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5일 오후의 일정은 에르미타쥐 미술관 관람과 네바강 크루즈였다.
네바 강변에 자리한 에르미타쥐 국립미술관(Hermitage Natioal Museum)은 본래 차르의 겨울궁전이었다. 1000개가 넘는 방과 117개의 계단이 있으며 300만 점의 소장품을 자랑하는 세계 최대의 박물관이다. 시간제로 제한된 인원을 입장시키고 있음에도 그 입구에는 명성에 걸맞게 수많은 관광객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에르미타쥐 미술관에는 몇 가지 비밀 소장품이 있다고 한다.
하나는 위의 안내문이 붙어 있는 바로 옆방에 로마노프 왕실에서 Free Mason 활동을 어떻게 하였는지 상당히 많은 기록물이 전시되어 있었다. 설명이 전부 러시아어인 데다 사진촬영이 엄격히 금지되어 있어 못내 아쉬웠다.
다음은 많은 인파와 전시물에 치여서 자칫 놓치기 쉬운 명화 렘브란트의 "돌아온 탕자"(Return of Prodigal Son)이다. 헐벗은 아들을 안아주는 자애로운 아버지의 모습이 압권이다.
또 한 가지는 한국 관람객들은 건너뛰지만 일본 사람들이 필견의 작품이라고 일컫는 카지미르 말레비치의 1916년작 "절대주의 구성"(Suprematist Painting)이라고 하는 그림이다.
여기서도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러시아 군대가 1812년 나폴레옹 군대를 격퇴하고 승리를 거둔 장면과 러시아군을 지휘한 300여 장군들의 초상화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지금도 러시아 국가 문양으로 쓰이고 있는 쌍두 독수리가 새겨진 차르의 대관식 왕좌도 에르미타쥐의 상징이다.
이것들은 모두 표트르 대제의 손자며느리인 독일 출신 에카테리나 여제에 의해 성취되고 에르미타쥐에 소장되었다가 일반 대중에 공개되었다.
지금도 정확한 시간을 알려주고 있는 황금 공작새 시계도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어 모았다.
그 옆에는 비디오가 잘 보이지 않는 부속들의 작동원리를 따로 보여주고 있었다.
창 밖에는 고요히 흐르는 네바 강과 이 도시를 지키는 피터 폴 요새가 보였다.
에르미타쥐 미술관에서 나와 현지 가이드가 인솔하는 대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번화가인 네프스키 대로로 갔다.
무명의 건축가(바로니힌)가 10년 동안 만들었다는 카잔 성당을 찾아갔다. 성당 앞으로 팔을 벌리듯 94개의 코린스 양식의 대리석 기동이 서있고 광장 중앙에서는 분수가 솟아 올랐다. 광장 양쪽에는 승전을 기념해 만든 전쟁영웅의 동상이 세워져 있어 19세기 말 이곳 광장은 학생들의 집회 장소로 쓰였다고 한다. 지금은 네프시키 대로를 걷는 시민들의 휴식처가 되었다.
한 여름의 태양 빛을 즐기는 시민과 관광객들 사이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번화가 네프스키 거리를 구경했다.
러시아 정교회, 차이코프스키 음악원, 마린스키 극장을 구경하고 나니 백야라 해도 하루의 일과가 끝나는 시간이 되었다. 우리 일행은 오늘 본 것들을 네바강의 유람선을 타고 정리하기로 하고 중국식으로 저녁식사를 마친 다음 미리 예약해 둔 유람선에 올랐다.
시장경제로의 체제전환(transition)이 급속히 이루어졌던 러시아에서는 신흥부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그렇지만 젊은 세대들이 너무 일찍 자본주의에 물이 들어 저축을 하기보다는 소비생활에 몰두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우리가 본 상트페테르부르크 시민들은 대부분 여유롭게 레저를 즐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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