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 Peo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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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5월의 보라빛 등나무 꽃 단상

어느 시인은 등나무 꽃을 보고 다음과 같이 노래했다. 등꽃 서러움은 풍성한 꽃송이 그 화려함 만큼이나 덧없이 지고 있는 꽃 그늘 뿐이어서 다시 꽃 필 내년을 기약하지만 . . . 차라리 등꽃 보라나 되어 화라락 지고 싶어라 김명인, "저 등나무 꽃 그늘 아래" 중에서 목련도, 벚꽃도, 라일락 꽃도 지고나면 그윽한 향기를 풍기면서 보라빛 등나무 꽃이 핀다. 등나무 넝쿨은 그 자체가 그늘을 만들기에 무엇보다도 화려한 꽃이 있는 듯 없는 듯 피어 있다. 나 역시 매일 그 앞으로 다니면서도 등나무 꽃이 피어 있는 줄 모르고 지나칠 뻔했다. 몇 년 전 안식년 때 LA에서 거주했던 파크 라브레아(Park La Brea) 아파트 단지 안에 만개했던 자카란다 (Jacaranda) 꽃나무가 생각났다. 잎과 수형(樹形)이..

Travel 2012.05.10

[스페인 4] 스페인의 올리브와 포도주

o 스페인은 어찌하여 지방색이 뚜렷이 구별되는가? 스페인은 지방색이 아주 뚜렷할 뿐더러 언어가 다르기조차 하다. 지금은 중단되었지만 바스크 지방에서는 한동안 분리주의 운동이 득세하였으며, 바르셀로나에서는 스페인어가 아니라 카탈루니말이 통용된다. 프로축구 경기에서도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팀과 서포터즈들은 한-일 전 못지않게 목숨 걸다시피 싸운다고 한다. 이와 같이 지역별로 언어나 성향이 다른 것은 주민들의 혈통이 다르고 역사와 문화의 차이가 있는 데 기인하는 것 같다. 바르셀로나는 카탈루니아 지방의 풍부한 물산과 우수한 인력자원을 바탕으로 경제활동이 왕성하기에 기회만 있으면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하려 하고 있다. 이베리아 반도는 오래 전에 지중해 해상무역에 종사하던 페니키아인들이 진주하여 살았고 한 동안..

Travel 2012.03.01

[스페인 3] 프라도 미술관과 세르반테스 정신

프라도 미술관 내에서 사진촬영은 금지되어 있다. 위의 사진은 Thomas Struth라는 사진작가를 위해 연출된 장면이다. 아래의 그림 사진을 포함한 출처는 ‘Las Meninas by/after Velasquez (Prado)’ o 예술작품의 변형(variation)은 무죄? 마드리드에서 꼭 가봐야 할 곳은 프라도 미술관과 소피아 미술관이다. 이번 여행에서 전자는 일정에 들어 있었지만 후자는 옵션이었기에 다른 일정을 줄이고 각자 20유로씩 내고 가보기로 했다. 1992년 올림픽을 계기로 마드리드 역 앞의 병원을 개조하여 소피아 왕비의 이름을 따서 만든 현대 미술관인데 피카소의 "게르니카"를 비롯한 현대미술작품이 전시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은 낡은 병원 건물을 현대적으로 리노베이션하여..

Travel 2012.03.01

[스페인 2] 순례자의 길과 알함브라 궁전

o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은 800km를 모두 걸어야 하는가?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El Camino de Santiago)은 예수님 12사도 중의 하나인 세베데의 아들 야고보가 스페인에서 복음을 전할 때 걸었던 길이다. 순례자의 길은 여러 갈래가 있는데 어느 것이나 종착지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 '별들의 벌판'이란 뜻) 성당이다. 야고보 사도가 팔레스타인에서 헤롯 아그리파에 의해 참수형을 당한 후 그 제자들이 스승의 유해를 돌 운반선에 모시고 와서 이베리아 반도 북부(콤포스텔라 부근으로 추정)에 묻었다고 전해진다. 순례자의 길은 본래 가톨릭 신도들이 예루살렘이나 로마처럼 성지순례를 하는 길이었다. 우리들에게 로 잘 알려진 파울루 코엘료가 1986년 이 길을 걷..

Travel 2012.02.29

[스페인 1] 스페인 문화와 이사벨 여왕

2012년 2월 겨울방학을 이용해 열흘간 스페인으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큰아이 전역에 때맞춰 기념할 만한 가족여행을 떠나기로 한 것이다. 2월 17일 밤 인천공항의 지정 카운터에는 우리말고도 여행사의 패키지투어를 떠나는 사람들이 모여 들었다. 스페인 현지에서도 한국의 관광객 여러 팀을 만났다. 그러니 나만의 여행기를 쓰는 것보다는 우리가 스페인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던 것을 소개함으로써 스페인에 관한 정보를 나누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필자는 모두투어의 7박 10일(기내에서 2박, 스페인 국내선 2회 이용) 스페인 패키지 투어를 이용하였으며, 이 글을 쓸 때 현지 가이드인 허봉도 선생의 해설을 많이 참조하였음을 밝혀둔다. 유머러스하고도 박학다식한 허봉도 선생의 해설로 인하여 자칫 주마간산 격으로 지나칠..

