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 Peo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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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path] 꽃길만 걷는다고요?

3월 29일 내가 관계하는 상장법인의 정기주주총회가 끝나고 모처럼 한가롭게 벚꽃 구경에 나서기로 했다.회의장에서 가깝기로는 여의도 벚꽃길이 있지만 이곳은 워낙 유명해져서 꽃구경 인파가 몰린다고 뉴스에 날 정도였다.오히려 작년 가을에 거닐었던 양재동 매헌 시민의 숲길이 한적하고 좋을 듯 싶었다. 서울 시민들이 즐겨 찾는 양재천, 안양천변의 산책로는 벚꽃길로도 잘 가꾸어져 있기 때문이다.  모처럼 화창한 날씨에 미세먼지도 거의 없고 꽃구경하기엔 안성맞춤이었다.평일 오전 시간이라서 가족단위 상춘객은 거의 없고 꽃 사진 찍으러 나온 여고생들과 중년부인들 몇개 그룹이 눈에 띌 뿐이었다. 양재천변을 따라서 천천히 걸었다. 산책로 옆에는 개나리가 무리지어 피었는데 이처럼 이른 시기에 벚꽃까지 만개한 것은 이례적인 현..

Travel 2023.03.29

[번역] AI 번역기를 이용한 한국 시의 영역례

춘분 날 월별로 토속적인 시를 많이 발표해 온 목필균 시인의 "3월"이란 시를 접하게 되었다. 햇살 한짐 지어다가 고향밭에 콩이라도 심어볼까 죽어도 팔지 말라는 아버지 목소리 아직 마르지 않았는데 매지 구름 한 조각 끌어다가 고운 채로 쳐서 비 내림 할까 황토밭 뿌리번진 냉이꽃 저 혼자 피다 질텐데 늘어지는 한나절 고향에 머물다 돌아가는 어느날 연두빛 꿈 이미 "먼 길", "채송화꽃 그녀" 같은 불교적 색채가 짙은 그녀의 시를 여러 편 번역한 터라 AI 번역기를 써보면 어떻게 번역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위의 시에는 '햇살 한짐', '매지 구름', '늘어지는 한나절' 같은 한국인이라 해도 머리속에 그려지는 사상(事象)이나 마음에 느껴지는 정서가 다소 복잡했기에 AI 번역기의 반응이 궁금해졌다. 금년 들..

In English 2023.03.22

[AI] In Search of a Competent Collaborator

2011년부터 온라인 영문 법률백과사전 KoreanLII.or.kr을 운영하는 동안 제일 아쉬웠던 것은 영어를 잘하는 동역자를 구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내 주변에는 미국에서 학위를 받고 갓 귀국한 소장 학자나 TOEIC 점수가 우수한 법전원 학생들이 적지 않았음에도 KoreanLII를 같이 만들자고 하면 다들 손사레를 쳤다. 그 이유는 광고도 붙지 않고 후원자도 없는 웹사이트에 아무런 보상도 없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하기란 가성비(價成比) 최악인 데다 작업의 강도 역시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법전원 저학년생도 변호사시험에 매달리는 등 그 시간에 그만한 노력을 기울이는 일이라면 훨씬 값어치 있고 보람있는 게 더 많은 탓이었다. 우리말 법률 콘텐츠를 확보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으나 이것을 영어로 번역하..

In English 2023.03.16

[Book's Day] AI 시대의 '이규태 코너'란?

G : 2월 14일 발렌타인 데이 때 들려주신 '사랑'에 관한 詩와 이야기는 타이밍이 아주 좋았습니다. 오늘은 남성이 여성에게 그 답례로 선물을 한다는 3월 14일 화이트 데이에 관한 이야기인가요? P : 그보다 더 미래지향적인 인공지능(AI)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제가 지난 달 귀한 책 선물을 받았거든요. 옛 직장에서 신입사원 시절부터 존경해 마지 않던 정봉렬 시인이 서가에 넘치는 책을 정리하던 중 '이사 다닐 때 제일 먼저 챙겼던 책들'이라며 저에게 이규태 전집을 선물로 보내 주셨어요. G : 저도 압니다. 조선일보에 장기간 연재되었던 '이규태 코너'를 책으로 묶어 조선일보, 월간조선 등을 정기구독하는 독자들에게 나눠준 비매품(非賣品) 책 아니었습니까! 몇 년에 한 번씩 그 책이 나올 때마다 신문과 ..

People 2023.03.13

[IT] Some Things about ChatGPT

OpenAI.com의 초거대 언어모델(large language model: LLM)인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 GPT) 챗GPT가 등장한지 불과 몇 달 만에 전세계적으로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와 동시에 보이스피싱, 딥페이크 같은 그의 오ㆍ남용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마치 미국의 시인 앨런 긴즈버그(Allen Ginsberg, 1926-1997)가 쓴 다음 시를 읽는 것 같다. 反산업문명, 반전, 성적소수자 같은 이슈를 둘러싸고 히피 세대를 대변하였던, 늘 논쟁거리를 몰고다녔던 그 사람이다.앞으로 이같은 대화형 인공지능을 적용한 서비스가 늘어남에 따라 사람들은 좋든싫든 간에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거나 아니면 의도적으로 이를 거부하는 입장..

