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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가곡 "시간에 기대어" Leaning on Time

Onepark 2020. 9. 13. 20:30

코로나 팬데믹 전에는 바쁜 일상 속에서 시간에 쫒기듯 살았다. 그때 시간은 마치 학창시철의 훈육 주임선생님 같았다.

그러다가 지금은 시간이 어서 지나야 모든 어려운 상황이 해소될 것 같다. 이젠 시간이 해결사가 된 것이다. 

 

처음 바리톤 고성현 교수가 부르는 가곡 "시간에 기대어"를 들었을 때 뭔가 가슴이 뭉클했다.

'시간에 기대어'라니 4차원의 시간을 벽에 기대듯이 기댈 수 있을까? 사랑했던 그대와 소원해진 후 시간을 의지하노라면 그리워 했던 만큼 잊혀질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가사를 곱씹어볼 수록 그 의미가 새롭게 다가왔다.

 

이를테면 첫 연에서 저 언덕 너머 어딘가 그대가 살고 있을지 모른다는 말은 언젠가 만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마음을 설레게 하였다. 이것은 "고개를 넘다가 십리도 못 가서 발병 난다"는 저주 비슷한 푸념을 늘어놓는 '아리랑'하고는 딴판이었다. 두 사람 모두 나약한 인간이기에 사랑의 결실을 맺지 못하고 헤어진 것이라고 쿨하게 체념함으로써 정리가 되었다. 또 연습이 없었으니 시행착오를 범한 것이라는 변명도 성립이 되었다.

 

하지만 가사를 영어로 번역하려고 보니까 너무 추상적인 개념의 나열이어서 "과연 외국인들에게 이러한 의미 내용이 전달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그럼에도 2016년 5월 고성현 교수가 가곡의 이름을 붙여 첫 콘서트를 열었을 때[1] 밀레니얼 세대인 청중들이 열띤 반응을 보였다. 그들의 감성에 맞는 '신식'(new style) 가곡[2]이라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나도 욕심을 내어 영역을 한 번 시도해 보기로 했다. 또 다른 가곡 정연욱 작사ㆍ작곡 "인생이란" 가사도 영어로 옮겨보았다.

 

* 바리톤 김주택, 피아노 황지희의 "시간에 기대어" Source: YouTube.com

 

시간에 기대어 - 최진 작시・작곡 [3]

Leaning on Time written and composed by Choi Jin

 

저 언덕 너머 어딘가

그대가 살고 있을까

계절이 수놓은 시간이란 덤 위에

너와 난 나약한 사람

Somewhere beyond that hill
I guess you live there.
With bonus time embroidered by the season,
You and I are weak human beings.

바람이 닿는 여기 어딘가

우리는 남아 있을까

연습이 없는 세월에 무게 만큼 더

너와 난 외로운 사람

Somewhere around here being reached by a wind,
I wonder if we may stay.
Weighed as much as time is imposed with no practice,
You and I are lonely human beings.

설움이 닿는 여기 어딘가

우리는 살아 있을까

후회투성이 살아온 세월만큼 더

너와 난 외로운 사람

Somewhere around here being reached by sorrow,
I wonder if we may survive.
Worried as much as life is full of regrets,
You and I are lonely human beings.

난 기억하오 난 추억하오

소원해져버린 우리의 관계도

사랑하오 변해버린 그대 모습

그리워하고 또 잊어야 하는

그 시간에 기댄 우리

I remember with good memories
Our relationship being estranged from each other.
I love you even tho' you've changed a lot,
Longing for, but being forced to forget,
Our past leaning on the time.

사랑하오 세상이 하얗게 져도

덤으로 사는 반복된 하루가

I love you, even tho' the world is getting bleached,
Repeatedly day by day as bonus time.

난 기억하오 난 추억하오

소원해져버린 우리의 관계도

사랑하오 변해버린 그대 모습

그리워하고 또 잊어야 하는

그 시간에 기댄 우리

그 시간에 기댄 우리

I remember with good memories
Our relationship being estranged from each other.
I love you tho' you've changed a lot,
Longing for, but being forced to forget,
Our past leaning on the time,
Our past leaning on the time.

 

Note

1] 2016년 5월 연세대 음악대학 교수인 바리톤 고성현이 이 곡의 이름을 따서 "시간에 기대어 ― 일백만 프로젝트 첫 번째 이야기"라는 콘서트를 열었다.

2] 같은 바리톤이라도 고성현의 노래는 감성이 너무 넘치는 반면 김주택이 부르는 노래는 감정이 절제되어 담백한 맛이 난다.

3] "시간에 기대어" 외에 필자가 영어로 번역한 우리 가곡 및 시(詩)의 목록은 이곳을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