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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램핑] 충주 호수지역에서의 이틀

Onepark 2024. 7. 31. 09:30

초등학생인 손자의 방학에 맞춰 우리 부부도 여름 휴가를 떠났다. 

첫 행선지는 제천이었다. 학창 시절 제천 의림지를 배워서 알고 있었지만 실제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손자가 원하는 것이 '물놀이'였으므로 행선지를 풀장이 있는 충주호반의 글램핑장과 워터파크가 있는 용평으로 정했다.

충주호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맴피스 글램핑(Club Memphis Glamping) 장은 풀장에서 물놀이를 하면서 충주호를 바라볼 수 있으므로 나같은 사람에게는 최적지였다.

 

 

하늘에 구름이 짙어도

볕이 뜨겁지 않아 좋고

크지 않은 풀장이래도

북적이지 않아 좋다

호수가 눈 앞에 펼쳐지니

풍경 속에 풍덩 빠졌네

Cloudy sky provides pleasant scenery with no scorching sunshine.

In a small pool at a camp site, I can enjoy quiet swimming.

Surprisingly enough, a magnificent landscape rushes on me.

 

풀장 해먹에 누워 한참 동안 물멍, 구름멍을 하였다.

 

글램핑 장에서의 즐거운 시간이란 바깥 화덕에 불을 피우고 고기를 구워먹을 때라 하겠다.

더운 여름철에는 챠콜 대신 가스 불에 돼지목살과 삼겹살, 그리고 소세지를 양송이와 함께 구워먹는다.

사장님의 배려로 장작을 얻어다가 캠프 파이어를 하면서 고구마도 구워 먹고 마시멜로를 꼬챙이에 꽂아 겉부분만 불에 익혀 떼어먹는 재미도 쏠쏠했다.  

이렇게 둘러앉아 이야기 꽃을 피우면서 한여름밤을 보냈다.

 

* 바비큐를 해 먹을 때 길고양이도 찾아와서 함께 즐겼다.

 

첫 날에는  모처럼의 충청도 나들이였으므로 우선 글램핑 장 가는 길목의 제천으로 가서 점심식사를 했다.

이 지역의 맛집으로 소문난 생선구이집이었는데 인덕션으로 해주는 즉석 솥밥에 고등어갈비와 갈치구이는 물론 더덕과 가지구이, 김무침 등이 입맛을 돋우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렸다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명승지 의림지로 향했다.

 

* 제천 의림지 수리공원에는 넓은 주차장을 이용한 드라이브인 극장도 있다.

 

제천 의림지가 삼한시대 때 만든 역사가 오래된 저수지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의림지(義林池)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제방을 지키는 소나무와 버드나무가 의롭다고 여겨서 그런 줄로만 알고 있었다. 현장에 와서 직접 눈으로 보니 지형적으로 비가 많이 내리지 않는 지역이라서 농사를 짓자면 산골에서 흘러내리는 물과 곳곳에서 용출하는 샘물을 모아놓을 필요가 있었다.

그 때문에 거문고를 만든 우륵이 산골 개울을 막아 큰 못을 만들었다는 전설과 함께 조선조 초기에 박의림(朴義林)이라고 하는 현감이 부임하여 제방을 보수하였다는 사실(史實)도 알게 되었다. 정말 청사에 남을 자기 이름 값을 한 벼슬아치였던 것이다.

실제로 의림지 주변에는 수백년 된 노송과 버드나무가 멋진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또한 제방 한켠에는 물을 흘려보내는 배수로가 용추폭포라는 이름답게 힘친 물길과 폭포수를 선사해 주고 있었다.

 

 

둘째 날 청풍호 비봉산(해발 531m)에 모노레일을 타고 올라가 정상의 전망대에 올라가 보니 사방에 호수가 펼쳐져 있었다.

이 지역에는 의림지 뿐만이 아니었다. 충주댐을 막아서 생긴 호수가 비봉산 아래의 제천시와 청풍면에서는 청풍호로 불리고 있고, 단양 근방에서는 단양호로 불린다고 한다. 마치 하늘로 날아오르는 봉황(飛鳳)이 주변의 호수를 박차고 오르는 모양새였다. 

그러므로 의림지 같은 관개용 저수지 뿐만 아니라 영국의 Lake District [1]처럼 이 지역을 물과 관계가 있는 체험 관광지로 개발하면 좋을 것 같았다. 그 물꼬를 튼 제천 의림지가 더욱 의로와 보였다.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온 다음에는 주변의 여러 볼 것을 구경한 후 모노레일 주차장까지 1시간 간격으로 운행하는 셔틀버스로 이동하면 된다.

 

* 비봉산에 올라올 때는 모노레일, 내려갈 때는 케이블카를 타니 더 익사이팅했다.
* 비봉산에서는 조종사와 함께 타고 호수 위를 날아가니 더욱 스릴 넘친다고 한다.

 

사실 스위스, 프랑스, 일본, 중국, 카자흐스탄 등 여러 곳을 여행하며 케이블카(외국에서는 Rope way라 함)를 많이 타보았지만 이렇게 호수를 낀 아름다운 풍광을 볼 수 있는 곳은 별로 많지 않았다.

인상적인 곳이라면 스위스 루체른의 필라투스 산 케이블카, 프랑스 샤모니에서 몽블랑 산으로 올라갈 때 알프스 설산 위를 운행하는 케이블카 정도였지 이렇게 아기자기한 모습의 호수를 조망하며 10여 분 동안 운행하는 케이블카는 보기 드물다고 생각되었다. K팝이나 K드라마의 소재가 되기에 충분하다고 여겨졌다. 

제천 군민이 아니더라도 해외 여행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도 그날이 어서 와야 할 텐데 . . . .

 

 

Note

1] 영국의 국립공원 Lake District는 영국의 아동문학 작가 베아트릭스 포터(Beatrix Potter, 1866~1943)와 연관이 많다.

포터는 어렸을 적에 가족과 함께 잉글런드 서북부에 위치한 호수 지역에 자주 놀러다녔다.  그녀는 토끼가 주인공인 <피터 래빗의 이야기> 시리즈가 전 세계 30개 언어로 1억5천만 부 이상 팔림에 따라 막대한 인세수입을 올리게 되었다. 그러나 여성작가가 자기 이름으로 책을 내기 어려웠던 시절에 그녀의 스토리텔링 실력을 알아보고 그림 동화책을 처음 출간해 준 젊은 출판업자와 맺었던 사랑도 그가 병사하는 바람에 너무 짧게 끝나 버렸다. 그 대신 포터는 호수 지역의 윈더미어에 땅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포터는 그곳 농장에 살면서 현지 토종 양떼를 키우는가 하면 자연상태의 보존을 위해 애썼다. 그리고 사후에 영국의 National Trust (국민신탁)에 4천 에이커나 되는 부동산을 기증하였다. 이러한 사연은 르네 젤위거와 이완 맥그리거 주연의 <미스 포터>(2007) 영화로 만들어졌다. 포터는 그 후 그녀의 사업을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던 시골 변호사 윌리엄 힐리스와 1913년에 결혼하고  니어 소레이(Near Sawrey)에 살면서 처음의 별장은 농장일 하면서 저술도 하는 작업장으로 썼다고 한다. 

그녀의 헌신적인 노력에 힘입어 영국 정부가 그 일대를 국립공원으로 지정함으로써 레이크 지역은 여전히 본래의 목가적인 풍경을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