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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백야기행] 차르의 화려한 자취: 여름궁전

Onepark 2013. 7. 16. 09:43

6월 26일(수) 차르의 여름궁전을 구경하고 러시아를 떠나는 날이다. 피서를 위해 서늘한 북쪽 나라로 왔다고 생각했는데 연일 뜨거운 태양이 대지를 달구고 있었다.

러시아워를 피해 아침 일찍 호텔 체크아웃을 하고 도심을 벗어났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도 목적지까지 직행으로 다니는 셔틀버스가 있다고 했다. 이곳도 체제전환 이후 인구가 늘어나면서 부동산 값이 뛰고 있다고 하며, 외국자본이 유입되어 교외에 현대식 아파트가 많이 들어서고 있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러시아인들은 전통적으로 교외에 별장, 즉 다차를 갖고 있다. 체제전환 이후에는 다차에도 빈부의 차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한다. 소박한 다차가 많지만 현대식으로 호화롭게 지어진 것도 있었다.

 

주차장에서 차르의 여름궁전 입구로 들어설 때 느닷없이 한국의 동요 "고향의 봄"이 울렸다. 마을 악대가 한국 관광객들이 도착한 것을 알고 한국의 동요와 애국가를 연주하는 것이었다. 우리 일행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주머니를 털어 동전을 기부하였다.

 

단연 여름별장치고 최고로 호화롭게 지은 궁전은 차르의 여름궁전일 것이다. 바로 인근에는 푸틴 대통령의 여름 다차도 있었다.

차르는 발트해 건너 편 자기가 건설한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바라보거나, 다채로운 분수 쇼를 보며 산책하거나, 그래도 무료해지면 사냥을 즐겼을 것이다.  

 

저수량이 부족하여 분수는 24시간 가동하지 못하고 오전 11시 러시아 국가가 울려퍼지면서 가동을 시작한다고 했다.

분수대는 기하학적으로 조성되어 있었으며 여러 호화로운 조형물들이 설치되어 있었다.

대부분 포세이돈 같이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주인공들이었는데, 정원의 분수들은 동화 속의 한 장면처럼 보였다.

 

그 사이에 많은 관광객들이 운집하여 11시 분수 쇼가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러시아 국가와 함께 분수들이 힘차게 물줄기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일대 장관이 아닐 수 없었다.

 

 

 

여름궁전의 분수 쇼까지 구경했으니 속히 시내로 돌아가 점심식사를 한 후 헬싱키 행 고속열차를 탑승하여야 했다.

올 때와는 달리 고속도로를 경유해 가기로 했다. 똑 같은 고속도로인 데도 가로등을 둥글게 조형미를 살리니 마치 동화 속의 터널을 달리는 기분이 들었다.

 

좋은 날씨에 멋진 구경을 한 탓인지 시장했다.

미가라는 한식집에 들어갔을 때 결혼 30주년 기념여행을 하는 나는 자축하는 의미에서 일행들에게 맥주를 권했다. 약간의 팁을 포함하여 50 유로면 족했다. Cheers!

그리고 당분간은 한식을 먹을 수 없다는 말을 들었기에 된장찌개 그릇의 바닥까지 비웠다.

 

드디어 헬싱키로 가는 기차역에 당도했을 때 우리가 타고 갈 고속열차 알레그로(Allegro) 개찰시간까지 다소 시간여유가 있었다. 그래서 지하 깊숙히 있는 플랫폼을 구경하기 위해 기차역에 붙어 있는 지하철 역 안으로 들어갔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깊이 내려가야 했다.

 

출발 30분 전 개찰이 시작되었다. 우리 일행은 작년부터 운행을 개시한 핀란드 고속열차 "알레그로"에 탑승했다.

객실 칸마다 승무원이 승차권과 여권을 한꺼번에 검사했다. 모든 절차가 휴대용 단말기로 처리되어 우리는 비교적 신속히 입장했다. 옆 플랫폼에는 형광색 옷을 입은 러시아의 여행객들이 서둘러 다른 열차에 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1시간쯤 달렸을 때 국경을 통과했고 핀란드 국경경찰과 세관원이 승객들의 탑승권과 일부 수하물을 검사했다. 작년 이맘때 몽골-러시아 국경을 통과할 때처럼 열차를 세워놓고 까다롭게 출입국수속을 밟지 않아서 좋았다.

핀란드에 접어들자 주변 풍경이 좀더 정돈되어 보였고 원목을 가득 실은 화차가 많이 눈의 띄었다.

헌지시간으로 오후 6시(러시아와 시차 1시간)가 조금 지나 헬싱키 역에 도착했다. 화창했던 러시아와는 달리 간간이 비가 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