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 Peo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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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7] 산토리니 섬에서의 중간 휴식

숨가쁘게 진행되던 그리스 탐방여행이 산토리니 섬에서 하프 타임을 맞았다. 오늘 아침에는 늦잠도 실컷 자고 호텔 풀장이든 카마리 해변이든 일광욕(sunbath)을 할 시간을 얻었기 때문이다. 나는 6시 일출 시간에 맞춰 일어나 해변으로 나갔다. 이제 막 어제 수평선 아래로 들어갔던 불의 전차가 수평선 위로 떠오르고 있었다. 마치 어제 일은 더 이상 문제삼지 않을 터이니 오늘을 새로 시작하자고 다짐하는 것 같았다. 내가 거기 간 적이 있었나? 의문이 들 정도의 환상적인 산토리니 해변의 일출장면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여유로운 여행자의 포즈로 해변의 눕는 의자에 누워 산토리니 섬의 아침 기운을 온몸으로 만끽했다. 나는 이러한 휴식 시간을 또 언제 가질 수 있으랴 싶어 "지금 이 순간"을 영상으로 담기로 했다. ..

Travel 2018.07.04

[그리스 6] 산토리니에서 석양을 감상하다

오늘은 대망의 저녁노을을 보러 산토리니 섬으로 가는 날이다. 9시에 출항하는 배를 타기 위해 우리 일행은 평소보다 조금 일찍 호텔을 나섰다. 허니문을 떠나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마음이 설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모든 이의 버킷 리스트에 올라있는 광경이고, 그리스 출신 뮤지션 Yanni의 "Santorini" 음악으로 널리 알려진 데다 실제 내 눈으로 보는 해넘이와 저녁놀 장면은 어떠할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페리선이 산토리니 섬에 가까이 다가가자 승객들은 하선할 채비를 하느라 웅성거렸다. 지리학상으로 산토리니 섬은 수천 년 전 여러 차례의 화산 폭발로 화구 부분이 화산재와 함께 비산되거나 함몰해버린 칼데라(caldera) 지형이라고 한다. 지금은 바닷물이 가득차 그 중앙부의 바닷길로 우리 배가 절벽 ..

Travel 2018.07.03

[그리스 5] 크레타에서 외치는 '나는 자유다'

오전 6시 크레타 섬의 이라클리온 항에 접근하면서 선상 일출을 보고 라운지에 모였다가 하선하여 대기해 있던 버스를 탔다. 오늘은 크레타 문명이 꽃을 피웠던 크노소스 궁전 유적지를 돌아보고 소설과 영화 [그리스인 조르바]로 유명한 니코스 카잔차키스(Nikos Kazantzakis, 1883-1957)의 묘소를 찾아가는 일정이었다. 우선 아침식사를 하기 위해 저녁에 투숙할 예정인 Capsis Astoria 호텔로 갔다. 페리 안에서는 WiFi도 유료였는데 호텔 로비에서 WiFi가 잘 터지는 것을 확인하고 우리 일행은 밀렸던 메일 체크와 카톡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크레타 섬의 분위기는 그리스와 사뭇 달랐다. 우선 지중해의 태양이 더 뜨거웠으며, 거리의 서점 간판도 크노소스 유물과 관련이 있고, 주민들도 터키와..

Travel 2018.07.02

[그리스 4] 메테오라 수도사들의 고행 전통

아침에 일어나니 하늘은 더 맑고 푸르렀다. 오늘은 메테오라 기암절벽 위에 세운 수도사들의 수도원, 기도처를 방문하는 날이다. 기독교는 외부의 핍박이 닥치면 신자들이 지하로 숨어드는 전통이 있다. 중세 터키와 그리스를 지배한 무슬림 정권의 탄압을 피해 독실한 기독교인들은 지하나 동굴 속으로 숨어들었다. 초기 기독교 사회의 카타콤처럼 굴을 파고 예배 공동체를 지켰다. '메테오라(Meteora)' 지명은 무슨 뜻인가. 수도자들이 은둔생활을 하던 메테오라는 별볼 것 없는 칼람바카 지역을 '유성(流星)'이라는 이름 그대로 관광의 포인트로 만들었다. 중세의 타락한 교계 지도부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도 따로 은신처를 마련해야 했다. 이러한 견지에서 평지에 돌출해 있는 높은 바위산은 수도사들이 기도처를 마련하기에..

Travel 2018.07.01

[그리스 3] 델피 신탁과 유대 선지자의 예언

둘째 날 여정은 델포이(고대 그리스어 발음) 또는 델피(현대식 발음)의 아폴론(로마신화에서는 아폴로) 신전을 탐방하고 바위 절벽 위의 수도원이 있는 메테오라까지 가는 것이었다. 가는 도중에 인기 TV드라마 "태양의 후예" 로케 장소였던 아라호바 마을도 들른다고 했다. 방마다 발코니가 있는 피닉스 호텔을 떠날 때 주유소 마트에서 휴대폰을 분실한 일행이 CCTV를 통해 휴대폰을 찾은 것에 모두 박수를 쳤다. 요즘은 휴대폰에 메모나 연락처는 물론 휴대폰으로 찍거나 전송받은 사진까지 모두 저장되어 있으므로 휴대폰을 분실하면 누구나 멘붕에 빠지게 된다. 아라호바 마을은 공기 좋고 경치 좋은 산지에 한 데 모여 있었다. 지금이야 성능 좋은 자동차로 쉽게 오를 수 있지만 옛날에는 말이나 노새를 타거나 아니면 도보로 ..

