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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Autumn Song - '사랑하는 마음'과 그리움

Onepark 2020. 10. 13. 18:00

추석을 쇠고 나니 어느덧 10월 중순이다.

한국의 가을은 아주 짧다. 더위가 물러가고 아침저녁으로 소슬바람이 부는가 하면 이내 낙엽이 지고 겨우살이 준비를 해야 한다.

 

10월에는 여러 노래가 즐겨 불려지곤 한다.

이를테면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가 있다. 이것은 본래 Secret Garden의 'Serenade to Spring' 봄을 기리는 연주곡이었는데 성악가 김동규가 '10월 …'로 제목을 바꾸고 아름다운 가사를 붙여 온 국민의 가을 애창곡이 되었다.

연주곡으로는 차이콥스키의 '4계: 10월'도 있지만, 빌 더글러스의 'Autumn Song'이 가을 아침에 가볍게 듣기에는 최고다. 오색단풍이 물든 나뭇잎에 맺혀 있는 이술방울에 아침 햇살이 반짝이는 장면이 연상된다.

 

 

또 '아침이슬' 김민기가 짓고 양희은이 부른 '가을 편지'나 가수 이용의 '10월의 마지막 밤'도 있다. 10월의 마지막 날 외국에서는 Halloween Day로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괴기스런 복장을 하고 시끌쩍하게 돌아다니지만 우리나라의 중장년층은 추억의 노래를 따라부르며 웬지 센티멘털한 기분에 잠기고 싶어 한다. 

 

10월 들어 FM방송에서 자주 나오는 음악 중에사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트로트 풍의 가곡 '사랑하는 마음'에 이끌려 가사를 찾아보았다. 매년 가곡 신곡발표회를 여는 것으로 유명한 임긍수 교수가 가사를 짓고 곡을 붙였다.

얼마 전 번역을 시도했던 '시간에 기대어'와 비슷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는데 특히 "낙엽은 지고 비바람 불어와도 기다리는 봄날이 꿈에 있듯이" 구절이 마음에 와 닿았다.

이제 연말이 닥치고 봄을 기다릴 참인데 같은 작곡자가 '강 건너 봄이 오듯'을 지었기 때문에 그것과 대구(對句)를 이루는 것으로 보였다. 깊어가는 가을날 저녁에 들으면 딱 좋은 노래 (테너 임웅균)이다.

 

 

 

사랑하는 마음  - 임긍수 작사, 작곡

Loving Heart (愛心) - written & composed by Im Geung-su

 

나 가진 것을 모두 다 드리고

그대 앞에 그냥 홀로 서리라

비어있는 이 마음 그냥 그대로

오직 그대만을 바라보리라

낙엽은 지고 비바람 불어와도

기다리는 봄날이 꿈에 있듯이

한송이 꽃보다 고운 이야기

그대 품속에 안겨주리라

Submitting to you all that I have,
I'm standing alone in front of you.
With an empty heart as is,
I'm looking at you only.
When autumn leaves fall down and rainy wind blows,
I know our spring days we're longing for exist in dreams.
There is a story more beautiful than a flower.
I'll forward it to your heart.

 

나 있는 것을 모두 다 비우고

그대 앞에 그냥 홀로 서리라

열려 있는 이 마음 그냥 그대로

오직 그대만을 바라보리라

햇살은 그토록 눈부시게 오고 또 와도

꽃이슬 여전히 맺혀 있듯이

아름답고 눈부신 사랑 이야기

나를 위해 남겨두리라

Vacating my mind of all that I have,
I'm standing alone in front of you.
With an open mind as is,
I'm looking at you only.
When the sunlight shines brightly,
I know dew drops still remain at flowers.
There is a love story brighter than sunshine.
I'll put it aside for myself.

 

어느 시인은 이렇게 노래했다.

천지창조 이래 나뉜 하늘과 땅은 아무리 서로 그리워해도 만날 수 없다. 그것은 그리운 사람을 품에 안아도 심장이 포갤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시인은 땅 위에 사는 새가 하늘을 날고, 하늘 구름 속의 번개가 땅에 내리치는 현상을 선천성 그리움이 만남을 실현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았다.

'선천성 그리움'을 여실하게 묘사한 이 시를 영어로 번역해 보았는데 아직 아름다운 멜로디가 붙지 않은 것이 아쉽기만 하다

 

* 쇠기러기의 엄마가 되어 노르웨이에서 남프랑스까지 철새의 이동경로를 안내하는 '아름다운 여행'(Spread Your Wings, 2019)

 

선천성 그리움 - 함민복

Congenital Saudade by Ham Min-bok

 

사람 그리워 당신을 품에 안았더니

당신의 심장은 나의 오른쪽 가슴에서 뛰고

끝내 심장을 포갤 수 없는

우리 선천성 그리움이여

하늘과 땅 사이를

날아오르는 새떼여[1]

내리치는 번개여

Longing for a human touch, I hold you in my arms.
But your heart beats on my right side of bosom.
Since our heartbeats cannot be overlapped,
We'll have to hold congenital saudade.
So between the sky and the earth,
Flocks of birds rise up in the sky,
Suddenly lightnings hit the ground.

 

10월이 하순으로 갈 수록 전국 방방곡곡이 울긋불긋 단풍으로 물들었다.

급기야는 그리움이 불로 번져 가을산에 불타오르는 것 같다고 어느 시인이 읊었다. "멀리 계신 님이 그 마음을 알아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절정에 이른 주왕산 단풍. 출처: 김광래 Daum 블로그 '시간이 멈춘 자리'

 

단풍 – 노자영

Red and Yellow Leaves written by No Ja-young [2]

 

가을 바람 매섭다한들 내 어이 시드리까?

뜨거운 한줌의 마음이 오히려 불이 되어

가을산 불 붙이듯 나 홀로 타옵나니

행여나 멀리 계신 님 이 속 알아주소서

How can I fade away by a gust of chilly wind of the season?
A handful of heart of deep saudade inside has become a fierce fire,
Its flame is burning me alone like the autumn mountains being aflame.
I wish earnestly my love in the distance may understand my mind.

 

⇒ 우리의 아름다운 시와 노랫말을 영어로 옮긴 것을 더 많이 보시려면 이곳을 탭하세요.

 

Note

1] 선천성 그리움의 전형적인 사례는 자기 태어난 곳을 찾아가는 연어, 기러기 같은 철새들이라 할 수 있다. 쇠기러기떼가 월동을 위해 노르웨이에서 프랑스 남부의 습지를 안전하게 찾아가도록 사람들이 도와준 사례를 다룬 다큐 영화가 있다. 생물다양성(biodiversity), 습지보존을 모티브로 한 프랑스 영화 "Donne Moi Des Ailes"(아름다운 여행)가 10월 중순 케이블에서 방영되었다.

 

2] 노자영 시인은 3행의 전통시조가 아닌 16-16-14-15 음절의 4행시를 지었다. 필자는 이 시를 번역할 때 원래의 시적 감흥을 살리면서 가급적 영어 하이쿠 같이 17음절에 맞추고자 노력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