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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liness

[예배] 맨처음 성탄은 Messy Christmas였다

Onepark 2020. 12. 21. 17:00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해짐에 따라 정부가 거리두기를 상향조정하면서 경향각지의 예배당이 텅 비게 되었다.

내가 다니는 온누리교회만 해도 오래 전부터 故 하용조 목사님의 신념[1]에 따라 문서 선교 외에 인터넷/온라인 선교와 CGNTV 위성방송을 통한 선교에 주력해 왔으므로 성도들은 큰 동요 없이 비대면으로 예배 및 교회활동에 참여할 수 있었다.

온누리교회는 처음부터 예배 중 헌금 순서가 따로 없었고 예배당 밖 헌금함이나 온라인 헌금을 이용하였기에 비대면 예배에도 불구하고 재정상 차질은 생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온누리 교인들은 이 같은 예상치 못한 사태에 대비할 수 있게 교회조직 및 선교 시스템을 구축하였던 하 목사님의 탁견과 선견지명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 거리두기 강화로 예배당의 신도석이 텅 비는 대신
* (양재성전) 예배당 가득히 웅장한 파이프 오르간 소리로 가득찼다.

2011년 하 목사님의 소천으로 방대한 교회 및 선교 조직을 이어 받은 이재훈 담임목사는 매년 새로운 슬로건[2]을 내걸고 온누리 성도들이 하 목사님 이래의 초심을 잃지 않도록 독려하고 있다.

금년만 해도 지난 11월 말부터 '생명존중'이라는 주제 아래 다음과 같은 시리즈 설교가 진행되었다. 그 계기는 목사님 설교 중에도 여러 차례 언급되었지만, 정부가 낙태죄에 관한 형법 조항의 개정방침을 발표하고 국회에서 또다시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입법을 추진한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비롯되었다.

 

* For Life 이기복 목사가 자기도 젊어서 모르고 낙태를 했었다고 고백했다.

① 11월 29일 낙태 반대론자인 이기복 목사가 낙태는 하나님의 창조질서에 반하며, 그리스도인들은 낙태의 위험성을 바로 알고 미혼모 보호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② 12월 6일 이재훈 목사가 천지를 지으신 하나님이 사람들로 하여금 "생육하고 번성하라. 이 땅에 충만하라"고 축복하신 것처럼 결혼을 하고 자녀를 낳는 일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현 상태로 인구가 줄면 인구절벽으로 인해 교회는 물론 국가마저도 소멸될 위기에 처할 수 있음을 지적했다.

③ 12월 13일  3대에 걸친 가족들의 자살로 고통받던 젊은이(정규환 생명존중강사)가 워킹할러데이로 호주에 갔을 때 한인교회에 다니게 되면서 폭력적이었던 아버지와 화해하고 지금은 자살 예방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고 간증했다.

④ 12월 27일 이재훈 목사는 버려진 아이와 고아를 입양하는 일이 얼마나 귀중한지 갈대상자에 넣어 강물에 버려진 히브리 아기 모세를 불쌍히 여기고 자기 아들로 입양해서 키운 이집트 바로왕의 공주 사례를 들어 설명하였다.

 

* 누님의 죽음으로 죄책감에 사로잡힌 청년이 복음에 힘입어 새롭게 변신했다. 

12월 20일 정부의 수도권 2.5단계 거리두기 강화로 교인들이 앉는 자리가 텅 빈 예배당에서 이재훈 목사는 예수님이 이땅에 오셨을 때의 성탄절은 'Merry Christmas' (즐거운 크리스마스)가 아닌 'Messy Christmas' (엉망인 크리스마스)였다는 말씀을 하였다.

첫 크리스마스는 성가족이 외양간에서 양치는 목자들과 별을 보고 찾아온 동방박사들의 경배를 받으신 축일(祝日)이 아니라 헤롯왕의 박해로 말미암아 서둘러 이집트로 피신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 사건의 전말은 마태복음에 자세히 기술되어 있다.[3]

