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 People

People

[교육] UCLA 로스쿨 로푸키 교수와의 인터뷰

Onepark 2007. 6. 1. 14:13

요즘 한국의 법대교수가 미국 대학에 교환교수로 가려면 돈을 싸들고 가야 한다.

Visiting Scholar Fee는 재정확보에 부심하고 있는 미국 로스쿨들이 도서관 출입증과 캐럴을 마련해 주고 패컬티 콜러퀴엄이나 관심있는 수업을 청강하는 데 대한 대가를 요구하는 것이다. 동부의 명문교는 1만불이 넘었다고 하며 서부의 유명 대학들도 몇 천불씩 내야 한다. 방문교수가 강의를 하면 할인혜택이 있다. 미국의 장기체류 비자 얻기가 쉽지 않은 마당에 DS-2019 서류를 받아 가족들까지 J1/J2 비자를 얻으려면 그 정도의 대가는 지불해야 한다고 보는 것 같다.

 

그러니 처음 도서관 출입증과 개인용 좌석(carrel)을 배정받고 나서 어떻게 해서든지 본전을 뽑아야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것은 기우였다. 내 경우 판례집과 논문집으로 둘러싸인 로 라이브러리에 앉아 책을 보거나, 나를 초청해준 로푸키(Lynn M. LoPucki) 교수의 상법(담보거래법) 강의를 들으면서 본전을 뽑고도 남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 스크린에 파워포인트를 띄워놓고 열강하는 로푸키 교수

 

로푸키 교수의 강의는 2006년 가을 학기에 하버드 로스쿨에서 강의를 들었던 서울중앙지법의 문유석 판사가 국내에 소개를 한 바 있지만, 로푸키 교수는 학생들보다 먼저 수업시간 시작 5분전에 입실한다. 그의 저서(Aspen출판사 간 Secured Credit)가 교재임에도 파워포인트로 강의를 하므로 이리저리 전선을 연결하고 노트북과 빔 프로젝터를 켠 다음 강의할 대목을 찾는 데 4-5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같은 교수임에도 나는 어쭙잖게 "Academic Fifteen"(과거 독일에서 대학강의를 15분 늦게 시작하던 전통) 운운하며 5분쯤 늦게 수업을 시작하였던 게 부끄러웠다.

 

로푸키 교수는 강의시간 중에 농담이나 허튼 이야기를 하는 법이 없었다. 출석도 따로 부르지 않고 좌석배치도에 각자 출석 표시를 한 후 제출하도록 했다. 수업이 시종 딱딱하고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스피디하게 이루어지므로 예습을 하지 않고 들어가면 도저히 강의를 따라잡기가 어려웠다. 학기초 실러버스에 기재된 대로 거의 정확하게 진도가 나갔다. 이곳 로스쿨은 학비가 비싸기 때문인지 한국에서처럼 종료시간보다 일찍 끝내거나 휴강을 하면 교수가 학생들에게 그만큼 등록금을 돌려줘야 할 것 같은 분위기였다.

 

강의시간에 노트북 정리도 하고 카드게임도 하는 학생들

로푸키 교수의 타이틀에는 "시큐리티 퍼시픽 은행"이 붙는다. 그의 전공분야가 도산법, 담보법, 정보법인 만큼 이 은행에서 연구비를 지원하는 석좌교수라는 의미이다. 로푸키 교수는 개인적으로 1980년대 이후 700개가 넘는 도산법 사례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학자는 물론 실무가와 일반인에게 무료로 공개하고 있었다. "그 엄청난 작업을 어떻게 하셨느냐"는 질문에 "늘 이렇게 혼자 하지요"라는 우문현답을 들었을 뿐이다.

 

내가 UCLA 로스쿨에 올 때 로푸키 교수의 초청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그의 저서와 논문을 토대로 나의 관심사항을 깊이있게 연구할 수 있게 된 것은 크나큰 행운이 아닐 수 없었다. 동산담보를 전자등기하는 문제라든가, 우리나라 도산법제의 개선방안을 모색함에 있어 그 이상 가는 전문가를 만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그가 주장하는 팀 프로덕션으로서의 도산절차는 전에 들어본 적이 없는 이론(Creditors' Bargain Theory v. Team Production theory)이었음에도 하이닉스, 외환은행과 같은 우리나라의 구조조정 대상기업들의 생존전략을 세우는 데 반드시 필요한 이론이라는 데 생각이 미쳤다. 바로 연구년을 보내는 교수의 의무이기도 하지만 논문을 한 편 쓸 수 있는 귀중한 자료와 아이디어를 구한 것이 몹시 기뻤다.

