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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vice] 백패커 백 쌤에게 배운 것

Onepark 2022. 10. 5. 10:50

tvN에서 방영하는 예능 프로 중에 백종원 씨가 남자 연예인들과 함께 진행하는 <백패커>가 있다. 제작진이 의뢰한 곳에 가서 백팩(배낭 또는 차 트렁크)에 넣고 갈 정도의 식재료를 가지고 식사를 제공한다는 컨셉이다.

며칠 전 오후에 본 백패커 프로는 정말 이색적이면서도 감동적이었다. 흔한 예능 프로의 한 가지려니 했는데 백종원 씨와 그의 일행이 나에게 귀중한 조언을 해주는 것 같았다. 

 

* 이하 사진출처: tvN에서 캡쳐,

이날 백패커스가 의뢰받은 미션은 대전에 있는 기숙사에 가서 300여명의 학생들이 단체급식 아닌 '대학가 맛집'의 음식을 먹을 수 있게 해주는 것이었다. 일행을 태운 자동차가 향한 곳은 KAIST가 아니라 미래의 국군 간호장교를 양성하는 국군간호사관학교였다. 엄격한 학교 규율에 매여 사관생도들은 대학가의 제대로 된 맛집에 가볼 수 없는 사정이 엿보였다.

3시간 남짓한 동안 백종원 씨(이하 "백 쌤")와 그의 팀원들은 정말 숨가쁘게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이날의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치는 것을 보았다.

 

그들의 행동은 12년째를 맞은 온라인 법률백과사전 KoreanLII의 이용자 증대를 위한 업그레이드와 동역자/후계자 영입에 골몰해 있는 나에게 딱 들어맞는 조언이 아닐 수 없었다.

- 고객(User)을 어떻게 하면 만족시킬 수 있는가.

- 메뉴(Content articles)는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

- 팀원(Collaborators)은 누구를 어떤 식으로 구성할 것인가.

- 비상사태(Emergency Plan B)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 고객의 희망사항(Feedback from users)은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

 

* 백패커 백종원 씨는 조리사가 아니라 영락없는 솔선수범형 지도자의 모습이었다. 사진출처: tvN 캡쳐.
* 이날의 식판에는 평소의 밥과 김치 외에 마라샹궈와 가츠산도, 시저 샐러드와 디저트가 담겼다.

 

고객을 어떻게 하면 만족시킬 수 있는가.

이날의 고객인 사관생도들을 백 쌤이 직접 만나보고 제작진으로부터 의뢰받은 사항을 확인한 후 메뉴를 정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평소 먹던 음식이 아니고 대학가 맛집에서나 먹어볼 수 있는 마라샹궈를 한 생도가 외치자 백 쌤은 일순 당황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파인 다이닝 디저트도 먹고 싶다는 말과 함께 여러 사람이 이에 동조하자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미슐렝 셰프인 키가 큰 파브리가 팀원으로 동행하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라샹궈는 특제 소스가 필요하고, 많이 먹어보긴 했지만 만드는 것은 자기도 처음이라고 했다. 백 쌤은 "여러분의 요청은 무시하지는 않겠고 가능한 범위에서 최선을 다해 보겠다"고 응답하는 것이었다.

역시 음식은 눈으로 보는 게 아니라 맛있게 먹을 수 있어야 하므로 만들 줄 아는 것보다 자기가 여러 번 먹어본 것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음식이란 가짓수 많은 게 아니라 고객의 입맛을 만족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사실 백 쌤은 조리사 자격증이 없는 요식업 CEO이기 때문에 그러한 결정은 당연하다고 여겨졌다.

 

⇒ 법률 콘텐츠는 물론 법학 교과서에 나오는 기본 항목도 필요하다. 하지만 이용자가 필요로 하는 항목을 많이 올려 놓아야 더 많은 사람이 찾을 것임은 말할 나위도 없다. 아무래도 그 선정기준은 언론에 자주 보도되는 시사성 있는 사항이라고 하겠다.

 

메뉴(Content articles)는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

백 쌤은 일단 식당 주방과 식재료 보관창고, 냉장고 안을 일일이 확인한 다음 팀원들과 상의하여 메뉴를 결정하는 것을 보았다. 지금 보유하고 있는 자원을 확인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리고 외부에 전화를 걸어 특제 마라 소스를 부탁하고 제 시간에 퀵서비스로 도착할 수 있음을 재차 확인했다. 마라샹궈는 처음 먹어보는 사람이 많으므로 그리 맵지 않게 하되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닭봉같은 재료를 충분히 쓰기로 했다.

