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 Peo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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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정] 한여름의 온/오프 순례길

아파트 단지의 배롱나무 꽃들이 활짝 피었다. 木백일홍이라는 이름처럼 새로 작은 꽃이 피면 묵은 꽃이 지므로 한 무리의 꽃이 계속 피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똑같이 한여름에 피는 무궁화 꽃이 한 줄기에서 새 꽃이 피고 묵은 꽃이 지는 것을 여름내 반복(無窮)하는 것과 비슷하다. 거실 창 아래 만발해 있는 배롱나무 꽃을 내려다 보니 마치 화분에 심은 것처럼 보였다. 순간 창 밖으로 새가 되어 두둥실 날아오르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되기 직전 프랑스 고성(古城) 순례 패키지 투어를 신청했다가 여행사가 현지 사정으로 여행일정을 취소하는 바람에 실망했던 게 생각났다. 그때 코로나가 진정되어 해외여행이 재개되면 곧장 가려고 마지막까지 예약금 환불 요청을 하지 않고 기다렸었다. 지금이라도 그곳으로..

Travel 2022.08.10

[Subject] 내 인생의 화수분은?

화수분이란 '흥부의 박'처럼 재물이 계속 나오는 보물단지를 말한다. 우리의 민속 설화에 의하면 소중한 물건을 담아두는 단지라고 하는데 그안의 것들이 끝없이 새끼를 쳐서 내용물이 줄어들지 않는다는 설화 속의 단지를 가리킨다. 영어로는 'Widow's cruse'라고 한다. 성경(열왕기上 17장)을 보면 유대 땅에 큰 가뭄이 들었을 때 어느 과부가 밀가루 한줌과 기름 조금밖에 남지 않았음에도 선지자 엘리야가 먹을 것을 달라 하자 기꺼이 음식을 만들어 바친다. 엘리야는 아합 왕에게 대적했다가 도망자 신세가 되어 사르밧(Zarephath) 땅으로 피신한 터였다. 선지자는 이 욕심 없고 헌신적인 과부와 그 아들에게 축복을 내려 가뭄이 끝날 때까지 과부의 밀가루 항아리와 기름병에서는 밀가루와 기름이 떨어지지 않았다..

Show&Movie 2022.08.07

[설교] 구원이란 무엇인가?

※ 전 직장 선교회에서 저와 같이 신앙생활을 했던 이귀재(사진) 집사가 '구원'에 관한 책을 냈습니다. 서울공대를 나온 공학도로서 은행에서는 주로 기술과 IT 파트에서 일을 했고 정년퇴직을 했지요. 옆에서 직장 일도 열심히 하면서 교우들과 성경공부도 하고 전도활동을 하는 것을 죽 지켜 보았습니다. 바로 '성실함' 그 자체였습니다. 그 결실을 맺은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이 책입니다. 신학을 전공하고 목회를 하는 목사님들도 경탄해 마지 않는 이 책을 권해드립니다. 아래 메시지는 지난 7월 서울 노원구의 어느 교회 초청을 받고 전한 말씀을 이 집사님의 허락을 받고 그의 페이스북에서 옮겨실은 것입니다. 성경 말씀: 에베소서 2:8-10 [8] 너희는 그 은혜에 의하여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을 받았으니 이것은 너..

Holiness 2022.08.03

[가곡] 미뇽의 노래 "그 나라를 아시나요?"

'예술가곡' 하면 슈베르트의 650편이나 되는 리트를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차이콥스키의 "오직 그리움을 아는 이만이"를 들을 때에는 '러시아 로망스'[1]와 비슷한 듯하면서도 사뭇 다른 느낌이 전해져 왔다.[2] 상대방이 내 마음을 몰라줄 때의 외로움과 그리움을 이처럼 절절하게 표현한 노래가 또 어디 있을까? 더욱이 차이콥스키 말고도 베토벤, 슈베르트, 볼프 같은 대가들이 다투어 곡을 붙였다면 그 노랫말은 무엇일지 궁금해졌다. 독일어 'Sehnsucht' 나 포르투갈의 가요 파두에 나오는 'Saudade' 같은 말은 영어의 'Longing'만 가지고는 채워지지 않는 원망(怨望), 갈망(渴望)을 내포하는 복잡미묘한 감정이다. 그래서 원문은 독일어인데, 영어로 번역된 것을 다시 한글로 옮겨 보았다. 괴테의..

Travel 2022.07.30

[설교] 로마서의 '의로움'이란

고린도에서 사역을 하던 사도 바울은 당시의 제일 부강한 나라인 로마의 신도들에게도 십자가의 복음을 전하고자 했다. 바울이 구술로 받아 적게 하여 로마에 보낸 로마서(The Epistle of Paul to the Romans)는 그리스도교의 진수(眞髓)를 담고 있다. 기독교 신자라면 이 책이 성 오거스틴을 회심케 했고, 번민에 싸인 가톨릭 사제 루터로 하여금 오직 믿음으로 의롭다 함을 인정(以信稱義) 받아 종교개혁에 나서게 만들었음을 알게 된다. 그러나 남들이 경탄하는 풍경이 나한테는 별로인 경우도 있는 것처럼, 과연 내 자신의 신앙심을 근본적으로 바로잡을 수 있는 책인가 지레 의아심을 품게 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일본의 근대화 시기에 본격적으로 기독교사상을 공부하여 우리나라에도 큰 영향을 끼친 우치무라..

