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관광에서 주선한 시칠리아와 몰타 패키지 투어를 다녀왔다.
'시칠리아'는 영화 〈대부〉(The Godfather)의 감미로운 OST가 흘러나왔던 결혼식 장면, 〈시네마 천국〉〈말레나〉의 촬영이 이루어졌던 곳이다. 바하의 음악(舞曲)에도 나오고 알랭 들롱과 쟝 가뱅이 주연한 영화의 제목이기도 하였기에 작년에 제대로 하지 못했던 이탈리아 일주 여행의 완결편이라 생각하고 일찌감치 예약을 해놓고 기다렸다.

7박 9일(기내 2박)의 일정을 마치고 돌이켜 보니 너무 영화의 장면 장면을 떠올리며 기대를 품은 탓일까 실망이 컸다. 그러나 성경(사도행전)과 역사책을 통해 알았던 몰타 섬은 예상치 않았던 감동을 안겨주었다.
만일 다른 여행사에서 하듯이 몰타(발레타)에서 시작해 시칠리아(카타니아)에서 끝냈더라면 그 감동도 반감되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시칠리아 관광은 고대 유적지의 돌무더기와 다채로운 모습의 두오모 성당, 그리고 변덕스러운 날씨로 특징지워진 반면 몰타섬은 사도 바울의 유산(legacy)과 몰타 기사단(Oder of Malta, 종전의 로도스 기사단)이 세운 성요한 성당, 카라바지오의 그림 등이 충분히 가서 볼 만하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또 이틀 연박했던 5성급 호텔의 좋은 방에서 충분히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이번 여행에서 실감했던 것은 내가 기대했던 영화의 장면은 영화 제작진과 배우, 그리고 관객의 상상력이 만들어 낸 것일 뿐 현실의 세계와는 거리가 먼 허구(虛構)라는 점이었다. 늦더위에 관광객들이 해수욕을 하고 있는 체팔루 해변에서는 과연 이곳에서 영화 속 사건들이 벌어졌는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
그러나 몰타 섬에 가보고 느낀 것은 성경에 기록된 사도 바울의 조난과 전도 사역이 실제로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는 점이다. 그 결과 몰타에는 360개가 넘는 성당이 세워졌고 지금도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와 사도 바울의 발자취와 그의 유산(遺産)을 둘러보고 간다는 사실이었다.
시칠리아는 마치 영화적 상상력의 산물인 반면, 몰타는 사도 바울의 동역자였던 누가의 기록을 가치있게 만든 현장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몰타의 임디나(Mdina) 유적지 메인게이트 아치 문 위에 새겨져 있는 사도 바울의 조각상 옆에는 누가가 펜을 들고 서 있었다.
모닥불에서 튀어나온 독사가 바울의 손을 물었음에도 그가 무사했다는 것과 이를 본 원주민들이 놀라서 바울이 전하는 말을 믿게 된 사실을 바울의 동역자였던 누가가 오른손엔 펜, 왼손엔 책을 들고 그 전말을 상세히 기록하였음을 보여준다. 사도 바울의 왼편에는 몰타의 수호성인 아가타 성녀(St. Agatha)가 서 있는데 카타니아 출신인 아가타 성녀는 순결을 서약하고 로마 총독의 구애를 뿌리쳤다가 젖가슴을 절개 당하고 순교했다고 전한다.
바로 여기서 몰타 섬, 아니 사도행전(Acts) 복음 전도의 역사가 시작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아래와 같이 관광 일정을 상세히 기록한 것은 여행을 마치고 나서 여행 떠날 때와는 사뭇 다른 생각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무슨 까닭에 시칠리아에는 그리스 본토 못지 않은 고대 그리스 유적지가 많고, 또 도시마다 호화로운 대성당이 자리잡고 있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어서였다. 마치 고대 유물을 발굴하는 것처럼 시간을 두고 여정(旅程)을 되돌아보며 곱씹어 보아야 답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 시칠리아 1: 타오르미나 원형극장, 사보카의 영화〈대부〉촬영지
▷ 시칠리아 2: 체팔루 시네마 천국, 팔레르모 마시모 극장
▷ 시칠리아 3: 몬레알레 두오모 대성당, 에리체 마을의 성벽
▷ 시칠리아 4: 아그리젠토 신전의 계곡, 라구사 대성당
▷ 시칠리아 5: 시라쿠사 네아폴리스 고고학 공원
▷ 몰타 1: 고조섬 타피누 성당, 빅토리아 시타델
▷ 몰타 2: 발레타 성 요한 대성당, 임디나 게이트
▷ 에필로그: 시칠리아-몰타 여행에서 얻은 교훈
⇒ [Travelogue] 뒤늦게 알게 된 여행지의 비경(秘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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