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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칠리아 1] 타오르미나 원형극장, 사보카의 대부 촬영지

Onepark 2025. 10. 23. 10:50

한밤중에 인천공항을 이륙한 터키항공 여객기는 12시간 만에 국제도시 이스탄불에 우리를 내려주었다. 이륙 직후와 착륙 전에 저녁식사와 아침식사를 하였던 만큼 현지 시간으로 새벽 5시에 이스탄불 공항 터미널에서는 배터리 충전 외에는 할 일이 별로 없었다.

이스탄불에서 중형 여객기로 갈아탄 우리 일행은 8시 조금 지나 시칠리아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 카타니아(Catania)에 도착한 후 버스에 짐을 싣고 곧바로 그리스 원형극장으로 향했다.

 

* 이스탄불행 터키항공에서 제공한 웰컴드링크와 수프-비프스테이크 저녁식사, 그리고 과일과 빵 중심의 아침식사
* 새벽 이른 시간임에도 이스탄불 터미널을 분주히 오가는 여행자들

 

2시간 반(한 시간의 시차를 고려하면 1시간 반) 동안 시칠리아로 비행하는 동안에도 터키항공은 아침식사를 제공하였으므로 불과 한 나절 동안에 식사를 여러 차례 한 기록을 세울 만했다. 그래도 여행 중에 지치지 않으려면 잘 먹어야 한다고 주는 대로 열심히 먹고 또 마셨다.

그러니 단체여행 중의 제일 중요한 정보는 화장실, 그것도 돈 내지 않고 이용할 수 있는 공중화장실(public toilet)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두는 일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나라 대중교통 요금에 해당하는 1유로를 내고 유료 화장실을 이용하든가 커피나 음료를 마시러 가까운 바(Bar)에 들어가 그곳 화장실을 써야 했다.

 

* 이스탄불에서 카타니아로 가는 동안 운해 위로 떠오른 아침해

 

우리 일행이 탄 버스는 구름에 가려져 있는 에트나 화산(3350m)을 왼쪽으로 하고 그리스 극장이 있는 타오르미나(Taormina)로 향했다. 구도시는 길이 좁아서 우리는 중형버스로 옮겨타고 10여분 올라갔다.

우리 일행은 수신기를 통해 현지 가이드 김경철 님의 설명을 들어가며 줄지어 이동했다. 옛날 그리스 사람들이 이곳에 정착하여 경사진 지형을 이용해  직경이 100m가 넘는 최대 5천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극장을 건설하였다는 게 무척 놀라웠다.

 

* 저 멀리 구름에 가려져 있는 에트나 화산
* 그리스 극장으로 올라가기 위해 옮겨 탄 중형 셔틀버스

 

* 그리스 극장에 들어가기 위한 매표소 앞의 장사진

 

바위 산이 많은 그리스 본토를 떠나온 사람들이 돌을 다루는 데 능숙하다 치자. 그렇다 하더라도 이국 땅에 정착하자마자 대형 극장부터 지을 생각부터 한 것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전에 그리스 여행을 할 때 그리스인들은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했고, 신화와 영웅담, 비극적인 연극 관람을 즐겨했다고 들었다. 그렇기에 그리스 사람들은 이곳에 정착한 다음 해상무역을 통해 얻은 부가 축적되고 오랜 기간 평화가 지속되자 기원전 3세기 경 대형극장의 필요성을 절감했을 것이다.

무대 뒤쪽으로 에트나 산이 보이고 뒤로 에게 해가 펼쳐져 있는 이곳은 최적의 장소였다. 관중석이 바위돌이어서 무대 위에서 내는 소리가 멀리 떨어진 경사진 객석에서도 웬만큼 들렸을 것이다.

 

 

 

타오르미나 원형극장에서는 로마제정 시대에도 몇 차례 개축이 이루어졌다. 나중에는 타 지역 원형극장에서와 마찬가지로 검투사의 경기가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로마 제국이 멸망한 후에는 한동안 방치되었고 석재가 무단 반출되는 등 황폐화의 길을 걸었다.

그러나 18세기 그랜드 투어(Grand Tour)가 성행하자 타오르미나 극장은 이탈리아 반도와 에트나 화산에 가깝다는  입지조건 때문에 필견의 코스로 각광을 받았다. 그에 따라 무대에 올려진 공연도 콘서트. 오페라, 무용 등으로 점차 다양해졌다. 2017년 G-7 정상회의가 열렸을 때 각국 정상들이 무대 위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기도 했다.