Travel 2012.02.26

[수목원] 가을빛 짙어가는 오산 물향기 수목원

설악산에 가야만 가을 단풍을 구경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설악산 공룡능선의 파노라마 사진은 하단에 소개). 10월의 마지막 주말을 맞은 현재 한반도 곳곳이 가을 단풍으로 절경을 이루고 있다. 오늘 아침 출근할 때 홍릉의 은행나무 가로수 길도 그러했다. 마침 자형이 정년퇴직하신 후에 수채화, 유화를 배우면서 전시회를 갖는다고 하셔서 오산에 있는 물향기 수목원을 찾아갔다. 경기도 임업시험장에 있는 산림전시관의 홀을 빌려 수유회 회원들이 10월 18일부터 30일까지 전시회를 열고 있었다. 풍경화가 많았지만 정물화도 있고 자기 집 애완견을 그린 작품도 있었다. 수개월에 걸쳐 정성 들여 그린 작품들이었는데 모두들 이미 아마추어 솜씨를 넘어서 있었다. 산림전시관 밖 수목원에서는 그야말로 가을빛이 절정을 이루고 있었..

Travel 2011.10.28

[거제도] 10년만에 다시 찾은 해금강 - 외도

2011년 여름 느즈막이 남해로 가족여행을 떠났다. 1999년에도 거제도에 간 적이 있는데 그때는 출장 길이었지만 이번에는 가족을 동반한 휴가 여행이었다. 예술의 도시 통영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미륵산에 올라 다도해를 구경한 다음 거제도로 가서 유람선을 타고 해금강과 외도(外島) 관광을 하였다. 일기예보에서는 비가 온다고 하였는데, 우산을 쓰는 대신 뜨거운 햇빛을 가리는 구름이 끼어 다행이었다. 성수기에는 대형 버스를 타고 온 외도 관광객이 하도 많기 때문에 여러 선착장으로 분산하여 단체관광객을 실어 나른다. 피크 시즌은 지났지만 출발하기 전에 인터넷(www.oedoticket.com)을 통해 예약을 하였는데 5-6군데 선착장 중에서 와현을 지정 받았다. 예약을 할 때 따로 수수료를 받지 않고 승선료를 2..

Travel 2011.08.28

[불국사] 김대성은 한국의 베르니니

2011년 8월 18일 법학도서관협의회 세미나에서의 기조발표 차 경주에 갔을 때 불국사와 석굴암을 보고 마음속에 전과 다른 생각이 솟구침을 느꼈다. 세미나에서의 발표주제가 “법학도서관의 미래? 현재진행형!”이었는데 불국사라는 신라시대의 문화를 목도하고 과거의 문화를 오늘날 되살려야 한다는 사명감 같은 것을 갖게 된 것이다. 아래 사진은 불국사 경내의 연못이다. 연초에 방문하였던, 매화꽃으로 유명한 후쿠오카 다이자후(太宰府) 천만궁의 연못이나 프랑스 지버니에 있는 “수련 연작”으로 유명한 모네의 연못을 연상케 한다. 지금까지 로마에 갈 때마다 부러운 생각이 들곤 하였다. 어떻게 한 시대에 한꺼번에 다빈치, 미켈란젤로, 베르니니(Gian Lorenzo Bernini 1958-1680) 같은 위대한 조각가, ..

Travel 2011.08.19

[백두산] 중국쪽 북파 코스로 천지에 오르다

우리가 애써 중국 연길에 가는 이유는 백두산에 올라 보고 용정의 윤동주 생가와 "일송정 푸른 솔과 선구자가 말 달리던 해란강"을 둘러보기 위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백두산까지 가는 길은 그리 쉽지 않았다. 중국동방항공의 연길행 여객기가 인천공항에서 제 시간에 출발하는 일이 거의 없다는 말처럼 우리도 비행기 안에서 2시간 가까이 기다려야 했다. 뒤늦게 도착한 VIP 승객을 기다린 것이라고 승객들이 수군거렸다. 그리고 백두산 오르기 전날 연변지방에는 비가 조금 내렸다. 당일에 하늘이 개었지만 비구름이 완전히 걷힐 정도는 아니었다. 우리 일행은 아침 일찍 연길을 출발하였으나 우리가 통과하는 고산지대에는 여전히 짙은 안개가 끼어 있었다. 장백산(백두산의 중국식 이름) 지역의 기상예보는 “한 때 소..

Travel 2011.07.20

[홍콩-마카오] 패키지로 즐길 수 있는 마카오 관광

2011년 6월 8일부터 11일까지 홍콩에 다녀왔다. 나는 홍콩대학교에서 열린 "Law via the Internet 2011" (Free Access to Law Movement 주관) 국제회의에 참석하고 주제발표를 하여야 했으므로 관광일정 짜는 것은 동행한 대학원생 김현준 씨에게 일임하였다. 짧은 여행 기간 중에 홍콩에서 꼭 가볼 곳은 센트럴의 쇼핑가와 트램을 타고 올라가는 빅토리아 피크, 그리고 마카오의 카지노 호텔들이라 할 수 있다. 우선 홍콩에서 돌아다녀 보니까 택시와 미니버스가 싸고 편리한 교통수단인데 영어가 전혀 통하지 않는 게 놀라웠다. 경사면에 자리한 홍콩대학의 경우 만약 사우스케이트에서 내린다면 북단의 우리 숙소(Robert Black College)까지는 계단과 에스컬레이터로 한참을 ..

Travel 2011.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