 발견하면 번역을 해보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다음의 시와 노래말을 영어로 옮겨 9월 28일로 운영 12년째를 맞는 온라인 법률백과사전 KoreanLII의 Ageing, Virtual person 항목의 Poetry 섹션에 추가하였다.
* 최백호의 "낭만에 대하여" - Regarding Romanticism
* 송랑 구연식 시인의 "광복동 마네킹" - Gwangbok-dong 15 – mannequin
2년 반만에 재개된 양재 온누리교회의 수기 스쿨에 스탭으로 참가하여 나도 수기치료를 받았다. 몸이 이곳저곳 아픈 것이 병원에 갈 정도는 아니고 수기치료 몇 번이면 싹 가실 것 같아 수기 스쿨이 다시 열리기를 학수고대하고 있었다. 나도 2018년 수기 스쿨 3개월 기초과정을 마친 후 심화과정을 거쳐 몇 차례 국내와 해외 의료봉사 아웃리치에 참여한 바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아들과 손자가 오미크론에 감염되는 바람에 동선분리가 가능한 우리집에서 격리생활을 하도록 했다. 자고로 가을은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라고 했는데 "몸도 마음도 튼튼"해지고 볼 일이다.
살처럼 빠른 세월
자칫하면
무위도식(無爲徒食) 신세
Time flies ~.
If you don't do anything significant,
you waste your time.
이와 같이 9월 한 달을 회고해보니 내가 한 일이 적지 않음을 알았다. 그래도 특기할 만한 것은 KoreanLII에 새로 추가한 기사(Ageing, Organ transplantation, Stalking 등)를 포함해 누군가 KoreanLII 기사를 읽고 도움을 받았을 것이라 생각하니, 아직은 보완해야 할 사항이 많지만, 마음이 흐뭇해졌다. '우영우 변호사'의 말을 빌린다면 "뿌듯함"이라고 할까?
그래서 내친 김에 한국법제연구원에서 제공하는 영문 장기이식법에서 적잖은 오류가 발견되어 영문법령 오류찾기 이벤트에도 참여하기로 했다. KoreanLII를 운영하면서 영문법령을 많이 참고하고 인용할 수밖에 없는데 연말까지의 이벤트 기간 중 오류를 신고하면 커피&샌드위치 기프티콘 경품까지 준다니 "도랑 치고 가재 잡고"가 아닐 수 없었다. 사실 필요한 사람에게는 아무리 AI 자동번역 시대라 해도 이와 같이 영어로 충실하게 번역된 자료는 아주 귀중한 것이다.
이처럼 개인적으로는 힘든 작업이었음에도 시간과 노력, 비용의 대차대조표를 만들어 보니 '남는 장사'임에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2022년 9월에 부치는 편지는 어쩐지 두툼해 보일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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