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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불 위에 올려진 물 없는 주전자

At nine o'clock in the morning, KBS 1FM radio delivers an opening poem. In the morning of late Spring this year, we could hear a wonderful poem recital performed by actress Kim Mi-sook as expected. It started with "On a day when flowers bloom." 꽃 피는 날엔 누구와도 다투지 않기로 한다 꽃 지는 날엔 어떤 일도 후회하지 않기로 한다 연두색 잎들 초록색으로 바뀔 땐 낡은 구두로 바다 위 돛단배와 물고기를 만든다 3년 전 정년퇴직한 후에는, 더욱이 코로나 사회적 거리두기로 외출을 자제하면서부터는 집에서 FM 방송을 청..

In English 2021.07.19

[번역] 셸리의 시 "서풍부(西風賦)"를 읽고

코로나 팬데믹을 1년 이상 겪는 동안 국내외적으로, 아니 우리 일상주변부터 여러 가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방역수칙에 따라 여러 제약을 감수해야 한다. 직장인들은 재택근무, 학생들은 온라인 수업, 신앙인들은 비대면 종교집회가 보편화되었다. 정치적으로는 현 정권이 콘크리트 지지층과 권력기관 요직의 장악에 힘입어 오래 갈 줄 알았으나, 역시 많은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서울ㆍ부산 시장 보선에서도 야당 후보가 당선되었거니와 제1 야당의 전당대회에서는 국회의원 경험이 없는 30대 젊은이가 당 대표로 선출되었다. 마침 지인의 소개로 영국의 시인 퍼시 셸리의 "Mutability"라는 시를 읽게 되었다. 그는 "무상(無常)"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를 했으나 시 전문을 읽어보니 세상 일이 달밤에 구름 흘러가듯 시시각각..

In English 2021.06.12

[번역] 오월이 지금 가고 있어요!

5월이 되자 한 친구가 피천득의 수필 "5월"을 보내주었다. 처음엔 '계절의 여왕'이라는 오월이 되었으니 그렇고 그런 내용이려니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5월 들어 여러 사건이 일어나면서 이 시의 문장을 한 줄 한 줄 음미하듯이 영어로 번역하여 외국의 독자들에게도 소개하면 좋겠다[1]는 욕심이 생겼다. 이 블로그에 번역해 올린 바 있는 주요한의 "불놀이"나 유안진의 "지란지교를 꿈꾸며"와 비슷한 계열의 산문시(散文詩)로 볼 수도 있었다. 이팝나무 가로수도 꽃이 활짝 피기 시작해 옛날 보릿고개 시절의 "이팝[같은 흰 쌀밥]에 고깃국"[2] 슬로건을 생각나게 했다. 우리집 강아지와 함께 산책을 다니는 뒷산에서는 아카시아꽃이 어느새 피었다 지고, 하얀 줄댕강나무 꽃도 져서 바닥에 별무리를 뿌려놓았다. 주말마다 ..

In English 2021.05.17

[번역] Great Expectations (위대한 유산)

Great Expectations 는 찰스 디킨스의 소설 「위대한 유산」의 오리지널 타이틀이다. 여러 차례 영화와 드라마로 만들어졌기에 그 스토리는 누구나 다 알고 있다. 그런데 무엇이 주인공 Pip로 하여금 거창한 기대를 하게 만들었을까? 그림에 소질이 많은 시골 소년이 순수한 마음에서 탈옥한 죄수를 도와준다. 조실부모한 소년은 결혼한 누나 집에 얹혀 사는데 그 마을의 부잣집에 가서 심부름을 하며 밥벌이를 한다. 그 저택에는 사랑에 배신 당하고 간접적인 방법으로 복수를 꾀하는 부유한 독신녀가 혼자 살고 있다. 그곳에는 그녀의 분신처럼 훈육을 받고 있는 아름다운 소녀가 등장하여 소년의 마음을 흔들지만 그는 정신적으로 성숙해진다. 어느날 익명의 독지가가 물질적인 도움을 제공함에 따라 소년은 런던에 가서 화..

In English 2021.04.24

[번역] 봄날은 간~다 노래처럼

올봄은 특이하게도 꽃들이 일찍 핀 대신 3월 하순부터는 비가 자주 내리고 꽃샘 추위마저 닥쳤다. 2월 중에 예년보다 일조량이 많고 평균기온이 높아서 벚꽃을 비롯한 모든 봄꽃들이 3월 하순부터 일제히 피었다가 속절없이 한꺼번에 져버렸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여의도 윤중제 벚꽃도 예약제로 제한된 인원만 구경할 수 있었다. 그래도 예년과 달리 봄비가 봄가뭄이나 산불 걱정 없이 촉촉히 내려 다행이었다. 호우시절 - 두보 일찍이 중국 당나라의 시인 두보 역시 호우시절(好雨知時節)이라며 봄비를 반겼다. 春夜喜雨 - 杜甫 好雨知時節 當春乃發生 隨風潛入夜 潤物細無聲 野徑雲俱黑 江船火獨明 曉看紅濕處 花重錦官城 봄밤의 반가운 비 - 두보 좋은 비는 시절을 알아 봄이 되어 초목이 싹트게 하네 바람 따라 몰래 밤에 들어와..

In English 2021.04.17

[시상] 시 한 편으로 하는 수행(修行)

시(詩) 한 편을 가지고 명상(meditation via a poem)을 할 수 있을까? 좋은 시란 시인이 시상(詩想)을 다듬고 일정한 형식과 운율을 갖추거나 자유로운 스타일로 시를 썼을 때 그것을 독자가 읽고 가슴 뛰는 감흥을 느끼거나 깊은 사색에 빠져들게 한다. 시인의 시상-시(詩)-독자 세 가지 요소가 있어야 한 편의 시가 출현하는 것이다. 필자가 꾸준히 진행하고 있는 우리의 아름다운 시를 영어로 옮기는 작업도 마찬가지이다. 영어로 번역된 시를 통해 한글을 모르는 외국인들도 시인의 시상을 뚜렷이 전달받을 수 있어야 한다. 욕심 같아서는 가급적 쉬운 영어로 운율을 살려 옮겨야, 앞서 소개한 "지란지교를 꿈꾸며"나 "불놀이"를 찾아서 읽는 독자들에게 한 것처럼, 한글이든 영어든 똑같은 감동이 전달될 수..

In English 2021.04.05

[번역] 주요한의 '불놀이'와 평양 연등회 축제

은퇴 후 내 나름대로 잘할 수 있는 일로 우리의 아름다운 시를 영어로 옮기는 것을 실천하고 있다. 본래 온라인 법률백과사전인 KoreanLII에 딱딱한 법률 콘텐츠가 아닌, 외국인들이 K-Pop 영향으로 관심을 갖게 된 시와 노래도 함께 소개해보자는 취지였다.[1] 그래서 KoreanLII의 Friendship 항목에도 올렸던 유안진의 '지란지교를 꿈꾸며'를 많은 사람이 찾아 보는 등 기대 이상의 반응을 얻은 것에 자극 받아 후속작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러한 견지에서 앞서 소개한 '지란지교' 같은 산문시(散文詩)의 원조에 해당하는 주요한의 '불놀이' 영역작업에 착수했다.[2] 그런데 불과 100년 전 우리나라 자유시(自由詩)의 효시가 된 작품이었던지라 놀라운 점이 한둘이 아니었다. 우선 1919..

In English 2020.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