 

UCLA 로스쿨은 4.30-5.14 기말시험 기간
시험기간 중 학장은 학생들을 격려하기 위해 과자와 케익, 음료수를 차려 놓는다.

 

로스쿨 시험 기간 중에는 학생들의 에너지 보충을 위해 커피와 쿠기가 넉넉히 제공되는 것이 부러웠다.

그래서 귀국한 다음 학장에게 건의하여 경희대 법대에서도 중간고사 기간 중에 학생들에게 샌드위치와 캔 음료를 제공하기로 했다. 그 후 학생회가 이러한 취지에 공감하여 시험기간 중에 야간에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을 위해 햄버거를 제공하는 관행으로 이어졌다. 


로푸키 교수와의 대화

   (인터뷰 형식이므로 편의상 경칭은 생략하였음)

 

5월 8일 12시 패컬티 스폰서인 로푸키 교수가 초대하여 UCLA 교수회관(Faculty Center)에서 같이 점심식사를 했다.
교수회관은 교수뿐만 아니라 함께 온 일반인도 출입이 가능하였는데(교직원은 사번만 대면 POS 결제가 됨), 홀이 널찍하고 자기가 원하는 음식을 접시에 담아 사 먹게 되어 있었다. 나도 로푸키 교수와 똑같이 이미 만들어 놓은 연어와 야채 파스타를 골랐는데 그는 심장질환이 있어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정말로 연어만 조금 먹는 둥 마는 둥 소식을 하면서 자기에게 맞는 음식은 일본 음식과 일부 이태리 음식뿐이라고 말했다.
나는 매일같이 직접 만들어 먹으므로 음식 한 가지 한 가지가 귀중하다며 열심히 먹었다. 그러나 기말시험 채점을 하고 있던 로푸키 교수는 1시가 넘자 일어나자고 했다. 결국 1시 15분까지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 이번에 발표한 "Bankruptcy Fire Sales" 논문은 도산기업을 곧바로 매각하는 것보다는 어떻게 해서든지 재건을 하는 것이 기업가치를 곱절은 더 받을 수 있어 채권자와 주주들한테도 이익이라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언론에도 크게 보도된 이번 실증적 연구결과에 대한 각계의 반응은 어떠한가?
- 내가 논문에서 공격한 변호사나 판사들로부터 아직 어떠한 반응도 없었다.

 

* 미국에서는 정말로 파산법원을 선택할 수 있는가?
- 그렇다. 회사를 등록한 델라웨어주와 실제 영업활동을 하거나 자회사를 둔 예컨대 뉴욕, 캘리포니아주 중에서 원하는 판결을 얻을 수 있는 곳을 선택한다. 한국은 어떠한가? 미국에서는 담당판사를 제비뽑기식으로 정하는데 파산사건의 담당 재판부를 누가 정하는가?

 

* 확실히는 모르지만 사건접수 순서에 따라 일정 기준에 따라서 배정될 것이다. 어느 재판부에 사건이 많이 밀려 있으면 다른 재판부로 넘어가기도 한다. 그런데 한국은 새 도산법을 시행한 지 얼마 안되었음에도 한미 FTA 체결을 계기로 미국식 도산법과의 비교하여 한국 기업에 도움이 될 미국 제도를 과감히 도입할 방침이라고 한다.
- UCLA 로스쿨에 연방파산법 제정작업에 관여하였던 교수가 있다. 원한다면 소개해주겠다.


* 이번 프로젝트를 수임한 한국의 변호사들도 미국에서 공부를 많이 하였기 때문에 이미 접촉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 있어서 귀하가 직접 만든 도산사건 데이터베이스(BRD)가 많은 도움이 되지 않았는가?
- 물론이다. 한국에도 그와 비슷한 파산사건 DB가 있는가? 그런 내용의 DB가 있다면 국제비교연구가 가능할 것이다.

 

* 한국에서는 도산법이 인기강좌가 아니어서 이 분야의 전문 연구자가 별로 없다. 그런 DB를 만들기는 힘들겠지만 만들어 놓으면 크게 유익할 것이다. 한국에서는 지금 미국식 로스쿨을 도입하려고 많은 학교가 준비하고 있다.
- 우리가 보기에 미국 로스쿨이 좋은 법률가를 양성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 일본도 미국 비슷한 로스쿨을 도입했지만 실패했다는 의견이 많다.

