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전, 곧 샹그릴라의 분위기가 파악되었다. 말하자면 중국 티베트 공정의 거점도시였다.
중국 자본으로 티베트 풍 문화를 쳐바르고 있지만 외국인의 눈에는 그저 그렇고 그런, 여느 중국 도시나 비슷한 모습이었다.
셋째 날 저녁은 중전시내의 금사국제호텔에 투숙하였다.
객실이 모던하게 꾸며졌는데 욕실은 안이 아니라 밖에서 커튼으로 가리게 되어 있어 야릇한 호기심을 자극했다.
아침식사 후 호텔 회의실에서는 개성공단 문제를 비롯한 남북 현안사항에 관한 회원들의 주제발표와 토론이 벌어졌다.
남북간의 치킨 게임을 어떻게 끝낼 것인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어떻게 구체화할 것인지, 그리고 남북물류포럼을 어떻게 활성화할 것인지를 놓고 활발한 의견교환이 있었다.
시간관계상 포럼의 운영 및 부설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의 운영에 관하여는 3-4시간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 논의하기로 했다.
회의를 끝내고 나오니 밖에는 비가 조금씩 내렸으나 우리는 리틀 포탈라궁이라 불리는 송찬림사로 갔다.
17세기 후반 달라이라마 5세의 도움을 얻어 운남성을 평정한 청나라 건륭제가 라마교 사원으로 지어 바쳤다고 한다. 티베트 라사의 포탈라 궁 규모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산 위에 지은 사원은 웅장한 성처럼 보였다.
아래 사진 속의 통에는 "움 마디 밤메 훔"이라는 라마교의 주문이 새겨져 있는데 저 통을 돌림으로써 구제를 받는다고 했다. 이를테면 속성으로 극락세계에 가는 코스였다.
그 옆에 사자 석상은 공사 중이라서 눈을 가린 것이고 공사가 끝난 다음에 문을 가린 천을 풀어준다고 했다.
사원 안에서는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소개하지 못하지만, 처음 보는 벽화도 있었다. 석가모니의 일대기를 그린 탱화에는 석가모니를 모신 보살 중에 젖가슴을 드러낸 개방적(?)인 여성 보살도 여럿 들어 있었다.
우기에는 호수였다가 건기에는 초원으로 바뀌는 납파해도 가 보았다.
일행 중의 몇 사람은 조랑말을 타고 초원을 돌아다녔다.
그리고 우리 일행은 버스를 타고 엊그제 왔던 길을 되돌아 리장으로 향했다. 꼬불꼬불한 산길에 주말이라 통행량이 많았다.
왕복 2차선에서 반대방향에서 차량이 달려오고 있음에도 추월을 감행하는 용감한 운전자들이 적지 않았다.
다행히도 고도가 계속 낮아지기에 차멀미 비슷한 고산증세는 크게 완화되었다.
다시 리장 시내에 들어오니 번화가에서 마오쩌퉁의 동상이 눈에 띄었다. 중국이 개혁개방이 되었다고는 해도 여전히 공산당 일당독재 하에 있으니 마오를 통한 사상적 통일이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일행은 단체로 족지압을 받은 후 지하수맥이 끊겨 연못 물이 말라버린 흑룡담 공원을 찾아갔다.
흑룡담은 지하수가 용출하여 생긴 연못인데 근자에 지하수맥이 끊어져 바닥이 드러나버렸다고 했다.
그래도 주민들은 언젠가 흑룡이 마음을 돌려 찾아올 것이라 믿고 제사를 지낸다고 했다.
그러나 이 물은 UNESCO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1997)된 리장 고성의 운하에 물을 공급하기에 한쪽에서는 인공으로 물을 퍼올리고 있었다.
리장 고성의 중심은 사방가의 물레방아와 4통8달의 중앙광장이었다.
중국의 다른 성과는 달리 이 곳에는 성벽이 없다. 그 이유는 나시족 왕의 이름자에 들어 있는 나무 목(木)에 담장을 두르면 곤란할 곤(困)이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러한 개방적 분위기가 후대에 이르러 수많은 관광객들을 불러모으는 이유가 된다 싶었다.
우리 일행은 동파문자를 벽화로 그려놓은 골목길을 포함하여 수로를 따라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수많은 골목길을 누비고 다녔다. 주말이라서 관광객들과 주민들이 한 데 어울려 먹고 마시고 떠들고 쇼핑을 하고 부산스러웠다.
돈이 없는 사람은 수로 난간에 걸터 앉아 지나가는 사람을 구경하고, 또 어느 골목길에나 음악을 틀어놓고 봉고 같은 타악기를 두드리는 가게가 있어 흥을 돋우었다.
8시가 넘자 해가 저물고 리장 고성에도 어둠이 찾아 왔다.
우리 일행은 이번 여행 일정 중의 마지막 만찬을 즐겼다. 일행 중의 한 분이 리장으로 오는 버스 안에서 노래를 부르는 대신 술을 사겠다고 자청하여 뜨듯한 중국 맥주와 도수 높은 백주를 곁들여 저녁식사를 했다.
그렇게 이국의 마지막 밤은 깊어갔고, 우리는 시간에 맞춰 리장 공항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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