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 Peo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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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 내 청춘의 격렬비열도

은퇴 후에는 아무래도 라디오를 듣는 시간이 많아졌다.요즘은 디지털 방송 앱을 깔아놓고 컴퓨터 작업을 할 때도 좋아하는 프로를 청취하곤 한다.엊그제 KBS 1FM을 들을 때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어나운서가 느닷없이 박정대 시인의 "내 청춘의 격렬비열도엔 아직도 음악 같은 눈이 내리지"라는 시를 이야기하는 것이었다.'서해의 독도'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 격렬비열도(格列飛列島)[1]는 마치 ‘새가 열을 지어 날아가듯 대형을 갖춘 섬들’이란 뜻의 한자 이름을 갖고 있지만 시인이 지적하였듯이 '격렬하면서도 비열한 사랑'을 상상하게 된다.  어느 누군들 젊은 시절에 격렬하면서도 비열한(또는 창피한) 사랑을 안 해 본 사람이 있으랴 싶어 그 시 전문을 찾아 영어로 옮겨 보았다. 젊은 시절 일단 사랑에 빠지면 바다 저 멀..

Travel 2024.11.03

[전도] 농촌 교회의 현실과 MZ세대를 향한 대책

인구감소와 고령화 추세로 인해 '지방소멸 시대'가 임박했다고들 한다.단풍이 물들기 시작할 때 충남 청양군에 있는 조그만 농촌 교회로 교회 공동체 식구들과 아웃리치를 다녀왔다.교인이 채 열 명도 되지 않는다고 하여 제대로 된 목회는 고사하고 교회 자체가 유지될 수 있을까 하는 우려마저 있었다.10월의 마지막 주일날 30명 가까운 우리 성도들이 함께 예배를 드리니 비로소 그곳 예배당이 꽉 차는 듯했다.농촌 교회의 현장을 가서 보고, 아니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농촌 마을의 현장을 돌아본 다음 느낀 소감을 적어보고자 한다.  우리 교회공동체의 아웃리치 팀이 방문한 곳은 충청남도 칠갑산 아래 분지에 자리잡은 고즈넉한 농촌마을이었다. 마을 이름부터가 '지금을 즐겨라'(Carpe Diem)는 뜻의 낙지리(樂只里)로 특..

Holiness 2024.10.28

[성찰] 자유로운 영혼과 책임감

40여 년의 직장생활을 마치면서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리라 생각했다.자유롭게 이곳저곳 여행을 다니며 보고 들은 것을 사진과 글로 남기고 싶었다.그러나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 "지란지교를 꿈꾸며"로 유명한 유안진 교수의 "자화상"을 읽게 되었다.자유로운 영혼의 모델이 거기 있었다.'구름의 딸이요 바람의 연인'이라니 무엇이 그를 가로막겠는가!비와 이슬, 눈과 서리가 강물이 되어 바다로 쉬지 않고 흘러간다고 말했다.영어로 옮기는 데도 큰 어려움이 없었다.  자화상  - 유안진Self-Portrait   by Yu An-jin 한 오십 년 살고 보니 나는 나는 구름의 딸이요 바람의 연인이라 눈과 서리와 비와 이슬이 강물과 바닷물이 뉘기 아닌 바로 나였음을 알아라After fifty ..

People 2024.10.23

[Book's Day] 한강의 노벨상 수상과 번역의 힘

소설가 한강이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온 국민이 환호했다.2007년에 출간된 연작 소설 〈채식주의자〉가 2016년 맨 부커상(인터내셔널)을 수상하고 세계 여러 나라에서 출판된다고 했을 때 노벨 문학상 수상을 예견한 사람도 없진 않았다. 그런데 그 일이 앞당겨진 것이다.공개된 적은 없지만 아시아권에서는 일본의 무라카미 하루키가 유력한 수상후보로 거론되어온 터였다.이 참에 한국의 한강과 일본의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세계를 비교해 보는 것도 매우 흥미로울 것 같다. 그래서 10월의 Book's Day에는 AI검색기인 Copilot을 외국의 저명한 평론가라고 가정한 다음 P가 다음과 같이 질문을 하고 A가 답변을 하는 식으로 대담을 진행했다. 질문은 영어로 하였으며, A의 답변 중 미흡한 ..

