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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고도] 호도협(虎跳峽)과 샹그릴라(香格里拉)

Onepark 2013. 5. 4. 16:52

다음 행선지는 협곡이 좁아 호랑이가 건너 뛰었다는 호도협(虎跳峽)이었다.

가는 길목에 멀리 장강(長江)의 상류인 진사강(金沙江)을 만났다.

그 전망대에는 구애를 위해 2층 벽을 기어올라가는 나시(納西)족 남자 모습이 만들어져 있었다. 이 고장에서도 남자들은 여인을 얻기 위해 용기와 담력을 요구 받았던 모양이었다.

 

 

교두진에서는 호도협에 자리잡은 중도객잔으로 오르기 위해 이곳에서 '빵차'라고 부르는 승합차로 옮겨 탔다. 올라가는 길은 이만저만 스릴이 넘치는 게 아니었다.

낭떠러지에 지그재그로 나 있는 길을 빵차는 속도를 줄이지 않고 올라갔다. 급커브 길을 돌 때마다 차 안에서는 비명에 가까운 소리가 터져 나왔다.

 

 

마침내 당도한 중도객잔(中途客棧)의 테라스에서는 협곡 건너편의 바위산이 압도적으로 다가와 보였다. 그 산세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눈 앞의 산에서 내뿜는 지기 탓인지 일행 중의 한 분은 밤새도록 한 숨도 못잤다고 말했다.

 

 

멀리 그리고 높이 올라와 있다는 느낌에 저녁식탁에 오른 오골계 그릇이 순식간에 비워졌다.

내일 아침 트레킹을 위해 전혀 찰기가 없는 안남미 쌀밥도 맛있게 먹어야 했다.

 

 

트레킹은 천년 이상 차마고도를 다녔던 나시족 현장체험인 셈이었다. 

이렇게 좁은 길을 나귀나 야크 양쪽에 25kg에 달하는 짐을 지우고 사람은 걸어다녔다고 한다.

절벽 위에서 떨어지는 바위돌에 맞아 죽거나 발을 헛딛어 다치기도 하는 위험한 행로였다.

 

 

우리 인생 길도 무거운 짐을 지고 가는 것 같지만 때로는 운 좋게 평탄한 길, 고속도로를 만나기도 한다.

이렇게 험한 길을 다녔던 나시족이나 짐승들이 불쌍하게 여겨졌다.

그러나 노새나 야크도 험한 일을 하던 그때가 좋지 않았을까? 큰 길이 뚫린 지금은 아예 할 일이 없어졌으니 종족유지마저 위협 받는 상황이 되었기 때문이다.

차마고도
새 길이 생기니
옛 것도 사라졌네

Ancient Tea Route
Gives way to new traffic road.
Old things also disappear.

 

 

중전으로 가는 길은 점점 고도가 올라갔다.

도중에 차들이 멈춰 서서 큰 사고를 걱정했는데 돼지를 싣고 가던 트럭이 고장나서 쌍방통행이 막힌 것이었다. 교통정체는 1시간여만에 풀렸다.

마침내 중국이 샹그릴라(香格里拉)라고 부르는 중전(中甸)에 도달했다.

곳곳에서 티베트 양식의 대형 건축공사가 벌어지고 있는 신흥도시였다.

 

 

우리 일행은 늦은 점심을 먹고 푸다춰(普達措) 국립공원으로 향했다. 푸다춰(Potatso)란 티베트어로 '상수리나무가 많은 곳'이라는 뜻이다. 고산증세에 대비하여 62위안을 주고 산소 캔을 하나씩 준비했다.

공원 구내를 운행하는 녹색 환경보호버스를 타고 해발고도 3500m에 자리한 푸다춰 호수로 갔다.

 

 

호반을 거닐 때 마침 호수 상공의 뭉개구름이 마치 백마가 기세좋게 달려가는 모습(경주 천마총의 백마도)을 하고 있었다.

나는 연달아 산소캔의 산소를 흡입하였음에도 고산증세가 나타나 멀미하듯이 가슴이 답답해지고 어지럽고 점차 속이 미식거리는 등 고통이 심해졌다. 오래 전에 바다낚시 가서 멀미했던 불편한 기억이 떠올랐다.

그래도 언제 또 볼 수 있을지 모르는 야크를 방목하는 미리당 고산목장과 해발 3560m의 벽탑해 고산호수를 돌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