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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우리 모두 도덕재무장을 할 때!

Onepark 2022. 10. 3. 20:30

내 나이 또래의 사람들이 대부분 그러하듯이 고등학교 동창들을 자주 만난다.

아무래도 사춘기 시절을 같이 보냈고, 무엇보다 우리는 같이 예배를 보며 성경공부를 하였기에 유대가 좀더 각별한 것 같다. 공식 행사 때나 비로소 부부동반으로 모이는 대학동기들과는 달리, 사적으로도 부부가 함께 만나는 경우가 많다.

대학 전공이나 직업이 다양했던 만큼 모여서 나누는 화제도 아주 다양하다.

 

얼마 전 오프라인(식사 모임)과 온라인(화상회의)을 통해 고교 동창들 여럿이 만날 기회가 있었다.

Zoom을 이용한 화상회의는 강신후 서울대 명예교수의 사회로 예배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10월 3일 첫 모임에서는 미국에 유학을 가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후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다시 신학을 공부하고 목회자가 된 최루톤 목사(남산 한양교회 시무)가 설교를 맡았다.

고등학교 때 종교부장을 했던 최 목사는 우리가 '큰 빛' 대광고를 다닌 이유를 사도행전 20:24을 중심으로 설명했다. 즉, 우리는 ① 평생 신실한 예배자가 되어, ② 가족과 이웃을 위한 중보기도자 역할을 다하고 , ③ 예수의 군대가 되어 사탄과 전쟁을 벌이면서 ④ 땅끝까지 전도하는 선교사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고등학교 졸업 50주년 행사에 앞서 우리가 미션스쿨을 다니게 된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오른쪽 사진 두번째부터 최루톤 목사, 모임을 주도한 오제명 장로, 첫 모임 사회자 강신후 교수.

 

고등학교 친구들의 모임에서는 늘 그러하듯이 공통된 화제인 여행과 골프, 신앙생활 이야기를 주로 나누게 된다.

Zoom 회의의 며칠 전에 가졌던 식사모임에서는 이색적으로 이른바 '국뽕'이 화제에 올랐다.

다음은 우리가 나누었던 이야기를 실명은 밝히지 않고 A, B, C, . . . P의 대화체로 소개하기로 한다.

 

P : 코로나로 집콕하면서 유튜브를 보는 시간이 늘었는데 '국뽕'에 눈길이 많이 가더라. 한국 기업이, 한국 사람이 해외에 나가서 처음엔 외면 받고 괄시 당하다가 나중엔 '엄지 척'하고 인정을 받는 이야기는 기분이 좋더라고.

A : 지난 정권 때 '죽창가'를 외친 모 인사의 권장으로 다소 과장이 포함돼 있더라도 국가적 자긍심을 갖게 하는 국뽕 콘텐츠가 인기를 끌었지. 그런데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과장되거나 자극적인 내용을 담은 가짜 뉴스(fake news)가 많다는 점을 유념하고 보아야 해. 유튜브 제작자도 알고리즘을 꽤뚫고 무슨 내용을 넣어야 사람들이 '좋아요'와 '구독'을 누르는지 알기 때문에 수입을 올리기 위해 실제보다 크게 부풀려서 담는 경우가 많거든.

 

* 대광을 빛낸 졸업생들. 권오현(전 삼성전자), 차광렬 회장이 같은 23회 동기다. 출처: 대광고 YouTube

P :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요즘 잘 나가는 우리 기업은 엔터테인먼트와 방위산업인 것 같더라고. 사실 K-팝과 K-무비, 자주포와 탱크, T-50은 세계적 반열에 올랐잖아? 휴대폰과 가전조립 공장의 경우 베트남을 손절하고 인도 등지로 옮기는 게 사실인가?

B : 일부는 사실이고 또 일부는 사실무근이야. 기업을 경영하는 입장에서는 글로벌한 시각에서 각국의 전략적 장ㆍ단점을 비교ㆍ판단하지 않을 수 없거든. 유튜버들이 말하듯 경영진의 개인적인 감정이 작용하는 일은 매우 드물어. 예컨대 어느 나라에서 현지 생산제품이 아니면 세금을 많이 물리겠다고 할 때 세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나라에서는 생산을 줄일 수밖에 없지. 하지만 한국 기업의 규모가 워낙 커졌기에 현지 국가에서는 이러한 결정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순 있겠지.

  

A : 유튜버들이 구독자 수에 민감하다 쳐도, 우리들까지 구독자나 조회 수가 많은 채널을 우선적으로 보는 것은 주의할 필요가 있어. BTS, 블랙핑크의 노래와는 사뭇 다르거든. 우리 취향에 맞지 않은 노래는 꺼버리면 되지만, 정치ㆍ종교에 관한 채널은 미끼 같은 콘텐츠가 많아 한번 빠져들면 중독되다시피 하는 경우가 아주 많다고 해.

P : 나도 어느 정년퇴직한 역사학자가 역사연구의 관점ㆍ방법론으로 성경을 풀이하는 것을 보고 여러 차례 들어봤는데 그런 점을 느꼈어. 자기는 성경을 수십 번 통독했고 여러 신학자들의 저서를 지금도 읽고 있는데 교회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는 거야. 처음엔 사료(史料)를 분석하고 검증하듯이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구약의 예언, 성령 수태, 부활에 대해 이성적으로 판단을 해봤다는 말에 혹(惑)했어. 그분 말씀은 기성 교회 목사들의 설명은 이기적이고 독선적이라는 거야.

