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 Peo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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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절망 가운데 희망을 노래하다

길고긴 어두운 터널을 쉬지 않고 달려갈 수 있는 것은 조만간 바깥으로 나가는 터널의 끝이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삼일절 연휴를 맞아 동해안에 놀러간 사람들이 주말에 내린 폭설로 크게 고생을 했다고 한다. 전에 어느 이른 봄날 눈 오는 저녁 차가 비탈길을 오르지 못해 할 수 없이 옆 길에 차를 세우고 집에 걸어서 간 적이 있었다. 그 다음 날 눈이 녹은 길은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그때 차 안에서 불안과 절망에 떨었었기에 그 다음날 아무 일도 없었던 듯한 주변 풍경이 너무 낯설게 느껴졌다. 사실 그 순간의 고비만 잘 넘기면 좋은 날이 찾아오게 마련이다. 이런 의미에서 절망 속에 희망을 노래한 시 몇 편을 찾아서 늘 하듯이 영어로 번역을 하고 조용히 음미해 보았다. 아래 그림은 영국인들이 제일 좋아한다는 윌..

Holiness 2021.03.03

[혁신] 새로운 것과의 조우(遭遇)

Encounter with a Novel Thing 바야흐로 4차 산업혁명시대다. 지금 우리는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것―신제품, 신기술, 첨단 서비스―에 직면하게 된다. 이 시대를 서바이브하려면 어떻게든 새로운 것에 익숙해져야 한다. 나로서는 잊지 못할 경험이 세 번 있었다. 첫번째는 1993년 미국 SMU 로스쿨에 유학을 갔을 때 도서관 한켠에 놓여 있는 인터넷 전용 단말기(PC)였다. 국제전화요금을 물지 않고도 월드와이드 웹(World-Wide Web: www)을 이용해 여러 페이지의 문서를 해외로 순식간에 송수신할 수 있다는 말이 곧이 들리지 않았다. 그 다음은 그로부터 몇 년 후 파리에 갔을 때였다. 몇 가지 생필품을 사러 오샹(Auchan) 마트에 들렀는데 매장이 복층으로 되어 있고 사람들은..

People 2021.02.20

[가곡] 짝사랑의 추억이 '동무생각(思友)'으로

입춘(立春)도 지났으니 꽃 피는 봄이 머지 않았다. 전에 학교 다닐 때 자주 불렀던, "봄의 교향악이 울려퍼지는" 가곡 '동무생각'을 콧노래로 부르게 된다. 지금 불러도 전혀 촌스럽거나 고루하지 않고, 멀리 있는 친구를 불러서 우정을 다질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 노래는 초창기에 나온 한국의 가곡(歌曲, Lyric song)으로서 기존 창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스타일의 노래였다. 더욱이 그 가사가 학창시절에 짝사랑했던 여인에게 내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스 부호 같은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 해석한다면 그 배경이 자못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1922년 마산 창신학교에서 음악교사를 하던 박태준("P", 朴泰俊, 1901~1986)이 동료 국어교사 이은상("L"..

People 2021.02.10

[추모] 박노해 "겨울 사랑"으로 갈음한 弔辭

1월 29일 저녁 가형(家兄)이 돌아가셨다. 향년 85세. 장례는 화장이 예정되어 있어 입관을 할 때 참관을 하고 가족 대표로 조사(弔辭)를 하기로 했다. 요즘 코로나 거리두기로 인해 장례식장에서는 종교적 집회가 금지되어 있는 데다가 유가족은 無종교이기 때문에 뭔가 짧게 함축적으로 추모의 말씀을 고할 필요가 있었다. 이것저것 생각하다가 KoreanLII에 영역해서 올려놓은 적이 있는 박노해 시인의 "겨울 사랑"을 인용하면 좋을 듯 싶었다. 오늘 우리는 하늘나라로 떠나가시는 박태용(朴太鏞, 1936. 11. 18 ~ 2021. 1. 29) 님께 마지막 인사를 드리는 자리에 서 있습니다. 이승과 저승을 나누는 것을, 우리가 본 영화 "반지의 제왕" 제3편에서는 배를 타고 멀리 떠나는 것으로 그렸습니다. 지금..

People 2021.01.31

[A/S] 제설작업과 애프터 서비스 정신

지난 1월 6일 오후 올겨울 들어 처음으로 큰눈이 내렸다. 그 시간이 마침 퇴근시간과 겹쳐 많은 사람이 큰 고생을 했다. 자연히 주요 간선도로의 제설작업에 늑장대처한 시청과 구청에 비난이 쏟아졌다. 기상청 특보가 여러 차례 전달되었음에도 담당공무원들은 스마트폰에 나오는 우리 동네 강설예보에 더 신경을 썼다는 해명에 시민들이 어처구니 없어 했다.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국민들로부터 거둔 세금을 가지고 여기 저기 크고 작은 길을 만들고 성대한 개통식까지 연다. 하지만 파손된 노면을 복구하고 가을엔 가로수 낙엽, 겨울엔 눈 치우는 애프터 서비스도 그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하겠다. 애프터 서비스란 말 그대로 물건을 만들어 이용자들에게 판매한 다음에 약속한 품질보증(warranty) 서비스를 하는 것(after sa..

