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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징] 미국 국장 속의 프리메이슨 심볼

Onepark 2007. 6. 4. 13:50

미국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1달러 짜리 지폐를 보면 앞면에는 조지 워싱턴의 초상이 그려져 있다. 미국민들에게 제일 숭앙받는 초대 대통령이므로 그만큼 친근감 있게 느껴진다. 일상생활에서 서비스의 답례로 내놓는 팁도 '워싱턴의 인자한 모습' 한 두 장이면 대부분 OK다.

 

Source: Pinterest/Google

뒷면에는 2개의 원이 그려져 있는데 오른편은 우리가 백악관 사진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올리브 가지와 화살을 거머쥐고 있는 대머리 독수리 문장(紋章)이다. 그러나 왼편 그림은 매우 그로테스크한 모습이다. 2/3쯤 쌓다만 피라밋 위에 눈("All-Seeing Eye"라 함) 하나가 반짝이고 있는데, 그 시선이 사람의 폐부를 꿰뚫어 보는 듯하여 오싹한 느낌마저 든다. 여러 사람에게 그 의미를 물어보았더니 조지 오웰의 '1984년'에 나오는 빅 브라더의 심볼이라는 조크도 있었으나, 미국의 국장(國章, Great Seal) 뒷면이라는 이상의 답변은 듣기 어려웠다.

 

그 의문은 미국 각지를 여행하면서 1달러 지폐를 꺼내 쓸 때마다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러다가 워싱턴 근교에 있는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 시에서 마침내 해결의 실마리가 풀리는 듯 하였다.

알렉산드리아는 조지 워싱턴의 저택과 농장(마운트 버논)도 있지만 워싱턴이 대영(對英) 독립전쟁을 영도하기 전에 존경받는 유지로서 사회활동을 벌였던 곳이기도 하다. 그 서쪽동산 위에 우뚝 솟아 있는 알렉산드리아 등대 모양의 석조 건물 '조지 워싱턴 메이슨 기념관' 안에 들어가보니 워싱턴 동상이 홀 중앙에 서 있었다. 그리고 한 쪽 벽에는 워싱턴 대통령이 '프리메이슨'(Freemason)의 상징인 에이프런을 두르고 국회 의사당의 주춧돌을 놓는 대형 벽화가 걸려 있었다.

 

바로 저것이구나! 조지 워싱턴은 벤자민 프랭클린과 함께 유명한 프리메이슨 단원이었던 것이다. 워싱턴의 대통령 재임중 제정된 국장이니 만큼 프리메이슨의 오컬트 요소(지혜의 눈동자)가 가미된 게 분명했다.

그렇지만 극히 폐쇄적인 프리메이슨 주의가 건국 당시 미국의 지배적인 사상이 될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계속 남았다. 알렉산드리아 기념관에서는 지금도 프리메이슨 회원들이 종종 모임을 갖는데, 안내원은 오늘날의 프리메이슨은 중세 비밀 정치결사 색채는 전혀 없으며 단순한 우호 친선(Fraternity) 단체일 뿐이라고 강조하는 것이었다.

 

그래도 궁금증은 여전히 남았다.

1990년 여름 휴가를 이용하여 버지니아주의 해변 휴양지인 버지니아 비치로 놀러갔을 때 에드가 케이시의 ARE 연구소를 일부러 찾아갔다. 금세기 최고의 '잠자는 예언자'라고 불리웠던 에드가 케이시의 예언(Reading)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구내서점에 들렀을 때 우연히 발견한 책에서 1달러 지폐에 대한 의문이 완전히 해소될 수 있었다.

 

국장에 얽힌 미국 건국정신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히에로니머스의 "미국의 감춰진 운명"(Robert Hieronimus, AMERICA'S SECRET DESTINY: Spritual Vision & the Founding of a Nation, Destiny Books, Rochester, Vermont, 1989)이라는 책이었다.

그에 의하면 1782년 국장 도안을 맡은 3명의 위원은 앞서 말한 프리메이슨이나 장미 십자가단(Rosicrucian)과는 전혀 무관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들은 건국 지도자들(프랭클린, 워싱턴, 제퍼슨)의 지도 이념을 살려 국장 도안 속에 신생조국의 운명을 형상화하려고 했다.

 

건국 지도자들의 영향을 받아 국장 뒤면의 도안이 성안되었는데, 도안위원들은 피라밋은 국력의 영속성을 의미하며 그 위의 눈은 신의 가호를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장 뒷면은 1782년 의회에서 채택되기는 했지만 너무 프리메이슨 냄새가 난다 하여 독수리가 그려진 앞면과 함께 철인(鐵印)으로 만들어 놓는 것은 보류하였다.