식재료가 넉넉히 준비되어 있는 돈가스를 이용해서는 가츠산도를 만들고 미슐랭 셰프의 특기인 제철 채소와 방울 토마토를 듬뿍 넣은 시저 샐러드를 내놓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마라샹궈의 매운 맛을 달래줄 파인 다이닝 디저트로서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오레오 튀김을 생각해 낸 것은 제일 빛나는 아이디어였다.

 

⇒ KoreanLII는 Wikipedia 스타일의 백과사전이므로 그 기본적 기능에 충실해야 한다. 어떠한 법률 항목이든 개념 설명과 함께 실정법 조항을 영문으로 인용하고 관련판례까지 소개하면 좋을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이러저러한 항목이 있을 것을 기대하고 찾는 위키피디아 사전과 달리 KoreanLII의 존재를 모르는 이용자 특히 외국인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용자가 관심을 가질 만한 해당 항목과 관련있는 키워드를 인터넷 검색에 많이 걸리게끔 배열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운영자의 입장에서 한국적 특색을 살릴 수 있는 시와 노랫말을 해당 항목에 배치하여 조금은 엉뚱하지만 시 구절을 보고 찾아오는 외국인 이용자가 관련 법률항목에도 관심을 갖도록 신경을 쓰고 있다.

 

팀원(Collaborators)은 누구를 어떤 식으로 구성할 것인가.

백패커 프로에서는 제작진이 백 쌤과 협의해서 캐스팅하겠지만 내가 본 프로에서는 이색적인 장면이 많이 등장했다.

우선 자격 요건으로는 요리 프로에 출연한 적이 있고, 음식을 준비하면서 시청자들에게 뭔가를 보여줄 수 있는 '끼'가 있는 사람이어야 할 것이다. 실제로 조리사 자격증이 있거나 단체급식이 많은 만큼 군대 취사병 출신과 요리가 취미인 사람이 뽑혔다. 다른 사람과 친화력이 좋고 짧은 시간에 노래나 우스갯 소리로 분위기를 띄울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이날 프로에서는 평소 예능 프로에서 요리실력을 뽐낸 허경환이 특별출연하여 그 특유의 입담을 과시했다. 그리고 예상했던 대로 일손이 딸리는 곳에 가서 서슴치 않고 일을 도와주는 장면이 많았다.

백 쌤은 평소의 실력을 눈여겨 보았다가 식재료를 구입하러 가는 팀과 주방에 남아서 쌀을 씻어 안치고 계란을 삶거나 방울토마토를 씻는 팀으로 나누어 각자 할 일을 나눠주었다. 

 

* 개그맨 허경환은 카드 게임의 조커 역할을 다했다.

⇒ KoreanLII 운영에 있어서도 동역자의 특성과 장점에 따른 역할 분담과 분업화된 작업이 절대적으로 요청된다.

지금 당장 있어야 할 사람은 이용자의 관점에서 무슨 콘텐트가 필요하고 사소한 오류라도 찾아내서 운영자에게 귀띔해 주는 보통사람들이다. 영어 번역을 잘 하고 법률에 정통한 사람은 그의 작업 분량에 따라 나중에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 된다고 본다.

 

비상사태(Emergency Plan B)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이날 프로 중에도 어김없이 손에 땀을 쥐는 비상사태가 여러 번 발생했다.

첫째, 시간을 맞추는 일이었다. 쌀을 씻어 안치기만 했지 쿠커의 취사 버튼을 누르는 것을 깜박하여 시간을 놓칠 뻔 했다. 이런 사태를 방지하려면 옆에서 챙겨주는 조수가 꼭 있어야 할 것이다.

두 번째 장면은 고급음식점에서 파인다이닝 디저트를 만들다 보니 이탤리언 셰프의 일하는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점이었다. 백 쌤은 그를 돕는 데 그치지 않고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페이스 메이커를 붙였다. 샐러드용 채소는 예쁘게 자르는 것은 나중이고 일단 신속하게 칼질 하는 것을 몸소 보여주도록 했다.

