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광고등학교는 해방 후 영락교회가 신설동에 설립한 미션스쿨이다. 이 학교를 23회로 졸업한 동기들이 예배 모임(대광예배자의 모임, '대예모')을 만들었다. 코로나 시절에 익숙해진 Zoom을 통해 매달 첫 월요일 10시에 함께 예배를 드리기로 한 것이다.
종종 오프라인으로 예배를 드리기도 하는데 최루톤 목사가 시무하는 서울남산 한양교회에서 같이 예배를 보았고, 지난 4월에는 모교 강당에서 채플을 보던 옛추억을 되살리며 모교 선생님들과 함께 예배를 보기도 했다.
동기 중에는 유명한 목사님과 신학대학에서 교수를 역임한 친구들도 여럿이다.
지금은 은퇴하여 장로로 불러달라고 하는 박득훈 목사, 새터민 지원활동을 하는 신영욱 목사, 보스톤에서 오랫 동안 한인교회 목회를 해온 이영길 목사(모교 이창로 교장선생님의 쌍둥이 아들로 서울대 의대를 나와 다시 신학을 공부했다), 뉴욕주 로체스터에서 은퇴 후에도 현지 백인교회 목회를 계속하고 있는 이성호 목사 등이 대예모에서 설교를 여러 차례 하였다.
그런데 국내외 여러 교회에서 장로 직분을 맡아 활동하는 친구들도 많아서 서로 돌아가며 사회를 보고 말씀을 전하기로 했다. 에덴교회의 김재일 장로(유명 교회 목사 설교를 리뷰하는 YouTube 운영 중)가 테이프를 끊은 이래 주로 제약업계에서 활동해온 김철준 MD가 말씀을 전했다.
다음은 10월 7일 대예모에서 내가 설교 대신 전한 간증문이다.
o 대예모에서 말씀을 증거하라는 부탁을 받고 처음엔 사양했음. 그러나 올해 우리 교회의 슬로건이 “그리스도의 담대한 증인”이 되자는 것이기에 오늘 간증을 하게 되었음
- 신앙간증이라기 보다 70평생 살아오면서 ‘기도응답’을 받은 은혜를 증언하기로 하였음
간단한 소개: 대학 졸업 후 은행원 22년, 대학교수 19년을 보내고 2018. 8. 65세에 정년퇴직하였음. 풍파가 많은 인생을 산 것은 아니었지만 지난 삶을 돌이켜보니 사법시험의 연전연패, 17년에 걸친 말단의 직장생활에 지쳐 자존감도 바닥이 나고 마음고생을 한 적도 많았음
- 이제 우리는 70이 넘어 거리낌 없이 살 수 있는 종심소욕(孔子曰 從心所慾不踰矩)의 나이가 된 만큼 솔직하게 말씀드리는 것 양해 바람
I. 신앙간증이란 신앙생활 중 하나님께 받은 은혜를 주변사람들과 나누는 것임
o 우리가 잘 아는 간증기는 김진홍 목사, “새벽을 깨우리로다” 홍성사(1982)의 超스테디 셀러
- 성경에 나오는 간증기는 사도 바울이 육신의 가시를 빼달라 세 번이나 기도했으나 그대로였다는 것. 이것을 놓고 주님이 바울 더러 겸손하라고 하시며 들어주시지 않았다고 해석하는 게 대부분임.
하지만 내가 보기에 하나님은 바울의 기도를 300% 들어주셨음. 그것은 헬라인 의사 누가를 바울에게 붙여주신 일임: 키 크고 잘생긴 누가는 바울의 주치의이자, 수행비서였고, 복음전파의 동역자였던 것임. 누가의 사도행전이 없었으면 사도바울의 행적이 그처럼 자세히 전해질 수 있었을까요?
