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데이트 폭력 사이코 판별법

G: 요즘 하루가 멀다 하고 데이트 폭력 사고가 일어나니 딸 가진 부모는 안심할 수가 없네요.

P: 그렇습니다. 옛날이라고 이런 사건 사고가 없었겠어요? 언론매체가 발달해 그만큼 많이 알려지는 점도 있지요.

 

G: 선생님은 학교에서 젊은이들을 많이 상대하셨으니까 잘 아실 듯하니 데이트 폭력 예방법이라 할까, 위험인물 판별법을 알려주십시오.

P: 다행히 데이트 폭력이나 개스라이팅을 당했다는 학생의 상담을 한 적은 없었고, 언론보도나 소설, 드라마를 통해 많이 접했을 뿐입니다. 저도 금년에 수능시험을 본 조카손녀딸이 셋이나 되어 앞으로 데이트를 할 때 어떻게 하면 그런 소질이 있는 사람을 감별할 것인가 조언해줘야겠다 생각해보긴 했지요.  

 

* 세상이 하도 험악해지니 사랑에 빠지기 전에 상대를 이모저모 면밀히 따져볼 일이다. 출처: 조선일보.

 

G: 경험을 통해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데이트 폭력 또는 개스라이팅 사례를 보면 일단 올무에 걸리면 빠져나오기 어려우니 사전에 판별하는 법을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1]

P: 네, 그래요.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속은 모른다"는 속담이 있지요. 그러나 요즘은 심리학이 발달하여 상당한 수준으로 평소의 행동거지와 심리상태를 보고 그 사람의 자질과 성향을 판별할 수 있다고 합니다.[2] 

 

G: 데이트 폭력 내지 개스라이팅 위험인물에 대한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주시면 저도 제 딸아이에게 유념하라고 말해줄 수 있겠는데요.

P: 제가 평생 해온 일이 연구대상을 분류하고 체계를 세우는 것이다 보니 다음 열 가지를 명심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의 다섯 가지는 제3자에게도 쉬 눈에 띄는 특징이고, 뒤의 다섯 가지는 당사자만이 알 수 있는 특질이라 하겠습니다. 보다 중요한 건 아는 것으로 그쳐서는 안 되고 주위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여 그 관계에서 하루 속히 빠져나오는 일입니다.

 

G: 말씀을 듣고 보니 아주 실용적인 판별법인 것 같네요.

P: 범위를 확장해 보면 요즘 홍수를 이루는 가짜 뉴스(fake news)를 판별하는 데도 응용[2]할 수 있어요. [   ] 안의 영어 첫 글자를 가지고  "LONES VUVAP(론스 부밥)"이라고 기억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 어떤 목적이 엿보이는 객관적인 특징

1. [Liar] 의도적으로 거짓말을 하는가? 폭력을 쓴 후 사랑해서 그랬다거나 고가의 선물을 하는가?

2. [Observer] 상대를 사랑해서가 아니라 지배할 목적으로 상대의 행동거지를 자세히 관찰하고 연구하는가?

3. [Narcissist] 자기도취증에 빠져 남을 사정없이 깎아 내리고, 가끔 분노조절 장애마저 보이는가?

4. [Egoist] 다른 사람 있을 때만 친절하고, 단둘이 있을 때는 서슴없이 상대의 자존심을 짓밟는가?

5. [Sympathy beggar] 안쓰러운 마음이 들게끔 가련한 눈빛을 하고 필요하다면 떼를 쓰는가? 

 

❍ 당사자만이 알 수 있는 특질

6. [Vicious] 간혹 소름끼치는 사악한 뱀같은 눈빛을 보인다.

7. [Unrueful] 뉘우침이 없고 사과를 하거나 선물을 할 때에도 진정성이 없다.

8. [Violent] 말투나 행동거지가 폭력적이고 실제로 손찌검을 한 적이 있다.

9. [Anti-social] 생각이나 말하는 내용이 반사회적인 경우가 많고 그로 인해 초래될 결과는 안중에 없다.

10. [Persevering] 같은 주제를 놓고 집요하게 매달리는 경향이 있다.

 

* 드라마 <로스쿨>에서 남자친구의 데이트 폭력에 시달리는 여주인공. 출처: JTBC.

 

❍ SNS나 YouTube 상의 가짜 뉴스 판별법

1. [Liar] 의도적으로 사실과 다른 일을 사실인 것처럼 퍼뜨린다.

2. [Observer] 듣는이를 묶어둘 목적으로 그가 좋아할 만한 뉴스만 선별적으로 제공한다.

3. [Narcissist] 자기가 제공하는 뉴스만이 진실되고, 다른 뉴스는 모두 거짓이라고 매도한다.

4. [Egoist] 이기적인 의도를 공공연히 내비친다. 

5. [Sympathy beggar] 종종 외부 공격을 받아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음을 필요 이상으로 강조한다. 

 

6. [Vicious] 간혹 사악한 의도를 엿볼 수 있다.

7. [Unrueful] 거짓임이 밝혀진 경우에도 진정성 없는 사과로 끝내고 시정하겠다는 약속도 무시해버린다.

8. [Violent] 소식을 전하는 어조가 폭력적이고 집단행동을 선동하는 경우마저 있다.

9. [Anti-social] 그로 인해 초래될 결과과 영향은 고려하지 않고 반사회적이고 선정적인 뉴스를 되풀이한다.

10. [Persevering] 한 가지 주제를 놓고 집요하게 보도하고 논평을 한다.

 

Note

1] [윤희영의 News English] "연애할 때 사이코 알아보는 방법", 조선일보, 2018. 12. 6.

 

2] 제한된 병력을 적재적소의 병과에 배치하기 위해 징병검사 때 심리 테스트를 처음 도입한 나라가 이스라엘이었다. 이것이 날로 발전하고 체계화되어 프로 야구단ㆍ농구단에서 선수를 선발할 때에도 효과적으로 이 기법을 적용하고 있다. 마이클 루이스 지음, 이창신 옮김, <생각에 관한 생각 프로젝트>(The Undoing Project), 김영사, 2018.

 

3] 사랑은 입발림 뿐이고 상대를 자기 지배하에 둔 채 마음대로 부려먹으려는 사이코나 진실을 밝힌다며 의도적으로 정보를 조작하여 상대방을 자기한테 묶어두려는 가짜 뉴스 전파자의 심리기제는 놀라우리 만큼 아주 흡사하다.

심리학자인 히브리 대학의 대니엘 카너먼, 아모스 트버스키 양 교수는 그들의 심리학 이론이 경제 현상을 설명하는 데도 아주 유용한 것으로 밝혀져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카너먼과 트버스키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행하는 인간의 판단과 선택'을 효과적으로 설명한 '전망 이론(Prospect theory)'을 발표한 1979년은 행동경제학(behavioral economics)의 원년으로 불린다. 2017년에는 제한적 합리성에 기반한 행동경제학을 학문적으로 체계화시킨 공로로 시카고 대학의 리처드 세일러 교수가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세일러 교수는 우리나라에도 널리 알려진 세계적 베스트셀러 <넛지(nudge)-똑똑한 선택을 이끄는 힘>(2009)의 저자로도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