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든 뉴욕에 갈 때는 7번 애브뉴와 브로드웨이가 만나는 타임스스퀘어를 들르게 된다.
이 부근의 브로드웨이에 뮤지컬 극장이 많은 탓도 있지만 한국인들은 코리아 타운이 인접해 있어서 더욱 그러하다.
타임스스퀘어에는 사람이 모이기 때문에 그들의 주목을 받기 위한 전광판 광고 경쟁도 아주 치열하다.
한국의 전자제품, 자동차는 물론 K푸드, 시사성 있는 광고도 종종 전광판에 등장한다.
뉴욕에 출장간 지인으로부터 가장 최근의 맨해튼 거리 사진과 동영상을 입수하였다.
나 역시 서울 올림픽 끝난 후 3년 간의 뉴욕 주재원 시절, 또 1990년대 중반과 2007년의 미국 체류 기간 중에 자주 갔었기에 눈에 익은 풍경이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타임스스퀘어 주변에는 트리플X 숍(어덜트 누드쇼와 성인용품 판매점)이 즐비하여 맨해튼의 손꼽는 우범지역이었다. 그러나 경찰 단속이 강화되고 시 당국의 정화 노력에 힘입어 관광 상업지구로 탈바꿈했다.
타임스스퀘어는 뉴욕 맨해튼에서 제일 가는 핫플(Hot Place)이다.
가장 최근에는 BTS 정국이 군 입대 전에 이곳 무대에서 공연을 하여 타임스스퀘어 광장과 거리를 가득 메운 팬들을 열광시켰다.
상당히 추웠던 2023년 11월 10일 정국이 타임스스퀘어 전광판의 카운트다운과 함께 등단하여 단독으로 게릴라 공연을 펼쳤다. 솔로 앨범의 타이틀 곡 Standing Next to You를 비롯해 다섯 곡을 불렀는데 정국의 깜짝 공연을 보러 온 수많은 인파가 떼창을 부르며 환호했다.
타임스스퀘어(Times Square)는 시간(Time)과 관련이 많다.
해마다 연도가 바뀌는 자정 무렵에 광장과 거리에 사람들이 운집하여 '시간의 공'이 떨어지는 것(New Year Ball Drop)을 구경한다. 우리나라에서 12월 31일 자정에 서울 종로 보신각에서 제야의 종을 울리는 것처럼 말이다.
카운트다운과 함께 '새해의 공'이 떨어지는 것을 보면서 사람들은 Auld Lang Syne을 부르고 옆에 있는 연인, 배우자와 열렬히 키스를 하는 것이 관례(custom)로 되어 있다.
2020년 1월 1일 자정 뉴욕 시민들과 관광객들, 그리고 TV 라이브 중계를 통해 보고 있던 시청자들은 일제히 Happy New Year!를 외쳤다.
그런데 어찌 알았으랴!
예상치 못한 사건이 일어나 전 세계를 마비시킬 지경에 이르렀다.
2020년 벽두부터 코로나바이러스가 전세계를 휩쓸기 시작해 불과 몇 달 사이에 세계의 도시들은 대부분 록다운이 되고 주요 교통편도 끊어졌다. 그로부터 3년 여 동안 인류는 COVID-19와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했다.
2020년 타임스스퀘어에서 새해를 맞았던 사람들 중에서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유명(幽明)을 달리한 사람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MZ 세대가 그러한 3년 간의 '엄중한 시기'를 보낸 후 타임스스퀘어에 모여 BTS 정국의 마이클 잭슨 못지 않은 춤과 노래에 열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7080세대에게는 최진의 "시간의 기대어"(고성현 노래)가 더 실감나게 들리는 것 같다.
여기서 '시간에 기대어'(가사 분석)란 시간이 빨리 흐르는 것을 아쉬워하며 붙잡고자 애쓰는 모습을 연상케 한다. 노래 가사 속의 '그대'를 우리가 기억하는 팬데믹 이전의 시대상(lifestyle)이라고 한다면 너무 사무치게 그립지 아니한가!
마지막 연(聯)의 가사는 다음과 같다. 전체 가사와 그 영문 번역을 보려면 여기를 클릭.
난 기억하오 난 추억하오
소원해져버린 우리의 관계도
사랑하오 변해버린 그대 모습
그리워하고 또 잊어야 하는
그 시간에 기댄 우리
그 시간에 기댄 우리
I remember with good memories
Our relationship being estranged from each other.
I love you tho' you've changed a lot,
Longing for, but being forced to forget,
Our past leaning on the time,
Our past leaning on the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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