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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liness

[모교] 큰 빛의 건아(健兒)들

Onepark 2024. 4. 1. 18:00

4월 1일 졸업 53년 만에 동창들과 함께 서울 신설동에 소재하는 대광고등학교를 방문하였다.

대광중・고등학교를 다니며 신앙생활을 하게 된 동창들이 모교(母校)를 찾아가 예배를 보고 후배들을 격려하기 위함이었다.

이런 동창들의 소모임은 몇 년 전 뜻을 같이 하는 친구들의 카톡 대화방에서 시작되었다.

 

* 우리 마음 속에 영원한 표어 "그리스도를 바라보자"를 새겨놓은 대강당
* 남녀 학생들이 함께 뛰어놀고 있는 운동장

 

2022년 여름 아직은 코로나 거리두기가 한창일 때 대광 동산에서 신앙생활을 하게 된 친구들이 대예모('大光 23회 예배자모임' 또는 '대광 예수를 사랑하는 모임'의 약칭)를 구성하였다. 그리고 매달 첫 월요일 오전 10시에 Zoom에 접속하여 함께 예배를 보기로 정했다. 그동안 선교 목적으로 몽골, 에티오피아에서 교육 사업을 하다가 은퇴 후에는 전국을 누비며 창조과학 강연을 하고 다니는 오제명 장로, 세계적인 학자로서 이름을 날리다가 정년 후에도 서울대 명예교수로서 강의를 계속하고 있는 강신후 교수가 중심이 되어 목사와 장로,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여러 동창들을 카톡방에 초대하였다.

그리하여 마침내 같은해 10월 3일 첫 예배 모임을 가졌다. 미국에 사는 동창들은 고국에 있는 친구들과 얼굴을 마주 보며 같이 예배도 보고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며 아주 기뻐했다.

 

나 역시 정년퇴직 후 코로나로 인한 방콕 생활만 하다가 카톡과 Zoom을 통해 대예모에 참여하게 되었다. 비록 화상을 통해서지만 매회 15~20명의 동창들이 찬송과 기도, 설교 말씀을 듣고 서로 담소를 나누는 미니 동창회가 즐거웠다. 참석자 중에는 미국에서 자정을 앞두고(미 동부시간 기준) 웹캠이나 스마트폰 앞에 앉아 있는 친구도 여러 명이었다. 오늘 현재 대예모 카톡방에는 80명이 들어와 있으니 졸업생의 1/6이 가입해 있는 셈이다.

 

* 2023. 9. 3 서울 한양교회에서의 대예모 오프라인 모임

 

매월 초의 대예모 화상예배가 정례화되고 코로나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오프라인으로도 모임을 갖자는 말이 나왔다. 그래서 고교 시절 종교부장을 했던 최루톤 목사가 목회를 하고 있는 교회로 우리를 초대하였다. 2023년 9월 첫 월요일 우리는 최 목사가 20년 가까이 목회활동을 해 온 서울 남산에 있는 한양교회에서 함께 예배를 보았다.

그리고 금년 봄꽃이 피기 시작한 4월의 첫 월요일에는 대광 동산에서 두 번째 오프라인 모임을 갖게 되었다.

 

졸업 30주년 행사 때 방문한 뒤로 20년 만에 다시 찾은 모교는 예전과는 사뭇 달라보였다. 

무엇보다도 새 건물이 많이 들어섰고 운동장에서는 여중생들이 체육 수업을 받고 있었다. 대광중학교가 학생 유치를 위해 남녀 공학으로 전환하였기 때문이다.

정문 앞에 모여 있던 우리 일행은 과학관(1층은 중앙도서관으로 사용) 지하 2층에 자리잡은 BRC (The Bible Research Center)로 갔다. 모교의 음악 담당 교사였던 고 김두완 선생님의 찬송을 4부로 나누어 특송을 부르기로 한 친구들이 미리 와서 연습을 하고 있었다.

 

* 대광고 BRC에서 이영문의 사회로 진행한 대예모 기도회 모임
* 사진 오른편은 Zoom 화상회의를 진행하는 강신후 교수, 왼편 뒷모습은 오제국 교수
* 대표기도를 하는 김철준 장로
* 오제국 교수의 설교를 경청하고 있는 대예모 회원들

 

11시 정각 Zoom을 통해 접속해 있는 동창들과 함께 모교에서의 대예모 기도모임을 시작했다. 

우리 고교 시절 이창로 교장선생님의 쌍둥이 아들(형)이었던 이영문이 사회를 보고 서울대 의대를 나와 제약회사 경영을 맡기도 했던 김철준이 대표기도를 하였다. 