 

결정적인 실수는 백패커 한 사람이 디저트에 얹을 크루통 그릇을 서둘러 옮기다가 그 중 하나를 바닥에 떨어트린 것이었다. 배식 시간이 임박했음에도 백 쌤은 그를 야단치지 않고 (눈빛으로 야단친다고 자막 처리) 뒷처리할 시간을 벌 수 있게끔 식당 문밖에 기다리고 있는 생도들 앞으로 나갔다.

그리고 기대에 부풀어 있는 생도들에게 마라샹궈에 대해 장황할 정도로 설명을 하는 것이었다. 알고서 먹으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백 쌤은 아주 상세하게 이러저러한 재료가 들어가 더 맛이 있을 거라고 말했다. 당초 예정에 없었던 백 쌤의 브리핑은 식사를 하는 생도들이나 주방에서 뒷처리를 하는 백패커스들에게 크게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또 가츠산도가 일찍 동이 났다. 튀겨 놓은 돈가스는 여분이 있었으므로 백 쌤은 당황하지 않고 미개봉 식재료 봉투를 열어 여분의 식빵을 꺼내 놓았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여분의 식재료를 준비하는 것이야말로 경험많은 사람이 챙길 일 아닌가!

끝으로 식사를 하는 가운데 일어날 수 있는 불평 불만은 백패커스 중에 인기가 많은 안보현에게 식당 일거리를 주어 미연에 방지하였다. 여자 생도들은 갑자기 식당에 나타난 안보현을 발견하고 잠시 먹는 것도 잊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것을 놓칠 백 쌤이 아니었다. "아니 너는 이 중요한 순간에 나타나 내 인기를 가로채 가냐"는 큰소리는 힐난이 아닌 격려성 발언이라 생각되었다.

 

* 학교식당에서 과연 마라샹궈가 나올까 의심했던 사관생도들에게 백패커스의 열과 성을 일깨워주었다.

⇒ KoreanLII는 아직 방문자 수가 하루에 2500~3000명 정도에 불과하므로 비상사태는 아직 발생하지 않았다.

기술적으로는 하드디스크 용량이나 트래픽 처리용량도 여유있게 확보해 두었다. 콘텐츠도 정기적으로 백업을 해두고 있으며 실력있는 웹호스팅 업체에 맡겨 트래픽에 과부하가 걸리지 않도록 하고 있다.
비록 영문 콘텐츠이지만 정보통신망법에 저촉되지 않도록 외부 자료를 인용할 때에도 폭력적이거나 음란한 내용은 사전에 걸러내고 있으며, 만의 하나 해커가 눈독을 들일 만한 내용은 피하고 있다.

 

고객의 희망사항(Feedback from users)은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

이 프로의 장점 답게 백패커스가 만든 음식을 생도들이 맛있게 먹는 장면을 가감없이 보여주었다.

그리고 리필 장면을 부각시켜 마지막에 식사를 하는 1학년 생도들은 배식대에 남은 샐러드와 디저트를 마음껏 먹을 수 있도록 했다. 국군사관학교의 사관생도들로서는 잊을 수 없는 맛과 추억이 되었을 것이다.

이처럼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은 우리의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것일 뿐만 아니라 마음을 억누르던 속상함, 슬픔, 분노, 절망감을 해소시켜 줄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기에 <바베트의 만찬>(1987), <음식남녀>(1995), <아메리칸 셰프>(2015) 등 음식을 소재로 한 영화가 적지 않다. TV 예능 프로에서도 유명 셰프가 나오는 먹방 프로가 단연 인기이다.

 

먹는 즐거움에
슬픔과 원망도 사그라졌네

The pleasure of eating
casts away sorrow, hatred

and depression.

 

* 백패커스는 이번 미션을 훌륭하게 완수하였기에 새로운 미션을 부여받았다.

⇒ KoreanLII의 방문자 수가 많지 않은 만큼 아직은 피드백에 신경 쓸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종종 이용자의 국적을 살펴 해당 국가에 관한 내용이 좀더 많이 실릴 수 있도록 유념하고 있다.

현재 이용자의 국가별 분포를 보면 한국과 미국이 각기 35~40%이고 싱가포르가 15% 내외, 필리핀, 인도네시아가 그 다음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과 중국, 유럽의 이용자는 예상과 달리 많지 않은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