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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der] 감추인 보물을 찾아 세상에 알린 사람들

Onepark 2019. 1. 27. 04:10

다음 짝지운 것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 파르테논 신전과 시인 바이런

- 알함브라 궁전과 작가 워싱턴 어빙

-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과 소설가 코엘료

- 고려청자 '천학매병(千鶴梅甁)'과 간송 전형필

- 보길도의 고산 세연정과 호주 가든플래너 질 매튜

 

천국은 마치 밭에 감추인 보화와 같아서
사람이 이를 발견한 후 숨겨두고 기뻐하며 돌아가
자기의 소유를 모두 팔아 그 밭을 산다. 마태복음 13:44

 

그 답은 오랫동안 잊혀지고 무관심 속에 방치되어 있던 귀한 보물을 새롭게 세상에 널리 알린 사람들이다.

그리스에 가보면 곳곳에 고색창연한 대리석 건물들이 서 있고 발에 채이는 게 대리석 돌무더기들이다. 보는 눈이 있는 사람들은 이것을 미리 알아보고 파헤쳐서 기념품으로 팔고 푼돈이라도 챙겼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이것들을 이리저리 짜맞추고 그 의미를 새롭게 발견해낸 다음 '펜의 힘'을 믿는 나머지 글을 써서 세상에 널리 알렸다. 역사는 이런 사람들에 의하여 기록되어 왔다.

 

1. 아테네가 페르시아 대군을 물리치고 나서 세운 파르테논 신전은 금빛 찬란한 아테나이 여신상을 모셨으나 그리스가 이민족의 지배를 받으면서 유물은 약탈 당하고 대리석 건물도 퇴락하고 말았다. 급기야 오스만 제국이 점령했던 시기에는 심지어 탄약고로도 쓰였다. 당시 아드리아 해의 해상권을 지키기 위해 베네치아 군대가 터어키와 전쟁을 벌일 때 아크로폴리스를 향해 대포를 쏘아 파르테논 신전의 지붕이 날라가는 대폭발이 일어났다. 그 뒤로 영국인 골동품 수집가 토머스 부르스 엘긴이 남아 있던 조각들마저 푼돈을 쥐어주고 영국으로 싹쓸이해갔다.

그로 인해 대영박물관에는 그리스보다 더 많은 대리석 유물(Elgin Marbles)이 전시되어 있다. 하지만 영국의 시인 바이런은 그러한 공로로 작위까지 받은 엘긴을 탐욕스러운 약탈자라고 맹비난하고 파르테논의 아름다움을 다음과 같이 노래하였다.

 

"오! 파르테논이여, 세계의 자랑이여,
너의 발밑에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나라가
굴에 갇힌 사자처럼 누워 있구나."

 

2. 미국의 작가/외교관이었던 워싱턴 어빙이 그라나다의 알함브라의 궁전을 돌아보고 여행기를 발표해 세상사람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그 일화는 Daum Blog의 Onepark 포스팅 참조

 

* 잊혀져 있던 알함브라 궁전을 전세계에 알린 워싱턴 어빙을 기리는 궁전의 방

3. 오랫동안 이교도의 지배를 받았던 스페인에서 기독교 수도자들의 전도여행은 그만큼 고행의 길이었다. 그리하여 스페인에는 야고보 성인의 유해가 안치된 콤포스텔라로 가는 수많은 순례길이 생겼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 야고보 성인이 걸었던 산티아고의 길(Camino de Santiago)이다.

어찌보면 볼만한 경치도 없고 단조로운 시골 길이 유명세를 타게 된 것은 브라질의 작가 코엘료가 마흔살이던 1986년에 영적 각성을 체험하고 발표한 「순례자」 덕분이다.

당시 그는 심한 정체성의 위기를 겪고 있었다 한다. 사춘기 시절부터 부모와의 불화로 정신과 치료를 받았고, 청년 시절에는 히피 스타일 록밴드 활동을 하다가 반정부 만화잡지를 만들어 군사정부의 탄압을 받았던 아주 삐딱한 인간이었다. 중년에 접어들어서는 음반사 중역으로 안락한 생활을 하던 중 세상의 진리를 깨우치기 위해 순례자의 길에 나섰던 것이다. 남프랑스의 생장드피에드포르 (Saint-Jean-Pied-de-Port)에서 스페인의 콤포스텔라 (Santiago de Compostela)에 있는 야고보 성인의 유해를 모신 성당까지 800여 km를 답파하였다.

한여름의 뙤약볕 아래 단조로운 풍경 속을 온전히 걸어서 갈 때 육신이 지쳐가는 것과는 달리 정신은 말똥말똫해졌다. 이렇게 영적인 깨달음을 얻게 된 과정을 「순례자」로 남겼다. 1987년에는 스페인 안달루시아에서 양을 치던 목동 산티아고가 북아프리카의 오아시스를 거쳐 이집트에 있는 피라밋까지 찾아간 이야기를 어른을 위한 동화 「연금술사(Alchemist)」로 펴냈다. 그의 글에 열광한 전세계의 독자들이 마치 "납덩이 같은 자신을 금덩이로 바꾸려는 기세"로 그의 발자취를 따라 산티아고 순례길에 나섰다. 우리나라 제주도에도 그와 비슷한 둘레길이 생겼다.

