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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봄날은 간~다 노래처럼

Onepark 2021. 4. 17. 12:55

올봄은 특이하게도 꽃들이 일찍 핀 대신 3월 하순부터는 비가 자주 내리고 꽃샘 추위마저 닥쳤다.

2월 중에 예년보다 일조량이 많고 평균기온이 높아서 벚꽃을 비롯한 모든 봄꽃들이 3월 하순부터 일제히 피었다가 속절없이 한꺼번에 져버렸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여의도 윤중제 벚꽃도 예약제로 제한된 인원만 구경할 수 있었다. 그래도 예년과 달리 봄비가 봄가뭄이나 산불 걱정 없이 촉촉히 내려 다행이었다.

 

 

호우시절 - 두보

 

일찍이 중국 당나라의 시인 두보 역시 호우시절(好雨知時節)이라며 봄비를 반겼다.

 

春夜喜雨 - 杜甫

 

好雨知時節  當春乃發生
隨風潛入夜  潤物細無聲
野徑雲俱黑  江船火獨明
曉看紅濕處  花重錦官城

 

봄밤의 반가운 비 - 두보

 

좋은 비는 시절을 알아 봄이 되어 초목이 싹트게 하네
바람 따라 몰래 밤에 들어와 소리 없이 촉촉히 만물을 적시네
들길은 구름이 낮게 깔려 어둡고 강 위에 뜬 배는 외로운 불빛만 비치네
새벽에 붉게 물든 곳을 보니 금관성(사천성 成都의 옛이름)에 꽃들이 활짝 피었네

 

Welcome Rain on a Spring Night  by Du Fu [1]

 

The good rain knows its season,
When spring arrives, it brings life.
It follows the wind secretly into the night,
And moistens all things softly, without sound.
On the country road, the clouds are all black,
On a riverboat, a single fire bright.
At dawn one sees this place now red and wet,
The flowers are heavy in the brocade city.

 

 

신중현의 봄비

 

내 경우 '봄비'라 하면 고등학교 시절부터 박인수가 부른 "봄비"의 가사를 흥얼거리게 된다.

나중에 육사에 들어간 짝궁이 1970년 봄소풍 가서 그 노래를 구성지게 잘 불렀던 기억이 난다. 미션스쿨인 학교에서는 비만 내렸다 하면 "빈들에 마른 풀같이 메마른 나의 영혼" 찬송가를 불러야 했다.

하지만 신중현이 작곡ㆍ연주하는 처량한 '봄비'에 왠지 마음의 위로를 받는 느낌이 들었다. 사춘기 시절에는 경건한(faithful) 것보다 서정적(lyrical)인 것에 마음이 끌리기 마련이었으니까.

 

봄 비  – 박인수 노래 신중현 작곡

Spring Rain  sung by Park In-soo

 

이슬비 내리는 길을 걸으며
봄비에 젖어서 길을 걸으며
나 혼자 쓸쓸히 빗방울 소리에
마음을 달래도
외로운 가슴을 달랠 길 없네
한없이 적시는 내 눈 위에는
빗방울 떨어져 눈물이 되었나
한없이 흐르네

Walking on the street where it’s drizzling,
Walking in clothes soaked by the spring rain,
I’m relieved by the sound of raindrops
Dismally by myself.
My lonely heart can’t be consoled.
With my eyes getting wet endlessly,
Raindrops turn out to be tears.
They flow endlessly.

봄비 나를 울려주는 봄비
언제까지 내리려나
마음마저 울려주네

Spring rain, you make me cry.
Until when it’s supposed to rain?
It makes me cry.

외로운 가슴을 달랠 길 없네
한없이 적시는 내 눈 위에는
빗방울 떨어져 눈물이 되었나
한없이 흐르네

My lonely heart can’t be consoled.
With my eyes getting wet endlessly,
Raindrops turn out to be tears.
They flow endlessly.

봄비 나를 울려주는 봄비
언제까지 내리려나
마음마저 울려주네

Spring rain, you make me cry.
Until when it’s supposed to rain?
It makes me cry.

 

* 분당 율동공원의 늦게 핀 벚꽃과 연못가 수양버들

 

그러나 꽃이 피고 지는 것으로 카운트하는 봄날은 너무 짧기에 아쉽기만 하다.

그래서 선조들도 야외로 나가 술잔을 들고 상춘가(賞春歌)를 부르다가 어느덧 꽃잎이 지는 것을 보고선 가는 봄을 아쉬워 했다.

 

봄날은 간다

 

봄이 간다커늘 - 무명씨 [2]

Spring is Said to Leave by unknown poet

 

봄이 간다커늘 술 싣고 전송가니
낙화 쌓인 곳에 간 곳을 모르노니
유막(柳幕)에 꾀꼬리 이르기를 어제 갔다 하더라

When Spring is said to leave, I have to say goodbye with a wine bottle.
At the site of fallen flowers, I have no idea where it goes.
In a wall-like willows. a bird says Spring left yesterday.

