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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21세기에도 유효한 연금술

Onepark 2007. 6. 8. 11:11

대학교수로서 2학기의 마지막 주간을 맞는 감회는 특별한 것 같다.
이제 겨울방학을 맞아 여유로운 생활을 하게 되리라는 기대보다는 나 역시 학부형으로서 학생들이 낸 등록금에 상응하는 가치있는 지식을 전수해주었나 하는 생각, 특히 학교를 떠나는 졸업반 학생들은 교수인 나한테서 들었던 마지막 학기의 강의를 어떻게 기억할까 하는 상념 등으로 학생들 앞에 서기까지 생각이 복잡하다.

 

그러다가 내가 학생들에게 강의한 것이 그 동안 학생들이 공부하고 느꼈던 것과 화학반응을 일으켜 납덩이가 금덩이로 바뀌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서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 "연금술사(Alchemist)"를 떠올렸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임에도 이 책을 읽고 감동을 받았다는 학생은 의외로 많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마치 '어른을 위한 동화책' 같은 이 소설을 읽을 때의 마음속 질문과 여기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을 학생들에게 다음과 같이 요약해주었다.

( ) 안은 최정수 역 문학동네 2001년 간 책의 쪽수임.

 

Q1.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에서 양치는 목동에 불과하던 산티아고가 왜 고향을 떠나는 모험을 하게 되었을까?

 

어느 날 아침 갑자기 로또 복권을 사고 싶듯이 "이집트 보물찾기"라는 꿈을 갖게 되었을까, 아니면 우리가 늘 꿈꾸고 사는 보다 넓은 세상을 보고 싶다는 욕망이 생긴 것일까?

 

산티아고는 떠오르는 해를 보며 기쁨을 느꼈다. 그에게는 추위를 피할 수 있는 겉옷 한 벌과 다른 것과 바꿀 수 있는 책 한 권, 그리고 양떼가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가슴에 품어온 꿈을 매일 실현하는 것, 바로 세상을 여행하는 일이 있었다. 안달루시아 초원에 싫증이 나면 양떼를 팔고 선원이 될 수도 있었고, 바다에 물리면 수많은 마을과 여인들, 그리고 행복해 질 수 있는 수많은 다른 기회들을 알아볼 수도 있었다. (30쪽)

 

Q2. 그 꿈을 이루려면 무엇부터 해야 할까?

 

1) 산티아고는 신비스러운 노인 멜기세덱(성경에서 아브라함이 처음 십일조를 바쳤던 살렘왕)에게 양을 판 돈의 십분의 1을 바치고 여러 가지 교훈적인 가르침을 얻었다.

 

이 세상에는 위대한 진실이 하나 있다. 무언가를 온 마음을 다해 원한다면, 반드시 그렇게 된다는 것이다. 무엇인가를 바라는 마음은 곧 우주의 마음으로부터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 . 보물을 찾겠다는 마음도 마찬가지이다. 만물의 정기는 사람들의 행복을 먹고 자란다. 때로는 불행과 시기와 질투를 통해서 자라기도 하고, 어쨌든 자아의 신화를 이루어내는 것이야말로 이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부과된 의무이다. (47쪽)

 

[멜기세덱 노인의 조언] 

사람들이 중대한 순간에 처해 있을 때 그저 그 일들이 조금 수월해지도록 돕기만 한다네. 나는 이 일을 오랫동안 해왔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걸 알지 못하지. (49쪽)

 

2) 산티아고는 지브롤터 해협을 건너 아프리카의 탕헤르로 갔는데 믿었던 친구에게 가지고 있던 돈을 모두 사기 당하고 말았다. 그러나 좌절하지 않았다. 그를 고용해준 크리스탈 가게에서 열심히 일하면서 온갖 창의성과 성실성을 발휘하여 주인이 가게를 그에게 물려주겠다고 할 정도로 그의 신임을 얻기에 이르렀다.

 

현자에게 행복의 비밀을 배우고 싶다는 사람에게 현자는 기름 두 방울이 담긴 찻숟가락을 건네주고 이렇게 말했다. "이 곳에서 걸어다니는 동안 이 찻숟갈의 기름을 한 방울도 흘려서는 안되오." 젊은이는 계단을 오르내릴 때도 차 숟가락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바닥에 깔린 페르시아 양탄자도, 꽃들이 만발한 정원도, 서재의 책들도 그의 안중에 없었다. 현자는 다시 집안의 아름다운 것들을 살펴보고 오도록 했다. 이제 젊은이는 편한 마음으로 찻숟가락을 들고 저택을 구경했다.
다시 현자를 찾은 젊은이는 그 사이에 기름 두 방울이 사라진 것을 알았다. 현자 중의 현자는 말했다. "행복의 비밀은 이 세상 모든 아름다움을 보는 것, 그리고 동시에 숟가락 속에 담긴 기름 두 방울을 잊지 않는 데 있다네.
(60쪽)