멀리 페르시아에서 상서로운 별이 뜬 것을 보고 예루살렘을 찾아 온 동방박사 3인이 헤롯왕궁을 예방하고 유대인의 왕이 태어난 곳을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헤롯왕(BC74-1)은 성서학자들을 불러 메시아가 태어날 곳이 어딘지 확인하고 자기도 예방을 할 터이니 귀국하는 길에 꼭 들러달라고 동방박사들에게 당부했다. 그러나 예루살렘에 들르지 말고 곧바로 돌아가라는 꿈을 꾼 동방박사들은 서둘러 귀국해버렸다. 이에 헤롯왕은 경호대를 풀어 메시아가 태어날 것으로 성경에 예언된 다윗왕의 고향 베들레헴과 그 인근에서 2세 이하의 사내아이를 샅샅이 찾아내 죽이라는 명령을 내렸다. 로마제국의 분봉왕이었던 자신의 왕위를 찬탈할 위험인물로 보았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예수의 부친 요셉이 꿈속에서 이집트로 빨리 떠나라는 계시를 받고 베들레헴을 떠났기에 가까스로 위기를 피할 수 있었다. 이집트에 가 있던 예수 가족은 1년 후 헤롯왕이 죽은 뒤에 유대 땅으로 돌아와 베들레헴을 피해 나사렛에 정착하였다. 

 

목사님의 주일 설교를 들은 후 이 일이 과연 무엇을 뜻하는지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그 기원에 비추어 볼 때 연말에 크리스마스 트리를 아름답게 장식하고 캐롤 송을 부르며 산타 할아버지의 이름으로 선물을 주고받는 날이 아님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하나님은 왜 독생자 예수를 구속양(救贖羊)으로 인간세상에 보내시면서 수많은 죄없는 어린이들이 죽게 내버려 두시고 그 어미들이 애통하게 만드셨을까? 전지전능하신 하나님이 하신 일이라곤 꿈에 나타나 위험을 피할 방도를 알려주시는 게 고작이었을까? 그때나 지금이나 혼용무도(昏庸無道 어지럽고 혼란스럽다는 뜻)한 위정자가 나와 세상을 분탕질하더라도 그저 보아넘기실 것인가?

쉽게 풀리지 않는 의문에 성탄절을 앞두고 마음이 기쁘기(merry)는커녕 엉망진창(messy)의 기분에 휩싸이고 말았다.

 

* 헤롯왕을 만나러 간 동방박사들 (모자이크 벽화)

우선 관련자료를 찾아보니 오늘날의 많은 성서학자들이 헤롯왕의 베들레헴 영아살해(Massacre of the Innocents)를 부인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 근거는 다른 복음서인 누가복음이나 당대의 상세한 기록으로 정평이 있는 요세푸스의 역사서에 그 사건에 관한 이야기가 없다는 것, 복음서 기자인 마태가 예수를 모세와 동급으로 묘사하려다 보니 이집트의 바로왕이 히브리인의 인구억제를 위해 갓난아기들을 모조리 죽이라고 명했던 일화를 본뜬 것 같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성서에 입각한 학자들의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그것은 헤롯왕이 알렉산더 같은 대왕의 칭호(Herod the Great)를 받기까지 예루살렘 성전, 마사다 성채를 비롯한 웅장한 건축물을 지으면서 재정을 탕진하고 유대 보수파의 배척을 받았다는 점, 그러자 헤롯왕은 민심을 달래려고 보수파가 부정하는 메시야 출현을 유언비어라 단정짓고 경호대를 시켜 그 진원지를 소탕하라 시킨 점, 암살을 두려워 한 헤롯왕이 2000명에 이르는 경호대에 힘세고 날랜 게르만 용병까지 채용하였던 만큼 왕위를 넘보려는 자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남유다 왕국이 바빌론의 침공을 받을 당시의 선지자였던 예레미야의 예언에도 베들레헴의 옛지명인 라마에서 여인들의 통곡소리{4]가 터져나오고 있었다.

 

그러나 낮과 밤, 빛과 그림자가 있듯이 세상만사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고 궂은 일도 생기게 마련이다. 나무도 비바람을 맞아야 뿌리를 튼튼히 내리는 법이다. 헤롯왕이 지은 성전이 당시에는 금빛 찬란했지만 지금은 벽 한쪽(통곡의 벽)만 남고 나머지는 돌 위에 돌 하나 남지 않고 모두 무너지고 말았다.[5] 헤롯왕이나 그 후계자는 로마제국에 부역하고 예수 그리스도를 핍박한 용렬한 군주로 기억될 뿐 연약한 몸으로 그들의 핍박을 받은 예수는 지금도 여전히 추앙을 받고 있지 않은가.