-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다윗이 사울 왕에게 쫓겨다니면서 새벽에 일어나 여호와에게 간구하며 드린 기도가 시편으로 남아 우리를 한없이 위로해 주고 있는 것이라 하겠음
II. 내가 부르짖었더니 하나님께서 들으셨다는 고백이 제일 큰 간증임
o 우리는 절박하거나 위급한 상황에 처했을 때 하나님을 찾게 됨. 非신자들도 마찬가지임
- 내 경우 1989년 미국 뉴욕에서 주재원 생활을 할 당시 첫 여름휴가를 아카디아 국립공원으로 가족여행을 떠났음. 그때 AAA지도를 보면서 바닷가 경치좋은 곳 피크닉 에리어에서 고기도 구워먹고 가는 길이었음
날이 어두워짐. FR#1 가로등도 없는 한적한 길. 초행길이라 조심조심 운전읗 해야 했음
그때 시편 119편 길을 비춰주시는 하나님 생각이 나서 차 뒷자리의 아내와 아이들에게 같이 기도하자고 말함
바로 그때 백미러에 눈이 부실 정도로 전조등을 환히 밝힌 차가 나타남. 알고 보니 뒤에도 불을 환히 밝힌 래커트럭이었음. 2시간도 넘게 걸릴 길을 시속 60마일(100km)로 1시간도 안 되어 목적지에 당도하였음
o 그 몇 년 전 암스테르담 유학 중 스위스 알프스를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기차 안에서도 기적을 체험하였음.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입석까지 만원인 2등칸 티켓을 들고 만삭의 아내를 1등칸 빈자리에 앉힐 수밖에 없었음. 독일 국경을 넘은 후 차장이 검표를 했으나 무사 통과하였음. 인터넷에 그때의 2등칸 티켓을 찍은 사진을 올려놓고 지금도 잊지 않도록 하고 있음
III. 신앙간증은 측량할 길이 없는 하나님의 은혜를 고백함
o 이제 세상을 떠날 나이가 되었으므로 자녀들에게, 특히 학교에 있었으므로 제자들에게 부끄럼이 없는, 자존감을 북돋을 수 있는 일화(自尊感 바닥의 黑歷史)를 소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함
- 왜냐하면 나 자신부터 고시에 낙방하고 자존감이 바닥에 떨어져 은행에 들어갔음에도 그 직장에서 유럽과 미국으로 유학도 보내주고, 부지불식 간에 장래의 전공분야를 마스터하게 만들어 주셨던 것임
o 우리는 모두 십자가에서 우리의 죄를 대속하신 그리스도의 복음에 빚진 자들임. 그러므로 빚진 자로서 은혜를 갚을 수 있는 길은 무엇인지 늘 생각함
- 내 경우 앞서 말한 국제열차 2등칸 티켓을 들고 1등칸 자리에 앉았던 것이나, 고등학교 때부터 장학금 받아가며, 특히 직장 다니면서 유럽과 미국으로 두 차례 해외유학을 내 돈 들이지 않고 공부할 수 있었던 것은 큰 축복이었음. 이런 빚을 갚기 위해서라도 그동안 배우고 공부한 지식을 체계화하여 온라인 백과사전을 만들어보기로 작정하였음
- 이미 국제적으로 Free Access to Law 운동이 벌어져 자국의 법령이나 판례를 누구나 인터넷을 통해 Free하게 볼 수 있게 하자는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었음
o 나는 동료 학자, 로스쿨 원생들과 집단지성으로 온라인 법률백과사전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2011년 9월 말 KoreanLII.or.kr를 론칭하였음
- 로스쿨에서 외국인 유학생이 한국법을 공부할 때 어느 분야 무슨 주제든지 1학기 강의하기에 충분한 분량의 자료를 만들어 놓았음. 이것은 두 차례 미국 유수 대학 로스쿨에서 공부하면서 절실히 필요성을 느낀 것이었음
