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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나] 가짜는 도태되고 진짜만 살아남는다?

Onepark 2018. 12. 13. 22:00

은퇴 후의 학문활동은 멈추었다 해도 학자적 관심은 능력이 있을 때까지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세미나 좌장으로서의 역할이나 토론은 사양한다 해도 눈과 귀를 닫을 수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가운데 앞으로는 인공지능(AI)이 광범위하게 사용될 터이므로 거짓이나 엉터리 콘텐츠는 도태되고 퀄리티 있는 콘텐츠만 골라서 쓰게 될 것이라는 주장도 들을 수 있었다. 

 

급변하는 국제정세
눈과 귀 닫으면
언제 잡혀 먹힐지 모르는
우물 안 개구리 신세,

While thunder storm is coming,
A babe in the woods seems to be joyous.
Who knows when he could be victimized by such storm?

 

❑ KOTRA 신통상포럼 세미나   2018.11.27(화) 14:00~17:30

   "새로운 통상환경 - 위기와 기회" 센트럴시티 JW 메리어트 호텔 그랜드볼룸

 

법학자임에도 글로벌 통상환경의 변화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우리나라 수출이 잘 되고 경상수지가 연속 흑자라고 하는데 이것이 반도체 착시효과 때문이 아닌지, 반도체 호황이 사라지면 우리 경제가 혹한기가 될지 빙하기가 될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연사들은 청중들이 균형된 시각을 갖기에 충분했다. 서울대 국제대학원 안덕근 교수와 미국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원(PIIE) 제프리 쇼트, OECD 통상정책분석관 세바스띠앙 미루도가 등단하여 쉴틈도 없이 여러 가지 정보와 분석을 쏟아 놓았다.

 

안덕근 교수는 한국이 당면한 과제를 다음과 같이 요약 정리했다.

- 미국은 빠졌지만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참여할 것인가.

- 중국과의 FTA는 득이 될 것인가, 아니면 독이될 것인가.

- 자동차, 철강 등 미국과의 통상마찰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PIIE의 Jeffrey Schott 선임연구원은 미국과 중국, 멕시코-캐나다(USMCA), 한국의 통상 현안을 고찰한 다음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정책은 자주 마찰을 일으키고 협력의 정도는 낮아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기존 무역협정을 미국 쪽으로 유리하게 수정(Rebalancing US trade pacts)하는 작업이 계속되고, 민주당의 협조를 기대하기 어려운 의회에서 논의가 계속됨에 따라 멕시코, 캐나다에서의 투자 및 무역규모도 줄어들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이 WTO 이니셔티브에 미온적이어서 WTO를 통한 분쟁해결은 더욱 꼬일 것으로 전망했다.

 

서울대 방문교수도 역임한 바 있는 OECD의 세바스티앙 미루도(Sebastien Miroudot) 정책분석관은 국제무역과 가치사슬의 패턴이 급변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그것은 각국이 보호무역주의 경향을 보이고 인공지능, 3D 프린팅, 인간-기계의 통합(Robot)과 같은 디지털 혁명이 도처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 결과 대량소비사회가 대량 맞춤사회(Mass Customization)로 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한국의 자동차산업이 글로벌 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 GVC)의 변화에 주목하지 않으면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 산은ㆍ매경 주최 북한정책포럼 세미나   2018.12.12(수) 08:00-11:30

   "신 한반도 스마트한 미래를 그리다" 63컨벤션센터 4층

 

초창기부터 운영위원으로 참여해온 KDB북한정책포럼이 매일경제신문사 및 국회 한반도평화번영포럼(회장 박병석 의원)과 공동으로 아주 성대한 세미나를 기획했다. 문희상 국회의장과 다수의 국회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북한의 인프라 건설을 몇 단계 건너뛰어 아예 스마트시티로 건설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로 한 것이다.

산은과 같은 개발금융기관이 아니고서는 이러한 방안을 내놓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부산과 세종시에서 시범사업을 벌이기로 했거니와 산은이 KOTRA와 손을 잡고 작성한 산업별 글로벌시장 진출전략 보고서를 함께 참석자들에게 배포하였다.

 

현재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남ㆍ북ㆍ미 정상회담이 진행 중이고 국제사회의 대북 경제제재가 풀리지 않고 있어 시계가 제로인 상황이다. 그렇기에 북한대학원대학교의 양문수 교수는 어떠한 조건이 충족되어야 미국 및 UN의 대북 제재가 단계적으로 해소될 수 있는지 자세히 설명하였다.

