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 Peo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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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회기동 출근길 '철학자의 산책로'

아침 출근길이 전에는 부산했다. 회기역에서 내려 경희의료원까지 가는 마을 버스를 타고 정문에서 내려 교시탑*을 지나 법학관까지 한참 바삐 걸어야 했다. 배차 간격이 길어 악명 높은 중앙선 전철을 제 시간에 타지 못 하는 날에는 허둥지둥 택시를 잡아타기도 했다. 그러나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금년 신학기부터는 새로운 코스를 찾아 걷기로 했다. 어느 동료교수가 '철학자의 산책로'라고 이름지었는데 번잡하지 않고 아주 고즈녁한 길이다. * 외국학생들이 유학을 많이 오는 뉴밀레니엄 시대의 경희대 교시는 "Towards Global Eminence"(세계적 수월성을 지향)다. 학교 설립 당시 조영식 박사의 창학이념은 "문화세계의 창조"였으며 교시탑에는 지구본 아래 그렇게 새겨져 있다. 회기역 계단을 내려와 마을버스..

Travel 2018.05.31

[횃불 갤러리] 자폐화가 이장우 초대전

라일락꽃이 진한 향기를 내뿜고 있던 4월 15일은 장애우 주일이었다. 양재 온누리교회의 이상준 목사님은 예배 중 광고 시간에 예수님이 복음사역의 태반을 병고치는 일에 투입하셨음을 상기시키면서 예배당 옆 횃불회관 트리니티 갤러리에서 아주 특별한 전시회가 열리고 있음을 알리셨다. 자폐화가 이장우 초대전 "어찌 그리 아름다운지요 III"이었다. 전시장 입구에는 화가의 부친 이종식 님이 쓴 글이 눈길을 끌었다. "자폐 스스로 갇힌 방, 그 깊고 은밀한 곳에 주님이 찾아오셨습니다. 사랑은 크고 깊었습니다. 함께 하셔서 일으켜 세우시고 보고 느끼고 그리게 하셨습니다. 아들이 그린 하나님이 만드신 세상은 너무 아름답습니다. 아들이 주님께 찬양을 올려 드립니다." 가을의 자작나무 숲은 유화 물감을 캔버스에 겹겹이 빈틈..

People 2018.04.15

[Poem] 벚꽃 그늘에 앉아보렴

4월 초가 되자 벚꽃이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경희대 서울캠퍼스는 벚꽃이 유명하다. 정년을 맞기 전 마지막으로 보는 벚꽃이라 여느때와는 감동이 달랐다. 결혼을 앞두고 벚꽃 아래서 웨딩 화보를 찍는 신부처럼 마음이 설레기까지 했다. 벚꽃이 피기 시작하자 본관 앞 분수대 잔디밭은 옹기종기 모여 앉은 학생들로 하루종일 북적였다. 벚꽃이 절정을 이루던 날 학생들에게 이기철 시인의 "벚꽃 그늘에 앉아보렴"을 들려주었다. 이날 하루만큼은 시험이나 취업 걱정을 벗어놓고 벚꽃 그늘에 앉아보라고 말했다. 벚꽃 그늘 아래 한 며칠 두근거리는 생애를 벗어 놓아보렴 그리움도 서러움도 벗어놓고 사랑도 미움도 벗어놓고 바람처럼 잘 씻긴 알몸으로 앉아보렴 더 걸어야 닿는 집도 더 부서져야 완성되는 하루도 도전처럼 초조한 생각..

Travel 2018.04.14

[교회] 마음과 눈과 귀도 즐거운 양재 온누리

양재동 횃불선교회관은 가정법원 옆 동산(우면산 공원의 끝자락)을 끼고 오른쪽으로 400m쯤 더 들어가면 고급 빌라촌 안쪽으로 산 밑에 자리잡고 있다. 입구의 맞은편 벽면에 24m × 25m 크기의 "선한 목자" 모자이크 벽화가 장식되어 있다. 메인 빌딩은 온누리 양재 캠퍼스로 사용되고 있는데, 계단 왼편에는 횃불 트리니티 신학대학원대학교가 있다. 2000년대 초 신동아건설에서 빌라 타운을 조성하면서 산 밑에 기독교 횃불선교회관을 건설했다. 이 건물을 아주 특별하게 만들고자 했던 최순영 회장은 비잔틴 모자이크 전문 박동인 화가에게 벽화를 만들어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LA 올림픽 당시 LA 한인회관에서 탈춤 모자이크 벽화를 제작한 적이 있었던 박 화가는 1년을 걸려 가로 세로 1cm 크기의 타일 240만개..

