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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liness

[송구영신] Auld Lang Syne(작별)

Onepark 2023. 12. 31. 06:00

12월 31일, 2023년의 마지막 날이다.

해와 달의 움직임을 기준으로 만든 달력에서 맨 마지막 날과 그 다음해의 첫 날은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TV뉴스에서는 2023년의 마지막 해넘이와 2024년의 첫 해돋이를 보러 가는 사람들로 고속도로가 심한 정체를 빚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 정동진 해돋이. 사진출처: 서울신문 2018.1.5.
* 양재 온누리교회 토요주일예배 서초B공동체의 특별 찬양. 2023.12.30

 

* 주일 2부예배 오프닝 찬양 "여호와의 유월절".  2023. 12. 31 

 

서울 온누리교회에서는 12월 31일 2023년의 마지막 주일날 설교 제목이 "세월을 아끼십시오"였다.

 

그러므로 여러분은 어떻게 행할 것인지 주의 깊게 살펴 어리석은 사람들같이 살지 말고 지혜로운 사람들같이 사십시오.

세월을 아끼십시오. 때가 악합니다.

그러므로 지각없는 사람이 되지 말고 주의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십시오.

또한 술에 취하지 마십시오. 잘못하면 방탕에 빠지기 쉽습니다. 오히려 성령으로 충만하게 되십시오.

(우리말성경 에베소서 5:15~18)

 

온누리교회의 이재훈 위임목사는 12월 30일(토)과 31일(일) 양재 성전에서 위의 성경 말씀을 토대로 다음과 같은 설교 메시지를 전하였다.

 

 

위의 에베소서 말씀은 흔히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기회를 선용하라"는 의미로 많이 인용된다.

이 말처럼 현대인들은 경쟁에 쉽게 휘말리곤 한다. 아프리카 초원에는 스프링복이라는 초식동물이 무리를 지어 살고 있다. 그런데 종종 집단으로 떼죽음을 하는 경우가 종종 일어난다고 한다. 동물학자와 전문가들이 그 원인을 이렇게 진단하였다.

스피링복스는 말 그대로 스프링처럼 땅에서 튀어올라 달리기 때문에 여간 빠르지 않다. 풀을 뜯어 먹을 새로운 초지로 이동할 때면 서로 경쟁적으로 달리다보니 집단으로 웅덩이에 빠지거나 낭떠러지에 떨어지곤 한다. 목표가 새로운 풀밭이 아니라 다른 경쟁자보다 앞서 달리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참사가 벌어진다는 것이다.

 

우리 인간도 삶의 목적과 방향성을 상실하면 이렇게 될 것이다. 

오래 선교사로 활동했던 윌리엄 맥커넬은 인류문화를 미래지향적 문화와 사건지향적 문화로 나누었다. 전자는 시간관리의 효율을 중시하는 반면 후자는 시간의 흐름과 상관없이 사건(event)에 얼마나 충실하였는지 그 목적 달성에 더 관심을 갖게 된다.

이것은 고대 그리스 사람들이 시간을 물리적으로 흘러가는 '크로노스(chronos)'와 인간이 만들어내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시간인 '카이로스(kairos)'로 나눈 것과 비슷하다. 카이로스는 사건을 통해 시간을 구분하는 것이므로 세월을 아끼라 할 때의 시간은 카이로스에 해당한다. 내 인생을 향한 하나님의 목적을 얼마나 충실히 이행하느냐가 카이로스 시간이다.

 

2004년 시카고 소재 트리니티 칼리지로 유학을 갔을 때 바로 그러한 카이로스를 경험했다.