Travel 2021.01.15

[Destiny] 스웨덴의 국민화가 칼 라르손 이야기

코로나로 집콕을 하다보니 FM 방송을 청취하는 시간이 크게 늘었다. 어느날 스웨덴의 국민화가라 불린 칼 라르손(Carl Larsson, 1853~1919)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처음 들어보는 화가 이름이지만 수채화, 삽화가로 유명했고 동시대의 화가인 알폰스 무하처럼 파리 박람회 때 이름을 날렸다. 그 뿐만 아니라 스웨덴 가구회사 IKEA 가구와 실내장식에 모티브를 제공했다는 말을 듣고 급호감이 갔다. * 여기에 올린 칼 라르손의 그림은 이광중 회계사의 블로그에서 전재한 것이다. 칼 라르손의 삶과 작품에 대해서는 이소영 지음, 「오늘도 행복을 그리는 이유 - 스웨덴 국민화가의 일상속 작은 행복」이 2020년 6월 RHKorea에서 출간되었다. 지극히 불우했던 어린 시절 라르손은 반 고흐와 같은 1853년..

People 2021.01.08

[Advice] 親友 권오현과 나눈 진솔한 이야기

연말 친구들과의 송년 모임이 코로나19 거리두기 강화에 따라 모두 취소되었다. 고등학교 친구들과는 부부동반으로 모이기로 하고 장소와 메뉴까지 다 정해 놓았는데 너무 아쉬웠다. 고등학교ㆍ대학교 동창들 중에 사회저명인사가 한둘이 아니지만 작년에 이어 금년에 「초격차(超格差)」라는 베스트셀러를 연속 출간한 권오현 친구를 첫 손에 꼽지 않을 수 없다. 평소 모임을 가질 때마다 서로 많은 이야기를 하였거니와 여기서는 '똑똑하고 부지런한 경영자','똑똑하되 게으른 경영자' 같이 널리 회자되는 이야기는 빼고 책에 나오지 않은 권오현 삼성전자 상임고문의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권오현 고문은 지금도 요청이 있는 곳이면 10명 이내로 모여 문답식으로 기업경영의 고충을 상담해 주고 있다. 스탠포드 전자공학 박사로서 메모..

People 2020.12.31

[예배] 맨처음 성탄은 Messy Christmas였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해짐에 따라 정부가 거리두기를 상향조정하면서 경향각지의 예배당이 텅 비게 되었다. 내가 다니는 온누리교회만 해도 오래 전부터 故 하용조 목사님의 신념[1]에 따라 문서 선교 외에 인터넷/온라인 선교와 CGNTV 위성방송을 통한 선교에 주력해 왔으므로 성도들은 큰 동요 없이 비대면으로 예배 및 교회활동에 참여할 수 있었다. 온누리교회는 처음부터 예배 중 헌금 순서가 따로 없었고 예배당 밖 헌금함이나 온라인 헌금을 이용하였기에 비대면 예배에도 불구하고 재정상 차질은 생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온누리 교인들은 이 같은 예상치 못한 사태에 대비할 수 있게 교회조직 및 선교 시스템을 구축하였던 하 목사님의 탁견과 선견지명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2011년 하 목사님의 소천으로 방대한..

Holiness 2020.12.21

[심리] 주요한 '불놀이'가 DABDA 5단계라고?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시로 일컬어지는 주요한의 '불놀이'(1919)를 전에 소개한 바 있다.처음엔 이 산문시를 스무살도 안된 일본 유학생이 썼다는 점에 놀랐고, 1910년대의 평양 시내의 연등행사에 주목해서 영문으로 번역하는 데 치중했다. 그런데 우연한 기회에 이 시의 내용을 심도 있게 살펴보게 되었다. 운율을 내재한 이 산문시에서 1인칭 화자는 연등행사 불놀이를 보면서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연인을 생각하며 슬픔과 분노에 차 있다가 대동강 놀잇배에 오른다. 기생의 창을 들으면서 하늘과 강물을 하염없이 바라보다가 오늘의 삶을 비탄에 빠져 보내서는 안되겠다며 깨우치는 과정을 활동사진처럼 보여준다.밤 늦게까지 하룻 동안 연속해서 일어난 일련의 극적인 사건은 마치 흑백영화 "로마의 휴일"을 보는 것 같았다.   ..

People 2020.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