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UCLA에서 연구년을 보내던 중 5월 25일자 대학신문(Daily Bruin) 1면의 기사가 눈길을 끌었다.
UCLA의 LA시와 캘리포니아주에 대한 경제적 기여도가 연간 90억달러가 넘는다는 한 연구기관의 보고서 내용이 실려 있었다. LA경제개발공사(Los Angeles Economic Development Corporation)라는 곳에서 조사해 보니 UCLA가 LA 지역에 미치는 경제적 효과(economic impact)는 연간 93.4억달러, 캘리포니아 주 전체적으로는 98.9억달러에 달한다는 것이다.
연구보고서는 그 이유로 UCLA가 양적으로 팽창하고 있어 건설공사 발주 및 각종 물자 구매, 고용실적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것을 들었다. 사실 UCLA 및 부속기관은 LA 지역에서 일곱 번째로 많은 2만7천명(교수진 포함)을 고용하고 있다.
연구보고서는 또 UCLA의 왕성한 소비활동으로 주변지역에 대략 4만2천8백명의 고용유발효과가 생긴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UCLA 의과대학에서는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고 있으며, 공학, 사회과학, 예술 분야에서도 학문과 기술, 예술의 발전을 촉진하고 지역사회 주민들의 삶의 질(quality of life) 향상에 크게 기여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UCLA가 미국에서도 손꼽는 일류 대학으로서 교육에 미치는 영향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많은 학생들이 UCLA에 들어오려고 노력하는 만큼 신입생들의 수준이 높고(GPA 평균이 전년의 4.14에서 4.18로 상승) 그 결과 UCLA가 LA의 교육과 문화, 경제적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중심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대학신문(Daily Bruin)의 5월 14일자 기사에서 읽었지만, 이러한 학교의 역할은 입학사정(admission) 절차에도 반영되어 있는 것 같았다. 예컨대 입학허가의 일정비율을 소수인종(minority)이나 저소득층(연수입 3만달러 이하의 가정)에 배정하여 자기가 속한 커뮤니티의 리더로서 양성하고 있었다.
이런 까닭에 2007-2008학년도에 입학허가를 받고 등록예정서(statement of intent to register: SIR)를 제출한 총 4,636명의 예비 신입생 중 흑인학생이 203명(전년도에는 96명)으로 크게 늘었다는 것이 빅 뉴스였다. 학교는 이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식으로 대학을 다니며 자신과 가족의 삶의 질을 높이도록 권장할 방침이라고 했다. 그런데 저소득층이나 소년소녀 가장(first generation)인 학생의 수는 작년의 1,691명에서 1,260명으로 크게 줄었다고 하여 이들에게 장학금 등 혜택을 늘리는 등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흥미로운 사실은 UCLA 신입생 중에서 한국인을 비롯한 아시아계 학생들은 1500명에 육박하여 전혀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학교에서는 히스패닉(Chicano and Latino), 흑인(Black), 인디언(Native American)을 인구 수에 비해 적게 입학하는 소수인종(underrepresented races)으로 특별관리하고 있다.
나는 UCLA가 왜 돈을 대줘 가면서 이런 조사연구를 시키고 그 결과를 발표하는지 궁금하였다.
현재 UCLA는 연방정부 및 지방정부에 도합 12억달러를 세금으로 납부하고 있는데 동시에 주립대학으로서 주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고 있다. 2005-2006년에는 경상운영비의 17%를 주 정부로부터 지원받았다. 이상의 경제적 효과를 고려하면 주민들이 내는 세금 1달러가 UCLA에 투입됨으로써 이 대학교는 지역사회에 15달러를 창출하여 돌려주고 있으므로 이는 매우 효과적인 투자이고 이러한 경제적 효과는 미국 대학 전체적으로도 손꼽을 정도라고 자랑했다.
그 반대급부로서 주 의회가 주립대학에 대한 재정지원을 재개하여 학생과 학부모들의 교육비 부담을 줄여주어야 한다는 게 자연스러운 결론이었다. 어찌 보면 뻔히 알 수 있는 사실이었지만, 이를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하여 설득력을 높이고 학교 관계자들이 자부심을 갖게 하는 것이 놀라웠다.
경희대의 경우 2007년도 등록금 인상률을 놓고 총학생회는 학교측의 인상안에 반대하고 있으며 일차로 교.직원들의 급여 인상폭을 등록금 인상률 이내로 못박았다고 한다.
우리 학교에서도 이러한 연구결과가 나와 있는지는 모르지만, 경희대가 지역사회에 경제적으로나 삶의 질 향상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 무엇보다도 학생들이 경희대에 다님으로써 어떠한 혜택을 받게 되는지 구체적인 수치와 사례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가 지역사회와 학생들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 많다면 협상을 해가며 구차스럽게 등록금을 올려받을 게 아니라 당당하게 인상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내 자신 연구년 중임에도 강의할 때와 큰 차이 없는 연봉을 받으면서 소속 학교와 우리 학생들에게 얼마나 경제적, 경제외적인 기여를 하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되었다.
⇒ For more information on LA city and cinema, refer to Park's IBT Fo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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