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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시] 하이쿠 창작의 즐거움

Onepark 2019. 3. 22. 14:00

In the twilight zone,
hobby-oriented work has
led to busier life.

정년 후 여유
취미 따라 행하니
더 바빠진 삶 

 

 

일본의 정형시 하이쿠(俳句)를 짓는 것은 고도의 지적 유희이다.
현지 경험자의 말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하이쿠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경치 좋은 곳으로 음행(吟行: 시를 읊으며 걷는 것)을 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때 그곳의 사정(TPO)에 맞게 시상을 다듬는다.

1. 경치나 꽃 등 계절과 관련이 있는 적당한 소재를 골라 하이쿠를 지은 후 완성된 작품을 익명으로 주최자에게 제출한다.

2. 화이트 보드 위에 하이쿠 작품을 붙여 놓고 각자 마음에 드는 작품에 빨간 동그라미 스티커를 붙인 후 왜 좋은지 그 이유를 설명한다.

3. 한 차례 평이 끝나면 주최자가 작가를 공개하고 가장 많은 스티커를 받은 사람을 그날의 승자로 표창한다.

* 출처: 유옥희, "17자의 촌철살인 - 자연ㆍ해학ㆍ고독의 노래", 신동아, 2000.6.

 

Jubilant harbingers of Spring
Stand against
Fine dust air attack.
미세먼지 공습에도
아랑곳 없는
봄맞이 꽃

 

 

여기서는 지면(紙面)으로 음행(吟行)을 대신하고 그때그때 하이쿠를 지어 포스팅하기로 한다.

하이쿠 작법의 원칙에 따라 17음절 3행을 원칙으로 하되 가급적 계절을 나타내는 말(季語)을 포함시키도록 하며, 극한의 지적 게임으로서 영문을 우선하고자 한다. 

일본에는 하이쿠와 같은 5-7-5 17음절의 정형시 센류(川柳)도 있다. 센류(川柳)는 하이쿠와는 달리 계절을 나타내는 키코(季語)나 키레(切れ), 고문(古文) 어휘를 사용하지 않고, 가벼우면서 재치있는 느낌을 주는 것이 특징이다.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영어 단어를 떠올리고 사전을 찾아가며 음절을 따져야 하기 때문에 치매 예방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 같다.

 

 

Law and poems
Cold wind flows between them.
Now and then lawyers become poets.
법과 문학
찬바람 부는 듯해도
법도 삶의 한 단면 

 

2019년 3월 16일 필자가 만드는 법률백과사전 KoreanLII에 소개한 시가 100편에 이른 것을 기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삭막해지기 쉬운 법 개념을 시 구절과 관련지어 이해하고, 나아가 아름다운 우리 시를 영역하여 널리 소개하는 것도 충분히 의미있는 일이라 여겨졌기 때문이다. 

 

Learning is like a relay race.
Do your best
until the baton touch!

학문의 길은 계주(繼走),
바톤 넘길 때까지
힘껏 달리세.

 

Collective intelligence,
A learned man who can drive it
Comes first.

집단지성?
그걸 잘 다루는 사람
어서 오세요. 

 

흐느낌, 미소,
신도 부러워하는
인간의 감정 

 

차가운 공기
온몸에 퍼지는 열기
노천탕의 맛 

Despite cold air
Whole body is heated up
In an open air hot spring. 

 

 

Chilly wind blows
a morning bugle
to awaken living things to Spring.

찬 바람 속에
새 봄 맞으라는
기상나팔소리  

 

Spring raindrops are knocking
To awake new sprouts
From long sleep at bare branches. 

봄비 똑. 똑. 똑
마른가지의 새 순
깨우는 소리 

 

 

Chilly wind,
Return of winter?
Without clothes, Azalea is smiling. 

꽃샘추위
다시 겨울인가?
옷도 없이 핀 진달래꽃 

 

What flutters down in the sunshine?
Wind blows, then
Lots of petals become snow. 

햇살 속에 팔랑팔랑
꽃비
바람 불자 우수수 

 

 

하이쿠? 어이쿠!
우리말도 [짧게] 다듬기
참 어렵네~ 

 

PS. 그런데 영어 하이쿠도 이렇게 한 편 두 편 쓰다 보니 2020년 6월 말 현재 120수가 넘는 것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