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 Peo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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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나만 몰랐던 여행지의 비경(秘景)

코로나 팬데믹이 장기화되고 있다.기회만 있으면 세계 곳곳을 여행하던 사람들의 욕구가 거의 폭발 일보직전이다. 젊은이들 사이에는 공항 면세점에도 들를 수 있는 무착륙 해외여행이 인기이고, 제주도에서는 렌트카 빌리기도 하늘의 별따기라고 한다.나 같이 나이많은 사람은 코로나 사태가 종식되고 해외여행 길이 열리더라도 그 많은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경쟁하듯이 여행에 나설 자신이 없다. 그러니 누구처럼 가고 싶은 곳의 여행지 버킷 리스트를 만들어 실천[1]하기는 좀처럼 어려울 것 같다. 차라리 그 동안 다녔던 곳 중심으로 자칫 빠트리기 쉬운 비경을 다시 찾아보는 상상의 여행을 즐기기로 했다. "그래, 그런 곳도 있었지!" 또는 "아니~ 왜 그런 곳을 못 보고 왔지?" 여행지마다 숨어 있는 달의 뒷면 같은 비경(秘景)..

Travel 2021.05.14

[전시회]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

덕수궁 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기획전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Encounters between Korean Art and Literature in the Modern Age, 2021. 2. 4 ~ 5.30)를 보러 갔다. 언론 보도나 전시를 보고 온 사람들의 후기를 읽어보면 1920년대 이후 국내 화가들의 활동을 문학에 접목시킨 아주 참신한 기획이라고 해서 코로나19를 무릅쓰고 찾아간 것이다. 봄비가 내리는 화요일 오후 고궁은 고즈넉했으나 석조전 오른편의 미술관 입구에는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코로나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소정 인원만 시간제로 입장시키고 있었다. 미리 예약한 사람과 밖에서 대기표를 받은 사람들이 차례를 기다렸다.[1] 전시실로 들어가보니 일제 강점기였던 1920~40..

People 2021.05.05

[인물] 이 시대의 진정한 위인(Great Men)

이 블로그가 People & Travel 제목 그대로 사람을 주 대상으로 하다 보니 여러 사람에 대한 글을 올리고 있다. 그중에는 나와 아무 관련이 없는 사람들도 있기에 누구를 무슨 기준으로 선정했는지 스스로도 확인하고 싶었다. 물론 초등학교 다닐 때 학교 도서실에 있던 위인전(偉人傳)의 주인공이나 사마천(司馬遷, BC145~86)의 사기(史記)에 나오는 열전(列傳) 속의 인물과는 다르다. 흔히 '위인'이라고 하면 나라를 구하였거나 정치외교적ㆍ문화적으로 국격을 높인 위대한 인물을 가리킨다. 그러한 위업을 달성하진 못했어도 자기가 세운 목표를 향해 평생을 바쳐 노력한 사람이나, 특히 과거 신분제에 갇혀 이름을 날리진 못했어도 아름다운 예술작품을 남긴 사람도 위인(Great man)으로 불릴 만하다. 이것을..

People 2021.04.27

[번역] Great Expectations (위대한 유산)

Great Expectations 는 찰스 디킨스의 소설 「위대한 유산」의 오리지널 타이틀이다.여러 차례 영화와 드라마로 만들어졌기에 그 스토리는 누구나 다 알고 있다. 그런데 무엇이 주인공 피프(Pip)로 하여금 거창한 기대를 하게 만들었을까?  그림에 소질이 많은 시골 소년이 순수한 마음에서 탈옥한 죄수를 도와준다. 조실부모한 소년은 결혼한 누나 집에 얹혀 사는데 그 마을의 부잣집에 가서 심부름을 하며 밥벌이를 한다. 그 저택에는 사랑에 배신 당하고 간접적인 방법으로 복수를 꾀하는 부유한 독신녀가 혼자 살고 있다. 그곳에는 그녀의 분신처럼 훈육을 받고 있는 아름다운 소녀가 등장하여 소년의 마음을 흔들지만 그는 정신적으로 성숙해진다. 어느날 익명의 독지가가 물질적인 도움을 제공함에 따라 소년은 런던에 ..

In English 2021.04.24

[번역] 봄날은 간~다 노래처럼

올봄은 특이하게도 꽃들이 일찍 핀 대신 3월 하순부터는 비가 자주 내리고 꽃샘 추위마저 닥쳤다. 2월 중에 예년보다 일조량이 많고 평균기온이 높아서 벚꽃을 비롯한 모든 봄꽃들이 3월 하순부터 일제히 피었다가 속절없이 한꺼번에 져버렸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여의도 윤중제 벚꽃도 예약제로 제한된 인원만 구경할 수 있었다. 그래도 예년과 달리 봄비가 봄가뭄이나 산불 걱정 없이 촉촉히 내려 다행이었다. 호우시절 - 두보 일찍이 중국 당나라의 시인 두보 역시 호우시절(好雨知時節)이라며 봄비를 반겼다. 春夜喜雨 - 杜甫 好雨知時節 當春乃發生 隨風潛入夜 潤物細無聲 野徑雲俱黑 江船火獨明 曉看紅濕處 花重錦官城 봄밤의 반가운 비 - 두보 좋은 비는 시절을 알아 봄이 되어 초목이 싹트게 하네 바람 따라 몰래 밤에 들어와..

