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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Piecemeal Awakening of Late

Onepark 2021. 7. 29. 22:57

최근 '소소한 깨달음'이 있었다. 어디 템플 스테이를 다녀온 건 아니다.

은퇴 후 코로나 팬데믹으로 바깥나들이를 못하는 대신 집에서 PC 앞에 앉아 온라인 법률백과사전 KoreanLII를 다듬고 고치는 일을 많이 하고 있다.

 

아무래도 방문객 수를 늘리고 일단 들어온 이상 이것저것 둘러보는 체류시간이 길어지도록 신경을 쓰게 된다. 뿐만 아니라 외국인 독자들이 관심을 많이 가질 만한 사항을 발굴하는 데도 힘쓰고 있다. 그 결과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처럼 한국의 아름다운 시를 영어로 번역하여 KoreanLII의 관련 있는 항목에 올리는 일에 공을 들이고 있다. 즉 법 개념과 관련있는 시어(詩語)를 연결고리 삼아 'Poetry'라는 소제목 아래 내가 처음 번역한 시를 한영대역(韓英對譯)으로 올리는 작업이다.[1] 오늘은 나 자신도 깜짝 놀랐던 최근의 경험담을 '소소한 깨달음'이란 제목으로 여기 소개하고자 한다.[2]

 

* <나의 결혼원정기>(2005)에서 노총각 둘이 가이드(수애)와 함께 우즈벡에 원정을 떠난다.

 

1. From Population Statistics

 

처음 발단은 최근의 국제결혼(International marriage) 동향에 관한 정부기관의 통계를 보고 전과 다른 점을  발견한 데서 비롯되었다. 원래 KoreanLII에는 다문화가정(Multicultural family)이라는 항목이 있었는데 이주노동자(Migrant worker)나 영화 "나의 결혼원정기"(2005) 같은 농촌의 노총각 장가보내기하고는 사뭇 양상이 다른 국제결혼의 트렌드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숫적으로는 한국 남성과 결혼하는 외국 여성이  2020년 기준 13만7천명으로 한국 여성과 결혼하는 외국 남성 3만명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국제결혼을 하는 외국인의 비중을 보면 중국인이 2014년 40%에서 2020년에는 35%로 점차 낮아지는 반면 한국에 시집오는 베트남, 일본, 필리핀 여성들은 꾸준히 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통계에는 자세히 나와 있지 않으나, 미국과 유럽, 중앙아시아 국적의 외국인이 결혼을 하러 한국에 입국하는 수가 2014년에 비해 베트남, 일본, 필리핀 배우자가 증가한 7천명보다 훨씬 많은 1만1천명에 달한 것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다시 말해서 그동안 주류를 차지했던 중국인(조선족 포함)이 줄어들고 그 다음으로 많았던 베트남, 일본, 필리핀 여성들에 비해 그 밖의 지역에서 온 여성들이 한국인과 결혼한 사례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통계표에는 없지만 산업근로자로 온 동남아시아 남성이 한국 여성과 결혼한 사례로 적지 않다고 들었다.

 

그 내역은 YouTube에서 'international marriage' 또는 '국제결혼'으로 검색하였을 때 많은 조회수를 자랑하는 채널을 보면 알 수 있다. 일본, 미국, 독일, 벨기에, 영국, 러시아 등 여러 나라의 신부들이 한국 남성과 결혼한 것을 매우 자랑스러워하고 있었다. 반면 같은 또래의 젊은 한국 여성들이 결혼을 미루거나 비혼주의로 흐르는 경향과 맞물려 안타까운 생각도 들었다.

 

* 국제결혼 유튜브 채널 Komerican. 한국인 남편은 직장관계상 신분노출을 꺼려 마스크를 쓴다고 했다.

 

2. International Couples' Vlog

 

YouTube를 보면 국제결혼에 이르기까지의 첫 만남이 중요시 되었다. 여기에 동영상을 올린 국제결혼한 부부의 외국인 여성들은 대부분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 하고 한국 문화를 알기 위해 언어 교환 앱을 깔아 놓은 터였다. 그래서 용케 한국인과 연결되면 서로의 원하는 바와 얼마나 진지한지 확인한 후 끌리는 대로 정식 교제(dating)로 발전한 경우가 많았다. 장거리 연애(long distance relationship: LDR)도 마다하지 않는 것이 또한 놀라웠다. 

 

더욱 놀라운 것은 외국인 신부들이 한국인 남성이 단지 BTS와 닮아 보여서 이끌렸다고 말하지 않고,  자기가 택한 남자가 한결같이 "착하게 생겼다", "매너가 좋고 자상하다", "연락을 자주하고 애정표현을 많이 한다"고 말하는 점이었다. 우리들 세대, 즉 6.25 전쟁으로 잿더미가 된 나라에서 보릿고개를 겪으며 오로지 수출증대, 산업발전을 위해 피땀을 흘린 입장에서는 어색하기 짝이 없는 표현이었다. 그럼에도 우리의 자녀 세대는 별종의 신인류라서 그런지 그것도 외국의 매력적인 여성들에게 이런 말을 천연덕스럽게 하고 있는 것이다.