People 2023.03.08

[여행] 하늘에서 내려다 본 풍경

3년 만에 10시간이 넘는 장거리 항공여행을 하고 돌아왔다.비록 형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한 Sad 모드의 여행이었지만 비행기 창밖으로 내다보이는 풍경은 마음 설레기도 하고 무척 경이로웠다.샌프란시스코로 갈 때에는 갑자기 일정을 변경한 터라 가운데 낀 좌석이었으나 귀국편은 비록 꽁무니 좌석일 망정 창가인 데다 2열 좌석이고 화장실에서 가까워 별 불편이 없었다. 다만 SFO 오전 출발이고 ICN 오후 도착이라서 밖은 계속 대낮이고 눈이 부셔 시종 창 덮개를 내려놓아야 했다.  항공편 여행에서 가장 짜릿한 순간은 이륙과 착륙 시의 2~3분이다.요즘은 동영상 쇼츠나 기내 비디오를 통해 이착륙 시 전방 상황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지만 승객으로서 이 무거운 비행기가 과연 뜰 수 있을까, 또 무사히 내릴 수 있을까..

Travel 2023.03.06

[이민] 미국 사회에서 한국이민자의 역할

미국에서 형님 장례식을 지켜보면서 몇 가지 의문이 생겼다. 미국에 한국인 이민이 도착한 것은 1903년 하와이 사탕수수, 파인애플 농장에 노동자로 온 것이 효시라고 한다. 하와이는 일제 압박을 피해 도산 안창호가 와서 정신개조 독립운동을 한 곳으로도 유명하다.[1] 그로부터 120년이 지난 후 미국 사회에서 한국계 이민자의 수는 220만 명에 이른다. 그래서 아래의 질문을 챗GPT에게 던져 보기로 했다. 1. 평균적인 미국인의 관점에서 한국 이민자는 세계 각국에서 온 이민자들로 구성된 미국 사회에서 무슨 역할 또는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해온 것으로 평가되고 있을까? 2. 이민자의 국적으로 볼 때 한국계 이민자 수는 몇 번째인가? 미국 사회에서 저명인사가 된 한국 이민자를 10명만 꼽는다면? 3. 유럽계 ..

People 2023.03.01

[장례] Hard times come again no more

2023년 초 미국 샌프란시스코 근교 산마테오에 사는 형님(박훤장/朴烜璋)의 건강상태가 안좋다는 소식이 들렸다. 7년 전 담도에서 문제가 발생하여 담관 절제수술을 받은 후 항암치료까지 받으셨고 우리는 잘 회복하신 줄 알았다. 그 사이 일시 귀국하여 보훈병원에서는 고엽제 후유증 진단을 받으신 터였다. 2022년 9월에는 결혼 50주년 금혼식을 기념하여 부부동반으로 스페인 일주여행을 다녀오시기도 했다. 형님은 워낙 등산을 좋아하셔서 이곳저곳 캘리포니아 소재 국립공원에 가서 등산복을 입은 사진을 풍경 사진과 함께 보내오셨기에 건광관리를 잘 하고 계신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스탠포드 대학병원에서는 호스피스 홈케어를 받으실 것을 권했다는 것이다. 나로서는 2007년 UCLA 로스쿨 방문교수 시절 형님의 신세를 많..

People 2023.02.26

[Book's Day] 발렌타인 데이의 사랑 詩

G : 선생님 이번 달 Book's Day는 13일이 아닌 14일이네요. 오늘 책을 소개해 주시기로 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P : 오늘이 무슨 날인지 모른다면 결혼 10년차가 지난 겁니다. 2월 14일 발렌타인 데이 아닙니까? 우리에게 '발렌타인' 하면 위스키가 먼저 떠오르지만, 서양에서는 3세기 금혼령이 내려진 로마 병사들을 위해 비밀리에 결혼식 주례를 섰다가 처형 당한 발렌타인 사제를 기리는 날이라고 하죠. 여기에 초콜렛이 가미된 것은 초콜렛 파는 상인들의 상술에서 비롯된 것이라 하고요. G : 오늘 FM 방송에서 김미숙의 가정음악 오프닝 시를 듣고 헛웃음이 나왔어요. 김경미 시인의 글을 한 번 읽어보실래요? 커피숍 바로 옆 테이블의 젊은 남녀 두 사람 남자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있고 여자는 뭔가 ..

People 2023.02.14

[산책] 월정사 전나무 숲길을 거닐며

입춘이 지나자 바람결에서도 봄기운이 느껴질 만큼 날이 포근해졌다. 그러나 여행길에서 강원도에 접어들자 산에는 잔설이 남아 있었다. 대관령 일대의 스키장에서는 아직도 스키어들이 스키 시즌의 마지막을 즐기는 모습이 보였다. 주말 평창 알펜시아의 스키장 슬로프에서도 적잖은 스키어들이 활강하는 가운데 고즈넉한 호반 산책로를 거닐었다. 아직도 눈이 덮혀 있는 산책로는 걸을 때마다 뽀드득 소리가 났다. 서울에서는 눈이 내리자마자 길 위의 눈을 치우고 염화칼슘을 뿌리는 바람에 좀처럼 들을 수 없는 소리였다. 아직은 눈도 더 내리고 한파도 몇 차례 닥치겠지만 호수 주변의 눈과 얼음 풍경은 이제 마지막일 터였다. 이번 강원도 여행에서 새삼 느낀 것이 한 가지 있다. 자동차 여행을 할 때 네비게이션에 의존하더라도 자칫 방..

Travel 2023.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