People 2024.10.13

[간증] 측량할 길이 없는 하나님의 은혜

대광고등학교는 해방 후 영락교회가 신설동에 설립한 미션스쿨이다. 이 학교를 23회로 졸업한 동기들이 예배 모임(대광예배자의 모임, '대예모')을 만들었다. 코로나 시절에 익숙해진 Zoom을 통해 매달 첫 월요일 10시에 함께 예배를 드리기로 한 것이다.종종 오프라인으로 예배를 드리기도 하는데 최루톤 목사가 시무하는 서울남산 한양교회에서 같이 예배를 보았고, 지난 4월에는 모교 강당에서 채플을 보던 옛추억을 되살리며 모교 선생님들과 함께 예배를 보기도 했다. 동기 중에는 유명한 목사님과 신학대학에서 교수를 역임한 친구들도 여럿이다. 지금은 은퇴하여 장로로 불러달라고 하는 박득훈 목사, 새터민 지원활동을 하는 신영욱 목사, 보스톤에서 오랫 동안 한인교회 목회를 해온 이영길 목사(모교 이창로 교장선생님의 쌍둥..

Holiness 2024.10.07

[Book's Day] 매우 의미 있는 개인의 역사(個人史)

G : 매월 13일 Book's Day에 책을 소개하신 것도 벌써 몇 십 권이 되지요? 그 대담 기사를 오디오로 만드신다는 계획은 잘 추진되고 있나요? P : 네, 오늘이 벌써 35번째입니다. 저도 가끔 전에 했던 대담을 다시 읽어보는데 10분짜리 오디오 파일로 만들면 좋겠다 싶어서 이것저것 실험해보고 있어요. 아직 공개할 단계는 못됩니다. 하지만 AI 기술의 진보가 빨라 조만간 가능할 것으로 봅니다. G : 오늘 들고 오신 책은 일반 도서가 아니네요?P : 네, 산업은행 재직 시 상사이셨던 일산거사 지암(一山居士 芝巖) 김한갑(金漢甲) 선생님이 저에게 보내주신 책들입니다. 개인적으로 출판하신 한정판 비매품 도서이지요.  G : 어떤 내용인데 개인사도 한두 권이면 족한 것을 여러 권 출간하셨을까요?P :..

People 2024.09.13

[계절] 가을의 노래

아침 저녁으로 풀벌레 소리가 요란하더니 마침내 처서 지나서도 계속되던 열대야도 끝났다.역대급 여름을 환송하듯 산과 들에는 들국화가 피기 시작했다.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국화과에 속하는 가을꽃은 여러 종류이다.[1]들국화로 많이 알려진 구절초, 쑥부쟁이, 개미취, 산국 등이 있는데 한국 사람들은 유독 과꽃을 좋아한다.1953년 전쟁 통에 어효선이 시를 짓고 몇 년 후 권길상이 곡을 붙여 초등학교 음악교과서에 실린 동요 "과꽃" 덕분이다.   과꽃  - 어효선Gwaggot (Asters)    by Eo Hyo-seon 올해도 과꽃이 피었습니다. 꽃밭 가득 예쁘게 피었습니다. 누나는 과꽃을 좋아했지요. 꽃이 피면 꽃밭에서 아주 살았죠.The asters are blooming again this ye..

Show&Movie 2024.09.05

[Memo] 미국 생활 단상

여기 실려 있는 짧은 글들은 두 차례 미국 로스쿨에서의 유학 시절에 썼거나 여기저기서 인용한 글들을 참조하기 쉽게 따로 모아놓은 것이다. 다시 말해서 독립적으로 올린 글이 아니고 블로그의 기사(→ 표시)와 관련된 것임을 밝혀 둔다.❑ Emptiness on SMU Campus, Dallas  → SMU 로스쿨 유학기에서 LL.M. Class 1993/94 졸업앨범에 기고한 에세이  First time when I looked down Dallas from an airplane which was approaching the Fort Worth/Dallas Airport, it hardly looked like a big city. I could only see scattered houses in marsh..

In English 2024.08.28

[기록] UCLA 로스쿨 및 미국 사회 견문기 (2007)

[주의] 아래 소개하는 미국 로스쿨 방문수학기는 본래 경희대 홈페이지에 수록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미 정년 퇴직한지도 오래고 비록 17년 전의 기록일 망정 디지털 콘텐츠를 일원화한다는 취지에서 Tistory로 그대로 옮겨온 것이다. 그러므로 현 시점의 UCLA나 지역에 관한 정보로서는 부정확하고 사실과 다를 수 있음을 밝혀둔다.  2007년 3월부터 2008년 2월까지교수로서 처음 맞는 연구년(Sabbatical)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2001년에 1년간 미국 보스턴에서 방문교수를 지낸 인하대 윤진호 교수는미국의 대학 캠퍼스는 지적 호기심을 충족하면서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는 "지식의 디즈니랜드"라고 말했다. 나도 UCLA 로스쿨 안팎으로 다니면서 지적 재충전 작업은 물론 미국 현지 사회를 탐구하는 일..

카테고리 없음 2024.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