 

아니, 외국에 공부하러 갔다가 또는 직장에서 해외로 파견나가 일을 하다가 현실적인 필요에서 외국 여성과 교제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학생들을 가르쳤던 내 입장에서는 처음부터 외국 말을 익히려고 이성교제를 획책(?)한 젊은이들이 그 동기가 불순하게 여겨져 아마도 불호령을 내릴 것 같았다. 

 

 

3. KoreanLII's Interpretation of Gen MZ

 

지난 10년 동안 KoreanLII를 사실상 혼자서 꾸려오면서 중요한 난관에 부딪혔다.

어느 누구와도 상의할 수 없으니 사전(辭典) 속에 갇혀 있는 고루한 법개념을 전통적인 방식으로 설명하는 것으로 그칠 것인가 하는 점이었다. 역사가 오랜 법학의 성격에 비추어 이것만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고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럼에도 살아 움직이는 사회 여건 속에서 동일한 법개념이라도 해석상의 변용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일단 여기에는 IT, AI 같은 신기술의 발달과 세대간 인식의 변화로 해석을 달리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점에 주목하여 새로운 2030세대 -- 밀레니얼 세대, Z세대, MZ세대의 특징을 여러 각도에서 관찰하고 여기 KoreanLII에 상세히 설명해 놓았던 것이다.  법개념과 관련이 있는 시를 함께 소개하고 뭔가 그럴듯한 사진과 그림을 삽입해 놓은 것도 이러한 연유에서였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서도 MZ세대가 단지 디지털 기기에 능숙한 것에 그치지 않고 소비 패턴이나 정치ㆍ사회적 변화를 이끌어갈 주역으로 재조명되고 있다.[3] 지난 4. 7 재보선에서 이른바 '이대남'(20대 남성)의 투표성향이 기존 정치판도를 뒤흔들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게다가 공직선거 당선경험이 없는 30대 중반의 밀레니얼 세대에 속한 남자가 야당 대표가 되는 이변이 일어났다. 이에 2023년의 대통령 선거에서도 MZ세대가 누구를 지지할 것이냐에 여야를 막론하고 예측과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고 한다.  

아닌게 아니라 바로 우리 집안에서도 두 아들, 며느리들과 어떻게 원활히 소통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 도쿄 올림픽 양궁 혼성 단체전에서 화이팅을 외치는 김제덕과 안산 선수

 

4. Heard from Tokyo Olympiad

 

우리나라 MZ세대의 특징은 도쿄 올림픽에 참가한 선수들에게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언론에 보도[4]된 그네들의 언행을 보면 그들이 우리와 얼마나 다른지 알 수 있다. 세계적인 선수들 앞에서도 전혀 주눅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 2004년생 18세의 고등학생 양궁 대표선수 김제덕은 무관중 경기임에도 한국 선수들이 화살을 잡을 때마다 우렁찬 목소리로 화이팅을 외쳤다. 나이 차가 많은 형님들과 경기에 나갔으니 조용히 뒤에서 형님들을 서포트할 줄 알았는데 그는 결코 참지 않았다. 그의 패기 넘치는 투지와 한 발 한 발 최선을 다하는 진심이 현장을 넘어서 TV 중계화면으로 전달되었다. 혼성경기와 단체전 올림픽 2관왕을 거머쥔 후 개인전 32강전에서는 탈락하고 말았지만 "사대(射臺)에 홀로 올랐을 때 부족함을 느꼈다"고 솔직히 고백했다. 그는 만화영화 주인공인 '쿵야'의 현실판이라는 말까지 들으면서 귀엽다는 말까지 들었다.

 

* 2003년생 황선우 수영선수는 국내 대회에서 각종 기록을 경신하며 올림픽에 첫 출전했다. 자유형 200m에서 한국 신기록, 자유형 100m에서 아시아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아시아권 선수에게는 신체적으로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던 올림픽 자유형 100m 결선에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소감을 묻는 기자들에게 황선우는 "일반 대회랑 같다고 생각하고 그냥 뛰었다"고 싱거운 대답을 했다. 그가 입은 수영복과 모자도 해외직구를 통해 직접 구매했다고 한다.