 

[점쟁이의 고백] 

사람들이 내게 점을 치러 올 때, 그건 내가 미래를 읽기 때문이 아니라, 미래를 추측할 수 있기 때문이야. 미래는 신께 속한 것이니, 그것을 드러내는 일은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 오직 신만이 할 수 있는 것이네. 그럼 난 어떻게 미래를 짐작할 수 있을까? 그건 현재의 표지들 덕분이지. 비밀은 바로 현재에 있네. 현재에 주의를 기울이면, 현재를 더욱 나아지게 할 수 있지. 현재가 좋아지면, 그 다음에 다가오는 날들도 마찬가지로 좋아지는 것이고, 미래를 잊고 율법이 가르치는 대로, 신께서 당신의 자녀들을 돌보신다는 믿음을 가지고 살아야 하네. 하루 하루의 순간 속에 영겁의 세월이 깃들어 있다네. 신이 미래를 알 수 있게 해준다는 특별한 사정이란 신께서 미래를 보여주실 때라네. 신께서는 단 한 가지 이유가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미래를 잘 보여주시지 않아. 한 가지 예외란 바로, 미래가 바뀌도록 기록되어 있을 때를 말하지. (171-172쪽)

 

3) 산티아고가 대상(caravan)을 따라 사하라 사막을 건너갈 때 그보다 목적의식이 뚜렷한 사람이 또 있었다. 바로 연금술을 배우러 가는 영국청년이었다.
그러나 사막의 연금술사가 제자로 맞이한 사람은 그 영국청년이 아니라 산티아고였다. 왜냐하면 그 영국인에게는 연금술을 배워 돈과 명성을 얻으려는 이기적인 동기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반면 산티아고는 사막에서 군대가 오아시스를 습격하는 환상을 본 뒤로 자기만 도망치지 않고, 목숨을 걸고서라도 오아시스 거주민들을 구해야겠다는 희생적인 마음이 앞섰다. 사막의 연금술사는 산티아고의 희생정신과 용기가 가상하다고 보고 스스로 산티아고의 스승 겸 가이드가 되고자 하였던 것이다.

 

[산티아고에게 칼을 겨누었던 연금술사의 훈계] 

그대의 용기를 시험해 본 것이네. 용기야말로 만물의 언어를 찾으려는 자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이니. . . 아무리 먼 길을 걸어왔다 해도, 절대로 쉬어서는 안 되네. 사막을 사랑해야 하지만, 사막을 완전히 믿어서는 안 돼. 사막은 모든 인간을 시험하기 때문이야. 내딛는 걸음마다 시험에 빠뜨리고, 방심하는 자에게는 죽음을 안겨주지. (183쪽)

 

[산티아고에게 포도주를 권하는 연금술사] 

사람의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 악이 아니네.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것이 악일세. 마시고 지금 이 순간을 즐기게. . . 그대의 마음이 있는 곳에 그대의 보물이 있다는 사실은 잊지 말게. 그대가 여행길에서 발견한 모든 것들이 의미를 가질 수 있을 때 그대의 보물은 발견되는 걸세. (190쪽)

 

Q3. 피라밋 아래서 땅을 파는 것은 무모하지 않은가?

 

꿈을 이루려면 무모할 정도의 신념과 인내가 필요하다. 바로 그때 부랑자 무리가 산티아고가 보물을 숨기려는 것인 줄 알고 약탈하러 왔다가 그 두목이 산티아고를 보고 나무란다. 그렇지만 꿈을 가진 사람은 다른 사람의 모욕적인 말조차 귀중한 충고의 메시지로 새겨듣는다.

 

[피라밋 앞에서 땅을 파는 산티아고를 제지한 두목의 훈계] 

다시는 그렇게 바보처럼 살지 마라. 지금 네가 땅을 파고 있었던 곳에서 나 역시 2년 전쯤 같은 꿈을 두 번이나 꾸었다. 꿈속에 스페인의 어떤 평원을 찾아갔는데, 거기 다 쓰러져가는 교회가 하나 있었어. 그곳 성물 보관소에는 무화과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다. 나무 아래를 파보니 보물이 숨겨져 있지 않겠어. 하지만 그런 꿈을 되풀이 꾸었다고 해서 사막을 건널 바보는 없어. 명심하라구.
산티아고는 피라미드를 향해 미소를 보냈다. 이제 그는 자신의 보물이 어디에 있는지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259쪽)

 

Q4. 우리는 여기서 무슨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

 

이 짤막한 책을 읽고 누구나 나름대로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시시한 책이라고 덮어버릴 수도 있다.
그러나 전세계의 많은 독자들은 이러한 교훈을 얻었다. 고상한 동기와 열정을 품고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노라면 "그것이 하찮게 보이는 것(납덩이)일지라도 우주의 정기(energy)가 작용하여 커다란 성공(금덩이)으로 바뀔 것이다"는 바로 연금술의 메시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