o 그 당시 내가 의존한 성경 구절은 에스겔 47장의 성전 동편 문지방에서 흘러나온 물이 강물을 이루고 바다로 흘러간다는 말씀이었음
- 성전 동편에서 졸졸 흘러나온 물이, 발목 깊이로, 허리춤까지 오르다가 온갖 동식물이 서식하는 큰 강물을 이룬 것처럼 KoreanLII도 지적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어야 한다고 구상하였음. 그래서 외국인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한국의 속담, 사자성어, 한류(Korean Wave), K-food까지 소개함
- 그러나 실제 성과는 기대와는 딴판이었음. 14년째 KoreanLII를 운영하면서도 동역자 1명도 없이 혼자서, 후원금도 없이 운영하고 있는 것임. 자가발전으로 법률신문과 인터뷰도 하고, 적극적으로 페이스북과 블로그에서 프로모션을 하고 있음에도 알아주는 사람조차 없는 실정임
- 또 정년퇴직 후에 온라인 사전을 계속 운영한다는 것도 문제임. 아직 이어받아 운영할 사람도 없어 내가 세상을 떠나면 문을 닫아야 할 판이니 내 아내는 사서 고생하는 거라 핀잔을 주곤 함
o 이런 상황에서 하나님께 간구하는 기도가 절로 나왔음. 동역자를 보내주소서, 이 작업을 세상 사람들이 알아주게 하소서.
- 은혜의 빚을 갚는 일이므로 돈벌이와는 무관함에도 종종 네가티브한 사정으로 마음이 흔들리고 그 때마다 하나님은 내 기도를 들어주실까 하는 의문이 들곤 하였음. 그러나 이것도 포지티브하게 생각하기로 함
- 첫째, 영어로 번역해주는 동역자가 생겼음. 작년 초부터 DeepL이라는 AI번역기를 사용하고 있음
- 둘째, 생태계 조성의 관점에서 사명감을 갖고 법 개념과 연관이 있는 우리나라와 외국의 유명시를 번역(현재 500여 편) 하고 있음
- 그리고 나의 수고를 알아주는 사람이 없다고 실망할 때쯤 비슷한 길을 걷고 있는 다른 사람의 신문 인터뷰 기사(조선일보 “자기 소설 영어 번역한 안톤 허", 2024.08.30)를 보여주셨음.
- 한국 문학작품을 번역하여 해외 출판하는 일을 해온 안톤 허 번역가 “나 말고 할 사람이 없다면 나라도 하자”라는 생각을 가졌다고 함. 나도 그와 똑같은 생각을 갖고 지금까지 버텨왔으니 그보다는 일보전진해야 한다고 생각함. “내 자랑을 할 게 아니라 하나님께 온전히 영광을 바치자.”
- 셋째, 크리스천으로서 KoreanLII에도 성경구절을 인용하고 Footnote에 이를 밝혀야 한다고 여겼음. 이것도 Copilot, Google Gemini를 이용하고 있음. 얼마전 KoreanLII에 실종아동(Missing children) 기사를 올리면서 그에 적합한 성경구절을 찾아달라 물었더니 그 답은 누가복음의 Prodigal son이었음
o 끝으로 내가 좋아하는 CCM 복음송 가사로 지금 나의 심정과 각오를 전하고자 함
(하나님의 부르심 - 손경민 작사 작곡)
날 부르신 뜻 내 생각보다 크고 날 향한 계획 나의 지혜로 측량 못하나
가장 좋은 길로 가장 완전한 길로 오늘도 날 이끄심 믿네.
'Holiness' 카테고리의 다른 글
[Letter] Pastor Uncle’s Open Letter to Han Kang (1) | 2024.11.14 |
---|---|
[전도] 농촌 교회의 현실과 MZ세대를 향한 대책 (7) | 2024.10.28 |
[설교] 안디옥 교회에 주어진 사명 (0) | 2024.07.14 |
[설교] 이 사람의 소원 - 경희기독인교수회 종강예배 (3) | 2024.06.14 |
[Book's Day] 사도 바울의 전도여행 총 결산 (0) | 2024.06.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