 

* 2004년생 신유빈 탁구선수는 자기보다 몇 곱 나이가 많은 58세의 백전노장인 중국계 룩셈부르크 선수 앞에서 맥을 못추다가 2세트부터 기량을 회복하고 결국 상대 선수를 물리쳤다. 그녀는 16강 진출은 실패했으나 전혀 침울해 하지 않고 "BTS 멤버로부터 응원 메시지를 받았다"고 싱글벙글하며 끝난 경기는 훌훌 털고 단체전에 임하겠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 남자 펜싱 사브르 대표팀은 이태리팀을 45대 26으로 물리치고 2012년 런던 올림픽에 이어 단체전 2연패를 달성했다.[5] 노장 김정환(38)과 구본길(32) 선수는 2연속 우승의 감격을 안았는데 오상욱(25), 김준호(27) 선수를 격려해가며 양궁 이외의 종목에서 처음으로 금메달을 따냈다. 이들이 마스크를 벗고 시상대에 올랐을 때 전세계의 시청자들은 "한국은 아이돌 연예인만 잘 생긴게 아니구나" 하며 그들의 조각같은 외모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 도쿄 올림픽 3관왕 여자 양궁의 안산(20) 선수는 첫 출전한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3개나 땄다. 준결승과 결승에서는 단 한 방으로 승부를 결정짓는 슛오프전에서 조금도 기 죽지 않고 상대 선수를 제압했다. 보는 사람도 가슴이 떨리는데 놀랍게도 그의 심박수(BPM)는 정상을 유지하고 있었다. 나중에 기자들에게 "쫄지마, 대충 쏴"하고 스스로 다독였다고 말했다. SNS와 언론에서는 그녀의 쇼트컷 헤어스타일과 SNS 글이 페미니스트 논란을 불러 일으켰지만 그녀는 별로 신경쓰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하려 애썼다고 한다. 

 

* 도쿄 올림픽 메달 시상대에 선 남자 펜싱 사브르 어벤져스 팀

 

5. Who Can Lead Korean MZers?

 

이와 같이 우리나라의 주력 세대가 바뀌고 있다면 이들을 자녀로서 키우고 후배 또는 부하로 이끌어 온 6070세대586세대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얼마전 야외로 놀러가면서 우리집 M세대 아들에게 열차표를 예매하도록 했을 때 경로우대 할인을 받을 수 있음을 미리 알려주지 않은 것에 "아차!" 했다. 그러나 그것은 기우에 불과했다. 휴대폰으로 표를 예매하면서 정확히 할인을 받아놓은 것이다. 코로나 백신접종 예약을 하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그들의 실력을 믿고 맡겨 놓으면 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앞으로 우리나라의 지도자들도 기득권을 지키려고만 들지 않고 MZ세대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그들의 역량을 최대한으로 끌어낼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엔터테인먼트, 스포츠나 게임, 스타트업 세계에서 우리나라의 MZ세대가 이미 세계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만큼 우리는 그들에게 '꼰대'처럼 이래라 저래라 간섭하지 말고 이미 글로벌화되어 있는 그들이 실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것으로 족하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7월 20일을 전후하여 태평양에서 발생한 열대성 저기압이 태풍으로 발전하여 이곳저곳을 휩쓸고 지나갈 때, 한국에는 직접 영향은 없었지만, 몇 차례 엄청난 현상을 목격하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제6호 태풍 인파('불꽃놀이'라는 뜻)가 타이완 앞 해상에서 갑자기 90도로 방향을 틀어 북상했다. 또 제8호 태풍 네파탁('위대한 전사'라는 뜻)은 올림픽이 한창 열리고 있는 도쿄를 향해 진행하다가 갑자기 진로를 바꾸었다. 태풍 인파와 네파탁이 진로를 직각으로 바꾼 것은 무엇때문이었을까. 태풍의 진로를 가로 막은 것은 성경에 나온 천사들의 바람벽이 아니었을까?[6]

 

도쿄 올림픽에서 목격한 바와 같이 예상 불허의 우리나라 MZ세대가 "하늘이 내려준 올바른 정신세계"를 갖추고 있다면 정녕 우리 민족은 축복받은 것이구나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의 2030세대가 경제활동을 본격화하면서 기성세대는 그들의 "영끌 내집마련", "빚투", "가상화폐 투기광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오히려 그러한 여건을 만들어 놓고 이를 조장한 기성세대의 책임이 더 크다고 본다. '장유유서(長幼有序)'나 따지면서 그네들에게 좀처럼 자리를 내주지 않는 586세대부터 반성해야 하지 않을까![7]

 

* 2021년 7월의 태풍 인파(左)와 네파탁의 설명하기 어려운 진로. 자료: 기상청.