오늘의 말씀 로마서 14:17 "하나님의 나라는 먹는 것과 마시는 것이 아니요 오직 성령 안에 있는 의와 평강과 희락이라"를 가지고 독일에서 오래 공부한 오제국 교수가 설교를 하였다. 역시 신학대 교수님답게 설교 메시지를 10포인트 실러버스로 만들어 참석자들에게 나눠주었다.

이제 종심소욕의 나이가 되어 이제나 저제나 하늘나라에 들어가기를 소망하고 있는 동창들을 위해 우리가 명심해야 할 귀한 말씀이라고 생각되었다.

 

천국에 가려면 우리는 먼저 회개부터 해야 합니다. 철옹성 같던 소련이 맥없이 해체되고 동・서독이 인간의 합리적 계산이 아닌 우연에 의해 통일되는 것을 목격하고 인간의 본질적인 죄의 원형부터 회개해야 천국이 내 앞에 있음을 깨달았습니다.사도 바울이 로마서에서 말한 대로 성령 안에서 의와 평강과 희락이 살아 움직이는, 송아지와 어린 사자와 어린 아이가 사랑 속에서 공존하는 하나님의 나라가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그곳 시민권을 얻기 위해 우리는 회개를 통해 거듭남을 체험하고 하나님의 자비와 은총을 받아들이며 마음과 정성을 다하여 하나님을 경외하고 이웃을 사랑함으로써 말씀을 실천해야 할 것입니다.

 

* 왕년의 대광 합창단 실력을 발휘하고 있는 대예모 회원들
* Zoom을 통해 대예모 기도회에 참석한 동창들
* 학교 측에서도 피아노 반주와 동영상 촬영 등 협조를 아끼지 않았다.
* 학교 발전을 위해서라면 누구든지 만나고 어디든지 찾아간다고 하는 조순묵 교장선생님의 인사말

 

이윽고 오늘의 하일라이트인 특송 순서가 있었다.

고교 시절부터 김두완 선생님의 지도 하에 성가대에서 합창을 하였던 동창들이 은사님이 작곡한 "어지신 목자"를 테너와 바리톤 등 네 파트로 나누어 찬양을 하였다. 학창 시절부터 합창단의 솔로를 도맡았고 서울대 음대 성악과를 나온 강일모가 미리 4부 혼성의 음원과 악보를 제공하여 각자 연습을 해온 터였다. 그 중 몇 사람은 지금까지도 대광고 성가대원 출신들로 구성된 남성합창단 메가포스에서 활동 중이다. 작년에는 미국 각지로 연주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그리고 오늘 처음부터 우리 예배 모임에 참석하였던 조순묵 교장선생님(28회 졸업)이 개교 77주년을 맞은 대광학원이 자사고로서 여러 가지 어려움에 처해 있지만 선배님들의 격려와 도움으로 잘 운영되고 있다는 인사말씀을 하였다.

박득훈 장로(자기가 속한 교단에서는 은퇴한 목사를 '장로'라 칭한다 함)가 축도를 하는 대신 모두 함께 고린도전서 13장의 몇 구절을 함께 읽고 예배를 마치자고 말했다.

 

* 손하트를 그린 모교 방문 대예모 회원일동. 조순묵 교장 뒤의 홍일점은 피아노 반주 화학교사
* 대예모 회원들은 교사식당에서 함께 식사를 했다.
* 우수학생들을 위한 개인별 자율학습실
* 중앙도서관 도서열람실

 

이어서 우리 일행은 모두 교사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학교 측에서 제공한 점심을 들었다.

식사를 마친 후 교장선생님의 안내로 각 학년 10%의 우수학생이 지정석에서 공부를 하는 자율학습실과 중앙도서관, 23회 동기들의 특별후원금으로 책・걸상과 냉난방 시설을 교체한 2학년 3반 교실, 그리고 학생휴게실, 교사휴게실 등을 차례로 둘러보았다. 캠퍼스 한쪽 건물에는 대광역사관이 차려져 있었다. 1965년 또는 1968년부터 1971년까지 대광학원을 다녔던 우리의 발자취도 당연히 여기저기 남아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서 우리 모두 교장실 옆 회의실로 갔다. ㅁ형의 태이블 위에는 미리 음료와 과일 등 디저트가 차려져 있었다.

