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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파겁(破怯)이란 말을 쓴 만해의 詩

라디오에서 '파겁(破怯)'이란 말을 들었다. 새로운 것을 할 때 두려움이 앞서지만 겁내지 않고 한 발 한 발 내딛을 때 새로운 세계가 열릴 것이라는 취지였다. 처음 들어보는 단어임에도 만해 한용운의 "예술가"라는 시에도 이 단어가 쓰였다고 한다. 생각해보니 내 삶에서 파겁한 순간이 여러 장면 떠올랐다. 수줍음이 많던 초등학생 시절 호명을 받고 전교생이 모인 조회 시간에 상을 받으러 앞으로 나간 일, 대학 다닐 때 마음에 드는 아가씨한테 데이트를 신청한 일, 그리고 지금의 아내를 두 번째 만나던 날 막무가내 청혼을 한 일 등이 생각났다. 그러자 영국의 시인 드라이든(John Dreyden)이 “None but the brave deserve the fair.”(용기있는 자만이 미인을 얻는다)라고 한 말을 ..

In English 2020.11.07

[번역] Autumn Song - '사랑하는 마음'과 그리움

추석을 쇠고 나니 어느덧 10월 중순이다. 한국의 가을은 아주 짧다. 더위가 물러가고 아침저녁으로 소슬바람이 부는가 하면 이내 낙엽이 지고 겨우살이 준비를 해야 한다. 10월에는 여러 노래가 즐겨 불려지곤 한다. 이를테면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가 있다. 이것은 본래 Secret Garden의 'Serenade to Spring' 봄을 기리는 연주곡이었는데 성악가 김동규가 '10월 …'로 제목을 바꾸고 아름다운 가사를 붙여 온 국민의 가을 애창곡이 되었다. 연주곡으로는 차이콥스키의 '4계: 10월'도 있지만, 빌 더글러스의 'Autumn Song'이 가을 아침에 가볍게 듣기에는 최고다. 오색단풍이 물든 나뭇잎에 맺혀 있는 이술방울에 아침 햇살이 반짝이는 장면이 연상된다. 또 '아침이슬' 김민기가 짓고..

In English 2020.10.13

[번역] 가곡 "시간에 기대어" Leaning on Time

코로나 팬데믹 전에는 바쁜 일상 속에서 시간에 쫒기듯 살았다. 그때 시간은 마치 학창시철의 훈육 주임선생님 같았다. 그러다가 지금은 시간이 어서 지나야 모든 어려운 상황이 해소될 것 같다. 이젠 시간이 해결사가 된 것이다. 처음 바리톤 고성현 교수가 부르는 가곡 "시간에 기대어"를 들었을 때 뭔가 가슴이 뭉클했다. '시간에 기대어'라니 4차원의 시간을 벽에 기대듯이 기댈 수 있을까? 사랑했던 그대와 소원해진 후 시간을 의지하노라면 그리워 했던 만큼 잊혀질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가사를 곱씹어볼 수록 그 의미가 새롭게 다가왔다. 이를테면 첫 연에서 저 언덕 너머 어딘가 그대가 살고 있을지 모른다는 말은 언젠가 만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마음을 설레게 하였다. 이것은 "고개를 넘다가 십리도 못 가서 발병 난다..

In English 2020.09.13

[번역] 지란지교를 꿈꾸며 - On Friendship

필자가 운영하는 온라인 법률백과사전 KoreanLII에서는 법률개념을 감성적인 시어(詩語)로 풀어보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를테면 Definition (정의/定義)이란 개념은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이라는 김춘수 시인의 "꽃"과 견주어 설명하는 식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한국을 대표한다고 소개할 만한 시를 찾다가 1차로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를 골랐다. '기다림'이나 '인내'라는 Endurance의 개념과 어울릴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어 교과서에도 실린 유명한 시임에도 일제(日帝) 문화유산의 잔재가 들어 있다는 지적[1]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두 번째로 1980년대, 그러니까 나의 사회생활 초년 시절에 큰 인기를 모았던, 유안진의 "지란지교를 꿈꾸며"에 눈길이 갔다. 더..

In English 2020.08.28

[번역] Time flies like an arrow

어느덧 7월의 마지막 날. 금년 상반기는 코로나19와 어지럼증으로 정신없이 지나갔고 7월은 계속된 장맛비로 눈 깜짝할 새 지나갔다. 퇴직 후에는 마감날(deadline)이라는 게 일상용어에서 사라졌지만 오늘 7월 31일 금요일에는 마감에 쫒긴듯 무엇이라도 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금년 절반이 훌쩍 이러다간 연말 징글벨 송 Half a year already passed. I can almost hear Jingle bells of Christmas. 이런 마음을 아는지 어느 지인이 단톡방에 올려놓은 다음의 시가 내 마음을 크게 흔들었다. 나 역시 이제 중년(中年, middle age)을 벗어나 노년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힘차게 숨가쁘게 달려왔던 중년이 지나고 은퇴를 하고 보니 시인이 말한 대로 인생은..

In English 2020.07.31

[번역] 우리 시를 영어로 번역하는 이유

은퇴 후에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시를 번역하는 일에 힘을 쏟고 있다. 내가 비록 전문 번역가나 문학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우리의 아름다운 시를 외국인들이 모른다는 게 안타까웠다. 구글로 세상의 모든 지식이 검색되는 시대에 우리가 즐겨 불렀던 동요나 가곡이 제대로 번역되어 있지 않다는 데 놀랐다. 예를 들면, "고향의 봄", "학교 종", "가고파", "어머니의 마음"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누구는 인공지능(AI) 자동번역의 시대에 스마트폰으로 번역문제를 다 해결할 수 있다고 하지만, 자동번역된 시의 퀄리티를 누가 보장한단 말인가! 그래서 이 블로그에서는 비록 아마추어 수준이지만 지속적으로 번역작업의 결과물을 보여주기로 했다. 정부에서도 노벨 문학상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유명 시인ㆍ작가의 작품을 꾸준히 번..

In English 2020.07.20

[단시] Feeling the Summer Breeze

I will arise and go now, and go to Innisfree, And a small cabin build there, of clay and wattles made; Nine bean-rows will I have there, a hive for the honey-bee, And live alone in the bee-loud glade. 나 이제 일어나 가리라, 이니스프리로 가리라. 거기 욋가지 엮어 진흙 바른 작은 오두막을 짓고, 아홉 이랑 콩밭과 꿀벌통 하나 벌들이 윙윙대는 숲 속에서 나 혼자 살리라.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이니스프리 섬"의 일부) 예이츠의 이니스프리 정작 가 보면 초라한 섬 유토피아가 이 세상엔 없어도 누구나 꿈꾸듯 현실은 각박해도 상상 속에선 아늑한 행복의..

In English 2020.0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