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 People

Travel

[이탈리아 8] 로마, 에필로그

Onepark 2024. 5. 18. 20:30

이번 이탈리아 일주 여행에서 대미(大尾)를 장식할 로마 시내 관광은 오전에 바티칸 박물관과 시스티나 성당 투어, 성 베드로 성당 방문이 예정되어 있었다. 점심 식사 후에는 오후에 벤츠 승합차에 분승(옵션 1인당 70유로)하여 포로 로마노, 콜로세움, 스페인 계단, 트레비 분수 등 주요 관광지를 가이드의 해설을 들으며 순방하는 일정이다.

그러나 나의 신체 컨디션으로는 무리였고, 대부분 로마 여행 올 때마다 돌아다녔던 곳이었다. 그래서 아내와 상의하여 로마 시내 일정은 건너뛰기로 했다. 대신 호텔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시간에 맞춰 다빈치 공항으로 가면 되었다.

 

 

우리가 이번 일정의 마지막 날 투숙한 호텔은 베드로 성당에서 지척인 크라운 플라자 호텔(Crowne Plaza Rome St. Perer's)이었다. 도심에 가까우면서도 옛날 궁전을 연상케 하는 큰 나무가 우거진 정원이 있고 고속도로 진입이 용이한 교통요지에 위치해 있었다.

다행스러운 일은 호텔에서 레오나르도 다빈치 공항까지 셔틀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과 한진관광에서 대한항공에 요청하여 로마 공항과 인천 공항에서 휠체어 서비스를 받게 되었다는 점이다. 공항 안에서의 동선이 엄청 길기 때문에 절뚝이며 걷는 데 따른 통증과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게 되었다.  

 

그 대신 이번 여행에서 적극 활용하기로 한 가상의 시내 관광 안내를 Google Gemini에게 의뢰하였다.

오전 3시간은 미리 예약해 둔 바티칸 박물관 방문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하고, 점심 식사 후에는 콜로세움과 포로 로마노, 영화 〈로마의 휴일〉에 나오는 명소를 포함시킬 것을 요구하였다. 그리고나서 다빈치 공항으로 택시를 타고 이동한다는 조건을 붙였다.

우리 부부는 일단 호텔에서 12시에 체크아웃을 하였다. 그리고 기념품 숍에서 구입한 티켓(2인 40유로)을 내고 오후 1시에 공항으로 가는 셔틀버스에 올랐다. 대한항공 카운터가 있는 공항 제3 터미널까지는 3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 호텔 셔틀버스는 공항은 물론 고객의 요청에 따라 바티칸, 도심 어느 곳이든 운행한다고 했다.

 

로마 시내 관광 일정

 - am 바티칸 박물관, pm 영화 〈로마의 휴일〉 명소 투어

 

안녕하세요! 저 Gemini는 로마 시내 관광 가이드 경험이 많으니, 오전 3시간 바티칸 박물관 방문과 오후에는 콜로세움과 영화 '로마의 휴일' 명소 투어를 포함한 맞춤형 일정을 짜 드리겠습니다.

 

^ 바티칸 성 베드로 성당. 출처: WAUG 여행사

 

오전 09:00   미리 예약해둔 바티칸 박물(Vatican Museums) 입장, 주요 전시관 관람

* 시스티나 성당: 미켈란젤로의 천장화 "천지창조"와 "최후의 심판" 벽화를 감상

* 라파엘로의 방: 르네상스 시대 거장 라파엘로의 아름다운 프레스코화를 감상

* 피나코테카 미술관: 다빈치, 라파엘로, 티치아노 등 거장들의 작품을 소장, 전시

* 베드로 성당: 피에타, 청동제단, 베드로의 묘 등 관람

 

오후 12:00-1:00   점심 식사. 현지에서 인기 있는 레스토랑을 추천해 드릴 수 있음

 

* 지금도 발굴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포로 로마노 유적지. 출처: Stuby Planner

 

