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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야니(Yanni)와 뉴에이지 뮤직

Onepark 2022. 5. 19. 09:20

G : 며칠 전 우연찮게 야니의 "Santorini"란 곡을 들었습니다. 선생님이 언젠가 '야니 덕후'라고 하신 말씀이 생각나서요. 왜 야니를 '뉴에이지 뮤지션'이라고 부르는가요?

P : 네, 야니(Yiannis Chryssomallis 줄여서 Yanni, 1954~  )의 팬으로서 그에 관한 정보[1]가 하도 많아서 차근차근 말씀드리지요. 우선 산토리니는 오래전 화산의 폭발로 대부분 바닷속으로 가라앉았고 칼데라 호로 일부 남은 정상 부위가 섬을 이루고 있는 그리스의 관광지입니다. 특히 일몰과 일출로 유명한 곳이지요. 

"Santorini"는 야니가 미국에서 음악활동을 하다가 고국에 돌아가 1993년 전세계에 TV로 중계되었던 Live at Acropolis 공연의 오프닝 곡이었습니다. 나중에 DVD로도 발매되어 저도 사보았는데, 미국 유학 시절 PBS 방송에서 처음 접하고 얼마나 놀랐던지요. 그때 들었던 엔딩 곡 "The End of August"는 저의 최애곡(最愛曲)이 되었습니다. 업무와 가정에서 벗어나 정말 마음껏 놀면서 공부했던 SMU 유학시절이었거든요.

 

* 1993년 아테네 헤로데스 아티쿠스 원형극장에서의 야니 Acropolis Live 공연 실황

G : 나중에 그 공연은 저도 보았는데 대편성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이었어요. 야니의 금의환향 무대에 대한 그리스 청중들의 반응도 대단했지요. 

P : 네, 야니의 모친과 미국 인기 드라마 <Dynasty>의 주연배우였던 린다 에반스(1998년 초에 결별)도 카메라가 비쳐주어 이채로웠지요. 그런데 야니는 Andre Rieu처럼 따로 악단을 갖고 있는 건 아닙니다. 핵심 세션 맨들로 구성된 밴드만 두고 공연계획이 잡히면 그때그때 실력있는 연주자들을 불러서 공연을 갖는다고 해요. 더벅머리 드러머 찰리 애덤스는 미네소타 대학 밴드 동아리 카멜레온(Chameleon) 시절부터의 단짝이지요. 아크로폴리스 공연은 이란 출신 샤다드 로하니가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지휘하였습니다. 아크로폴리스 공연의 성공에 힘입어 야니는 1995년 런던의 로열 알버트 홀에서 그와 비슷한 라이브 공연을 또 가졌어요.

 

G : 1997년 야니의 인도 타지마할과 중국 자금성에서의 Tribute (위대한 문화유산에 대한 '헌정') 공연도 큰 인기를 끌었다지요? 그런데 야니가 악보를 볼 줄 모른다는 게 사실인가요?

P : 타지마할 공연은 인도 건국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것임을 강조하여 간신히 당국의 허가를 얻어낸 다음 그 앞 강변에 무대와 객석을 조성하는 대규모 공사를 벌였다고 해요. 자금성도 그때까지 한번도 그런 공연을 허용한 적이 없었는데 중국 정부의 개방 무드를 타고 들어가 Forbidden City Full Concert로서 화제를 모았습니다.

야니는 절대음감을 가진 음악천재인 것만은 사실이예요. 그리스 깡촌의 가난한 집 아들이었는데 어려서는 수영에 소질이 많았답니다. 그의 대표곡이기도 한 "Reflections of Passion" 뮤직비디오를 보면 그가 수영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실제로 유년기에 그리스의 자유영 신기록을 세웠다고 해요.

 

* 1997년 인도 타지마할 앞에서 야니의 Tribute 공연 실황

G : 그런데 어떻게 야니는 세계적인 뮤지션이 되었을까요?

P : 야니가 어렸을 때 그의 엄마가 음악에도 소질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중고 피아노를 집에 들여 놓았답니다. 그런데 악보도 선생도 없이 피아노 치는 법을 그가 혼자서 익히고 작곡까지 하게 된 거예요. 말 그대로 피아노를 가지고 놀다가 피아노와 신시사이저 연주자로 대성을 하게 된 것입니다. 미국에 유학을 간 것도 심리학을 공부하기 위해서였고 졸업 후에는 직업상담소에서도 상담 일을 했습니다. 대학 동아리 밴드에서 키보드를 맡아 하다가 취미가 본업이 된 셈이지요.