언어장벽도 있고 신학 강의를 따라가기 녹록치 않았는데 한 과목은 기한내에 도저히 과제물을 제출할 수 없었다. 그래서 담당교수를 찾아갔다. 폴 휴버트 교수님은 내가 내준 과제는 그 동안 무엇을 배웠느냐를 측정하는 것이므로 마감이 따로 없다고 하셨다. 배려심 많은 교수님은 "자네가 학적을 보유하고 내가 살아 있는 한 학점을 줄 테니 공부를 다 했을 때 페이퍼로 정리하여 제출하라"고 말씀하셨다. 그 결과 시간을 좀 걸렸지만 뉴저지에서 목회를 하면서도 소정 신학 과정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크로노스' 시간은 어김없이 흘러갔지만, "세월을 아끼라"는 성경 말씀을 개인적으로 신학공부와 목회에 적용하는 '카이로스'로서 실감할 수 있었던 것이다.

 

왜 우리는 세월을 아껴야 하는가?

그것은 때가 악하기 때문이다. 사단이 시간을 악의 도구로 사용함으로써 두려움과 경쟁심을 불러 일으켰다. 우리가 이런 식으로 잃어버린 시간을 사탄으로부터 되찾아야 한다.

오늘이 생의 마지막 날인 줄 알았던 불치병 환자가 1주일을 더 살 수 있게 되었을 때 그는 하고 싶은 일의 우선순위를 정할 것이다. 어느 백화점에 도둑이 들어 물건을 훔쳐가는 대신 그 가격표를 뒤죽박죽으로 붙여놓았다면 어떻게 될까. 형편 없는 물건을 비싼 값에 사는 것처럼 우선순위(priority)가 뒤바뀌어 버릴 것이다. 값비싼 마약에 손을 댔다가 훨씬 귀중한 인생을 망친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또 다른 경우는 시간이 사탄의 도구가 되어 영원을 향하고 있지 않을 때이다. 우리는 영원을 바라볼 때라야 시간을 다시 살 수 있다. 오거스틴은 그의 고백록에서 시간은 머물러 있지 않고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계속 이어서 지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영원은 항상 머물러 있는 것으로 모든 것이 동시적으로 현재이다. 하나님의 시간은 영원히 동시적 현재로 존재한다.

하나님은 전도서 3:11을 통해 인간이 영원을 사모하게끔 만들었다고 하셨다. 하나님은 언제나 동일하게 존재하시는 분이시다.  사람들은 사후세계(Life after Death)가 있다고 말하지만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이 예고편(Before Life)이고 죽음 후에 비로소 영원한 삶을 살게되는 것이다. 경치 좋고 살기 좋다는 곳에 우울증 환자가 많은 이유도 허무하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지금 이 세상이 살기 좋다고 영원한 고향집으로 만들지 말라고 주의를 주셨다.

영원을 준비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주의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고, 그에 충실히 순종하며 늘 성령충만하라고 하셨다. 술에 취하여 무엇에 중독이 되어 방탕하지 말라고 엄히 경계하셨다. 이제 한해를 마무리하며 크로노스의 시간만을 세지 말고 하나님이 나를 통해 이루고자 하신 목적이 이루어졌는가 점검하고 새로운 한해를 맞아야 할 것이다.

 

* 주일 2부예배의 클로징 송영 "살아계신 주"와 "야곱의 축복"

* 적은 인원으로도 큰 울림을 주는 체임버 관악 파트

 

이 날도 예배를 모두 마치고 나설 때 파이프 오르간과 체임버의 반주가 최고조로 상승했다. 이에 맞춰 주의빛 성가대가 "살아계신 주 나의 참된 소망"과 "야곱의 축복"을 메들리로 불렀다.

오늘 말씀 중에서 우리가 1년 '한 해 두 해' 따질 게 아니라 영원함 속에 '하늘나라와 그 의'를 구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는다면 걱정 근심이 사라지고 살아계신 주님의 축복이 임하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금년 마지막 날 우리나라에서 제야(除夜)의 종이 울릴 때 서양에서는 친구와 헤어질 때 불렀던 '올드 랭 사인 (Auld Lang Syne)'이 불려질 것이다. 친구와 작별을 하는 것처럼 가는 해를 아쉬워하고 기쁨으로 새해를 맞기 위해 이 노래를 부른다고 한다. 올드 랭 사인은 작별의 노래인 동시에 새해맞이 기쁨의 노래가 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