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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 5월의 노래

Onepark 2024. 5. 30. 09:30

어느 시인이 " 창 밖은 5월인데"에서 노래한 라일락은 이미 4월에 다 피었고, 5월부터는 장미꽃이 피기 시작한다.

이른 봄에 꽃을 피웠던 매화나무가 매실, 뽕나무 오디 등 열매를 맺는 철이기도 하다.

 

3년 전에도 이팝나무 가로수가 꽃을 피우고 산속의 줄댕강나무 별모양의 하얀꽃이 떨어진 것을 보고 피천득 시인의 "5월" 시를  영어로 번역하여 함께 감상한 적이 있었다.

 

* 3년 된 매실청이 통풍 예방에 좋다는 말을 듣고 매실을 다시 보게 되었다. 출처: 용인시민신문

 

푸른 5월  - 노천명

Green May  by Noh Cheon-myeong

 

청자 빛 하늘이
육보정 탑 위에 그린 듯이 곱고,
연못 창포 잎에 여인네 맵시 위에
감미로운 첫 여름이 흐른다.

The celadon-colored sky looks
picturisque over the pagoda of Yukbo-jeong,
and the sweet first summer flows
over the pond iris leaves and the lady's elegant style.

라일락 숲에
내 젊은 꿈이
나비처럼 앉는 정오
계절의 여왕 오월의 푸른 여신 앞에
내가 웬 일로 무색하고 외롭구나.

In the lilac grove,
my young dreams sits
like a butterfly at noon.
In front of the green goddess of May, the queen of all seasons
I am colorless and lonely for some reasons.

밀물처럼 가슴속으로 몰려드는 향수(鄕愁)를
어찌하는 수 없어
눈은 먼 데 하늘을 본다

The nostalgia that rushes into my heart like a tidal wave,
I can't help it.
My eyes are looking at the sky far away.

긴 담을 끼고 외딴 길을 걸으며 걸으며
생각이 무지개처럼 핀다.

I walk and walk on a lonely road with a long wall.
My thoughts bloom like a rainbow.

풀 냄새가 물씬
향수(香水)보다 좋게 내 코를 스친다.

The smell of grass,
better than perfume, brushes my nose.

청머리 순이 뻗어 나오는 길섶
어디에선가 한 나절 꿩이 울고
나는
활나물 호납나물 젓가락나물 참나물을 찾던
잃어버린 날이 그립지 아니한가, 나의 사람아.

The road is lined with blue-headed grass sprouts.
Somewhere an old pheasant cries at midday.
I was looking for
various wild vegetables like bow, honap, chopstick and sesame.
Don't you long for the lost days, my man?

아름다운 노래라도 부르자.
서러운 노래를 부르자.

Let's sing a beautiful song.
Let's sing a sad song.

보리밭 푸른 물결을 헤치며
종달새 모양 내 마음은
하늘 높이 솟는다.

Through the green waves of barley field,
my heart, shaped like a lark,
soars to the sky.

오월의 창공이여!
나의 태양이여!

Oh, the blue expanse of May!
Oh, my sun!

 

노천명(1912-1957, 본명 노기선) 시인이 5월의 들판과 마을길을 거닐면서 자연을 벗삼아 노래를 부른다.

시를 읽는 우리의 마음도 종달새처럼 보리밭 위 푸른 창공으로 날아오른다.

5월은 사방이 푸르르고 어느 곳을 바라보아도 그림처럼 예쁘다.

 

* 뽕나무 오디. 사진제공: 유양수

 

마을 뒤 동산에서는 아카시아 꽃, 밤나무 꽃이 그윽한 향기를 내뿜었다.

겨우내 가지만 남아 있던 상수리나무, 떡갈나무, 갈참나무들도 잎들이 울창한 숲을 만들기 시작했다. 

* 자료제공: 김상문

 

5월은 어린이날(5.5), 어버이날(5.8), 스승의 날(5.15), 부부의 날(5.21)이 잇달아 있어서 자신의 인간관계를 점검해보는 달이기도 하다.

받는 것 없이 주기만 하는 것 같아도 어느 새 대접을 받는 입장으로 바뀌어 감을 느낀다.

오히려 축하하고 기념할 날이 많다는 것은 자기가 열심히 잘 살아왔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 반대의 경우라면 얼마나 외롭고 쓸쓸할 것인가!

나의 경우에도 코로나 팬데믹 기간 중 연락이 끊겼던 제자들이 찾아와 옛 시절을 돌이켜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전화를 걸어오는 제자들도 여럿이었다.

 

* 경희대 법대의 제자 최현용, 서희탁 군과 저녁을 함께 했다.

 

매화나무에 매실이 탐스럽게 많이 열렸다는 것은 이른 봄에 매화꽃이 그만큼 아름답게 피었다는 의미이다.

나도 어느덧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들었다.

이제부터 아름다운 저녁놀을 바라볼 수 있으려면 낮엔 하늘에 구름도 적당히 끼어 있고 햇살이 좋은 날이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5월은 자기자신의 인간관계에 대한 중간점검 성적표를 받아보는 달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