In English 2021.04.17

[시상] 시 한 편으로 하는 수행(修行)

시(詩) 한 편을 가지고 명상(meditation via a poem)을 할 수 있을까? 좋은 시란 시인이 시상(詩想)을 다듬고 일정한 형식과 운율을 갖추거나 자유로운 스타일로 시를 썼을 때 그것을 독자가 읽고 가슴 뛰는 감흥을 느끼거나 깊은 사색에 빠져들게 한다. 시인의 시상-시(詩)-독자 세 가지 요소가 있어야 한 편의 시가 출현하는 것이다. 필자가 꾸준히 진행하고 있는 우리의 아름다운 시를 영어로 옮기는 작업도 마찬가지이다. 영어로 번역된 시를 통해 한글을 모르는 외국인들도 시인의 시상을 뚜렷이 전달받을 수 있어야 한다. 욕심 같아서는 가급적 쉬운 영어로 운율을 살려 옮겨야, 앞서 소개한 "지란지교를 꿈꾸며"나 "불놀이"를 찾아서 읽는 독자들에게 한 것처럼, 한글이든 영어든 똑같은 감동이 전달될 수..

In English 2021.04.05

[상춘] 새 봄 벚꽃나무 아래에서

옛사람들은 입춘이 지났어도 날이 쌀쌀하고 꽃도 필락말락하는 것을 보고 안타까워했다. 그래서 "춘래 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이 왔어도 봄같지 않다)이라거나 "춘설이 난분분하니 [매화가] 필동말동하여라"라고 말했다. 그런데 요즘은 봄꽃들이 거의 동시에 피는 것 같다. 지구온난화 현상 때문이라고 한다. 2021년 새 봄 아파트 단지 안에서도 매화나무가 제일 먼저 꽃을 피웠다. 아직 나무들이 앙상한 채로 있는 뒷산에서도 진달래가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십여년 전만 해도 매화 진달래 개나리 등 봄꽃이 피는 순서가 있어서 남녘의 화신이 며칠 간격으로 도착했었다. 요즘은 초특급시대 화신(花信)도 시차(時差) 없이 도착 Now it’s time of rocket speed Floral news arrives wi..

Travel 2021.03.30

[정서적 이해]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영화 "미나리"를 보기 전에는 '미나리꽝'이라고 불리는 논밭에서 키우는 미나리가 그렇게 미국 이민가정에 힘이 될 수 있었는지 몰랐다. 시골에서는 거머리만큼이나 흔했기에 새봄에 무쳐서도 먹고 국에 넣어서도 먹고, 복어탕에는 수차례 보충해가며 끓여 먹었던 아삭하면서도 달콤한 맛을 선사하는 미나리의 의미를 예전엔 미처 몰랐다. 단지 미나리가 어떻게 생겼고 무슨 맛인지 알고 있다는 '인지적 이해'와는 달리 미나리가 큰 힘이 된다는 느낌은 겪어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정서적 이해'라고 할 수 있다. 바로 이 느낌을 김소월은 달을 향해 다음과 같이 노래했다.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 김소월 I Didn't Know That Before Kim Sowol 봄, 가을 없이 밤마다 돋는 달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

People 2021.03.28

[기적] 희귀병 소녀를 고쳐 준 손길

오늘날에도 과연 기적은 있는가? 우리도 기적을 체험할 수는 없는가?오래 된 신문을 뒤적이다가 까맣게 잊고 있었던 기사와 사진에 눈길이 갔다.방 한쪽에 쳐박혀 있던 신문더미 속에 들어있었는데 마치 이날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일곱 개 장기를 한꺼번에 이식 받은 일곱 살 은서가 엄마 품에 안겨 미소 짓는 모습이었다.[1] 일곱 살 은서는 날 때부터 모유조차 소화시키지를 못했다. 위장·소장·대장 등 소화기가 정상적으로 붙어는 있지만 연동 운동[2]을 하지 않는 '만성 가성 장폐색증'이라는 희귀 질환을 앓았기 때문이다. 밥을 조금만 먹어도 소화를 시키지 못하고 다 토해내는 바람에 입으로는 아주 적은 양의 식사만 할 수 있었다. 성장에 필요한 영양분은 80% 이상을 영양제와 수액 주사를 맞으며 근근이..

Holiness 2021.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