그런 영향 때문인지 야니의 음악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첫째, 멜로디가 귀에 쏙 들어오게 아름답고, 주된 선율의 전개가 일정한 패턴을 이루고 있습니다. 둘째로는 드럼 비트가 강약을 이루고 7/8 박자, 5/8 박자를 자유자재로 구사하여 듣는이의 잠재된 흥을 일깨우는 듯 합니다. 셋째로는 그가 공연을 하는 장소에 어울리는 악기와 전문 연주자를 물색하여 청중들의 열띤 반응을 이끌어낸다고 하지요.

하지만 정규 음악교육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작곡을 할 때는 그만이 알아보는 표기법으로 메모를 했다가 직접 연주를 하면서 스탭이 곡을 완성한다고 합니다. 3~4분 정도의 짧은 곡을 만들 때에는 이 방법이 더 효과적일 것 같아요.

 

G : 처음에는 악기로만 연주하는 경음악(instrumental music)을 발표했는데 최근 들어 여성 가수 심지어는 그 자신이 노래를 부르는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P : 아~ "Never Too Late" 공연 실황을 보셨군요. 오디션을 통해 남성 가수를 찾았는데 마땅한 목소리가 없어서 그가 직접 마이크를 잡고 여성 가수와 함께 불렀다고 합니다. 노래가 들어간 야니의 곡은 아크로폴리스 공연 때 선보인 "Aria", Tribute 앨범에 포함된 "Love is All" 같은 곡이 대표적이지요. 하지만 멕시코 아카풀코 라이브 공연 때는 보컬과 가창 위주의 곡들로 레퍼토리를 꾸미기도 했습니다. 야니의 팬덤 사랑, 기업가정신을 보여준다고 할까요, 라이브 공연 때에는 현지에서 가장 호소력이 있는 음악을 서비스하는 게 돋보입니다.

 

G : 그럼 뉴에이지 뮤직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주세요. 

P : 뉴에이지란 서양 점성술(Astrology)에서 기독교의 시대인 물고기(Pisces) 자리가 끝나고 물병(Aquarius, 보병궁/寶甁宮) 자리로 옮겨가는 '새로운 시대'를 의미합니다(Marilyn Ferguson, The Aquarian Conspiracy [2]) 뉴에이지가 도래하면 지구상의 위기는 사라지고 민족주의와 국가적 이기주의를 떠나 진정으로 행복한 세상이 이룩된다고 말하지요. 자칭 뉴에이지 전도사인 영화배우 셜리 맥클레인은 인간은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무한한 능력(Higher Self)이 있음에도 무지와 망각으로 이 능력을 사용하지 못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1960-70년대부터 기존 종교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영적인 변화가 일어난다는 뉴에이지 사조가 유행했습니다.

 

* 점성술의 보병궁 시대에는 항아리에서 물이 쏟아지듯 사람들의 영성이 넘치게 된다고 한다.

G : 아~ 그래서 현대문명에 지친 사람들이 건강을 지키기 위해 요가나 기공체조를 하고 명상음악을 틀어놓고 명상에 잠기곤 하는군요. 지금도 여전히 마인드 콘트롤, 초월명상(TM: transcendental meditation), 심령과학(psychic science), UFO 등 신비주의에 빠지는 사람들이 많아요.

P : 우리나라에서도 인기가 많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도 《1Q84》, 《해변의 카프카》, 《기사단장 죽이기》 등에서 볼 수 있듯이 그러한 내용을 시사하는 작품을 많이 발표하고 있습니다. 평행우주(Parallel Universe), 미 국방부의 UFO보고서 등을 예사로 인용하는 등 '뉴에이지 문학'이라는 장르에서 하루키는 맨앞에 들어갈 수 있는 작가일 거예요.

마찬가지로 뉴에이지 음악은 우리가 편하게 들을 수 있는 Easy Listening 계열에 속합니다. 듣는이가 쉽게 명상에 빠져들 수 있도록 비트를 죽이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조용한 음악입니다. 뉴에이지 뮤지션들은 기본적으로 환경보호론자들이고 '제3의 눈'(All Seeing Eye, Freemason의 심볼)이나 앵크(Ankh) 십자가를 상징으로 사용하지요.