Travel 2018.06.30

[그리스 2] 아크로폴리스에서 받은 충격

그리스 여행 첫 날 우리 일행은 아테네 공항에서 가이드 곽동훈 씨와 현지에서 합류한 여성 두 분과 만나는 것으로 일정을 시작했다. 착륙 전에 카타르 항공에서 제공한 아침식사로 소고기죽(beef porridge)과 과일을 먹었기에 따로 점심을 먹을 필요가 없었다. 입국수속도 EU시민이 아닌 非솅겐 (Non-Schengen) 라인이었지만 아주 간단히 끝났다. 첫 코스는 아크로폴리스에 있는 파르테논 신전(Parthenon Temple)이었다. 나 역시 이번 여행의 목적을 파르테논 유적 앞에서 독사진을 찍고 산토리니에서 저녁노을을 감상하는 것으로 정하였으니 가슴이 설레었다. 가이드가 사서 나눠준 입장권은 1인당 20유로였다. UNESCO 세계문화유산 1호로 등재되었지만 관광객을 위한 특별한 편의시설도 없었다. ..

Travel 2018.06.29

[그리스 1] 기독교인의 그리스 여행기

6월 29일부터 7월 8일까지 그리스로 탐방여행을 다녀왔다. 중국 시안-둔황에서 시작한 (사)남북물류포럼(회장 김영윤)의 실크로드 탐방행사가 페르시아와 터키를 거쳐 마침내 유럽으로 건너간 것이다. 일행 가운데 시인이기도 한 건설 엔지니어 박원호 씨는 그리스 유적지를 엔지니어의 관점에서 기록한 여행기 "아쓔! 그리스"*를 남겼다. * 모바일로 (사)남북물류포럼의 공식 밴드 "꿈꾸는 실크로드"에 회원 가입하거나 부산국제교류협회 밴드를 통해 접속 가능함 나는 여행 중에 찍은 수백 장의 사진부터 정리해야 했으므로 나이탓으로 기억이 희미해지기 전에 무슨 일을 보고 겪었는지, 또 무슨 생각을 하였는지, 그리고 성경에는 뭐라고 기록되어 있는지 일단 기독교인의 관점에서 적어두기로 했다. 그것은 신약성경에는 헬라인이 무..

Travel 2018.06.29

[일상] 회기동 출근길 '철학자의 산책로'

아침 출근길이 전에는 부산했다. 회기역에서 내려 경희의료원까지 가는 마을 버스를 타고 정문에서 내려 교시탑*을 지나 법학관까지 한참 바삐 걸어야 했다. 배차 간격이 길어 악명 높은 중앙선 전철을 제 시간에 타지 못 하는 날에는 허둥지둥 택시를 잡아타기도 했다. 그러나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금년 신학기부터는 새로운 코스를 찾아 걷기로 했다. 어느 동료교수가 '철학자의 산책로'라고 이름지었는데 번잡하지 않고 아주 고즈녁한 길이다. * 외국학생들이 유학을 많이 오는 뉴밀레니엄 시대의 경희대 교시는 "Towards Global Eminence"(세계적 수월성을 지향)다. 학교 설립 당시 조영식 박사의 창학이념은 "문화세계의 창조"였으며 교시탑에는 지구본 아래 그렇게 새겨져 있다. 회기역 계단을 내려와 마을버스..

Travel 2018.05.31

[Poem] 벚꽃 그늘에 앉아보렴

4월 초가 되자 벚꽃이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경희대 서울캠퍼스는 벚꽃이 유명하다. 정년을 맞기 전 마지막으로 보는 벚꽃이라 여느때와는 감동이 달랐다. 결혼을 앞두고 벚꽃 아래서 웨딩 화보를 찍는 신부처럼 마음이 설레기까지 했다. 벚꽃이 피기 시작하자 본관 앞 분수대 잔디밭은 옹기종기 모여 앉은 학생들로 하루종일 북적였다. 벚꽃이 절정을 이루던 날 학생들에게 이기철 시인의 "벚꽃 그늘에 앉아보렴"을 들려주었다. 이날 하루만큼은 시험이나 취업 걱정을 벗어놓고 벚꽃 그늘에 앉아보라고 말했다. 벚꽃 그늘 아래 한 며칠 두근거리는 생애를 벗어 놓아보렴 그리움도 서러움도 벗어놓고 사랑도 미움도 벗어놓고 바람처럼 잘 씻긴 알몸으로 앉아보렴 더 걸어야 닿는 집도 더 부서져야 완성되는 하루도 도전처럼 초조한 생각..

Travel 2018.04.14

[교회] 마음과 눈과 귀도 즐거운 양재 온누리

양재동 횃불선교회관은 가정법원 옆 동산(우면산 공원의 끝자락)을 끼고 오른쪽으로 400m쯤 더 들어가면 고급 빌라촌 안쪽으로 산 밑에 자리잡고 있다. 입구의 맞은편 벽면에 24m × 25m 크기의 "선한 목자" 모자이크 벽화가 장식되어 있다. 메인 빌딩은 온누리 양재 캠퍼스로 사용되고 있는데, 계단 왼편에는 횃불 트리니티 신학대학원대학교가 있다. 2000년대 초 신동아건설에서 빌라 타운을 조성하면서 산 밑에 기독교 횃불선교회관을 건설했다. 이 건물을 아주 특별하게 만들고자 했던 최순영 회장은 비잔틴 모자이크 전문 박동인 화가에게 벽화를 만들어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LA 올림픽 당시 LA 한인회관에서 탈춤 모자이크 벽화를 제작한 적이 있었던 박 화가는 1년을 걸려 가로 세로 1cm 크기의 타일 240만개..

Travel 2018.0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