 

* 무대 뒷편으로 구름에 가린 에트나 산이 보인다.

 

원형극장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출입구가 장사진을 이룬 가운데 우리는 셔틀버스를 타고 내려왔다.

점심은 화창한 날씨에 지중해를 조망할 수 있는 오션 뷰 레스토랑의 큰 원형 테이블에 둘러 앉아 스파게티와 생선요리를 먹었다. 아직은 서로 서먹서먹했지만 최웅철 인솔자의 한 마디에 화제가 다채로워졌다. 이번 여행은 전혀 서두를 필요 없는 느긋한 일정이지만 "시차를 극복하고 다른 일행과 사귀는 것만큼은 빨리빨리 하세요"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우선 생수든 탄산수든 마시는 물은 요금을 따로 내야 한다는 것과 처음 먹게 된 스파게티가 소스도 없이 무미(無味)하다는 게 화제에 올랐다.

 

* 타오르미나 극장 구경을 마치고 점심 때 먹은 현지식 식사. 악평을 받은 메인으로 나온 스파게티

 

점심 식사 후 한결 친밀도가 상승한 일행은 버스를 타고 영화 〈대부〉(The Godfather 1972)에서 알파치노의 시칠리아 결혼식이 열린 사보카(Savoca) 마을로 갔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마피아 조직 기반을 합법적인 사업으로 옮기려던 마이클 콜레오네는 반대파의 두목을 살해하고 시칠리아의 아버지 고향마을로 잠적한다. 현지 처녀와 결혼식까지 올렸지만 의문의 폭발 사고로 신부를 잃은 마이클은 황급히 고향마을을 떠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때 흐른 니노 로타의 사랑의 테마 Speak Softly Love가 감미롭고도 애절하게 들렸던 것을 기억한다.

 

* 대학과 군대 시절 사귀던 미국 여성을 떠나 아버지의 고향마을 처녀와 결혼식을 올린 마이클은 무슨 심정이었을까?

 

실화를 바탕으로 영화를 만든 프란시스 코폴라 감독은 실제 콜레오네의 고향마을이 아닌 사보카 마을에서 촬영을 했다고 한다. 이곳이 영화의 분위기와 더 잘 맞는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 마을 사람들은 결혼식 피로연이 열린 카페 앞 광장에 코폴라 감독에 대한 오마주(homage)로 카메라 렌즈 뒤의 코폴라 감독 조형물을 만들어 놓고 관광객들을 맞고 있었다.

 

* 카보사 마을을 일약 관광명소로 만들어준 코폴라 감독에 대한 오마주 조형물
* '영화의 위력'이라 할까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은 코폴라 감독의 조형물 앞에서 저 멀리 루치아 성당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우리 일행이 그 앞 언덕 위의 루치아 성당을 보고 내려오는 사이에 일기예보대로 비가 오기 시작했다. 지중해 연안에서는 지금부터 우기에 접어들어 하늘이 맑다가도 갑자기 비가 내린다며 가이드가 우리들 보고 우산을 항시 휴대할 것을 당부했다.

우리는 잠시 비를 피할 겸 화장실에 들르기 위해 코폴라 감독의 조형물이 서 있는 광장 앞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셨다. 그리고선 영화 속의 떠들썩한 피로연 장면이 폭발음과 함께 아수라장으로 변하는 장면을 상상하였다.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조직을 키우고 부를 이룩했던 아버지 가드파더를 승계한 마이클의 앞날이 결코 순탄치 않을 것임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스토리야 어찌됐건 콜레오네의 진짜 고향마을이 어디든 사보카 마을 사람들은 산골 마을이 영화 촬영지였다는 데 자부심을 가질 만했다.

 

 

우리 일행은 비가 오는 가운데 헬레니아 요팅 호텔(Hellenia Yachting Hotel)에 여장을 풀었다.

그런데 인근 음식점에서 저녁을 먹고 오는 사이에 가랑비가 천둥 번개를 동반한 폭우로 변하고 거리는 하수구가 역류하여 물이 도로에 범람했다.

그러나 아침에 일어나보니 이 호텔은 수영장과 파빌론을 갖춘 큰 호텔로 먹구름이 낀 앞바다 풍경은 실로 장관이 아닐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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