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 People

People

[특별강연] 하노이 미ㆍ북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유

Onepark 2019. 4. 22. 23:00

4월 22일 여의도에 있는 한국산업은행 본점 1층 회의실에서 대통령 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인 문정인 연세대 명예교수의 특별 강연이 있었다.

 

하노이 미ㆍ북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진행될 것을 예상하고 여러 가지 사업을 구상하고 준비하고 있었던 북한정책포럼(회장 이상만 중앙대 명예교수) 운영위원과 이동걸 회장을 비롯한 산은 임직원들이 비하인드 스토리를 듣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문정인 교수는 하노이 회담에 대한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다고 전제하고 그 동안 논의되었던 여러 용어부터 정리해보자고 말했다.

Big Deal : 북한의 핵무기와 화학생물 무기를 해체하면 후에 보상한다는 'All or Nothing' 일괄타결방식

Small Dea l: 북한이 주장하는 것으로 영변 핵시설을 폐기하면 2016년 이후 시행된 미국과 UN의 민생관련 제재를 해제하라는 것. 영변 핵관련 시설은 300여 동에 달해 북측으로서는 상당히 양보한 제안임

Good Enough Deal :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것으로 포괄적 타결을 하되 이행은 점진적으로 함. 로드맵은 쌍방 신뢰회복을 쌓자는 것.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는 그 첫 단계, 동창리 미사일 엔진 시험소 + 발사장을 선제적으로 폐쇄하겠다는 것

Bad Deal, No Deal : 

 

하노이에서 열린 만찬 때에도 양국 정상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선제적으로 영변 핵시설을 폐쇄하면 미국이 제재완화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이 고조되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일단 제재를 풀되 북한이 핵 활동을 재개하면 제재를 복원한다(가역적)는 스냅백 제안도 거론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 다음날 회담장에 미국측 볼턴 보좌관이 노란 봉투를 들고 참석하면서 분위기가 일변하였다. 핵무기의 선제적 파괴를 주장해 온 그답게 폼페이오와 함께 회담의 진행을 흐트러놓았다. 결국 협상이 결렬되고 말았는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욕심이 과했던 데가 김정은 위원장은 영변 핵시설 폐기만으로 타결될 것이라 믿은 나머지 타협점을 찾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회담 분위기를 깬 결정적인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변호사 마이클 코헨에 대한 의회 청문회였다. 2월 27일 미 의회 청문회에서 마이클 코헨이 "인종분리주의자", "사기꾼" 등등 발언을 함으로써 비상이 걸렸다. 그 결과 트럼프 대통령은 'Small Deal'로 끝냈다가는 귀국 시 언론의 냉내와 민주당의 정치 공세를 감당할 수 없겠다고 판단한 것 같다. 볼튼 보좌관이 콜롬비아에 간다고 했다가 하노이로 직행한 것이 그 전조였다.

 

워싱턴DC에는 씽크탱크가 모두 35개 있는데 일본의 영향력 아래 있는 그들은 납북 일본인의 석방이 우선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으로의 협상에 있어서 문제점은 미국의 점진주의와 북한의 병행주의가 상충된다는 점, 그리고 북한 측이 미국의 복잡한 수를 헤아리기 어렵다는 점이다.

또 Top Down 어프로치는 양국 정상이 큰 틀을 잡아나간다는 것이고 Bottom Up 방식은 실무진이 정리한 사안을 정상이 최종 확인 재가하는 방식이다.

 

대북 제재완화는 남북경협에 있어서 개성공단을 재가동하고 금강산 관광을 재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우리 측은 Small Deal이라도 잘 만들어보자는 생각이었다.

양국 정상, 정의용 실장과 볼턴 보좌관은 5월 중순까지 남북 정상회담이 열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4월 24∼25일 김정은 위원장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정상회담을 갖는 것도 변수이다.

 

미국은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아야 하고, 북한은 중국 러시아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할 것이다. 그리고 일본이 중간에 일을 만들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통일부가 지자체들이 성급하게 접촉하는 것을 제지하자 한국 정부는 하는 일이 뭐냐는 비판이 일었는데 지금은 시기적으로 민감한 때이다.

 

이어서 문정인 교수와 참석자들 사이에 질의ㆍ응답이 있었다.

 

Q : 빅딜이라도 이행은 점진적으로 할 수 있지 않나?

A : 볼턴을 비롯한 미국의 보수파들은 북한을 '죄와 벌' 컨셉으로 접근하고 있다. 당연히 북한은 자기네가 무엇을 잘못했느냐며 반발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트럼프를 칭찬하여 의도한 방향으로 정책을 유도하는 'Positive Enforcement'가 유효하다고 본다. 평양에 미 대사관을 설치하고 남은 무기를 처리하는 것이 관건인데, 만의 하나 북한이 원한다면 미국이 핵우산을 제공해준다는 발상의 전환 “Think unthinkable!”도 필요하다고 본다.

 

Q : 북한의 시장화(Marketization) 같은 북한 내부 변화가 어떠한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가?

A : Wild Thinking은 새로운 시작이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고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던 2017년보다 상황은 개선되고 있지 않나? 평화가 깃들면서 경제가 발전하고 다시 평화가 정착되는 선순환이 바람직하다. 제재 자체가 목표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상대방의 반발을 불러일으켜 반드시 실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비핵화의 목표 전략적 유연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Q :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의 대북 제재가 과도하고 부당하다는 시각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과 만나 국제적 제재를 받고 있는 동병상련을 위로하고 냉전체제로의 회귀하게 되지는 않을까?

A : 우리 정부도 과거로 돌아가지 않도록 노력 중이다. 포기하지 않고 준비해야 한다. 전반적 해체는 어려워도 개선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본다.

 

Q :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2030 청년실업 문제와 맞물려 보수화 경향이 대두되는 것 같다. 통일비용에 대한 젊은 세대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

A : 금융에 의존하지 않는 물자이동 중심의 경제협력은 모색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북한으로서 북방은 수력발전, 천연가스 이용 등 새로운 생존공간이다. 북한이 UN안보리 결의를 더 이상 위반하지 않고 좋은 행동을 취하면 제재완화가 뒤따르고 뭔가 상황변화를 예상할 수 있으리라 본다.

 

20여년 전 내가 출퇴근할 때 여의도 광장으로 다니던 길에는 튤립과 영산홍이 만발해 있었다.

우리 민족이 걸어갈 통일의 길에도 이처럼 꽃길이 펼쳐지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