오후 1:00   택시에 탑승. 카라칼라 대욕장과 막시무스 전차 경주장은 택시에 탄 채로 구경하고 콜로세움으로 이동하여 도보로 포로 로마노까지 돌아봄

* 카라칼라 욕장(Terme di Caracalla): 카라칼라 황제가 로마 시민을 위해 지은 대 목욕탕의 유적지

* 키르쿠스 막시무스(Circo Massimo): 영화 〈벤허〉에 나오는 것 같은 전자 경주가 벌어졌던 대전차 경주장의 유적지

* 콜로세움(Colosseo): 검투사의 경기, 맹수와의 싸움 등에 이용된 3층의 원형경기장

* 포로 로마노(Foro Romano): 2000년 전에 건설된 로마의 신전과 광장, 공회당이 있던 자리로 현재도 발굴작업이 진행 중

 

* 영화 〈로마의 휴일〉로 유명해진 스페인 계단. 출처: Triple.guide

 

오후 3:30   영화 〈로마의 휴일〉 명소 투어 시작

* 스페인 계단(Spanish Steps): 로마의 상징적인 명소 중 하나이며, 영화에서 공주가 아이스크림을 먹는 장면 촬영

* 트레비 분수(Trevi Fountain): 로마에서 가장 유명한 분수이며, 영화에서 공주가 동전을 던지는 장면에 등장

* 판테온(Pantheon): 고대 로마 시대의 신전으로, 영화에서 공주가 기도하는 장면이 나옴

* 나보나 광장(Piazza Navona): 로마의 활기 넘치는 광장이며, 영화에서 공주와 기자가 만나는 장면 등장

* 베네치아 광장(Piazza Venezia): 무솔리니 시대의 대표적인 건축물이며, 영화에서 공주가 퍼레이드를 보는 장면 촬영.

 

오후 5:30 택시로 다빈치 공항으로 이동

 

주의 사항

* 5월에는 햇빛이 매우 강하므로, 모자, 선글라스, 자외선 차단제 등을 미리 준비하고, 편안한 신발을 착용하는 것이 좋겠음

 

* 공중화장실에서 장애인 시설이나 세면대의 구조가 색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이번 여행에서는 내가 보행에 어려움을 겪다 보니 장애인(the disabled)을 위한 시설과 서비스에도 자연 눈길이 갔다.

공항에서 보행이 불편한 승객(Passenger with Reduced Mobility: PRM)을 위한 휠체어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항공권 예약 시점에 PRM 서비스를 신청하는 것이 가장 간편하다.

대부분의 항공사는 온라인 예약 시스템 또는 고객센터를 통해 PRM 휠체어 서비스 신청을 받고 있다. 그러므로 예약 시 출발 및 도착 공항, 필요한 서비스 종류 (: 탑승/하차 보조, 터미널 내 이동, 화장실 이용 보조 등)를 명확히 밝히고 신청하도록 한다. 항공사 사전 예약을 하지 못했거나 여행 중에 장애가 발생한 경우에는 객실 승무원에게 공항 도착 후의 휠체어 서비스를 요청할 수도 있다.

 

내 경우 나의 여행정보를 모두 알고 있는 한진관광을 통해 대한항공에 요청하여 로마 공항과 인천공항의 휠체어 서비스를 이용하였다. 체크인할 때 항공사 직원이 PRM 지원센터에 연락하자 곧바로 직원이 휠체어를 갖고 카운터로 왔다. 그 후 보호자와 함께 보안검사와 출국심사를 항공사 승무원 전용 라인으로 신속히 통과시켜 주었다. 또한 보세(duty free) 구역에서는 다른 사람이 휠체어를 밀고 화장실, 식당 이용 등 모든 편의를 봐주었다. 보딩 게이트에서도 맨 먼저 항공기에 탑승할 수 있게 해주었다. 

 

* 지팡이를 짚고 절뚝이며 다니자 어디서든 장애인 화장실을 이용하게 해주었다.
* T3 체크인 카운터에서 E23 보딩 게이트까지의 거리가 만만치 않음을 처음으로 실감했다.

