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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백야기행] 러시아의 역동적인 힘: 모스크바

Onepark 2013. 7. 13. 22:23

북유럽 백야기행의 첫 기착지는 러시아 모스크바였다.

6월 23일(일) 오후 6시경(현지시간) 모스크바 셰레메티예보(Sheremetyevo) 국제공항에 도착하여 1시간 가량 입국수속을 밟은 후 공항 밖으로 나왔다. 여행자가 입국신고서를 수기로 제출하는 대신 출입국심사관이 여권과 비자를 대조하여 자동 발급해 주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이었다.

시내 곳곳에는 유람선도 다니는 모스크바 강이 S자로 꾸불꾸불 흐르고 있고, 소비에트의 권위를 상징하는 웅장한 스탈린식 건축물이 위용을 자랑하였다.

 

현지 가이드가 인솔하는 대로 버스를 타고 시내로 들어와 코르스톤 호텔 지하의 한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하였다. 마침 그 호텔에서는 오늘 마침 졸업식을 마친 젊은이들이 파티를 하러 들어서고 있었다.

러시아에 도착하자마자 된장찌개와 쌀밥을 먹은 우리는 교외에 있는 IRIS 콩그레스 호텔에 투숙했다.

북유럽 여행일정의 후반부에 매끼 훈제와 염장 연어 중심의 현지식사를 할 때에야 비로소 우리는 모스크바에서 먹었던 한식이 그리워졌다.

 

6월 24일(월) 버스를 타고 크레믈린 붉은 광장과 모스크바 시내구경을 했다. 날씨는 선선하고 비가 올 듯하면서도 해가 비쳤다.

2차대전 당시 나치군대를 물리친 게오르기 주코프 원수의 동상을 지나 러시아 도로원석을 거쳐 우리는 양파지붕의 바실리우스 성당으로 유명한 붉은 광장(Red Square)과 크레믈린 궁(Kremlin Palace)으로 향했다.

 

크레믈린 궁 레닌 묘소 맞은 편에는 국영 굼 백화점이 있었다. 그 내부는 라스베가스 어느 호텔 쇼핑가에 온 것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호화로왔다.

붉은 광정에서 벗어나 빨간 M자 표시가 된 지하철역 입구에는 크레믈린 궁으로 들어가려는 관광객들이 장사진을 이루었다.

 

간단한 보안검사를 받은 후 우리 일행은 다른 관광객들과 함께 초병이 지키고 서 있는 삼위일체 관문(트로이츠카야 탑)을 지나 크레믈린 궁 내부로 들어갔다.

한쪽에는 대통령 관저와 집무실이 있고 그 맞은 편에는 역대 러시아 황제 가족이 살았던 궁정과 러시아 정교회 건물들이 있었다. 이 모두 1990년에 UNESCO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건물들이라고 한다.

 

차르의 권위를 보이기 위해 만든, 애당초 발사가 불가능했던 황제의 대포와 역시 타종이 불가능했던 황제의 종을 구경한 후 우리는 이반대제의 종루 계단에 앉아 러시아 황실의 역사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몽골계 타타르족의 지배를 받던 러시아 공국이 이반대제의 영도력에 힘입어 타타르 군을 격퇴하고 이반뇌제(雷帝)는 볼가강변의 타타르 수도 카잔을 함락시켰다. 그러나 그의 흉포함은 아들과 태중의 손자를 죽이고 정치적 혼란기를 거쳐 불세출의 표트르 대제 등장을 가져왔다고 한다.

   

크레믈린 궁 안에는 역대 차르가 신앙심을 과시하듯이 이반대제의 종루를 비롯하여 성모수태고지 성당, 성모승천(우스펜스키) 성당, 미카엘천사 성당, 12사도 성당 등 여러 교회를 세웠다. 그리스 정교회는 2-3시간씩 꼬박 서서 미사를 드리는데 황제와 황비, 주교만이 의자에 앉을 수 있었다고 한다. 성당마다 특색이 있게 자작나무 위에 채색으로 그린 이콘(성상) 그림들이 인상적이었다.

 

이만한 국토 면적과 인구, 자원을 가진 나라로서 독자적인 역사와 문화를 지켜왔다면 세계적인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점은 위의 요소 중의 한두 가지를 결하고 있는 스칸디나비아의 '강소국들'과 비교해 보면 확실해졌다. 예컨대 핀란드와 덴마크는 신기술을 가지고 인적 자원을 최대한 개발하는 것에 국운을 걸지 않았던가. 이러한 사정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크레믈린 관광을 마친 우리 일행은 버스를 타고 구소련 KGB 본부청사를 지나 점심식사를 예약한 풍차식당으로 갔다. 290루불에 드레싱 없는 야채 샐러드와 빵, 그리고 주식인 감자와 돼지고기 요리가 나오는 러시아식 식사를 했다.

 

구소련 해체후 고르바초프에 이어 대통령으로 당선된 옐친의 최대 치적으로 꼽힌다는 전승기념공원으로 향했다.

그 입구에는 유럽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개선문이 있고 그 뒤로 광활한 대지에 1941년 2차대전의 여러 격전지(기념탑)와 승리를 기념(밤에는 조명을 받아 핏빛의 물이 솟아나는 분수)하는 전승기념공원이 자리잡고 있었다.

 

모스크바 국립대학교로 가는 길목에 있는 레닌(참새)언덕의 테라스는 모스크바 시내를 구경하기에 제격이었다.

이날도 행사를 마친 젊은이들이 애인과 함께 와서 기념촬영을 하고 야단법석이었다.

 

6월 하순이라 여름방학을 맞은 모스크바 국립대학교의 캠퍼스는 한가로워 보였다.

예전에는 황장엽 씨를 비롯한 북한유학생들이 많이 다녔으나 지금은 그들은 자취를 감추었고 오히려 남한에서 온 유학생들이 압도적으로 많다고 한다. 그 맞은 편에는 푸틴대통령이 지어준 모스크바 대학도서관이 지키고 있었다.

 

모스크바를 비롯한 러시아 전역의 도시에서는 전기로 가는 트롤리 버스가 지하철 다음가는 대중교통수단이다.

무공해 버스이기는 하지만 회전이 어렵고 도심교통체증을 야기하므로 푸틴 대통령은 소치 올림픽 전에 지상의 전선을 없애는 사업을 지시했다고 한다.

 

모스크바 도심에서 교통사고라도 나면 몇 시간이고 도로가 통제되기 일쑤이므로 상트 페테르부르크로 가는 국내선 비행기를 타기 위해 3-4시간 전에는 공항에 도착해야 했다. 우리는 모스크바 현지 가이드와 작별한 후 시장 속 같이 혼잡한 공항 대합실에서 2시간 이상 기다리다가 상트 페테르부르크 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승객이 모두 탑승한 것을 확인한 FV172편 여객기는 출발시간 9시 20분보다 15분 전에 이륙했다. 그리고 1시간 반만에 상공에서 러시아 평원이 내려다 보이는가 했더니 상트 페테르부르크(현지 발음은 뻬쩨르부르크) 공항에 사뿐히 내려 앉았다.

6월 24일 밤 10시 50분경 비행기 트랩을 내려올 때 백야를 실감할 수 있었다. 서녁 하늘에서는 그제서야 해가 지고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