Holiness 2022.07.18

[시인] 오규원의 "비가 와도 젖은 자는"

장마철엔 거의 매일 비가 온다. 장마 전선이 한반도를 오르내리면서 많은 비를 뿌리기 때문이다. 금년처럼 봄가뭄이 심한 경우에는 장마의 시작을 고대하는 형편이었다. 엊그제 창 밖에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오규원의 "비가 와도 … " 시를 읽을 기회가 있었다. 오규원(吳圭原, 본명 吳圭沃, 1941~2007) 시인은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 교수를 지내면서 수많은 문인을 길러냈다.[1] 창작 이론서 은 시를 쓰려는 사람이 반드시 읽어야 하는, 지금도 속간되고 있는 시작(詩作) 교과서다. 습작단계에서 빠질 수 있는 잘못된 습성을 바로 잡아주면서, 마치 백과사전 같은 시의 수많은 표현기법을 알려준다. 비가 와도 젖은 자는 / 순례 1 - 오규원 A Wet Man on a Rainy Day - Pilgrimage ..

People 2022.07.14

[Book's Day] 하루키의 또 다른 세계

G : 7월 Book's Day에는 휴가 시즌에 맞는 책을 소개해주실 건가요? P : 네, 휴가 중에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을 떠올리다가 한 작가의 책을 많이 읽기도 했고 그의 작품 성향을 정리해볼 필요가 있겠다 싶어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을 골랐습니다. 아주 오래 전 작가 활동 초기에 발표되었던 소설이지만 작가의 특성을 잘 보여주는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1992)이라는 책입니다. G :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원제: 노르웨이의 숲)은 저도 읽었습니다. 하루키는 일본과 우리나라에서 아주 인기가 많은 작가 아닌가요? 노벨 문학상 후보로도 오르내린다고 들었습니다. P : 그렇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 1949~ )는 《상실의 시대》, 《해변의 카프카》, 《1Q84》, 《기사단장 죽이기》 ..

People 2022.07.13

[번역] 코로나 블루와 라비던스의 위로

코로나 팬데믹이 이젠 겨울독감 같은 수준의 엔데믹(endemic disease)으로 바뀌었다. 그래도 여전히 코로나 확진자는 거의 매일 만 명 이상 나오고, 코로나 블루 같은 후유증을 호소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런 가운데 TV 뉴스를 보면 여기저기서 빚에 쪼들려, 병고(病苦) 로, 실연 당해서, 직장내 괴롭힘을 못 이기고 세상을 버리는 사람이 속출하고 있다. 뉴스에 안 나와서 그렇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은 보도 내용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청소년과 노인의 자살률이 OECD 회원국 중 제일 높다고 하니 말이다. 사실 사람이 우울증에 빠지는 이유는 백 가지도 넘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빠져나오는 길은 프로작 같은 항우울제 약을 복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결국은 단 한 가지 - 희망을 갖고 ..

People 2022.07.05

[반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 그래도

6월의 마지막 날, 금년도 절반이 지나간 셈이다.사람들은 흐르는 세월이 "손에 넣자마자 눈깜짝할 새 사라져버린 솜사탕" 같다며 탄식한다. 그래도 짧지 않았던 금년 상반기엔 벼라별 일이 다 일어나지 않았던가!국내에선 정권이 바뀌고, 구중궁궐 같던 청와대가 시민들에게 개방됐다.먼 나라 전쟁 통에 공급망이 망가졌다며 모든 물가가 다 오르고 주가는 폭락했다.자연도 정신을 잃었는지 가뭄과 홍수 피해가 잇달았다.'한 달 제주살이' 하러 떠난 일가족은 완도 앞 바닷속에서 한참 후에 발견됐다.아빠가 빚을 많이 져서 딸까지 데리고 일부러 바닷속으로 들어갔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세상 가장 낮은 곳에 있는 그래도[1]라는 섬에는 사랑의 불을 꺼트리지 않고,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는 말을 들었..

Travel 2022.06.30

[광주] 높은산 주상절리, 무등산 서석대

광주(光州) 하면 '무등산'이다. 지리산과 함께 전라남도의 진산(鎭山)으로 광주광역시와 담양군, 화순군에 걸쳐 있는 해발 1,187m의 큰산이다. 영암의 명산인 월출산[1]과는 달리 산봉우리가 뾰족하게 솟아 있지 않고 큰 산세가 팔을 아우르듯 병풍처럼 둘러쳐 있어 웅장하면서도 편안한 느낌을 준다. 얼마 전 전시회를 보러 광주에 갔을 때 광주 시내 곳곳에서 무등산을 볼 수 있었다. 세잔의 풍경화에 으레 등장하는 생트 빅투아르 산[2] 마냥 임직순 화백의 여러 풍경화에서도 묵직한 배경을 이루고 있었다. 마침 인근 고창 출신인 서정주 시인이 무등산을 노래한 시가 있어서 영어로 번역해 볼 생각을 했다.[3] 그러나 인터넷을 뒤져보니 서강대에서 영문학을 가르치셨던 안선재 명예교수(Brother Anthony of..

Travel 2022.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