 

그로부터 150여년이 지난 1935년 루즈벨트 대통령은 뉴 딜정책을 국민들에게 널리 알리기 위해 고심하던 중 국장에 새겨진 라틴어 모토 'Novus Ordo Seclorum'(시대의 새 질서)에 공감했다. 뉴 딜과 뉴 오더는 일맥상통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지시로 국장의 앞 뒷면이 1달러 지폐의 도안으로 채택되면서 그 신비스러운 눈동자도 비로소 대중의 시선을 끌게 되었다.

 

히에로니머스에 의하면, 미완(未完)의 피라밋 정점에서 빛나는 눈동자는 인간의 어떠한 노력도 초월적인 영감에 의해 완성될 수 있다는 건국정신의 표현이라고 한다. 이러한 국장 뒷면의 의미가 지금에 와서야 이해되기 시작한 것은 이제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건국 200주년을 맞으면서 시대정신이 '투쟁과 공격'에서 '협력과 조화'로 바뀌었는데 이러한 패러다임의 변화가 국장의 앞면과 뒷면에 함축되어 있다는 해석이다.

 

1990년대 접어들어 동서냉전이 종식되고 동구 여러나라가 민주화 개혁을 서둘러 바야흐로 미국이 주도해온 자본주의 체제가 승리를 거둔 것 같다. 쿠웨이트를 침공한 이라크를 막강한 군사력으로 패퇴시킴으로써 미국은 세계 제일의 강대국으로 등장하였다. 그러나 미국 주도의 평화(팍스 아메리카나)가 다음 세기까지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 모든 권종의 크기가 똑같은 미 달러 지폐의 가치가 나날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달러의 구매력은 2차 대전 당시 패전국이던 일본 엔이나 독일 마르크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실추되었다.

 

미 국민들은 건국 당시의 청교도 정신을 망각한 채 빚더미 위에 올라 앉아 인종문제와 마약, 범죄에 시달리고 있다. 무역과 재정면의 쌍둥이 적자가 천문학적인 숫자로 불어나는 한 미국 경제가 인류의 번영을 리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달러가치가 떨어지는 것과 비례해서 거기 새겨진 시대의 새 질서도 위축되는 상황과 비슷하다.

 

국장의 뒷면이 시사하듯이 미 합중국이라는 거대한 피라밋이 미완의 기념탑으로 끝날지, 아니면 지혜로운 눈동자로 승화되어 미래를 밝혀줄지 그 결말이 앞으로의 세계사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LA 인종 사태에서 본 것처럼 폭력을 거침없이 사용하는 기성체제(Establishment)의 날카로운 눈초리는 세상을 영적으로, 도덕적으로 타락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노릇이다.

 

미국에서 잠시 살아본 것만으로는 알 수 없었다. 다만, 미국의 잠재력이 아직 무한해 보이지만 어느덧 로마 제국과 같은 말로를 맞지 않으리라고 단언할 수는 없었다. 적어도 국민들 사이에 건국 당시의 기개와 정신이 부활되지 않는 한 그럴 가능성이 점점 농후해지는 것으로 느껴졌다.

 

* 포토맥 강을 뒤로 남쪽을 향해 서 있는, 조지 워싱턴 대통령이 살았던 마운트 버논

追 記

위의 글은 1991년 초 뉴욕에서 산업은행(KDB) 주재원 근무를 할 때 쓴 수필이다.
그런데 그 무렵부터 미국 경제는 IT산업을 중심으로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하였고, 뉴욕의 경우만 하더라도 연방검사 출신 줄리아니 시장이 재임하는 동안 치안상태가 크게 개선되어 살기 편하고 안전한 도시가 되었다.

하지만 뉴밀레니움으로 바뀌자마자 2001년 9·11 사태가 발생함으로써 뉴욕의 상징물인 쌍둥이 빌딩(World Trade Center buildings)이 무너지고 수천명이 죽거나 다치는 참사가 일어났다. 현재 미국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하면서 여전히 세계 각처에서 일어나는 도전 속에 리더십을 시험받고 있다.

 

이 문제는 팬터지, 엔터테인먼트의 관점에서도 풍부한 이야기거리가 되고 있다. 이를 테면 영화나 소설 Tomb Raiders, Da Vinci Code, Lost Symbol, National Treasure 등에서도 '프리메이슨'은 좋은 소재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수많은 '조폭' 영화가 등장하면서 '행님'이 친근하게 느껴지는 것처럼 프리메이슨도 우호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