Note

1] 솔직히 말하자면 처음부터 우리 시를 영어로 번역할 생각을 한 게 아니었다. KoreanLII의 항목과 매치되는 우리나라와 외국의 시를 찾고 딱 맞는 시를 고르다 보니 최초로 번역을 해야 하는 경우가 생겼을 뿐이다. 바로 며칠 전(7.26)에도 지인이 보내준 박남규 시인의 "낙엽아! 나도 서서 울지"라는 시가 너무 감동적이었다. 중졸 학력의 시인은 현장에서 건설 공부를 하여 건설회사 임원까지 지냈는데 혈액암 진단을 받고 무료 급식소에서 밥 퍼주는 봉사를 하면서 건강을 회복했다고 한다. 그는 바로 이 시로 2016년 65세의 늦은 나이로 등단했다. 그래서 일단 영어로 옮긴 후 고심 끝에 KoreanLII에 Solidarity (연대)라는 항목을 새로 만들어 번역해 놓은 시를 함께 올렸다.

 

2] 블로그 카테고리를 "in English"로 한 것은 포스팅을 하는 의도가 KoreanLII 운영의 고충을 피력하고자 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소소한 깨달음의 내용도 그와 관련이 있기에 외국인 독자들을 위해 언젠가는 영어로 옮겨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3] 우리나라 MZ세대에 대해 일찍이 예언을 남긴 탄허 스님이 생각난다. 내가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한국의 젊은이들이 갈수록 예뻐지는데 이들이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칠 때 국운이 상승하고 한국이 세계의 중심국가가 될 것이다"는 스님의 말씀이 얼마나 허황되게 들렸는지 모른다. 그러나 김연아, 가수 싸이, 손흥민, 류현진, BTS와 블랙 핑크 등 세계적인 지명도를 보면 탄허 스님의 '세계의 중심국가' 예언도 미구(未久)에 이루어지지 않을까 하는 믿음이 절로 생긴다.

 

4] 기정아, "상투적인 클리셰 다 때려 부순 도쿄 올림픽 10대 국가대표들", 이투데이, 2021. 7. 29.

5] 올림픽 펜싱 단체전은 6종목 중 4종목만 순번제로 열린다. 찌르고 베는 사브르 단체전은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는 제외되고 도쿄 올림픽에서 9년만에 열렸다.

 

6] 타이완을 향해 맹렬한 기세로 접근해 오던 태풍 인파가 갑자기 북쪽으로 방향을 틀자 타이완 국민들은 이것은 정녕 '하늘의 바람(神風)'임에 틀림없다고 감격해 마지 않았다.

일본에서도 태풍 네파탁이 도쿄 쪽으로 접근할 때 올림픽 경기에 참가하거나 이를 시청하고 있던 크리스천들은 합심하여 태풍의 피해를 막아주십사고 하나님께 간구하는 수밖에 없었다. 구약성경을 보면 아람 군대가 이스라엘에 쳐들어갈 때 번번이 실패하자 그 원인이 엘리사 선지자에게 있다고 보고 아람왕은 엘리사 체포조를 급파한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선지자가 무사할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의 군대 불말과 불병거가 엘리사 주변을 에워싸고 있기 때문이었다. 엘리사의 기도가 아람 군대를 꼼짝 못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열왕기하 6:16-17. 

 

7] 이철승 서강대 교수는 저서 《불평등의 세대》에서 1998년부터 2017년까지 국내 100대 기업 임원 9만 3천여 명의 출생 세대별 분포와 시기별 변화를 분석했다. 이 교수가 386세대의 장기집권 현상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과거엔 기업 임원진의 연령 비율이 50대 초ㆍ중반이 가장 많고 50대 후반으로 가면서 급감하는 패턴을 보였다. 가령 1945~49년생은 1990년대 후반 33.8%였다가 2000년대 초반 19.8%로 줄었다. 마찬가지로 1950~54년생은 2000년대 초반 34.3%에서 2000년대 후반 21.1%로, 1955~59년생은 2000년대 후반 38.3%에서 2010년대 초반 25.5%로 감소했다. 후속 세대가 올라오면 자연스레 윗세대가 물러나는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그런데 386세대가 임원진에 진입하면서부터는 이런 흐름이 막히기 시작했다. 1960~64년생은 2010년대 초반 41.3%였으나 2010년대 후반에도 38.1%로 여전히 건재하다. 이 와중에 1965~69년생도 2010년대 후반 35.2%로 증가해 100대 기업에서 386세대 임원의 비중은 72.2%에 달한다. 1990년대 후반에 1940~49년생 임원이 50.5%, 2000년대 후반에 1950~59년생 임원이 59.4%였던 것에 비하면 386 세대의 독점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이철승 교수는 '귀족 노조'가 고용 세습과 정년 연장을 요구한 것에 대해서도 "자본과 586 세대 상층 정규직 노조가 함께 구축한 한국형 위계 구조의 부조리극이 아닐 수 없다"라고 말하고, "한 세대의 장기집권의 폐해는 조용히 눈덩이처럼 불어나는데, 내부자들은 제 몫 챙기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고 진단했다. 중앙일보, "임원 72%, 의원 44%···대한민국은 386의 나라", 2019. 9.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