 

말 그대로 천신만고(千辛萬苦) 끝에 이탈리아 여행을 마치고 곰곰 생각해 보았다. 이번 여행처럼 내 사고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할 정도의 체험은 내 삶에서도 별로 없지 않았나 싶다. 

 

첫째로 지금까지는 목적지에 가서 직접 내 눈으로 확인하는 것을 제일로 여겼다. 그러나 현장에 가서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이 많기 때문에 오히려 전문가의 설명을 들어가며 상상하는 게 훨씬 낫다는 것을 깨달았다.

 

둘째, 모든 문제를 내 자신이 파악하고 컨트롤해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이번 여행 중에 지팡이의 도움을 받아야 겨우 발걸음을 뗄 수 있는 상황에서는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하여 여러 사람으로부터 가외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자연히 노후(老後)의 생활자세 역시 생존을 위해서는 겸손해야 한다는 점을 알았다.  

 

셋째, 그 동안 학자로서 다른 사람 주장의 오류를 지적하고 내 지식을 과시하는 습성이 몸에 배어 있음을 알았다. 그러나 이젠 누구의 말이든지 일단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절감했다. 더욱이 오랫 동안 축적한 나의 지식과 경험이라는 것도, 이 여행기에서도 행간마다 고백했거니와, 누구나 쉽게 조회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검색 시대에는 그야말로 보잘 것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P. S.

끝으로 귀국 비행기 안에서 본 기내 영화 〈The Boys in the Boat〉(2023)를 소개하지 않을 수 없다. 조지 클루니가 감독을 맡아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원작은 2013년 출간된 동명의 소설임)를 토대로 만든 영화인데 기승전결이 나의 이탈리아 여정과 흡사하였기 때문이다.

 

* 8+조정경기에서는 8명의 조수(노꾼)와 키잡이(coxswain)으로 구성된다.

 

起: 1930년대 대공황 직후 가정형편이 여려운 주인공은 시애틀 교외의 폐차에서 기거하며 고학으로 워싱턴대(University of Washington: UW) 공대를 다니고 있다. 학비는 밀려 있고 일자리도 구하지 못한 그는 돈을 준다는 말에 혹해 UW 조정부에 지원한다.

承: 주인공에게는 조정부에서 열심히 노 젓는 일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으므로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훈련에 임한다. 전미(全美) 조정 경기대회에서 가난하기 짝이 없는 UW 조정팀이 동부의 부자대학 조정팀들을 누르고 1936년 베를린 올림픽 출전권을 따내는 이변을 토한다.

轉: 미국 올림픽 위원회는 UW 조정팀더러 예산지원이 불가하니 자비로 출전하든지 다른 대학팀에 국가대표 출전권을 양보하라고 한다. 그러자 UW 조정팀은 가두모금을 벌이고 UW 동창과 독지가에게 기부를 요청하지만 마감일까지 목표액을 채우지 못한다. 그때 경쟁 대학의 감독이 실력은 UW팀이 앞서니 기부하는 셈치고 그 돈을 대주겠다고 말한다.

 

結: 올림픽 예선에서는 신기록을 세우며 본선에 진출한다. 그러나 무리한 탓에 한 팀원이 탈수증으로 경기력이 뚝 떨어진다. 맨 꼴찌로 출발한 미국 UW팀은 주인공을 비롯한 전 팀원이 한 사람 이상의 괴력을 발휘하여 히틀러까지 나와서 응원하는 독일과 이태리 팀을 결승선 사진판독 끝에 간발의 차이로 누르고 우승을 차지한다. 먼 훗날 할아버지가 된 주인공은 1인용 스컬을 타는 손자에게 이렇게 말한다. "한 배에 탄 우리 8명은 한 사람이나 다름없었단다."

 

 

이탈리아 일주  프롤로그

 

이탈리아 7.  폼페이, 포지타노, 아말피