 

4. 일제 강점기인 1935년 한 문화재 수집가가 옥색(玉色)이 유난히 돋보이는 도자기를 한 일본인에게서 2만원에 사들였다. 당시 서울의 기와집 스무 채 값이었다. 그게 국보 제68호로 지정받은 청자 상감 운학문 매병(국보 제68호)이다. 2년 뒤 그는 영국인 수집가에게서 또 다른 고려청자 20점을 인수하는데, 그 가격은 무려 서울의 기와집 400채를 사들일 수 있는 거금이었다.

빼어난 눈썰미로 우리 고서화와 도자와 골동의 가치를 알아보고 이를 모으는 데 한평생을 바친 이 통 큰 문화재 수집가가 간송 전형필 (澗松 全鎣弼, 1906~1962)이다. 그는 겸재 정선, 단원 김홍도, 혜원 신윤복, 오원 장승업, 추사 김정희 등 조선의 서화를 수집하고 고려청자와 분청사기·조선백자 등을 사 모으는 데 재산을 아낌없이 썼다. 1938년에는 서울 성북동에 개인 문화재 박물관 '보화각'을 지었다. 이 박물관은 나중에 '간송미술관'으로 개명하고 해마다 봄가을로 수장품을 일반에게 공개하고 있다. <출처 : 장석주의 사물극장. "간송 전형필의 '고려청자 천학매병'. 조선일보 2018.10.4.>

 

5. 한국의 시문학도 예외는 아니다. 국내에서만 읽히던 한국의 시와 소설을 영어로 번역하여 외국에 널리 알린 사람으로 서강대 안선재(An Sonjae, Brother Anthony of Taize) 명예교수를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영국에서 태어나 옥스포드 대에서 중세 서양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1969년 프랑스의 가톨릭과 개신교를 망라한 초교파적 수도원 '테제 공동체 (Taizé Community)'의 수사가 됐다. 서강대학교에서 셰익스피어, 존 밀턴 등 영국 작품을 한국 학생들에게 가르치던 안 교수는 우연찮게 한국시에 빠져들어 구상, 천상병, 서정주, 김수영 등의 대표작을 영어로 번역해 서양에 알렸다. 1994년 한국에 귀화하였으며, 오랫동안 한국 로얄 소사이어티 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6. 오스트레일리아의 현역 변호사이기도 한 가든 플래너 질 매튜(Jill Matthews) 여사는 한국을 여러 차례 방문하면서 한국식 정원(Korean gardens)에 매료되었다. 한국에 올 때마다 비원 같은 궁중 정원은 물론 사찰과 서원의 원림(園林)을 탐방했다.

그 결과 한국의 정원에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엿볼 수 없는 특이한 요소가 있음을 발견했다. 이를테면 주변 풍경을 끌어들여 (借景) 개방적인 자연미를 살리고 중국의 고전을 인용하면서 풍광과 풍류를 예찬한 시서화(詩書畵)를 걸어놓았고 임진왜란과 같은 외침과 약탈에도 원래의 모습을 되찾아 복원해 놓았다는 것이다. 

질 매튜 여사는 대표적인 한국의 정원으로 1천원권 지폐에도 등장하는 도산서원과 고산 윤선도의 풍류와 시문학을 보여주는 보길도 세연정을 꼽았다.

* 2018년 7월 서울에서 열린 Korean Gardens (한림출판사, 2018.6.) 출판기념회 소식은 "한 외국인의 한국 정원 사랑 (영문) 참조.

 

7. 필자 역시 한국의 법과 제도를 Wikipedia식 영문 백과사전을 통해 소개(Law via the Internet)하다가 법률과 관련된 한국의 시와 문물이 적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하여 우리의 아름다운 서정시와 시조, 한시(漢詩), 노랫말을 영어로 한두 편씩 번역하여 KoreanLII 사이트에 올리고 있다.

이를테면 요즘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청소년 자살' 이슈에 대해 한국의 실상과 관련 법제를 설명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 부모의 심정은 오죽할까" 생각되어 김소월의 시 "초혼"을 영역하여 한글 원문과 함께 올리는 식이다.

 

Source: " Teenage suicide , KoreanLII

그 결과 2018년 말까지 한국의 서정시, 시조, 고전 한시를 직접 영어로 번역해 올린 것만 해도 50편이 넘었다. 속히 그 수를 100편, 200편으로 늘리고 싶지만 <KoreanLII.or.kr>이 집단지성 (collective intelligence) 사이트인 만큼 법률 항목과 관련 있는 한국의 시를 발굴하는 일에 관심있는 사람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필요로 하고 있다. 

관심있는 분은 KoreanLII에서 직접 Sign-up하고 왼편 Help 메뉴의 안내에 따라 사이트 취지에 맞게 글을 올리거나 수정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