 

* 의료기관 정년퇴직후 동남아 C국의 무의촌 의료선교사를 자원한 김병식 박사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 맞이하는 크리스마스는 예수 그리스도가 죄많은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가장 낮은 곳으로 찾아오신 것이라는 전통적인 해석만이 전부가 아니었다. 적어도 2020년은 'Messy Christmas' 같다는 이재훈 목사의 표현이 이해하기 쉬웠다. 한낱 피조물에 불과한 인간들이 쥐뿔만한 지식과 힘만 가지고 하나님에게 대적하며 그가 주신 창조질서를 무너뜨린 죄값을 톡톡히 치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위대한 인물이 새로운 시대를 열 때에는 수구파의 격렬한 저항이 뒤따르고 무고한 사람의 희생이 불가피하다는 역사발전의 원리를 새삼 깨닫게 되었다. 그렇다면 지금의 코로나 재난도 새로운 시대를 개창하기 위한 불가피한 시련이 아닌가 하는 조금은 희망 섞인 생각에 이르렀다. 

 

Note

1] 고 하용조 목사님의 신념은 2004년 목회자 세미나에서 밝힌 사도행전적 교회가 가져야 할 10가지 비전으로 요약된다. (1) 성령으로 잉태되는 교회(사도행전 2:1-5), (2) 함께 먹고 교제하고 기도하는 교회(2:42-47), (3) 날마다 기적을 경험하는 교회(3:6-10), (4) 고난 속에 있는 교회(4:1-4), (5) 소유를 나누는 교회(4:32-37), (6) 순결과 거룩의 능력을 가진 교회(5.1-11), (7) 영적 지도자를 세우는 교회(6:1-7), (8) 이방인을 가슴에 품는 교회(10:17-23), (9) 땅끝까지 복음을 전하는 교회(13:1-3), (10) 교회가 교회를 개척하는 교회(28:30-31)

 

2] 온누리교회는 연말의 송구영신 예배에서 담임목사가 설교를 통해 새해의 표어를 선포한다. 최근 몇 년간의 슬로건을 보면 2020년 "온맘 다해 하나님만 사랑하라(Love the Lord Your God With All Your Heart)", 2019년 "성령의 바람 불게 하소서(Holy Sprit, Come Like a Rushing Wind)", 2018년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 내가 그리스도 안에(Christ in Me & I in Him)", 2017년 "돌이키면 살아나리라(Turn Back to God and Live)", 2016년 "예수님을 바로 보여주는 사람들(Christ through Me)", 2015년 "낮은 곳 더 낮은 곳으로" 등이었다.

2021년 새해의 표어는 "소망의 복음을 굳게 잡으라"(Let Us Hold Fast to the Gospel of Hope)로 정하였다.

 

* Peter Rubens, The Massacre of the Innocents (1612) 

3] 마태복음 2장에는 헤롯왕의 분노에 찬 명령이 기록되어 있다. "이에 헤롯이 박사들에게 속은 줄 알고 심히 노하여 사람을 보내어 베들레헴과 그 모든 지경 안에 있는 사내아이를 박사들에게 자세히 알아본 그 때를 기준하여 두 살부터 그 아래로 다 죽이니" 마태복음 2:16.

4] 여호와께서 이와 같이 말씀하시니라 "라마에서 슬퍼하며 통곡하는 소리가 들리니 라헬이 그 자식 때문에 애곡하는 것이라 그가 자식이 없어져서 위로 받기를 거절하는도다." 예레미야 31:15.

 

5] 유대-로마 전쟁 당시 AD70년에 가까스로 예루살렘을 함락한 로마의 티토 장군(Emperor Titus, 9년 후 로마황제에 즉위)은 장기간 공성전으로 피폐해진 로마군 장병의 사기진작을 위해 전리품 약탈을 눈감아 주었다. 그 결과 헤롯왕이 막대한 재정을 쏟아부어 건축한 예루살렘 성전은 금장식을 벗겨가려는 로마 병사들에 의해 돌 하나도 돌 위에 남지 않고(leaving no stone unturned) 모두 무너뜨려졌다. 바로 예수 그리스도가 헤롯 성전을 보고 예언하신 그대로였다. 마태복음 2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