 

* 우리의 청춘시절을 기억하고 있을 중정의 정원과 조각상
* 경천애인을 모토로 한 대광역사관 입구
* 맨 윗단은 대광학원을 설립하신 영락교회 한경직 목사님과 이창로 교장선생님
* 대강당 채플 시간에 김두완 선생님의 손과 발놀림이 이채로웠던 오르간. 그 때의 웅장한 오르간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한때 일간지 기자를 지낸 강일모가 몇 년 전까지 거의 해마다 학교를 찾아와 교장선생님 등 학교 관계자를 만났다고 하면서 오늘날 학교가 처한 상황을 설명했다. 그리고 우리 참석자들도 돌아가며 학교를 방문한 소감을 말했다. 발언시간을 30초로 제한했지만 다들 3분 이상 발언을 하였다. 특히 뱅쿠버로 이민을 갔다가 개인적인 용무로 잠시 귀국한 이승환이 멀리 해외에서 바라보는 모교에 대한 소감을 피력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학생들이 인사성이 밝다고 하면서 학교에서 인성교육에 힘쓰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교장선생님은 몇 차례 위기도 있었지만 기독교 정신에 입각한 인성교육에 힘쓰고 있음을 밝히고, 자율형 사립고로서의 특성을 살려 우수한 학생들을 뽑아 좋은 학교에 진학시키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강북의 다른 사립학교들처럼 강남으로 이전하는 방안도 진즉 고려했었으나 신의주에서 피난민과 함께 내려온 영락교회 한경직 목사님의 창학정신에 따라 동대문 일원의 어려운 가정의 학생들에게 신앙교육시키는 일을 중시하기로 했다는 비화도 전했다. 교장선생님도 학교의 시설을 개선하는 일에 있어 학부형들이 나서 지역구 의원들과 관할 동대문구청・교육부 공무원들을 설득하여 화장실 개량 등 필요한 예산을 따오는 일이 중요한 과제라고 밝혔다.

몇몇 동창이 중학교가 남녀공학이 되었으니 대광중을 나온 여학생들이 계속 같은 캠퍼스에서 공부할 수 있게끔 고등학교에서도 여학생을 받는 게 어떠냐는 질문을 했다. 그러자 교장선생님은 그러한 방안도 논의한 바 있으나 여학생들과 함께 공부하면 남학생들이 내신점수에서 불리해져 대광고를 지망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실현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잘라 말했다. 

 

* 우리 참석자들은 교장실 옆 회의실에서 간담회를 갖고 교장선생님께 우리의 성금을 전달하였다.
* 학교 방문행사를 마치고 운동장을 걸어나가는 대예모 회원들

 

우리가 고백하였듯이 사춘기를 맞은 학생들에게 좋은 환경 속에서 기독교 교육을 펼쳐온 대광학원이 '좋은 학교'라는 평판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많은 정치인, 기업가들이 고교시절 럭비 등 운동부에서 불굴의 정신을 키웠다는 말을 하곤 한다. 세계적인 건축가로 유명한 르 코르뷔지에는 고등학생 때 그가 그린 그림을 보고 디자이너 소질이 많다고 칭찬해준 선생님 덕분에 시계기능공에서 건축가로 진로를 바꿨다며 고마움을 표한 것도 보았다.

우리 동창 중에는 원예부에서 가을 국화 축제를 준비하면서 식물의 생장을 돕고 우애를 다진 몇몇 친구가 있다. 또 나 개인적으로도 폭력교사를 학원에서 추방하자고 중간고사 보이콧에 앞장섰던 '앙가주망과 솔리대리티'의 경험을 갖고 있다.

이미 우리 23회 동창들 중에는 세계적인 기업의 경영인, 글로벌한 전문 의료기관과 학교를 운영하는 의료인, 국제적인 명성을 가진 학자가 여러 명 배출되었다. 목사와 장로 숫자는 아마도 1/3이 넘을 것이다. 

교장선생님이 강조하였듯이 대광고를 모교로 생각하고 학교에 기부를 하는 것 못지 않게 각자 자신이 해온 일에 자부심을 갖고 기회 있을 때마다 당당하게 "큰 빛의 건아"(健兒: 정신적으로나 사상적으로 건강하고 씩씩한 사나이)임을 밝히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되었다. 이를테면 "교단이 따로 없는 대광학원의 교실에서 HR(홈룸) 시간에 자유롭게 토론을 벌이면서 자유와 민주주의 정신을 배웠다"라 하거나 "OO賞 수상의 아이디어는 대광고등학교 과학실험시간에 싹이 텄다"고 하는 식으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