- 법률제도와 마찬가지로 법학교육도 그 나라의 특성에 맞게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마찬가지로 정보기술이 발달한 한국에서 RFID를 이용하여 담보관리를 한다는 것은 아주 흥미로운 아이디어다. 어떠한 진전이 있었는가.

 

* 현재 정부에서 동산담보제도 입법작업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기업동산의 전자등기에 RFID를 채택할지는 미지수이다. 그것은 마치 컬럼버스의 달걀과 비슷하다. 현재 유통업체에서는 RFID를 많이 사용하고 있음에도 이를 전자등기에 활용하는 것은 정부관료나 입법자들이 그 기능에 의심이 많은 까닭에 별 진전이 없는 것 같다.

- 이곳에 온지 두 달 밖에 되지 않았는데 정력적으로 많은 논문을 쓰는 데 놀랐다.

 

* 귀하의 귀중한 논문을 한국에 번역 소개하는 것이므로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작업은 아니었다. 우리에게 필요한 지식을 한국에 수입하는 것과 같다. 나는 귀하의 팀 프로덕션 이론이 도산법제를 개정하는 데 좋은 시사점을 던져준다고 보고 한국의 학술지에 기고하면서 도산절차에서는 이사회 중심의 정보공유 스킴이 중요하다는 내 의견을 추가했다.

- 그런데 KEB 사건에서 왜 행장이 BIS 수치를 조작하는 위험한 일을 벌였을까? 일반적으로 값을 많이 받으려고 회사 실적을 좋게 꾸미지 않는가?

 

* 첫째는 정부가 외환위기 이후에 외자유치에 매달렸는데 미국의 펀드 말고는 시티은행 같은 정통 금융기관은 매입할 의사가 전혀 없었다. 그러니 사겠다는 사람의 요구조건을 들어주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검찰 수사결과에 의하면 당시의 행장은 개인적으로 행장 자리를 보장받으려 했다고 한다. KEB 사건에서는 오히려 국세청이 강력히 론스타의 처벌을 요구했다. 룩셈부르크를 거점으로 KEB에 투자를 한 것이라 양도차익에 대해 세금을 한 푼도 안내려 했기 때문이다.

- 그런 일은 미국에서는 다반사이다. 미국에서는 버뮤다, 케이만 제도가 많이 이용된다.

 

* 나도 존 그리샴 소설과 영화에서는 케이만 제도가 예외 없이 등장하는 것을 보고 어떤 곳인가 호기심을 느꼈다. 한국 기업들은 말레이시아 라부안을 조세피난처로 많이 이용한다.
- 나도 그리샴처럼 남부의 소도시(Gainesville)에서 8년간 변호사를 했다. 플로리다 대학 경영학부에서 상법을 가르쳤는데 나의 경력에는 별 도움이 안되었다. 존 그리샴의 "레인 메이커"에 나오는 젊은 변호사처럼 비슷한 일을 하다가 교수가 되었다.

 

* 린(Lynn)이란 이름이 여자 이름 같은데 무슨 숨은 이야기가 있는가.
- 부모님이 지어주신 것이어서 만족할 만한 답변은 못하겠다.
* 성은 뭐라고 발음하는가?
- 로--키라고 한다. 폴란드 성씨이다. 할아버지가 1914년 1차 대전 직전에 폴란드에서 전쟁을 피해 미국으로 이민 오셨다. 미국은 자유스러운 나라여서 아버지도 나도 군대에 안 갔다.

 

* 가을 학기에 센트루이스 워싱턴대학에서 방문교수로서 강의를 하기로 했는데 언제 떠날 예정인가.
- 8월 초에 연구조교의 임기가 끝나므로 그때까지 학교 연구실에 나올 예정이다. 센트루이스는 덥고 폭풍우도 잦고 날씨가 별로 안 좋다. 집사람이 워싱턴 대학 교수인데 방학 때면 살기 좋은 LA(Century City에 거주)로 온다.
* 매일 학교에만 나오면 가족들이 싫어하지 않는가?
- 집사람도 자기 연구하느라 바쁘다.

 

⇒ For more information on the bankrupcty law and cinema, refer to Park's IBT For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