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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백야기행] 서양 속의 일본: 스웨덴

Onepark 2013. 7. 16. 15:00

6월 28일(금) 오늘은 스톡홀름에서 짧은 일정을 소화한 후 노르웨이로 이동할 참이다.

아무런 사전지식 없이 크루즈 선을 타고 스톡홀름에 당도하였는데 이곳 현지 여성 가이드는 대뜸 우리를 선박 박물관(Vasa Museum)으로 인도했다.

1628년 종교적인 이유에서 스웨덴 국왕으로부터 폴란드 공격명령을 받은 신형 전투함은 출항 30분만에 돌풍을 만나 전복되어 침몰하고 말았다. 60여 문의 대포는 대부분 곧바로 인양되었다. 그러나 선박은 선창에 있던 소수의 희생자와 함께 대부분 뻘 속에 묻혀 있다가 333년만에 거의 온전한 상태로 인양(우리나라 천안함 인양방법과 동일)되었다. 발틱해에는 물질을 부식시키는 염분이 거의 없는 탓이었다.

 

전복된 원인은 기술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신형 건조함에 복층의 대포를 설치하였고 돛대를 높이 세운 데다 장식을 많이 붙여 무게중심이 맞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대부분 탈출하여 인명피해는 많지 않았으나 장교들을 위한 식기, 각종 생활도구 등은 당시의 생활상을 파악하는 데 훌륭한 자료가 되었다고 한다. 당시의 불운이 후대에 이르러 행운이 된 셈이었다.

 

바사 박물관에서는 인양한 선박의 유물 연구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하면 앞으로 100년 이상 손상없이 보존할 것이냐에 역점을 두고 있는 것 같았다. 박물관 층계를 오르내리며 옛날 바이킹 왕국이 거저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을 깨달았다. 이와 같이 피땀으로 얼룩진 노력 끝에 오늘날의 부강한 나라를 이룩한 것이었다. 박물관 맞은 편의 고색창연한 성채보다도 이 곳 견학을 택한 것이 훨씬 의미가 있었다. 견학을 마치고 나오면서 아직도 미완성이라는 박물관 건물을 다시 뒤돌아 보았다.

 

그 다음 행선지는 시내를 가로질러 노벨상 수상자 기념만찬이 열리는(평화상은 오슬로) 스톡홀름시 청사였다.

도심의 아파트들은 다 역사가 깊고 설비가 잘 갖춰진 고급  아파트들이라고 했다.

청사 역시 관광 명소였는데 유서깊은 장소인 만큼 벽화나 조각 하나하나 다 의미가 있어 보였다.

 

노벨상 수상자 기념만찬은 왕실이 참석하는 최고의 행사인 데다 역대 수상자들도 함께 자리하는 만찬이므로 최고급 식기가 가장 효율적으로 배열되어야 한다. 참석자 수가 워낙 많기 때문에 만찬 테이블에서 왕족은 좌우로 80cm, 일반인은 60cm의 공간만이 허용된다고 한다. 

시 의회의 회의장도 방문하였다. 천장은 바이킹 배가 뒤집어진 모습을 하고 있어 후손들에게 말없는 압력으로 작용하는 듯 싶었고 사방으로 열린 공간은 소통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있었다.

 

크리스탈 샹들리에는 스웨덴이 명산지이므로 우리는 자연스럽게 가이드에게 스웨덴 크리스탈 제품 파는 곳을 안내해 달라고 했다. 그러나 값이 상당히 비쌌으므로 곧바로 구매하기는 다소 부담이 되었다.

그런데 200크로네 이상은 영수증 등 관련 서류를 제출하면 EU 지역을 떠날 때 세금환급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짧은 일정이었지만 왜 스웨덴을 "서양의 일본"이라고 부르는지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다.

그 이유는 스웨덴이 오랫동안 왕국을 유지하여 정치적으로 안정되어 있는 것을 바탕으로 국민들의 제조 기술과 물건을 파는 상술이 뛰어나고 이러한 적극성으로 인하여 주변 국가를 침략하고 식민지배를 오래 한 탓이었다.

 

스톡홀름 시에는 직립형 조형물이 많았다. 왕궁 앞 오벨리스크도 그 중의 하나였는데 마침 점심 예약장소는 스톡홀름 카크나스 타워(Kaknas Tower) 28층이라고 했다. 현재 TV 송신탑으로 사용되고 있는 타워 전망대로 이동했다.

저 멀리 스톡홀름 항구가 보이고 사방으로 탁 트인 전망이 그만이었다. 하늘에는 뭉개구름이 떠 있었다. 점심 메뉴는 발렌베리 송아지 요리에 홍초 레드베리, 완두콩, 으깬 감자가 곁들여 나왔다. 와인이 있으면 제격인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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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토랑 입구의 경구(Maxim)가 마음에 와 닿았다. "LIFE IS ART. PAINT YOUR DREAMS." (인생은 예술이니 당신의 꿈을 아름답게 그리시오.)

타워 주차장으로 시내 노선버스인 빨간색 버스가 들어왔다. 스칸디나비아 각국이 버스에 도입한 바이오 가스차는 지붕에 커다란 가스통을 이고 다니는데 나라마다 환경친화적 캠페인의 일환으로 적극 추진하는 모양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찾아간 왕궁 앞 광장에서는 떠돌이 밴드가 흥겹게 공연을 하고 있었다. 우리는 스웨덴 명물이라는 색칠한 목마, 행주, 크리스탈 소품 등 선물을 사기 위해 선물가게에 들렀다. 목마에 색칠을 하던 아주머니가 우리 일행과 자연스럽게 포즈를 취해줬다.

노교수님을 비롯하여 쇼핑에 관심없는 일행은 밖에서 모처럼의 여유를 즐겼다.

그리고 다음 행선지인 오슬로를 향해 스톡홀름을 떠났다. 

 

 

EU에서는 관광버스의 하루 운행시간이 법으로 엄격히 제한되어 있다. 작년에 스페인 여행할 때에도 경찰이 불시에 검문하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스톡홀름에서 오슬로로 곧바로 가는 것은 여행객들에게도 무리이므로 도중의 칼쉬타트 같은 도시에서 일박을 하기로 했다. 마침 칼쉬타트에서는 다른 행사로 빈 방이 없다 하여 맥도널드에만 들렸는데, 먹고 나서 버리는 일회용품이 종류별로 나뉘어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 모두 한통속 쓰레기는 아니고 어느 정도 리사이클링이 가능하다는 말이었다.

결국 우리는 국경에 가까운 샬롯텐부르크에 있는 Thon 호텔로 갔다. 객실이 미국의 모텔 못지 않게 매우 심플하고 모던했다. 

 

>이 곳의 Thon 호텔은 마치 학교 기숙사 같은 구조로 되어 있었다. 마침 우리가 도착했을 때 호텔 바깥의 잔다밭에서 동양인들이 축구를 하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충청도에서 단체로 여행 온 목사님들 일행이었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호텔 밖으로 나가니 작은 시냇물도 흐르고 강아지 데리고 산책하는 코스로는 그만이었다. 멀리 찾아다닐 필요 없이 이런 것이 힐링이고 이곳이 낙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