북한과의 경제협력이 본격화되면 중국이나 베트남과의 분업구조와 비슷하게 북한의 경제특구를 중심으로 생산기지로서 활용함과 동시에 소비재/중간재 수출시장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 다음으로 등단한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의 조대연 박사는 스마트시티가 각종 도시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할 수 있으며 디지털경제의 발전을 촉진할 수 있음을 전제하였다. 그리고 북한도 이미 UN과 지속가능 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4개의 SDGs를 수립하였음을 지적하고, 남북협력을 통해 재원마련 등 스마트시티 종합계획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 평양 스마트시티」라는 책을 내기도 한 (재)여시재의 민경태 한반도 미래팀장은 현재의 과학기술 발전에 비추어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엄청난 미래가 도래한다는 특이점(Singularity) 이론을 설파했다.

북한에 스마트시티 건설이 유리한 이유로 기존 발전단계를 뛰어넘는 첨단 인프라 구축이 더 효율적이고, 27개 경제특구/개발구를 대상으로 별도 조치 없이 시행할 수 있으며, 토지보상이나 건설비용이 적게 든다는 이점을 강조했다. 한국의 기존 신도시와는 다른 이상적 도시 모델을 구현해 볼 수 있는데 시장과 산업 기득권층의 저항이 없다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민경태 팀장의 다음 말은 더욱 놀라웠다. 만일 베트남 하노이에 있는 삼성전자 휴대폰 공장을 북한에 건설하였더라면 북한의 1인당 GDP가 1215달러에서 3120달러로 거의 세 배 가까이 늘어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를 맡은 북한정책포럼의 이상만 회장도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조립공장을 통한 남북경제협력의 효과가 그 정도일지 몰랐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방문 당시 북한 고위층이 오찬 장소에서 대기업 총수들에게 "목구멍으로 냉면이 넘어가냐"며 투자 보따리를 들고오라고 종용하던 장면이 오버랩되었다.

 

세미나장 밖에는 주최 측에서 마련한 상황판이 조금 전의 흥분된 분위기를 가라앉힐 수 있게 해주었다. 

이번 행사에 관한 언론보도는 매일경제, "개성공단 모델은 한계… 북 스마트시티로 직행 가능", 2018.12.12.>

 

휴식시간에 이어 여러 전문가들이 참여한 토론이 벌어졌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가 제일 먼저 발언을 하였고, 전 통일부차관 김형석 대진대 교수,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의 황진회 본부장, 산업은행의 서진환 한반도신경제센터장, 요녕대 동북아연구원 장동명 원장, 국가과학기술연구회 한선화 본부장이 차례로 마이크를 들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관심을 끈 토론자는 평양과기대 지식산업연구원 센터장인 최세열 교수였다.

과연 평양에서 오래 살아본 전문가다웠다. 스마트시티 건설에 따른 여러 효과(데이터의 공개, 투명성 제고 등)를 고려할 때 폐쇄적인 체제의 북한당국을 어떻게 설득할 것이며, 그에 소요되는 재원은 무슨 방법으로 조달하고, 시설의 유지 관리에 절대 필요한 지속가능한 에너지(전력) 문제의 해결방안이 무엇이냐고 질문하였다.

 

사실 지난 70년 이상 반목과 불신이 지배해 온 남북관계를 무슨 수로 단시간 내에 정상화할 것이며, 소요재원 조달도 문제이지만 무슨 현상을 몰고올지 스마트시티 프로젝트가 북한당국의 신뢰와 동의 없이 실현 가능한지 의문이 들었다.

최세열 교수는 심천과 싱가포르 등 멀리 가서 찾을 것 없이 개성공단을 한반도의 실리콘 밸리로 만드는 노력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개성공단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기존 노동집약적 산업이 아닌 지식산업 고부가가치 창출 모델로 방향전환을 하고 이것을 반드시 성공시킨다면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63빌딩에서 나오니 그곳은 여의도 앙카라 공원이었다. 앙카라는 터키의 수도이다.

아타 튀르크 케말 파샤는 제1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하고 영토를 빼앗긴 이슬람 전통의 오스만 터키 제국 대신 앙카라에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는 민주공화국을 건설하였다. 그리고 정치 사회 경제 교육 문화 모든 면에서 개혁을 추진하였다.

이러한 역사적 선례도 있으니만큼 북한에 스마트한 미래를 그리는 것도 불가능한 작업은 아니라고 생각되었다.

