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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 반 미 고 잘

Onepark 2024. 6. 19. 16:00

한국 사람에게 부족한 것이 "반미고잘"이라고 한다.

영어권의 나라에서 잠깐이라도 지내본 사람은 그곳 사람들이 Hi, Sorry, Thank you, Good job! 이란 말을 입에 달고 사는 것을 알 것이다.

"반미고잘"이란 다음 인사말을 첫 글자만 따서 어떤 상황에서든지 순발력있게 말을 꺼내자는 캠페인 송이다.

- 반갑습니다. 안녕하세요. 그 다음엔 센스있게 날씨나 공통의 화제를 덧붙이면 좋다.

- 미안합니다. 상대방에게 뭔가 잘못하여 미안한 생각이 들면 지체없이 사과하도록 한다.

- 고맙습니다.  감사의 표시는 돈이 들지 않고도 상대방을 기분좋게 하는 말이다. 

- 잘했어요. 칭찬은 고래도 춤 추게 한다는데 칭찬에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

 

* 조련사의 칭찬과 관객의 환호에 춤 추던 범고래가 동물학대 논란 속에 바다로 돌아가게 되었다.

 

반미고잘'을 가장 소박하면서도 아주 실감나게 짧막한 시(詩)로 표현한 분이 있다. 

시인은 자기는 아무런 일도 하지 않았음에도 들판의 벼가 익어서 흰 쌀밥을 먹게 해주고, 넋 놓고 교단애 섰을 뿐인데도 자기를 선생님이라고 따르는 학생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가장으로서 벌이가 시원치 않음에도 가족들이 아무 불평 없이 서로 도우며 제 할 일을 하는 것이 미안하게 여겨진다. 

그러니 자기 주변의 작고 여린 사람들이 고생을 하면서도 씩씩하게 살아가는 것이 고맙고 장할 따름이다.

 

 

고마운 것들 – 고증식 

Things to be Grateful for  by Koh Jeung-sik

 

내가 손 놓고 있는 동안

저 들에 낟알 여무는 소리 들리고

내 입엔 밥이 들어오고

하루해는 산마루를 넘는다

While I was staying helplessly,

I hear the sound of grain getting ripe in the fields.

My mouth is filled with rice.

The sun goes over the mountain.

내가 넋 놓고 앉은 동안에도

누구는 나를 선생이라 불러주고

가난한 식솔들은 저마다 불을 밝혀

서로의 체온을 나눠 갖는다

While I sit in mindlessly,

Someone calls me teacher,

Poor family members light their own lamps,

and share each other's body heat.

사람아

가을비에 젖는

작고 여린 것들아

나 그냥 이렇게 앉아 있는데

Dude,

Small and feeble things

being drenched by autumn rain,

I'm just sitting here.

 

고증식(1959~ ) 시인은 강원도 횡성 출신으로 1994년 한민족문학 제4집을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경남 밀양에 있는 사립 밀성고등학교, 밀성여자중학교에서 국어 교사를 했다. 2005년 실천문학사에서 시집 《단절》, 2010년 예지에서 《하루만 더》를 출간했다.

 

 

시인은 자신을 시집 한 권 냈을 뿐인 국어교사임을 미안하게 생각하며 자책한다.

그럼에도 자기를 따르는 여중생들을 작지만 예쁘고 맛있는 방울토마토에 빗대어 말하고 있다.

성을 내더라도 고운 볼에 칼금을 그은 것 같다고 하고, 말썽을 부려도 바닥을 데굴데굴 구른다고 표현한다.

말갛게 씻은 얼굴, 초롱한 마음의 여중생들을 건강한 식단에 빠질 수 없는 방울토마토라고 표현한 것이 너무나 정겹다. 

 

방울토마토

Cherry Tomatoes

 

시집 한 권 낳아 놓고

한동안 너희들에게 소홀했다

변변찮은 자식 치다꺼리

얼뜬 애비 노릇에 겨워

그래도 아침이면

말갛게 씻은 얼굴로 달려와 안기는

저리도 고마운 것들

더러 제 성질 못 이긴 몇은

고운 볼에 주욱 칼금을 긋고

손길 기다리던 성급한 몇은 또

데굴데굴 보란 듯

바닥을 구르기도 하지만

햇살 따라 조르르 볼 붉히는

초롱한 그 마음이야 어디 가겠나

방울토마토

하늘같이 둥근 내 반 가시내들아

Since I gave birth to a book of poetry,
I've been neglecting you for a while.
I've been busy taking care of my stupid children
'cause I'm just a doting dad.
But still, in the morning,
you come running to me with your freshly washed face and hug me.
I'm so grateful for that.
Some of them can't beat their temper
drawing a knife in their fine cheeks.
Some of the impatient ones, who were waiting for my touch, are rolling on the floor
as if they intend to run away.
When the sunlight makes their cheeks flush,
where are those bright hearts all the way?
Cherry tomatoe-looking
beloved girls in my class rounded like the sky.

 

* 백조 두 마리가 만든 태극(太極) 문양. Photo by @alan_schaller IG

 

[감사는] 바라던 걸 얻었을 때
밖으로
빚어나온 기쁨

What's wanted is
Obtained unintendedly.
Then, gratitude comes 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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