대표적인 뉴에이지 뮤지션들의 면모를 살펴보면 1960년대에 Beatles가 그들의 음악을 뉴에이지 사상의 도구로 쓰기 시작했고, "불의 전차"와 같은 영화음악을 만든 Vangelis, "Rain and Tears"를 노래한 Aphrodite's Child, "랑데뷰"를 작곡한 Jean Michel Jarre, 이집트 신화에 나오는 '호루스'의 눈(제3의 눈)을 묘사한 "Eye in the Sky"를 열창한 Alan Parsons Project, 제목부터 친환경적인 피아노 음악 "December"를 연주한 George Winston, "Skyline Firedance"를 만든 David Lanz 등이 있습니다.[3]

또 이러한 트렌드를 반영하여 그래미가 1986년에 신설한 뉴에이지 부문의 상을 연속 수상한 아일랜드의 Enya, 아일랜드와 노르웨이의 혼성 그룹 Secret Garden, NHK 다큐 "Silk Road"의 OST로 유명한 일본의 기타로(喜多郞)도 꼽을 수 있습니다.

 

G : 야니도 유에이지 뮤지션인가요?

P :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의 레코드점에 들어가보면 야니의 앨범은 대부분 뉴에이지 음악 코너에 있습니다. 멜로디가 조용한 이지리스닝 음악이 대부분이므로 그런 것 같아요. 하지만 현란한 드럼 연주가 두드러지고 비트가 강해 명상하기엔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야니 자신은 그저 현대 기악연주자(contemporary instrumental musician)로 불러주기를 원해요. 다만, 야니도 1997년 경 Tribute 공연을 준비하면서 인도와 중국 정부를 상대로 힘겨운 협상을 하느라 진이 빠졌고(burnt-out) 그 이듬해에는 린다 에반스와도 헤어지게 되자 심한 우울증에 빠져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여행과 명상으로 심신을 달랬다고 합니다. 그때 명상음악에도 심취했으리라 여겨집니다.

G : 만일 크리스천이라면 뉴에이지 음악을 멀리 해야 할까요?

P : 일부 뉴에이지 신봉자들은 명상에 들고 깨달음을 얻기 위해선 환각제(LSD)까지도 쓸 수 있다고 합니다. Beatles의 "노란 잠수함" 노랫말은 그 프로세스를 묘사한 것이라는 설도 있어요.

그러나 인간 스스로의 노력만으로 명상이나 요가를 제아무리 열심히 한다 해도 생로병사의 근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그것은 스스로 지혜롭게 되려고 사탄의 유혹에 끌려 선악과를 따먹은 아담의 죄를 다시 범하는 게 됩니다.[3] 1960년대 히피들도 자유분방한 삶을 통해 그들이 꿈꿔온 이상을 실현하고자 했지만 결국 실패하고 말았어요. 그들이 반면교사가 될 수 있습니다.

 

G : 야니와 그의 음악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P : 저의 경우 젊은 시절에는 Paul Mauriat 오케스트라의 아주 화려하고 클래시컬한 프렌치 뮤직을 좋아했어요. 그런데 마흔이 넘어 알게 된 야니의 음악은 화려하면서도 토속적(ethnic)이고 흥겨우면서도 애조(pathos)를 띠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같은 곡일지라도 악기 편성을 달리하고 리매스터링, 컴필리에이션을 통해 새로운 감각의 음악을 계속 선보이고 있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합니다.

 

산토리니

태곳적 지축을 흔드는 화산 폭발로 생겼듯

음악공부 제로인 이가 만인의 심금을 울리네

Once upon a time,
volcanic eruptions made
Santorini Isle.
Tho’ never taught about music,
Yanni has touched
Most strings of the world.

(17음절의 단시)

Note

1] Yanni의 공식 웹사이트 yanni.com에 들어가 보면 그의 공연계획과 언론보도, 팬클럽(Yanni Community) 등 야니에 관한 모든 것을 알 수 있다. 이색적인 것은 Fantázomai 가입을 유도하여 그의 디지털 작품에 대한 NFT(가상화폐 코인) 조각투자를 유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국적과 이름을 밝히고 회원가입을 해야 한다. 야니는 YouTube 채널도 운영하고 있는데 접속 즉시 아크로폴리스 라이브의 오프닝 곡 "Santorini" 공연실황이 울려퍼진다.

 

2] '물병자리의 공모'라는 의미의 이 책은 1980년에 출간되어 뉴에이지 신봉자들에게는 바이블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민지사가 정성호 번역, 2000년대를 변혁하는 '투명지성 - 「의식혁명」이라는 제목으로 2011년에 펴냈다.

 

3] 곽용화 목사, "당신은 뉴에이지와 그 음악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습니까?", 낮은울타리, 1995.

 

Annex

Zodiac 12궁도 (from Wikip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