 

 

❑ KOTRA 주관 세계로포럼 세미나 2018.12.13(목) 10:00-13:20

   "미리 보는 2019 글로벌 통상ㆍ산업 트렌드"  JW 메리어트호텔 5층 그랜드볼룸

 

연말이 되자 KOTRA가 주관하는 세계로포럼에서는 중소기업인과 통상전문가들을 초청하여 내년도 통상 및 산업 트렌드를 조망하는 세미나를 개최하였다.

글로벌 트렌드 전망이라면 나 역시 큰 관심사이기에 ex-Professor의 자격으로 신청을 하고 세미나장으로 향했다.

 

* 생눈을 밟은 개회사를 하는 홍석우 세계로 포럼 회장
* 개회식 인사말을 하는 권평오 KOTRA 사장

아침에 눈이 내리던 날 센트럴시티에서는 KOTRA가 전세계 네트워크를 통해 수집한 새해 예상되는 글로벌 통상의 트렌드를 산업체에 전파하는 세미나가 열렸다. 이에 관한 KOTRA의 신간 서적과 함께 콤팩트한 서류가방을 참석자들에게 선물로 나눠주었다.

홍석우 포럼 회장의 개회사에 이어 권평오 KOTRA 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중소기업들이 당면한 수출 통상의 애로를 타개하기 위해 지구를 4바퀴 반 돌았다고 말했다.

 

첫번째 연사로 나선 박태호 법무법인 광장의 고문(전 통상교섭본부장)은 WTO 분쟁해결기구가 미국의 반대로 상소기구의 충원이 이루어지지 않아 식물상태가 되었다고 말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논의가 시작되었다는 소식을 전했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이 역대 미국 대통령과는 달리 중국에 핵심을 찔러 문제를 제기했다고 평가했다. 현재 휴전 상태에 있는 미-중 통상분쟁이 부분적이든 전면적이든 한국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진단하면서 그에 대한 대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연구원의 장윤종 박사는 자료집에도 없는 내용으로 강연을 시작했다.

장 박사는 "4차 산업혁명은 중국의 세상"이라고 전제하고 중국의 AI와 자율주행차가 상업적 가동을 개시하는 날부터 한국경제는 급속히 중국경제에 뒤지다가 결국은 그에 예속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 관세전쟁을 벌이면서 질주하는 기관차를 온몸으로 막아선 것이므로 이 골든타임에 정부와 기업, 노동계가 합심하여 혁신을 서두르지 않으면 우리에게 비전은 없다고 단언했다. 지금이 외환위기 때와 비슷하다고들 하는데 그 당시 구조조정을 서두르지 않았으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부채비율이 과다한 기업들은 모두 줄도산하고 말았을 것이라면서 그와 비슷한 상황인 지금 이때 우리는 바짝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격변의 시대에는 민첩하고 약삭빠르게(agile and cunning) 위기 국면을 빠져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지금은 성과를 내기보다 속히 정보통신부를 부활시키는 등 혁신성장을 도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박사는 인터넷을 통해 정보가 교류되고 있는데 "이제는 AI가 콘텐츠를 검색하고 선별하면서 거짓이거나 부실한 것은 버리고 진짜 충실한 것만 골라낼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의 경우와 같이 AI가 빠진 스마트팩토리는 반쪽이라고 말하고, 이제는 실력있는 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의 판을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하였다.

 

마지막 순서로 등단한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센터장은 TaaS (Transportation as a Service) 3.0시대인 "지금은 공유경제의 시대"라고 힘주어 말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카카오 합승이 택시업계의 반발로 무기연기되었으나 이미 외국에서는 승차공유(Ridesharing)를 안 하는 나라가 없다고 말했다. 차량 한 대 없는 Uber나 동남아의 Grab, 중국의 Didi Chuxing은 이미 완성차업체의 시가총액을 넘어선 마당에 이러한 트렌드를 거스를 수 없다는 것이다.

 

세미나장 바깥 부스에는 중소기업들도 경제외교를 활용할 수 있는 포털이 있다는 안내판이 붙어 있었다.

중국의 4차 산업혁명의 진행상황을 주시하는 한편 해외시장에서 중소기업들이 당면하는 문제들을 민관이 힘을 합쳐 경제외교를 통해 풀어나가자는 격려판 같았다.

 

휴식시간을 가진 후 열린 패널토론은 시간이 부족하여 홍석우 회장의 사회로 발제자와 패널 토론자들이 각자 한 마디씩 하는 것으로 끝냈다.

홍 회장은 오늘 아침 생눈을 밟고 왔고 우리가 지나온 자리에는 확눈의 자국이 생겼다면서 새해에는 확눈처럼 확실한 족적을 남길 수 있기를 기원한다는 말로 오늘 행사를 끝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