그렇다면 나도 그분처럼 교회를 떠나야 되나? 내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는 누구에게 중보기도를 요청해야 하나? 국내외 전도와 선교는 누가 감당하지? 우리가 역사를 배울 때 부처님의 말씀도 소승불교와 대승불교로 나뉘고, 우리나라에서도 교종(敎宗)과 선종(禪宗)으로 갈라진 것처럼 이 분은 불교 같으면 소승불교, 선종을 믿을 분이구나 하고 그분의 채널 보기를 중단했어.

유튜브의 좋은 점이 처음에 계속 추천해주던 채널도 몇 차례 외면을 하니 새로운 선택(choice)에 맞게 영상을 추천해주는 것이었어. 그래서 국뽕 성격의 유튜브 채널도 나의 관심사와 선정기준을 명확히 하니 나름대로 가짜뉴스는 많이 걸러냈다고 조금은 안심했지.

  

* 대광예배자모임의 Zoom 회의(2022.10. 3) 장면

C : 우리는 사춘기 시절 정신적으로 방황할 때 주류에 속한 교회의 신앙 교육을 받은 것을 참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해.

우리 동기들 중에는 목사, 장로님들이 많이 배출되었지만 기성 교회와 교단에 문제가 있는 교역자와 교회행정가들이 많이 있거든. 자격이 없는데도 목회를 하거나 성경말씀 특히 그리스도의 복음과 다르게 교회를 운영하는 사례가 너무나 많아. 우리 동창 중에 박득훈 목사처럼 그러한 세태에 경종을 울리는 예언자적 사명을 실천하는 사람이 더 많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해.

D : 나도 동감이야. 그래서 예수님도 등불을 말 아래 두지 말고 등경 위에 두어 어둠을 밝히라고 하셨잖아! 이런 촛불이 하나 둘씩 늘어날 때 우리 사회의 어둠도 차츰 걷힐 거라고 믿어.

 

* 대광고의 교훈 '경천애인'은 하나님을 경외하고 이웃을 사랑하라는 십자가 정신을 의미한다.

P : 요즘 뉴스를 보면 천연덕스럽게 거짓말하는 사람이 어찌나 많은지, 어린애들 말싸움 같은 정쟁을 일삼는 정치인들도 많고 정말 걱정이야. 우리가 고등학교 다닐 때 배웠던가? 지금이야말로 우리 사회에 도덕재무장(Moral Re-Armament: MRA) 운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다만, 젊은 세대는 순결(purity), 무사(無私, unselfishness) 같은 덕목을 앞세우면 부담을 갖거나 어려워할 테니 정직(honesty), 사랑(love)을 내세워 지금의 혼탁한 사회 세태를 바로잡자고 말해야 할 거야.

E : 그럼 이 일을 누가 맡아서 하지? 우리 동기들 중에도 유명한 목회자도 있고, 전직 협회장, 대학총장과 명예교수도 많으니 그네들 보고 앞장서라고 말해야 할까? 
이런 일을 능히 감당할 만한 젊은이들을 눈여겨 보았다가 "우리가 적극 후원을 해줄 테니 깃발을 내걸고 전진하시오. 그럼 우리도 뒤따르겠소" 이렇게 말해야 하나?

 

* MRA/ Initiatives of Change의 모토. 출처: 세계도덕재무장 한국본부 홈페이지

F : 처음부터 너무 거창한 목표를 세우면 지레 포기하는 사람도 있을테니 당장 우리 주변의 할 수 있는 일부터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봐. 그러므로 지금 우리가 할 일은 목표지점과 경주 트랙을 정비하고 바톤 터치(임무교대)를 원활히 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이것은 어느 한 사람이 하는 것보다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합심하여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D : 이런 일은 다른 사람에게 미룰 게 아니라 나 자신부터 실천에 옮겨야 해. 오늘날 한국의 교회가 목소리를 잃은 것은 개교회가 줄어드는 신도로 생계형 운영에 급급한 측면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각 교단의 리더십이 정치적 사안을 애써 외면하려는 데 있어. 하늘나라와 의(義)를 구하기보다 자기네가 다스리는 지상천국과 이(利)를 구하고 있는 게 현실이지. 오늘 당장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걱정하면서  거짓말을 일삼는 게 아닌가 싶어.

 

P : 그럼에도 일부 교회에서는 차별금지법안의 동성애 차별 금지, 사회적 성(性) 인정, 낙태 허용, 사립학교의 종교교육 금지 등의 문제에 명백히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서명운동을 벌이기도 했어. 그런데 '거짓말 하지 않기', '거짓말 한 것 사과하기' 같은 캠페인도 벌일 수 있을 텐데 특정 정치인을 겨냥하는 것 같아 몸을 사리는 게 아닐까?

G : 이제 작년 코로나 때문에 연기했던 고등학교 졸업 50주년 행사를 준비하면서 이 문제도 관심을 갖고 추진하는 게 좋겠어. 다행히 우리 동기들 중에는 목회자와 은퇴한 학자, 컨설팅 전문가들이 여럿 있으니 각자 장기(長技)를 살려 한 가지씩 준비를 하여 한데 모은다면 만인의 마음을 움직이게 할 수 있는 도덕재무장을 위한 액션 플랜(Action Plan)을 마련할 수 있을 거야.

 

혼탁한 세상
정직과 사랑만이
고칠 수 있네

What a disappointing world!
Only honesty and love
can cure a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