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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liness

[번역] 절망 가운데 희망을 노래하다

Onepark 2021. 3. 3. 10:40

길고긴 어두운 터널을 쉬지 않고 달려갈 수 있는 것은 조만간 바깥으로 나가는 터널의 끝이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삼일절 연휴를 맞아 동해안에 놀러간 사람들이 주말에 내린 폭설로 크게 고생을 했다고 한다.

전에 어느 이른 봄날 눈 오는 저녁 차가 비탈길을 오르지 못해 할 수 없이 옆 길에 차를 세우고 집에 걸어서 간 적이 있었다. 그 다음 날 눈이 녹은 길은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그때 차 안에서 불안과 절망에 떨었었기에 그 다음날 아무 일도 없었던 듯한 주변 풍경이 너무 낯설게 느껴졌다. 사실 그 순간의 고비만 잘 넘기면 좋은 날이 찾아오게 마련이다.

 

이런 의미에서 절망 속에 희망을 노래한 시 몇 편을 찾아서 늘 하듯이 영어로 번역을 하고 조용히 음미해 보았다.

아래 그림은 영국인들이 제일 좋아한다는 윌리엄 터너의 "전함 테메레르호의 마지막 항해"[1]이다. 영국이 나폴레옹 군대에 무너질 수 있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넬슨 제독이 지휘하는 테메레르호는 영국인들에게 희망의 상징이었다.   

 

* 증기선에 끌려 항구로 들어오는 트라팔가 해전의 승전함 테메레르호.. 윌리엄 터너 작

 

안개가 짙은들  -  나태주

No matter how Dense the Mist is   by Na Tae-joo

 

안개가 짙은들 산까지 지울 수야,

어둠이 짙은들 오는 아침까지 막을 수야,

안개와 어둠 속을 꿰뚫는 물소리, 새소리,

비바람 설친들 피는 꽃까지 막을 수야.

No matter how dense the mist is,
it cannot erase the maountain.
No matter how thick the darkness is,
it cannot obstruct the morning.
The sound of stream and birds is heard
through the mist and darkness.
No matter how wild the rainstorm is,
it cannot stop the blooming flowers.

 

* 크리스토퍼 에커스베르크, 홍해를 무사히 건넌 모세와 히브리인들

 

희망가  -  문병란

Song of Hope   by Moon Byeong-ran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는 헤엄을 치고

눈보라 속에서도

매화는 꽃망울을 튼다.

Beneath the thick ice,
Fish is swimming around.
In the midst of snowstorm,
Plum flowers are ready to bloom.

절망 속에서도

삶의 끈기는 희망을 찾고

사막의 고통 속에서도

인간은 오아시스의 그늘을 찾는다.

Despite the impending depression,
Hope is sought by the persevering life.
Through the difficulties of desert,
A man is seeking the shade of an oasis.

눈 덮인 겨울의 밭고랑에서도

보리는 뿌리를 뻗고

마늘은 빙점에서도

그 매운 맛 향기를 지닌다.

At the snow covered field in winter,
Barley sprouts put down roots.
Below the freezing point,
Garlic maintains its spicy flavour.

절망은 희망의 어머니

고통은 행복의 스승

시련 없이 성취는 오지 않고

단련 없이 명검은 날이 서지 않는다.

Despair is a mother of hope.
Agony is a teacher of happiness.
Without hardship, there is no achievement.
Without tempering, the sword cannot be sharpened.

꿈꾸는 자여, 어둠 속에서

멀리 반짝이는 별빛을 따라

긴 고행길 멈추지 말라.

Hi, Dreamer, in the darkness,
Follow the twinkling light in the distance,
Don’t avoid the bumpy road ahead.

인생항로

파도는 높고

폭풍우 몰아쳐 배는 흔들려도

한 고비 지나면

구름 뒤 태양은 다시 뜨고

고요한 뱃길 순항의 내일이 꼭 찾아온다.

During a voyage of life,
Waves are high, and
Violent storm shakes a ship.
After a while, tomorrow is sure to come.
The sun will rise again above clouds, and
A seaway will be calm and smooth.

 

비슷한 분위기의 외국 노래 중에 핀란드 메탈 밴드 스트라토바리우스(Staratovarius)의 "영원(Forever)"[2]이 있다. 

싱어는 행복했던 과거 시절을 회상하며 외롭게 방황하고 있는 오늘의 현실에 절망하지만, 안정과 행복을 찾기 위해 사랑을 갈구하며 노래하고 있다.[3]

 

Note

1] 윌리엄 터너(1775~1851)의 이 그림(HMS Temeraire, 1837)은 007 영화 <Skyfall>에도 등장한다. 나이가 들고 큰 부상을 입어 쇠약해진 제임스 본드가 MI6의 젊은 과학기술요원 Q를 미술관에서 기다리는 장면에 배경으로 나온다. 색조가 온통 붉은 빛이어서 처음엔 해전 중에 전함이 불타는 장면인 줄 알았다. 그러나 자세히 보니 석양 빛을 받으며 증기선에 예인되어 항구로 들어오는 모습이다. 한때는 넬슨 제독의 기함으로서 트라팔가 해전에서 맹활약을 했으나 속도가 빠른 증기선의 출현에 따라 구식 범선으로서 퇴장할 수밖에 없었다.

 

2] Stratovarius - Forever

I stand alone in the darkness.
The winter of my life came so fast.
Memories go back to my childhood, to days I still recall.

Oh how happy I was then.
There was no sorrow. There was no pain.

Walking through the green fields sunshine in my eyes.

I'm still there everywhere. I'm the dust in the wind.

I'm the star in the northern sky.

I never stayed anywhere.
I'm the wind in the trees.
Would you wait for me forever?
Will you wait for me forever.?

 

3] 이 곡은 스트라토바리우스의 다섯 번째 정규앨범 <Episode>에 수록된 멜로딕 메탈의 걸작으로 드라마틱한 사운드를 위해 40인의 합창단과 30인의 오케스트라가 참여했다고 한다. 1996~1997년 KBS 2TV 주말 드라마로 방영되었던 "첫사랑"의 주제곡으로 쓰여 많은 인기(마지막 66회는 65.8%라는 역대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를 누렸다. 조충식의 <아침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