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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 효도를 권장하는 노래

Onepark 2023. 6. 7. 09:30

2018년 동계 올림픽이 열렸던 강원도 평창 일원에는 여러 소문난 명물이 있다.

그 중 올림픽 기념공원 부근에 황태 전문 대형식당이 있다. 한 번에 버스 여러 대 백 명 이상의 손님을 맞을 수 있다.

그 입구에는 업소 주인의 개성을 보여주는 여러 사진이 전시되어 있는데 그 중에서 권효가(勸孝歌)가 적혀 있는 액자가 눈길을 끌었다.

 

내용은 천자문(千字文)과 같은 4ㆍ4조의 가사체(歌辭體) 운문 형식으로 되어 있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아래와 같이 작자 미상의 사언절구 한시(漢詩)를 바탕으로 한 규방가사(閨房歌詞)의 하나였다. 시중에 퍼져 있는 것은 이를 현대적 감각으로 풀이한 것이다.

효(孝)의 현대화라 할까 국제화를 위해 차제에 영어로 옮겨보기로 했다. AI 번역기 중에서도 Papago에 초벌 번역을 맡기고 내가 대폭 수정을 가했다.

 

勸 孝 歌

父生母育 恩高如天  靑春夫婦 不孝父母

女息出嫁 厭媤父母  子息婚後 急忙分家

其子作亂 自喜作笑  父母訓戒 不聽外面

其子喧聲 傾聽好樂  父母再言 厭聽無關

子女汚便 以手自執  父母流唾 思濊不近

持來菓子 與子之手  爲親賈肉 全無一斤

愛犬病臥 急走病院  老親發病 子謂老患

父母養子 一養十子  子厭父母 十子一厭

爲子用錢 不惜天金  爲親用錢 只惜一分

與子出外 外食多頻  侍親一出 外食至難

生前不孝 死後何孝  以禮訃告 接受賻儀

汝身所重 思親思德  郞君所重 尊媤父母

死後不悔 生前盡孝  天授貴福 子女孝親

 

 

효도를 권장하는 노래

부생모육 그 은혜는 하늘같이 높건마는[1]

청춘남녀 많은데도 효자효부 드물구나

출가하는 딸아이는 시부모를 싫어하고

결혼하는 아들네는 살림나기 바쁘도다

제자식이 장난치면 싱글벙글 웃으면서

부모님이 훈계하면 듣기 싫어 외면하고

시끄러운 아이소리 듣기 좋아 즐기면서

부모님이 두말하면 잔소리라 관심없네

자녀들의 대소변은 손으로도 주무르나

부모님이 흘린 침은 더럽다고 멀리하고

과자봉지 들고 와서 아이 손에 쥐어주나

부모 위해 고기 한 근 사올 줄을 모르도다

개 병들어 쓰러지면 가축병원 달려가나

늙은 부모 쓰러지면 노환이라 생각하네

 

열 자식을 키운 부모 한결같이 키웠건만

열 자식은 한 부모를 귀찮다고 싫어하네

자식 위해 쓰는 돈은 한도 없이 쓰건만은

부모 위해 쓰는 돈은 한두 푼도 아깝다네

자식들을 데리고는 바깥 외식 자주하나

늙은 부모 모시고는 외식 한번 힘들구나

살아 생전 불효하고 죽고나면 효심날까

예문 갖춰 부고 내고 조문받고 부조받네

그대 몸이 소중커든 부모은덕 생각하고

서방님이 소중커든 시부모를 존중하라

가신 후에 후회 말고 살아생전 효도하면

하늘에서 복을 주고 자녀에게 효를 받네

 

Songs Encouraging Filial Piety

Paternal and maternal love is as high as heaven.
There are many young ones, but few filial children.
A bride doesn't like her parents-in-law.
A newly married son is busy making ends meet.
My son smiles when his baby plays around.
He dislikes to hear my admonition, and turns his back.
They like to hear their children speak loud.[2]
They don't care what their parents are nagging.
They are ready to clean their children's urine.
They stay away from what their parents spilled.
They bring a bag of snacks to give it to their kids.
They wouldn't buy a pound of meat for their parents.
If a dog gets sick, they rush to bring it to the vet.
They usually think parents are sick because of old age.

 

Parents raise ten children equally and constantly.
Ten kids don't want to care for their parents.
They are willing to spend more money for their children.
They reluctantly spend money for their parents.
They like to eat out frequently with their children.
It's hard enough to eat out with their old parents.
They used to be unfaithful before their parents pass away.
After death, they are swift to send an obituary and receive condolences.
If your body is deemed important, never fail to think of your parents.
If your husband is precious, respect the virtues left by his parents.
After their death, it's no use regretting your unfilialness.
If you're filial to your parents, you'll be blessed with good children.

 

그러나 어찌 하랴?!

지금의 젊은 세대는 디지털 기기를 다루는 데 능하여 어른들의 말을 듣지 않고 저희 스스로 정보를 수집하고 독자적으로 판단한다는데······.  개성도 강하고 사리분별력도 뛰어나다는 저희 스스로 마음에서 우러나서 해야지 꼰대처럼 훈계조로 말해서는 안 될 일이다.

위의 권효가에 한두 줄을 추가한다면 이렇게 말해야 하지 않을까!

 

마음에서 우러나서 배운 대로 할 터이니
억지춘향[3] 할 것 없다 뿌린 대로 거두리라

They'll do as they've been taught from the early days.
No need to be restrained and preaching. We will reap what we sow.

 

Note

1] 부생모육지은(父生母育之恩)이란 송강 정철의 시조 "아버님 날 낳으시고 어머님 날 기르시니"를 한자로 옮긴 것으로 본래 <시경(詩經)> ‘육아(蓼莪)’에 나오는 한 구절 "父兮生我 母兮鞠我"을 인용한 것이다. 혹자는 이를 유교문화권의 가부장제(家父長制) 근거라고 말하지만 부모가 힘을 합쳐 나를 생육하셨음을 표현한 것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2] 권효가의 이 대목부터는 주어가 생략되어 있다. 이에 따라 AI번역기에서 심한 혼란을 일으켰으나, 문맥상으로 청춘남녀, 갓 결혼한 아들과 딸, 즉 젊은이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러므로 영어로는 일반적인 그들 = They로 옮겨도 무방하다고 본다.  

 

3] '억지춘향'이란 춘향전에서 변 사또가 퇴기의 딸인 춘향이에게 수청을 들라고 강요한 것에서 유래한 말이다. 다시 말해서 일을 순리로 이룬 것이 아니라 억지로 우겨대어 겨우 이루어진 것을 뜻한다.

 

4-4조 운율의 가사체 시가를 더 보려면 지리산별곡 (윤용호 지음),  배추농사의 애환 (유양수/박훤일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