 

 

오래간만에 경희대 서울캠퍼스에 갈 일이 있었다.

여느때 같으면 학생들이 본관 분수대 앞에서 떠들썩하게 '본관놀이'를 하고 상춘객들도 몰려들었겠지만 고즈넉하기 그지 없었다.

학생들은 비대면수업을 하기 때문에 학교 나올 일이 별로 없고, 용무가 없는 일반인들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실시되어 마음대로 출입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는 가운데 벚꽃도 목련도 꽃비가 되어 모두 지고 말았다.

 

* 유영호, Greetingman, 분당 SK허브.

 

봄날이 가는 것을 서러워한다면 백설희 또는 장사익이 부른 "봄날은 간다"[3]가 제격이다.

 

봄날은 간다 - 손노원 작사 박시춘 작곡

Spring Days are Gone  sung by Baek Seol-hee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 가며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4]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A light pink Korean skirt is fluttered by a spring wind.
Today chewing the jegori string, I go up the path to the village shrine on a hill.
At that time, we smiled together to see flowers blossom, and cried over the fallen flowers.
Tho' we crossed our hearts, the spring days are gone. 

새파란 풀잎이 물에 떠서 흘러가더라
오늘도 꽃편지 내던지며 청노새 짤랑대는 역마차 길에
별이 뜨면 서로 웃고 별이 지면 서로 울던
실없는 그 기약에 봄날은 간다

Green leaves are flowing along the creek.
Today throwing away a flower letter, I walk along the road of a carriage pulled by a blue donkey.
At that time, we smiled together to see stars rise, and cried over the falling stars.
Tho' I did not trust the promise, the spring days are gone.

열아홉 시절은 황혼 속에 슬퍼지더라
오늘도 앙가슴 두드리며 뜬구름 흘러가는 신작로 길에
새가 날면 따라 웃고 새가 울면 따라 울던
얄궂은 그 노래에 봄날은 간다

My nineteen-year-old days are getting sad in the twilight.
Today tapping the middle of chest, I walk through the road under the flying clouds. 
At that time, we smiled together to see birds fly, and wept over the crying birds.
Tho' we tilted our heads at the song, the spring days are gone.

 

 

분당 아들 집에 갔다가 서울에선 끝난 줄 알았던 벚꽃이 율동공원에 오롯이 피어 있는 것을 보았다.

 

진 줄 알았던 벚꽃을
이웃 마을에서 찾았네

I've found Cherry blossoms here
in the neighborhood
Tho' they're gone at home.

 

Note

1] 두보의 시를 비롯한 중국 한시(漢詩)를 Chinese Poems.com 사이트에서 여러 영역본과 함께 찾아볼 수 있다.

2] 시조 작가의 이름을 밝히지 않은 채 「병와가곡집(甁窩歌曲集)」에 실려 있다. 출처: 중앙일보 [시조가 있는 아침] 2020.04.09.

 

3] 동명의 영화(One Fine Spring Day, 2001)는 이영애와 유지태가 방송국 PD와 사운드 엔지니어로서 만나 자연의 소리를 채집하는 업무여행을 함께 떠난다. 둘은 사랑을 하지만 계절이 바뀌면서 헤어지게 된다. "헤어지자고?! 사랑이 어떻게 변할 수 있니?"라는 말만 남기고서. 이 영화의 엔딩 타이틀 곡 "봄날은 간다"는 박시춘의 곡과는 다르며, 일본의 여성 싱어송라이터 마츠토야 유미의 곡에 자우림의 보컬 김윤아가 가사를 붙여 불렀다.

 

눈을 감으면 문득 그리운 날의 기억
아직까지도 마음이 저려 오는 건
그건 아마 사람도 피고 지는 꽃처럼
아름다워서 슬프기 때문일 거야 아마도

봄날은 가네 무심히도 꽃잎은 지네 바람에
머물 수 없던 아름다운 사람들
가만히 눈감으면 잡힐 것 같은
아련히 마음 아픈 추억 같은 것들

봄은 또 오고 꽃은 피고 또 지고 피고
아름다워서 너무나 슬픈 이야기

봄날은 가네 무심히도 꽃잎은 지네 바람에
머물 수 없던 아름다운 사람들
가만히 눈감으면 잡힐 것 같은
아련히 마음 아픈 추억 같은 것들

눈을 감으면 문득 그리운 날의 기억
아직까지도 마음이 저려 오는 건
그건 아마 사람도 피고 지는 꽃처럼
아름다워서 슬프기 때문일 거야, 아마도

 

4] 성황당(城隍堂, 서낭당)은 마을 사람들이 복을 빌고 궂은 일 피하기를 기원하였던, 마을을 지켜주는 서낭신을 모신 집을 말하며, 보통 동구 밖이나 마을이 내려다 보이는 산 위에 짓는 경우가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