Travel 2018.03.18

[추모의 글] 아, 김정보 선배님!

아, 김정보(金正寶, 1949~2018.1.9) 선배님이 하늘나라로 가셨다. 퇴직하신 후에 건강이 좋지 않다는 말은 들었으나 언제 한번 연락드리지 하고 차일피일 미루는 사이에 우리 곁을 떠나신 것이다.  뒤늦게 소식을 듣고 조문을 하자 사모님(추미경)이 한 분에게만 부고를 하였음에도 많이들 빈소를 찾아주셨다고 하시면서 고인의 시와 그림을 엮은 책자를 보내주셨다.1998년부터 2001년까지 고인이 은행 공보실장과 부산지점장을 맡아 하는 동안 틈틈히 써놓은 시와 그림을 원고 그대로 인쇄하신 책 「My Favorite Things - 자연과 현대문명」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군대 가 있을 적에 '꿈결에 만난 님' 약혼녀를 향해 부른 노래 CD도 있었다. Please listen to the Love Son..

People 2018.02.22

[축하 글] 외우 장성구 회장에게 거는 기대

4자성어에 '괄목상대(刮目相對)'란 말이 있다. 고3 때 같은 문과반이었던 친구를 2,30년 만에 보니 몰라볼 정도로 식견과 위치가 달라져 있었다. 외우(畏友) 장성구(張聲九) 교수를 일컫는 말이다.장 교수는 2018년 2월 말로 경희대학교에서 정년을 맞고, 3월부터는 대한의학회 제23회 회장으로 활동하게 된다. 2월 21일 장 교수가 32년간 몸 담았던 경희대학교 의과대학 비뇨의학교실 주최로 경희의료원에서 "MRC 미래의학"에 대한 정년기념 심포지움이 열렸다.  장 교수는 경희대학병원장을 역임했고 대한의사협회 감사와 대한비뇨기종양학회장, 대한암학회장을 지냈다. 대한의학회는 지난 50년 동안 의학회 원로들이 지명한 후보를 평의원회에서 인준하는 형식으로 회장을 선출했다. 그러나 시대가 바뀜에 따라 2017..

People 2018.02.21

[결혼식] 정년 맞기 전에 치른 차남 혼사

둘째가 결혼식을 올렸다.여러가지 사정으로 비혼(非婚)이 대세가 되는 요즘 둘째가 결혼하겠다고 말했을 때 너무 기뻤다.게다가 상대가 기독교 신자인 데다 착하고 예쁘다니 더 말할 것도 없었다.아버지 정년퇴직하시기 전에 식을 올리겠다고 할 때는 더더욱 기뻤다.마침내 상견례, 혼수 등 복잡한 절차를 마치고 결혼식 날이 다가왔다. 신랑ㆍ신부가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해 일시와 장소를 2월 3일 12시 반 청담역 앞 예식장으로 정했다.  둘째는 수줍음을 잘 타서 회사 동료들로부터 '모태솔로' 아니냐는 말을 곧잘 들었다는데 놀랍게도 신부는 같은 직장의 여성이었다. 자기로 하여금 더 좋은 남자가 되고 싶어 하는 아가씨를 만나 프로포즈를 했다고 말했다. 우리집 강아지 이야기를 하며 관심을 끌고 데이트를 신청했다고 하니 사..

People 2018.02.03

[Seminar] 외국어대 최완진 교수 정년기념 세미나

2월 1일 오후 평소 존경해 마지 않는 최완진 교수의 정년기념 세미나가 상사법학회 주관으로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관에서 열렸다.현재 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장을 맡고 있는 최 교수는 그의 40년 가까운 학자 생활을 회고하면서 상법학 교수는 철학과 경영학도 함께 공부해야 한다*고 역설하였다. * 최 교수는 그의 선친이신 한국 철학계의 태두 서우 최재희 박사와 자형인 우리나라 경영학의 원로 곽수일 교수의 영향을 많이 받았음을 고백하였다.  다음은 그의 강연을 일부 간추린 것*이다.* 최완진 교수 칼럼ㆍ에세이집「기업법으로 세상을 보다」, 한국외대 지식출판원, 2017, 205, 208쪽. 상법을 벗 삼아 40년을 지내보니 우리에게 상법학이라는 학문은 과연 무엇이며, 상법학은 어떻게 정의되고 접근되어야 하는가 하는..

People 2018.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